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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67화 (167/250)

167화. 설희의 합류

태월은 아리랑과 루루의 활약을 지켜보다가 마무리될 즈음 그들에게 다가갔다.

알을 안고 갔을 무렵부터 태월은 변신을 풀고 있었다.

아리랑은 루루를 처음 보는 것인데도, 서로 통하는 것이 있는지 합동으로 놀고 있다.

바닥에 거의 눕다시피 해서 낑낑대는 세 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당신들 누구길래 남의 차에 들어가려 시도한 거요? 뭘 훔치러 왔길래?”

“훔, 훔치러 온 게 아니요. 우린 이 동네 사람입니다. 그냥 여신들이 있다기에 호기심에 와본 건데, 저기 고양이가 막무가내로 우리를 덮친 거요.”

태월은 고개를 돌려 아리랑을 빤히 쳐다보자,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뭐 주인이 자릴 비운 곳에 서성거렸으니, 의심받을 만한 거 아닌가요?”

“그, 그렇긴 하지만….”

태월이 보기에 이들 영혼의 색도 어둡지 않았기에, 조용히 해결하려 말을 던지는 것이다.

“경찰이라도 불러드릴까요?”

“아, 아닙니다.”

“일어서서 옷부터 터세요. 뭐 다친 사람은 없어요?”

어정쩡하게 일어서긴 했어도 표가 날 정도의 부상은 없었다.

가벼운 찰과상과 멍 자국 정도가 다였다.

아진과 아샤가 캠핑카에 들어가더니, 소독약과 거즈 그리고 연고를 꺼내왔다.

캠핑카의 불빛에 드러난 두 여인의 모습을 보고 입을 쩍 벌리는 세 명의 남자였다.

“이리로들 오세요. 그래도 소독은 해야 할 거예요.”

쭈뼛거리며 다가서는 세 명의 동네 청년에게, 아진과 아샤는 능숙하게 응급처치를 했다.

그 사이에 아루는 이들에게 커피도 타서 한 잔씩 건넨다.

“셋은 이 동네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거죠?”

“우린 해수욕 철이 되면 이곳에서 해양 구조일을 하고 있습니다. 뭐 지금은 청년회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지만요. 그, 그런데 한국말이 굉장히 유창하시네요?”

아샤의 말에 공손히 대답하는 그들이다.

“태어난 곳은 외국이긴 해도, 한국에 가족이 있거든요. 그리고 저기 언니 둘이 한국 국적이잖아요.”

그들이 봐도 아진과 아루는 한국인처럼 보이긴 했다.

태월은 잠시 두고 온 해산물을 찾아서 어망에 넣어 왔고, 그걸 아리랑이 보며 입맛을 다셨다.

채취한 해산물의 양은 어망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최소 열 명 정도는 충분히 먹고도 남을 듯했다.

그리고 세 청년은 어디선가에서 장작을 가져와 모닥불을 지피고 있었다.

거기엔 바비큐를 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돌리는 건 그들이 하긴 하지만, 그 앞에 서 있는 아루가 그 속을 따로 익힐 것이다.

‘이 사람들은 집에 갈 생각을 안 하네?’

태월은 그들을 보고 고개를 몇 번 젖고는, 캠핑카 안에서 캔맥주들을 가지고 나왔다.

“오빠? 좀 전에 전화 왔는데, 설희 언니가 출발했다는데?”

“어? 걔는 방송 때문에 바쁘다 하지 않았나? 몇 시 도착 예정인데?”

“우리가 돌아다니지 않고 여기 며칠 있는 걸 보고 일정을 바꿨나 보던데? 깜짝 놀라게 하려다가, 우리가 혹시 자릴 옮길까 봐 바로 말하더라고. 세 시간은 넘게 걸리지 않을까?”

“더 시끄러워지겠네. 모자나 푹 눌러쓰고 오라고 해.”

아샤가 전화기를 들고는 설희와 통화를 다시 하고 있다.

그 사이 아진과 아루는 해산물을 다듬느라고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데 저 멀리서 검은색 밴 한 대가 헤드라이트를 비추며 다가오고 있다.

‘뭐지, 저 차는? 이 땅엔 아무나 막 와도 되는 건가? 이곳에서 흔히 볼 차는 아닌데?’

또 귀찮은 일이 생길 듯해서 태월이 인상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

차의 뒷문이 열리며 여자의 발이 태월의 눈에 잡혔다.

“호호호! 속았지? 난 이미 도착해 있었거든?”

“헐, 어이없네.”

태월은 만세를 부르고 있는 설희를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뒤를 따라 여자 한 명이 더 내려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걸로 보면 로드매니저거나 경호원이었다.

“언니! 우와, 나빴다!”

“언니, 어서 오세요.”

“키티! 오랜만이야!”

“안녕하세요. 주현지예요. 경호원 겸 매니저입니다.”

“어서 와요. 오느라고 수고했네요.”

뒤따라 내린 주현지와 다들 인사를 나눴다.

그 후엔 오랜만에 보는 넷이서 얼싸안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그녀들이다.

비록 모자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설희지만, 자태만으로도 눈부셨다.

또 하나의 여신 추가에 동네 삼인방의 눈은 더 초롱초롱해진다.

설희는 그녀들과 근황을 나누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낯선 이들을 그제야 보게 되었다.

“저분들은 누구?”

“동네 사람들이야. 이야기하자면 길지만, 그냥 이웃 사람이라고 생각해.”

설희의 질문에 아루가 대답을 대신했다.

자신들을 정체를 말하고 있자, 셋이 잽싸게 달려온다.

“저는 정학진입니다. 여기 둘은 제 친구인 최호준과 황기태고요.”

“안녕하세요! 여신님!”

“영광입니다! 황기태입니다.”

“호호, 네 반갑네요.”

아진과 아샤는 편한 차림이지만, 연예인의 길을 가고 있는 설희는 패션 자체가 남달랐다.

하늘거리는 흰색 원피스와 모자만으로도 하나의 화보였다.

그리고 옷과 모자의 브랜드가 자그마하게 새겨져 있었다.

‘TaeSeol’이라고 적힌 TW의 패션 명품 브랜드였다.

정학진은 친구 둘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춘다.

“지금 오신 분 말이야.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 목소리도 그렇고. 연예인 느낌이 나.”

“그, 글쎄, 선글라스 꼈는데 그걸 어떻게 알어? 연예인에 관심이 많은 기태는 어때?”

최호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가 손뼉을 쳤다.

“어? 설마? 에이 아니겠지.”

“떠오르는 사람 있어?”

“이, 있어. 그런데 그분은 여기 오실 이유가 없는걸. 말도 안 돼!”

“에이, 누군데 그래? 틀려도 좋으니 말이나 해봐. 누구 같아?”

“스, 스노우!”

“헉! 야, 그건 너무 나갔다. 그분이 진짜 여길 왜 오냐? 한창 바쁘실 건데. 나도 너 따라 먼발치에서 공연도 가봤잖아. 좀 다르잖아.”

“이봐요! 다 들리거든요? 저 구석에 가서 이야길 하든가. 듣는 사람이 민망하겠네.”

아루가 한심하다는 듯이 그 셋을 쳐다봤다.

최호준은 괜히 설레발을 쳐서, 새로운 여자분에게 실례를 저지른 줄 알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호준아, 거봐라. 내가 너무 앞서갔다고 했잖아. 얼른 사과드려!”

“죄, 죄송합니다.”

“호호, 괜찮아요.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죠.”

설희는 그들 셋이 순박해 보이는 것 같아서 그냥 웃고 넘어갔다.

틀린 건 황기태였지만, 오히려 그는 최호준의 머리를 꾹꾹 눌러가며 사과까지 시켰다.

그리고는 그것도 부족해 엉덩이를 발로 차고 있다.

“제 친구가 원래 좀 어설퍼요. 부족하고 못난 친구를 대신해서 사과합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뻔뻔한 황기태의 행동에 아루도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런데 저치들 얼굴과 팔은 왜 저래?”

“호호, 아리랑과 루루의 작품이지.”

“루루? 그게 누군데?”

설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루를 쳐다보자, 그녀는 하늘을 가리켰다.

아루의 손가락을 따라 위로 향한 설희의 눈에 붉은 새 한 마리가 보인다.

루루도 설희에게 호기심을 느꼈는지, 날개를 접고 아루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얘가 루루? 얘는 대체 어디서 난 거야?”

“알 이야기 해줬지?”

“아, 혹시 그 알에서 나온? 그런데 벌써 이렇게 크다고?”

“원래 알이 컸어. 그리고 태어난 지 몇 시간 안 됐어!”

“헐, 진짜 신기하네.”

설희가 손을 뻗어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자,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손에 비벼댔다.

태월의 친숙함이 그녀에게서도 묻어났기 때문이다.

아진이 야외 테이블에 상을 다 차렸는지, 코펠의 뚜껑을 두드렸다.

“오빠! 이제 다 되었어요. 다들 이리로 와요.”

태월 일행이 테이블로 향하는 동안, 동네 청년 삼인방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들이 원래는 벌써 갔어야 했지만, 다친 상태였기에 태월은 그들에게도 인심 쓰기로 했다.

“멀뚱히 있지 말고 이리로 오세요. 해물은 넉넉하고 바비큐도 있으니 부족하진 않겠네요.”

“바비큐가 벌써 다 익었다고요?”

“익었어요. 어서 오기나 해요.”

그들이 테이블에 와서 잘린 바비큐를 직접 보더니,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그래도 익긴 익었기에 의구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호호, 우리 오빠와 아진 그리고 아샤의 한국 방문과 미리 합격을 축하해!”

“어머? 언니 시험도 아직 안 치렀는데요?”

“에이, 모스크바의 천재들께서 왜 이러실까?”

태월 일행이 아닌 동네 청년들은 영문도 모르지만 같이 건배를 했다.

술이 몇 잔 더 돌고 나자, 황기태가 나섰다.

“시험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세 분은 대학생 아닌가요? 무슨 시험을 여름에?”

“셋은 외국에서 대학을 이미 졸업했어요. 더구나 셋 다 의대를 나온 거고요.”

“헉, 대, 대단하네요. 벌써 의사시라니. 그럼 저희가 동생이네요.”

“한국에서 활동하려면 다시 자격시험을 따로 봐야 해요. 그 시험을 미리 축하하는 거고요. 아 나이로는 그렇겠네요.”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루였다.

요즘은 아루가 인간 자체의 사고와 비슷해졌기에, 술을 먹을 때는 취하는 걸 즐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연도 없는 동네 청년들에게 얘기를 해주는 것이다.

“아이, 언니는 무슨 그런 이야기까지 다 하고 그래. 술 취했지?”

“호호호, 취하라고 먹는 게 술이라며?”

아샤는 눈치를 주고 있는 거지만, 아루는 자기 기분에 텐션이 더 오르고 있었다.

“맞, 맞습니다요. 술은 취해야 제맛이죠! 뭔가를 좀 아시네요.”

최호준이 아루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런 최호준을 옆에서 발로 툭 차는 황기태다.

아루는 그런 최호준이 괘씸해서 한마디 더 내뱉었다.

“얘! 넌 아까도 설레발치더니 또 치냐?”

“제, 제가요? 아까는 호준이가 친 건데요?”

“네가 틀린 거라니까!”

“네? 제가 뭘요?”

아샤가 옆에서 아루의 허벅지를 꼬집는데도, 그걸 버티며 말을 해버렸다.

“여기 있는 사람이 스노우가 맞아!”

“헉!”

“정, 정말요?”

“에이, 말도 안 돼!”

황기태가 여전히 못 믿겠다는 말을 꺼내자, 아루가 잽싸게 설희의 선글라스를 벗겼다.

“허 억! 진, 진짜, 스노우! 대박!”

“오, 마이 갓!”

“이, 이거 실화예요?”

셋의 놀람과 반대로 태월은 혀를 찼다.

“쯔쯔, 아루에게 나도 모르는 주사가 생겼네?”

“그게 아니라, 얘가 자꾸 쟤를 무시하잖아. 자신이 틀렸는데도 말이야.”

최호준은 그제야 황기태에게 자신이 구박당했다는 게 떠올랐는지, 손바닥으로 그의 등판을 세게 두 번이나 쳤다.

“봐라! 내 말이 맞잖아! 이제 네가 사과해!”

최호준이 황기태의 머리를 눌러가며, 태월 일행에게 일일이 사과를 시켰다.

여신들 앞에서 준 망신을 되갚는 중이었다.

그런데 불청객이 갑자기 등장했다.

“야! 최호준! 너 내 동생에게 무슨 짓이야? 그 손 안 내려놔?”

두 명의 남자가 나타나더니 소리를 치고 있었다.

태월은 사람의 접근을 알고 있었지만, 그냥 내버려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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