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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71화 (171/250)

171화. 풍혈에서 태어난 존재

풍혈 쪽을 비켜서 폭포로 올라가기로 약속을 받은 후에야 곽 교장은 막아선 길을 비켰다.

더불어 설희의 사인까지 해주게 되었다.

“꼭 명심하게! 이 늙은이의 말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되네.”

“네, 유념하겠습니다.”

태월이 대표로 인사를 하고는 곽 교장과 헤어질 수 있었다.

산길을 따라 더 올라가다 보니, 그제야 풍혈이라 부를 만한 곳을 발견하였다.

“호, 이건 아루가 처음 태어날 때 그 느낌과 유사한데? 뭐 기운이 전혀 다르긴 해도 말이야. 아루는 어찌 생각해?”

“흠, 나도 집히는 게 있긴 해. 일단 내가 먼저 다녀와 볼게.”

“아루 언니? 혼자론 위험하지 않을까요?”

“아유, 걱정 마. 지금 기세로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아기야 아기! 그리고 저 구멍에 나 외에 누가 들어갈 수 있겠어? 힘에 부치면 유인해서라도 데리고 나올게.”

아루의 자신만만한 말에 태월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일행에겐 태월의 그 반응이 확실한 보증이다.

아루가 정령 본체로 변하더니 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30분 정도가 지났을 즈음 아루가 구멍 앞에 내려섰다.

그리고는 변신을 풀고는 구멍 안을 향해 소리쳤다.

“얘! 부끄럼 그만 타고 이제 나와 봐! 이 누나가 잘 돌봐줄게. 봤지? 이렇게 변신도 가능해져.”

“에이, 아루야! 옷이나 입고 떠들어!”

설희가 아루의 옷을 챙겨 입혀주고 있다.

오빠인 태월이 있는 상태선 자신이 민망했다.

아루는 구멍 속에만 집중했기에 거부하는 몸짓도 없이 입혀주는 대로 따랐다.

“너 세상 구경도 하고 싶잖아? 그리고 여기 있어 봤자 뭐 할 거야? 정령에 대해 가르쳐줄 사람도 없잖아? 혼자 외롭다며? 넌 아기라서 누군가가 돌봐줘야 해! 누나만 믿어! 누나 믿지?”

“성별도 아직 정하지 않은 애한테 누나는 또 뭐람?”

태월이 고개를 갸웃하며 아루에게 물은 것이다.

“너무 여자들만 있어서 나도 남동생 하나 가지고 싶어서 그래.”

“어이구 그러셔요? 맘대로 하세요.”

태월이 아루에게 장난스럽게 말하던 중에, 구멍에서 푸른빛 덩이가 빼꼼 몸을 반쯤 내밀었다.

그러더니 주변 일행들의 기운을 조심스레 살펴보다가 몸체를 완전히 밖으로 빼내었다.

“아유, 잘 생각했어!”

아루가 그 푸른 덩어리를 품에 안아주며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 상태서 태월에게 돌아왔다.

“얘 이름을 지어줘! 바람의 정령이야!”

“역시 느낌대로 풍혈과 연관이 있구나. 흠, 바람이라. 라틴어로 바람은 웬투스 혹은 벤투스라고 발음하는데. 남성형에 적합하고. 여성형은 미풍인 아우라고. 이름은 아우라가 이쁜데?”

“뭐야? 남동생 만들 거라니까!”

“그럼, 아웬? 첫 정령들은 아로 시작하니 그게 낫겠네. 아웬? 아벤? 어느 게 나을까?”

불의 정령은 아루 외에도 7명이나 있었는데, 그들은 첫 번째가 아니기에 아루의 루자를 따서 지었었다.

러시아에서 지내고 있는 그들이다.

“아벤은 아멘처럼 들려서 좀 그렇네. 아웬으로 하자! 설희는 어때?”

아루가 설희에게 의견을 물으며 다른 이들에게도 고개를 돌렸다.

“남자아이로 할 거면 아웬이 더 낫긴 해.”

“저도 언니 말에 동감!”

“저도요!”

아웬에 다들 찬성하기에 태월은 바람의 정령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왼쪽 팔을 내밀었다.

그 순간 문신이 튀어나오며 바람의 정령을 삼켜버렸다.

-슈악! 웅?

푸른빛 덩어리는 의문의 소리를 내고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십여 분 후에 다시 튀어나왔다.

“이제 네 이름은 아웬이다.”

푸른빛 덩이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카식 레코드에 아웬(풍령)으로 기록된 것이다.

또한 태월에게 귀속이 된 상황이다.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귀속되었음을 느낀 아웬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유, 괜찮아! 나도 여기 태월에게 귀속되었어. 나뿐만 아니라 화령 일곱에 수령 하나 그리고 영령까지 태월을 중심으로 가족을 이루고 있어.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보호자가 생겼다고 좋아해야지!”

“그런데 요괴의 능력을 주려고?”

“그래야 우리랑 세상을 제대로 느끼게 될 거 아냐. 본체로는 재미가 없다니까.”

“넌 그럼 이제 남는 게 없을 건데?”

아루가 가지고 있었던 3가지 요괴 재능은 공간이동, 그림자밟기, 금환술이었다.

그중에 그림자밟기는 아쿠에게 주었었다.

그리고 공간이동은 아루가 주로 쓰는 재능이라, 남은 게 금환술이다.

“뭐 하나만 있어도 되는 거잖아. 금환술을 주면 돼!”

태월에게 그렇게 이르고는 아웬 앞으로 아루가 나섰다.

“아웬은 고개를 들어라!”

아웬이 덩어리 채로 어정쩡한 몸짓을 했다.

“에구, 아루야 그런 거 아쿠에게도 했다가 잘 안 되었잖아! 없는 고개는 어떻게 드냐?”

“에잇, 분위기 잡는 중에 방해하다니, 흥!”

“풉, 아루 언니! 빨리해. 쟤가 불안해하잖아.”

아샤의 말에 아루가 입을 삐쭉대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누나가 너를 어여삐 여겨 귀한 변신 능력을 주마! 금환술이란 능력도 생길 것이야.”

잠시 후 아웬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빛을 내뿜었다.

8살 정도의 남자아이가 푸른빛 속에서 몸을 드러냈다.

“아쿠는 반투명한 걸 걸치고 있더니, 얘는 아예 투명한 껍질 같은 걸 둘렀네?”

“아쿠는 그게 흡수되더라고. 쟤도 그러겠지. 뭐. 어서 뭐라도 입혀줘.”

태월은 공간 배낭에서 면 소재의 여성용 바지 잠옷 세트를 하나를 꺼냈다.

“뭐 여성용이지만, 이게 제일 나을 듯해서 말이야. 좀 이상한가?”

“벗고 있는 것보단 낫네, 뭐. 잠시 기다려봐. 가위 좀 줘!”

설희가 가위를 들고 바지 기장과 팔 기장을 잘라 줄였다.

그리고는 그걸 태월에게 내밀자, 태월은 아웬을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입히고 나왔다.

“오, 간단한데도 확 다르네? 뭐 이 정도면 대충 넘길 수 있겠어. 그런데 이거 내 잠옷 아냐? 잘 안 입긴 했지만.”

“하하, 나중에 다른 걸 사줄게.”

아루는 성장이 끝나지 않아 일행 중에 키가 160일 정도로 제일 작다.

“아웬? 이제 말을 할 수 있을 거야.”

태월이 잠시 기다려주자, 머리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를 정리한 아웬이 입을 열었다.

“네, 그런데 뭐라고 부르나요?”

“귀속되었으니 마스터라고 인지하고 있으면 되는 거고! 그래도 가족인데 그리 부르면 딱딱하니깐 삼촌이라고 부르면 되겠다. 맞지, 태월?”

아루가 태월 대신 나서서 호칭을 정리해줬다.

“그래, 그렇게 부르도록 해라.”

“네, 삼촌!”

형으로 부르라고 하려던 태월은, 아루가 또 나설 것 같아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이거 족보가 이상하게 될 거 같은데?’

태월만 그리 생각한 건지, 일행들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어깨를 으쓱여준 태월은 봉래폭포 쪽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인간의 아이라면 태월이 업든가 목말을 태우겠지만, 아웬은 걷는 것에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처럼 걷는 거에 익숙해지는 연습도 필요하기에 그대로 두었다.

“와! 여기가 그 폭포구나! 멋진데?”

계곡을 타고 3단을 걸쳐 물을 쏟아내고 있는 봉래폭포였다.

수량이 풍부하여 1년 내내 폭포의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하루 평균 3천 톤의 물을 쏟아내고 있다.

“오, 절경이네. 이제 여기서 좀 쉬어야지?”

“그래, 그렇게 하자. 출출하니 뭐라도 먹어야 하고 말이지.”

공간 배낭에서 야외 식탁과 의자들을 꺼내고, 완성된 음식들도 내어놓았다.

테이블에 음식이 마련되자, 다들 앉아서 식탐을 즐긴다.

단지 아웬만 머뭇거릴 뿐이다.

“너도 이제 인간의 음식에 적응을 해야 해. 안 먹어도 되지만, 이 음식이란 것에도 기운이 있더라. 또, 맛이란 걸 알게 되어 좋거든?”

아루가 옆에 앉아서 하나하나 가르치고 있다.

교육의 효과가 있었는지 30분 정도가 지나자, 음식을 집어 먹어보고 있다.

그러다가 새로운 감각을 알게 되었는지, 무척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곳에 너 외에 다른 이들은 없었어?”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만 그 풍혈에는 저밖에 없었거든요. 태어난 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던지라.”

“흠, 그렇구나. 이제 식사도 다 끝났으니, 정상까지 갈 필요 없이 바로 내려가자! 풍혈에서 너무 지체했어. 아리랑과 루루가 기다리고 있으니 내려가야겠다.”

“뭐, 물고기 잡는다고 신나있을 거 같은데?”

“그래도 실수로 사람들 눈에 띄었다간 곤란해져. 특이한 새나 고양이라고 여겨, 사람들이 잡으려 헛짓하다가 다치면 어떡해.”

“다치는 거야 사람들이겠지!”

“그래서 안 된다는 거야. 여행 와서 피곤한 일을 겪을 이유가 어딨어. 빨리 내려가자.”

성인봉까지 가보지 못하고 하산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다들 태월의 말에 따랐다.

새로운 가족이 하나 더 늘었기에 충분히 보람된 시간이기도 했었고.

배로 돌아오자 태월 일행이 보게 된 건, 갑판 위에 잔뜩 널린 생선들이었다.

그리고 눈에 안 띄는 구석에서 그걸 시식 중인 고양이와 새 한 마리였고.

“이야, 지들끼리 아주 만찬을 즐기고 있었구나. 이리로 와서 인사 나눠.”

태월이 손짓을 하자 두 동물은 아루의 뒤에 가려졌던 아이 하나를 발견했다.

느낌상으로 인간이 아닌 걸 바로 알아채더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가왔다.

“뭐 알다시피 정령이고 지금 변신 상태지. 바람의 정령인 아웬이야. 그리고 이쪽은 아리랑이라고 부르는 신수 백호고 이 새는 불새 루루!”

“반가워! 아웬!”

“아웬! 식구가 된 걸 환영해!”

복화술을 써서 말을 하는 두 신수에 아웬도 신기한지 눈을 껌뻑였다.

그리고는 자신도 예를 차렸다.

“네, 저도 잘 부탁해요!”

“루루가 복화술이 많이 늘었네? 연습 많이 했나 보네. 잘했어!”

태월이 루루에게 칭찬해주자, 기분이 좋은지 꼬리날개를 퍼덕거렸다.

“하하, 꼬리 흔드는 건 아리랑에게 배운 거군.

오늘은 배 위에서 쉬고 내일은 새로운 식구가 된 아웬을 위해 다른 풍혈에 가보도록 하자.”

“오케이! 나도 찬성!”

아루는 아웬을 남동생으로 여겨서인지 이런 일엔 적극적이다.

이곳 울릉도의 풍혈은 개방된 곳이 3곳이고, 드러나지 않은 곳도 몇 개가 더 있었다.

갑판 위의 생선들을 정리해서 선박 얼음창고에 넣어두었다.

그렇게 울릉도의 첫날밤은 저동항 선착장에서 보내게 되었다.

다음 날 일찍 비너스호는 출항했고, 북쪽 해안가의 천부대로로 진입했다.

이곳이 공개된 두 번째 풍혈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을 방문했지만, 다른 정령은 없었다.

곧바로 북면 본천부라는 소형 화산분화구 마을로 이동하여, 그 아래쪽에 인적이 닿지 않은 풍혈도 방문했다.

이곳이 마지막 개방된 풍혈인데, 짐작대로 정령은 없었다.

“결국 아웬 외에는 풍령이 없었네. 하긴 강력한 바람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기운이라도 흡수시켜야지 않아?”

“그렇긴 해야 하지만, 아웬이 그 기운을 먹어버리면 여긴 풍혈 역할이 사라져. 이미 아웬으로 첫 번째 풍혈도 약해진 터에, 더는 그래선 안 되지.”

“그럼 어떡해?”

“우리가 찾을 곳은 알려지지 않은 풍혈들이야. 숨겨진 곳에서 흡수하는 걸로 하자. 아루와 아웬이 나눠서 울릉도를 조사하도록 해. 본체로 돌면 하루면 찾지 않겠어?”

아루와 아웬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둘은 본체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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