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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66화 (166/250)

166화. 아기 불새 루루

박용호 일당이 태월에게 던진 것은 고춧가루와 후춧가루를 섞은 수제 최루탄이다.

태월도 무언가가 자신에게 던져지기에 피하기보단 쳐내버렸는데, 그게 문제가 되었다.

“에취!”

태월이 재채기를 해대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나자, 감을 잡은 청년들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돌격!”

“잡아서 묶어!”

그런데 그들은 착각을 한 것이다.

태월은 눈을 감고서도 그들을 오히려 때려눕히고 있다.

-퍽! 퍽퍽! 퍽퍽퍽!

“켁! 커억!”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눈감고 우리와 막상막하잖아?”

막상막하는 아니고 거의 맞아 널브러져 가는데도, 현실 파악을 제대로 못 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이었다.

3분도 안 걸려 다섯 모두가 땅에 누워있다.

“당신들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막무가내요?”

“그, 그런 건 알 것 없다. 악당을 물리치지 못하다니 분하다!”

땅에 누워 눈알을 떼구루루 굴리는 중인 박용호의 말이었다.

캠핑카 안에 있던 아샤가 밖으로 나와 누워있는 박용호를 빤히 쳐다보았다.

“당신들 왜 우리 오빠보고 악당이라고 하는데? 뭐 피해 준 게 있었나?”

“차, 차 안에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잖아요?”

박용호의 말처럼 아샤의 눈이 붉게 상기되고 눈물 자국도 있긴 했다.

“난 오늘 요리 당번이라서 양파를 까고 있었는데? 물에 안 담그고 그냥 까서 그리된 건데 그게 왜 문제인데요?”

“헐, 그, 그래서 그랬다고요?”

아샤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빤히 그를 쳐다보았다.

‘우와, 우라질 뭐가 이리 이쁜 거야? 그런데 한국말도 굉장히 능숙하네?’

“진, 진짜 가족이 맞아요? 납치된 게 아니고요?”

박용호의 일행 중 한 명이 아샤에게 되묻는다.

“네, 제가 오빠의 약혼자고요. 그리고 다른 언니들은 같이 사는 가족이 맞아요.”

아샤의 말에 박용호는 옆에 있던 친구를 째려봤다.

“야, 이거 엄청난 오해잖아? 넌 대체 뭘 믿고 그런 헛소릴 우리에게 한 거야? 아 쪽팔려!”

“헛, 헛소리라니 너도 그리 생각했으니 같이 온 거 아냐! 왜 나에게만 뭐라 그래? 나만 그 말 했냐? 창수도 그랬잖아!”

그들이 떠들고 있는 사이에 아진은 캠핑카의 주방으로 들어가 시원한 얼음 주스를 만들어 나왔다.

“이봐요, 다들 털고 일어나요. 땀 흘렸으니 이거라도 먹고 집에들 가서 쉬세요.”

태월의 눈치를 흘끗흘끗 보면서 몸들을 일으켜 바지의 흙먼지를 털고 있다.

그리고 아진이 내미는 주스 잔을 두 손으로 받는데, 황송해하는 몸짓들이다.

“고, 고맙습니다.”

“자 어서들 쭈욱 들이켜요. 갈증이 가시며 속이 시원할 거예요.”

박용호 일행들은 주스 잔에 담긴 후르츠 칵테일을 신기해하고 있었다.

“안 먹어봤어요? 파인애플, 멜론, 키위, 망고, 코코아를 잘게 잘라서 만든 거예요.”

태월의 공간 배낭 속에 있던 열대과일로 만들어온 것이다.

어리숙한 동네 청년들인 듯한데 더운 날에 태월에게 얻어터졌으니, 아진이 이렇게 인심을 써주는 것이다.

“우와, 맛, 맛이 기가 막히네요.”

“씹히는 맛이 톡톡 탱글탱글 환상적이다.”

한적한 해안가에 위치한 간이역인 정동진역이 방송드라마 ‘모래시계’의 열풍으로 유명해졌다.

1997년에 68만5천 명이었다가 98년에 1백56만7천 명, 99년엔 1백95만6천여 명이 찾아오는 상황이 생겨났다.

그러나 2000년에는 오히려 11%나 관광객이 감소하는 상황에 처해버렸다.

청정해안은 불법 시설물로 볼썽사납게 훼손되었고, 거리에는 노점상과 불법 민박업소가 무질서하게 늘어서 있다.

그로 인해 교통체증은 심각할 정도였다.

“그, 그런데 여긴 사유지인데 어떻게 차를 주차하신 거예요?”

“땅 주인에게 허락받고 온 건데요?”

“바이킹 하시는 분이 여기 주인인데요? 아시나요?”

아샤의 말에 박용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온다.

“오, 장명진 사장이 이곳에서 유명한가 보네?”

태월이 박용호를 쳐다보며 호기심을 드러내자, 그는 뒷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스를 다 먹고 나자,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내는 이들에게 아진은 한 잔씩을 더 채워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넙죽 숙여 인사를 던지고는, 그들은 자신들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태월? 알은 어떻게 할 거야?”

아루가 말한 그 알은 헬기에 실려 함께 도착했었다.

태월에게로 돌아온 상태지만, 여전히 그 알은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글쎄다, 깨어나는 데 무슨 조건이 따로 필요한 건가?”

혹시나 몰라서 아리랑도 그 알에 접근을 시키지 않고 있다.

빨갛게 달아오른 알은 그 상태로 쭉 이어지다가 며칠 사이에 색이 더 진해졌다.

그 정도의 열기인데 껍질이 녹지 않는 게 용하다고 생각하는 태월이다.

“뭐가 태어나려는지 돈만 잡아먹고 있어.”

알을 한국으로 가져오는 데도 특별기를 이용한 아루였다.

통관할 때도 관계자에게 로비해야 했을 정도였고.

“오빠? 저렇게 뜨거운데 식혀보면 어떨까? 얼음을 쓸까?”

“아쿠도 이 알을 접했을 텐데, 별말 없었지?”

아루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갸웃거렸다.

“이 알이 태월을 찾긴 했다니까. 그게 우선 조건이었을 거 같아.”

“오빠가 알을 안고 바다에 들어가 보는 건 어때? 너무 열나서 알이 구워지게 생겼어.”

좀 억지스러운 아샤의 말이지만, 열기는 좀 식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태월은 캠핑카 안으로 들어가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구석에 자리한 알을 꺼내 안았다.

“오빠 안 뜨거워?”

“생각보단 안 뜨거운데?”

“이상한 알이네. 내가 만졌을 땐 뜨거웠거든.”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긴 해도 깊게 생각하진 않는 태월이다.

‘뭐, 원래 이상한 알인데, 골 아프게 따져서 뭘 하겠어.’

바다로 향하는 일은 태월과 아루만 나서려 했으나, 아진과 아샤만 두고 가기엔 마음이 걸렸다.

“에고, 뭐 아리랑이 잘 지키면 되겠지. 차 문단속만 하고 가자.”

“오, 저녁 바다는 역시 운치가 있다니깐.”

“물속은 나만 들어갈 테니, 주변에서 쉬고 있도록 해.”

“알았어.”

태월은 알을 안은 채 바닷물에 몸을 담갔다.

그리고 그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응? 움직임이 느껴지네? 긍정적인 거겠지?’

잠수하다가 호흡이 가빠지면, 다시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걸 반복 중인 태월이다.

알의 열기도 입수 전보단 줄어들었다.

태월은 자신의 몸에 흐르는 기운을 알에게 밀어 넣어보았다.

‘오, 꿈쩍도 안 하더니 이제 내 기운을 빨아들이네? 어미의 기운에 물의 기운도 필요했나?’

태월의 기운에는 알의 어미였던 불새의 기운이 섞여 있는 상태였다.

30분 정도가 지날 무렵 알 속의 움직임이 확연해졌다.

-톡톡!

부리로 껍질을 쪼아대는 소리가 들려오자, 태월은 수영을 빠르게 하여 해안가로 나아갔다.

“어? 왜 벌써 와?”

“얘가 나오려 해!”

태월이 그녀들에게 다가와 알을 모랫바닥에 내려놓았다.

-톡톡톡!

“어, 진짜 소리가 들리네? 나오려나 봐!”

태월을 포함한 넷은 알의 진동을 관찰하며 집중을 했다.

-툭! 틱!

“오! 부리가 살짝 보여! 호호, 고개를 내미는데?”

아샤는 물병의 물을 손수건에 적시고 있었다.

절반 이상을 깨고 어기적대며 나오는 붉은 새는, 그 무게가 1kg은 넘어 보였다.

병아리보다 큰 중닭 크기였다.

나오자마자 고개를 들어 태월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태월은 손을 내밀어 젖은 손수건으로 불순물이 잔뜩 묻은 몸을 닦아주었다.

기분이 좋은지 태월의 손에 몸을 비벼대었다.

“오빠? 이름 지어줘야지?”

“뭐가 좋을까?”

“아루 언니와 같은 불의 속성이니 루루?”

“에이,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냐?”

아샤의 말에 아루가 핀잔을 준다.

“어머, 이거 부르기 쉽고 얼마나 정감이 가는데? 오빠는 어때?”

“뭐, 귀엽긴 하네. 루루!”

“루루! 루루!”

갓 태어난 새가 루루라고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 이 새가 자기 이름을 부르네?”

“원래 얘 울음소리가 저거 아냐?”

“루루! 루루!”

“하하, 우연의 일치인가? 뭐 그럼 이제부터 네 이름은 루루다.”

갓 태어난 새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사라졌다.

아카식 레코드에 루루의 이름이 새겨졌다.

혹시나 몰라 준비해둔 우유를 루루에게 줘봤지만 먹지를 않았다.

“얘는 뭘 먹지?”

“곡물류를 먹여봐야 하나?”

아샤와 아루가 고민하는 사이에 루루가 갑자기 바다로 들어간다.

“어? 쟤는 왜 저길 가지? 위험해!”

“놔둬 보자. 명색이 불새의 후손인데 이유가 있겠지.”

지켜보는 가운데 루루는 오리처럼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뼘 정도 되는 크기의 고기를 찾아내어 순식간에 머리를 처박았다.

“와, 저놈 태어나자마자 먹이 사냥을 하네? 그런데 물을 싫어하는 새도 많잖아?”

“좋아하는 새들도 있잖아. 그런 부류인 것 같네. 닭보단 오리 쪽인가?”

“에이, 오리발도 아니잖아.”

루루는 오리와 같은 물갈퀴는 없었다.

그런데도 오리처럼 수영하며 고기를 잡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쟤 엄마도 용암에서 수영하듯이 다니긴 했지.”

그때가 생각나는지 그녀들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태월도 다시 바다로 들어가 수영을 하며 루루와 호흡을 맞췄다.

그녀들은 수영복도 입지 않은 채 태월을 따라 물에서 놀고 있었다.

뭐 반바지 차림들이라 큰 차이는 없었지만.

아샤와 아진은 물에 잠수해서 전복과 조개를 캐고 있었고, 아루는 멍게 같은 걸 채취하느라 바빴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다들 힘이 빠지는지 물 밖으로 기어 나왔다.

“루루, 이걸 먹어봐!”

아샤가 전복을 하나 꺼내 루루 앞에 놓아두자, 그걸 부리로 몇 번 찔러 보더니 먹기 시작했다.

아루가 내민 멍게도 부리로 쪼아서, 안의 내용물을 빼내 삼키고 있다.

“이야, 얘는 잡식성인가 봐? 곡물이나 과일도 먹으려나?”

루루는 어느 정도 배가 불렀는지, 더는 먹질 않고 몸의 물기를 털고 있었다.

루루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던 태월은, 머릿속에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에 몸을 일으켰다.

“우리 캠핑카에 누군가 온 거 같은데? 아리랑에게서 신호가 왔어!”

“그럼 빨리 안 가고 뭐 해? 가자!”

아루는 아진과 아샤의 손을 잡고는 캠핑카가 있던 곳으로 내달렸다.

태월은 루루를 안고 뛰려 했는데, 루루가 먼저 날개를 펼쳐 허공으로 날았다.

“하하, 좀 전에 태어난 새가 맞나? 알아서 다 하네.”

아리랑에게서 온 신호는 그리 급박한 게 아니었다.

그래도 무슨 일인가 싶어 서두르고는 있었다.

태월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3명의 남자가 캠핑카 밖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아리랑이 그 세 명의 남자 사이를 빠르게 지나다니며 싸다귀를 날리고 있었다.

“야, 저 고양이 좀 잡아! 뭐 저런 게 다 있냐? 나 벌써 5대나 맞았다니까!”

“맞을 때마다 별이 보이는 건 어떻고! 선배한테 뺨 맞을 때 느끼는 그 정도 파워야!”

-쫙!

“으아! 나 또 맞았어!”

태월이 보기엔 아리랑이 저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런데 태월의 머리 위쪽을 날고 있던 루루가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

-쫘쫙!

“으악! 이건 또 어디서 나타난 독수리야!”

루루는 덩치로 보나 외형으로 보나 독수리 같긴 했다.

한 놈에게 달려들어 양쪽 뺨을 후려친 루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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