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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64화 (164/250)

164화. 빈털터리 장덕진

장덕진이 쓸어 담고 있는 태월의 행동을 제지하면서 일어섰다.

그러나 아진의 행동이 더욱 빨랐다.

허리띠가 풀리면서 채찍으로 변하더니, 쏜살같이 튀어 나가 장덕진의 팔을 휘감았다.

“뭐, 뭐 하자는 거야? 명진아, 이것들 뭐야?”

아진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더니, 장덕진의 소매를 걷었다.

-툭!

하트 8이 그려진 한 장이 바닥에 떨어졌다.

“자, 여기 사장님? 카드를 확인해보시겠어요? 아마 하트 8이 없을 거예요. 그게 스페이드 에이스가 두 장이 된 이유지요. 짱구 에이스는 처음 보는 카드긴 하지만요.”

“이, 이것들이 무슨 개수작이야! 이거 안 풀어? 뒈지고들 싶냐?”

장덕진이 팔에 감긴 채찍을 풀어내려 했지만, 자신의 힘으론 풀리지 않았다.

당기는 여자의 힘도 보통이 아니거니와 교묘하게 팔을 감고 있는 채찍도 특별했다.

자신의 말이 안 통하자, 허리를 숙여 발목에 숨겨 놓은 단검을 꺼내서 채찍을 끊으려 애썼다.

“오, 칼까지 챙겨왔네? 이거 따도 문제가 생겼겠구먼. 그럼 이건 어떨까?”

태월이 품속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꺼내 들고는 씩 웃는다.

“헉! 미, 미친!”

태월이 꺼내 든 건 권총이었다.

“아, 맞다 소음기를 안 달았네.”

다시 품속에 손을 넣더니 작은 통을 꺼내 총구에 장착한다.

“그 칼 안 내려놓으면 쏠 건데? 나 사격 솜씨가 형편없거든? 실수로 머리통을 날릴지도 몰라. 어이, 거기 아저씨? 의자에 가만있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려던 주오석은 뜨끔 하였다.

총구가 장덕진에서 자신에게로 향했기 때문이다.

“나, 난 이 일과 상관없소이다!”

“그래요? 그럼 조용히 있으쇼. 안 그럼 확 쏠 테니까! 동해 바닷물이 차긴 차던데 말이야. 그리고 내가 포커하면서 손장난을 치던가? 말을 해보세요. 내가 사기를 쳤소? 아니면 정당하게 했소? 억울하오?”

태월이 권총을 겨눈 상태서 한 발짝 다가서며 주오석에게 다가갔다.

“저, 정당했소이다. 놀음이란 건 잃기도 하고 따기도 하는 거 아니겠소이까!”

태월에게 밉보였다간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 느꼈다.

수십억 자산에 총까지 버젓이 들고 다니는 자가 뒷배경이 없을 수 없었다.

“오, 그렇다는데? 장 사장 생각은 어떻소?”

-똑똑!

문밖에 있던 황병식이 급히 들어오며 장 사장을 찾았다.

“사, 사장님! 서울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황소파라 하는데, 일단 받아 보세요.”

황병식은 무선 전화기를 장명진에게 건넸다.

“네, 장명진입니다. 아, 네, 네, 알고 있습니다. 곧 내려오신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으며 통화를 간단히 끝낸 장명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인간관계를 떠나서 지금 눈앞에 보이는 걸로는 젊은 사장님의 포커 게임은 정당했소. 오늘의 승자는 그대요!”

“명, 명진아!”

“형님? 상황 파악이 안 됩니까? 저 젊은 사장님의 뒤를 봐주는 곳이 황소파예요! 잘 모르시죠? 서울의 70%를 차지한 조직입니다. 곧 서울이 통합된다고 합니다. 거기 보스에게서 온 전화입니다!”

“그, 그게 무슨….”

“그리고 형님이 사기를 치려다 진 것일 뿐, 저 젊은 사장님은 정당한 게 맞잖아요. 이런 장난도 사람 봐가며 해야지요.”

“야! 네가 소개해준 거잖아.”

“나도 몰랐다니까요. 그리고 같이 죽어야 하나요? 나도 좀 삽시다.”

“아, 이것들이 짜고 날 함정에 빠뜨리려고 한 거였네? 이것들 대화 다 녹취되었지?”

“네, 오빠!”

번거롭게 하지 않고 소생의 절차를 밟아도 되지만, 주오석이란 자는 일반인에 가까운 영혼의 색을 가지고 있었다.

장덕진도 부담되는 판에 주오석까지 처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봐! 당신 원래 원금이 얼마야? 조사하면 다 나와!”

“오, 오억입니다.”

“그럼 개평으로 절반을 줄까?”

“가, 감사합니다!”

“그럼 이리 와서 녹음기에 대고 증언을 남겨! 싫으면 말고!”

“하, 하겠습니다.”

“이, 이 배신자!”

주오석의 말에 장덕진이 눈을 부라리며 삿대질을 해댔다.

“시끄러워! 너랑 내가 언제부터 의리를 지켰다고! 너 때문에 내가 그 일로 악몽을 쭉 꿨어! 그리고서 네가 해준 게 뭐 있냐? 내가 오늘 잃은 5억 네가 보상해줄 돈이나 있냐?”

“있어, 아직 4억이 있어!”

주오석이 말한 그 일이란 건 정은희와 관계된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덕진이 이젠 거의 알거지가 된 걸 알기에 주오석은 굳이 그의 편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장덕진에게 남은 재산이 원래는 땅 판 거 외에도 5억쯤은 남아 있어야 했다.

그러나 장명진에게 수고비로 1억을 던져줬으니 4억은 있는 것이다.

뭐 땅 판 것에 대해 세금도 내야 하지만, 그의 머릿속엔 그런 게 남아 있을 리 없다.

“오, 아직 4억이 더 있단 말이지? 그럼 기회를 줄까? 자신 있는 놀음은 뭐지?”

“섯다다!”

“섯다가 뭐지요?”

카드로 뭘 할 거로 생각하던 태월은, 장덕진의 말에 눈을 껌뻑이며 장명진을 쳐다봤다.

장명진은 황병식에게 화투를 가져오게 한 후 하나씩 펼치며 설명을 했다.

“에이, 이거 간단하네? 하여간 족보를 높은 걸 가지면 이긴단 거잖아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2장 가지고 합시다. 그런데 이번에도 손장난하면 바로 잘라 버릴 거야. 내가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화끈했던 사람이라고! 난 패를 안 보고 지르던 사람이야!”

구라를 치며 장덕진에게 슬쩍 미끼를 던지는 태월이다.

장덕진은 결국 자신의 통장을 장명진에게 맡기고 그걸로 4억을 빌렸다.

날아간 돈만 20억인데, 그 돈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시건방지게 패도 안 보고 한다고 하니, 내가 따는 건 당연하겠지. 본전만 찾고 나면 그만둬야겠다. 바로 부산으로 떠야겠다.’

“주 사장이라고 하셨나? 당신도 할 거요?”

“나, 난 안 하겠소. 내게 오늘은 더 행운이 없을 거 같소.”

“뭐, 그럼 당신은 지켜보면서 이 게임도 증인 서시오.”

태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주오석은 놀음판 좌석에서 물러났다.

“아, 잠깐? 당신이 패를 돌리는 거 어떻겠소? 아가씨들이 아까부터 떨고 있어서 말이야.”

태월의 말대로 같이 착석했던 이지현과 최윤희가 분위기로 인해 경직된 상태였다.

“아, 알았소이다. 그 정도야 뭐 문제가 없지요. 공평하게 돌리겠소!”

개평 생각에 호기롭게 나서는 주오석이다.

그 사이 장덕진은 화투패를 세밀하게 살피고 있었다.

이젠 장명진도 믿을 수 없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화투패에는 장난을 친 흔적이 없었다.

그리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양쪽 다 테이블 중앙에 천만 원씩을 냈다.

첫 패가 돌아갔다.

태월이 천만 원을 다시 밀자, 장덕진은 콜을 외치며 그 금액만 낸다.

한 장이 더 돌았다.

‘음, 삼과 사 일곱 끗이네. 애매하군. 저 자식 진짜 패를 안 보고 하네. 웃기는 놈이군.’

장덕진이 혼자 생각에 잠시 잠긴 사이에 태월이 배팅했다.

“천!”

태월은 별생각 없이 1천을 외쳤다.

“천에 천 더!”

“오, 좀 잡았나 보네? 그럼 따당! 천에 이천 더!”

‘아, 이놈은 돈 자랑이네? 아, 이거 총알이 달리니 불리하군. 에라이.’

“콜!”

콜을 외친 장덕진이 패를 폈다.

“오? 일곱 끗이라. 난 뭘까요?”

태월이 자신의 패를 뒤집자 여섯 끗이 나왔다.

오와 일로 이뤄진 화투패였다.

“이런, 졌군.”

‘하핫, 한 방에 오천을 먹었군. 진짜 막지르는 타입이네.’

장덕진은 다음 판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오천을 또 땄다.

그렇게 몇 판이 더 돌아가자, 자금이 총 9억이 된 장덕진이다.

이번에도 첫 패가 돌았는데 태월은 여전히 같은 방식이었다.

두 장을 다 돌아가자 태월은 코를 실룩였다.

아루가 보내온 텔레파시로 자신의 패와 상대의 패를 알게 되었다.

‘3월 광과 9 열끗, 이게 족보 중에 땡잡이라고 했었지? 저놈이 잡은 게 8땡이란 거고. 큭, 이거 재밌네.’

태월은 천만 원 묶음 하나를 밀었다.

“천!”

장명진은 자신의 패를 가만히 바닥에 내려놓고는 덤덤히 돈을 밀었다.

“따당!”

“호, 또 뭘 잡으셨나 봐? 나야 안 보이지만, 라스베이거스의 사나이답게! 난 럭키가이라니까! 하프!”

‘럭키가이 좋아하네. 장님 문고리겠지.’

장덕진은 태월의 허풍에 코웃음을 쳤다.

“후훗, 하프가 최대는 아니지요. 하프 받고 풀로 갑니다!”

벌써 2억 가까이가 되었다.

“우와! 뭘 잡으셨길래? 그럼, 거기에 따당!”

배팅 무제한 룰에 따라 둘은 이 판에 끝장낼 태세였다.

“이게 전부요!”

“하하! 오케이!”

장덕진이 가진 걸 다 올린 만큼, 태월도 같은 액수를 맞춰 올렸다.

총 18억이란 금액이다.

“이 판을 끝으로 난 그만할 거요.”

“뭐, 이번 판 잃으면 돈도 없는데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너무 자신만만하군요? 자신의 패도 안 보였으면서. 자, 난 8 땡이오!”

“헉! 우와, 굉장히 높은 족보네. 간 떨려라.”

“그쪽 패를 오픈해주시오!”

태월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패 한 장을 뒤집었다.

삼광이었다.

“하하, 어쩌나? 삼땡이 나와도 내가 이기겠네요? 팔광은 내 패에 있으니, 삼팔 광땡은 아닐 거고. 이건 뭐 안 까도 되지만, 그래도 규칙이니 나머지도 오픈해주시오!”

장덕진의 말에 패를 돌렸던 주오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보기에도 장덕진의 승리다.

“에이, 김새게 뭘 설명까지! 그런데 내가 럭키가이라니까 안 믿네!”

태월이 두 번째 패를 뒤집자 멧돼지가 나타났다.

“하하하! 망통이잖아!”

장덕주는 입이 옆으로 최대한 벌어지며 흥분해 있었다.

그런데 주오석의 눈이 커지더니 화투패를 가리키며 입을 더듬거렸다.

“땡, 땡잡이…. 땡잡이잖아!”

신이 나 판돈을 쓸어 담으려던 장덕진의 손이 순간 멈췄다.

“뭐?”

“하하하, 맞다 맞아! 이게 땡잡이였어. 그럼 내가 이긴 거네? 어이? 거기 손 치우지?”

태월은 다른 자루를 꺼내 그걸 통째로 쓸어 담았다.

담기고 있는 돈다발을 망연히 쳐다보던 장덕진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사이 주오석은 이번 일에 대해 증인을 섰고, 녹음기는 열심히 제 할 일을 해냈다.

“자, 여기 딱 절반인 2억 5천이오. 에 그리고 기분인데 패 돌린 값으로 천만 원은 보너스요.”

총 2억6천을 챙겨주자, 고개까지 숙이는 주오석이다.

“감사하오. 내 놀음판에 자주 들락댔지만, 이렇게 많은 개평은 처음이오!”

“그리고 아가씨들은 오늘 일을 잊으세요. 여기 각자 백만 원씩 받으세요. 오늘 마음 졸인 값이에요.”

“가, 감사합니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에, 그럼 우린 이만 가겠소. 인연이 있다면 또 보겠지요.”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고 있는 장덕진을 나두고 태월 일행은 그곳을 빠져나왔다.

정신 충격이 큰 것인지, 개평 달라는 소리도 안 하고 반쯤은 정신이 나가 있었다.

“어떻게 되었나요?”

“반쯤 맛이 갔지요. 제정신 돌아오려면 며칠 걸릴 거요.”

“그럼 차라리 잘되었네요! 감옥에 넣는 것도 사치예요. 제가 나서 볼게요! 며칠만 시간을 주세요.”

“네? 뭘 하시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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