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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63화 (163/250)

163화. 짱구 에이스 스페이드

장덕진은 기분이 좋았다.

땅도 제값에 팔고 호구까지 덤으로 생겼으니, 지금은 부산으로 갈 생각을 접었다.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데 지금쯤은 단골 횟집에서 식사하고 커피 마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 실시간으로 그걸 다 알아?”

“후훗, 감시를 하나 붙여놨지요.”

“너희 가게에서 요즘도 치나?”

“뭐 단골들은 종종 와서 치기도 하죠.”

“그거 빨리 판 짤 수 있겠어?”

“글쎄요. 빨리 짜려면 오늘은 힘든데.”

“에이, 그러면 내 친구 오석이를 넣어서 셋이서 치면 되잖아.”

장덕진의 친구 중에 한량 주오석이란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태월과 짠 작전에 그의 이름도 예상했었다.

“오석이 형은 저랑 그리 친분이 없는데요?”

“그랬나? 그럼 내가 연락할 테니, 넌 그 호구만 오게 해봐.”

“그럼 우연인 척하고 그 횟집 근처에서 마주치도록 할게요. 제 몫도 나중에 챙겨주세요.”

“하하, 내가 언제 그런 걸로 네 걸 떼어먹던? 시간 잡으면 바로 연락해!”

장덕진과 헤어진 장명진은 태월에게 연락을 넣어 두 시간 후 가게에서 보기로 했다.

태월은 이번 일을 통해 장덕진의 재산을 탈탈 털 생각이다.

그래야 뒤를 봐줬던 배경도 더는 그를 돕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을 이어준 이가 주오석이다.

장명진에게 들은 장덕진의 배경은, 오로지 뒷돈으로 맺어진 관계란 게 이 일의 요지였다.

“그 검사 놈도 쳐내고 싶지만, 그러자면 너무 길어진단 말이지. 증거 자체도 애매하고.”

장덕진의 뒤를 봐준 검사가 두 달 전쯤에 다른 곳으로 전출 간 상태였다.

“그냥 없앤 후 소생시켜 자백하게 하면 간단한 거 아냐?”

“정화된 영혼인데 좀 그렇잖아. 그런 식으로 하면 나에게 업보가 누적돼버려서 안 돼.”

이런 일에 대해 노스님과 나눴던 이야기가 있었고 그로 인해 생기는 업보에 대해도 들었다.

“그럼, 아진하고 나만 가면 되겠네. 아샤는 아리랑이랑 놀면 되고.”

“에이, 내가 가고 싶었는데.”

“넌 이 동네에선 외쿡인이라 화장해도 너무 눈에 띄어.”

아루의 장난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사실이었다.

서울이라면 몰라도 이곳에선 아진보다 과하게 시선이 몰렸다.

아루의 말에 태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전에 이야기된 대로 해. 시간 다 되어가니 이제 가보자.”

태월은 변신 가면을 꺼내 30대 후반의 낯선 남자로 변했다.

변신 스카프는 아진이 둘렀고, 아루는 정령 본체로 돌아왔다.

아진은 화장을 통해 20대 후반의 여자로 보이게 하였고, 옷은 왼쪽 옆트임이 있는 베이지색 미니 오피스룩 복장이 되었다.

평소와 다른 꽤 도발적인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여름 정장을 입은 태월은 아진을 데리고 바이킹으로 들어갔다.

“손님! 어서 오십시오. 어?”

낯선 웨이터가 인사를 건네다 말고 아진의 얼굴을 보고 놀라고 있다.

그 뒤로 장명진이 모습을 보였다.

둘이 변신한 상태긴 하지만, 혹여나 아진을 유추해 낼까 봐 황병식을 오늘 하루 쉬게 한 장명진이다.

태월의 손에 들린 배낭 가방을 보고 정체를 확인한 장명진이 입을 열었다.

“하하, 제시간에 오셨군요. 이리로 오십시오.”

장명진이 그 둘을 VIP 2번 방으로 안내하며 직원을 발로 툭 찼다.

아진의 미모에 잠시 멍해 있던 웨이터가 후다닥 움직인다.

태월이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기다리고 있던 두 남자가 살짝 고개만 까닥인다.

그 뒤로 따라오는 아진의 모습에 눈들이 커졌다.

“자자, 이리로 앉으세요. 이쪽은 이 동네 유지분들이고, 이분은 서울서 휴양차 내려온 분이시고요.”

“오, 눈에 확 띄는 분이시군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장덕진이 하려는 말을 끊으며 자리에 앉는 태월이다.

“굳이 이런 데서 통성명은 필요 없잖아요?”

“하하, 뭐 그렇긴 하지요. 젊은 분이라 개성이 강하시구먼.”

주오석이 중간에 나서며 어색해질 분위기를 막았다.

사전에 여자를 데리고 온다는 이야기도 들었기에 아진의 출현에 태클은 없었다.

오히려 태월의 오른쪽에 앉은 아진의 외모에 살짝들 흥분해 있었다.

“장 사장! 우리 파트너도 들여보내!”

사전에 이야기가 된 부분이기에 장명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었다.

웨이터가 그사이에 내정된 여자 둘을 데리고 들어왔다.

“지현이는 여기 장 사장님 옆에 앉고, 윤희는 이쪽 주 사장님 옆자리야.”

“안녕하세요. 이지현입니다.”

“처음 뵙네요? 최윤희입니다.”

“역시 장 사장은 우리 취향을 딱 안다니까! 아가씨들이 많이 바꼈네.”

자신의 파트너가 마음에 드는지, 여자의 등 뒤로 팔을 두르며 힙을 툭툭 치는 주오석이다.

장덕진의 손은 벌써 파트너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고.

어찌 보면 여색이나 밝히는 한량들 같지만, 눈빛은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 쪽이었다.

“자자, 뭐 술 마시러 온 것도 아니잖습니까? 이제 본 게임으로 들어갈까요?”

태월은 배낭에서 돈을 꺼내 옆에 쌓아두었다.

그런데 전부 다발이고 일부는 수표들이다.

“오, 젊은 사업가께서 배포가 크군요. 그게 얼마나 되는 겁니까?”

“뭐, 푼돈이죠. 5억쯤 되겠네요.”

“그럼 그게 전부인 거죠?”

“푼돈 두 개 정도는 더 있지요. 전화하면 바로 가져올 겁니다. 그런데 제가 이거 잃을 일이 있을까요? 두 노땅 분들은 얼마나 가져오셨죠?”

“흠흠, 노땅이라니...”

“하하, 뭐 우리도 그쯤 준비해놨지요.”

태월이 15억 정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 장덕진과 주오석이다.

자신들도 가방을 열어 보여준다.

땅 판 돈 20억에서 5억을 주오석에게 총알 용도로 넘긴 장덕진이다.

주오석은 자기 돈 5억까지 합쳐 10억을 만든 셈이다.

장명진이 웨이터가 가져온 카드 세 벌을 테이블에 나란히 내려놓았다.

“카드를 보시고 확인해주세요.”

태월이 슬쩍 살펴본 바로는 카드에 장난을 치진 않고 있었다.

그래도 어디서 들은 풍월이 있는 것처럼, 태월은 조명에 카드의 뒷면도 비춰보고 호들갑도 떨었다.

“오, 혹시나 했는데 타짜들이 쓴다는 공장목은 아니군요. 세 개 다 문제없네요.”

“의심을 없애기 위해 오늘 파트너들이 패를 돌리도록 했잖아요? 선부터 고릅시다.”

장명진의 말대로 여자 파트너들은 포커를 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잘 치는 건 아니지만 룰 정도는 아는 것이다.

선은 주오석이 잡았고 그의 파트너가 패를 돌렸다.

“하하하, 첫판은 제가 먹었군요.”

장덕진이 킹 투페어를 보여주더니 테이블에 있는 돈을 가져갔다.

첫판 정도는 간 보기라서 그리 액수가 크진 않았다.

태월도 딸랑 30만 원 정도만 날렸을 뿐이다.

그 후 스무 판 정도가 더 돌아가자, 그때부터 판돈이 커지기 시작했다.

“거기 장 사장님? 카드 혹시 한 장 더 가지고 있는 건 아니죠?”

“아, 아니오. 무슨 의심이 아까부터 그리 많소?”

속임수를 쓰려고 할 때마다 태월이 딴지를 걸어대니 미칠 지경인 장덕진과 주오석이다.

태월은 벌써 절반 가까이 따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선 수상한 몸짓만 해도 팔을 잘랐어요!”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멘트도 던지는 태월이다.

“오빠? 그때 발가락을 잘랐다 하지 않았나요?”

태월에게 바짝 붙어 입술을 달싹이던 아진이 귀를 깨물었다.

“맞, 맞다. 도망 못 가게 그걸 잘랐지.”

아샤가 배낭에서 소형 작두를 하나 꺼내 놓았다.

그리고 몇 번 자르는 연습을 해본다.

“젊은 사업가 양반? 지금 뭐 하자는 거요?”

주오석이 처음으로 인상을 찡그리며 태월을 쳐다봤다.

“거봐! 꼰대가 화를 내잖아. 얼른 집어넣어. 저분 무좀이 있어서 발이 가려운 거야.”

태월의 말에 뜨끔해진 주오석이다.

신발 속에 카드를 몇 장 가지고 있던지라, 그걸 다시 쓰려 했었던 터다.

한 번 성공해서 그 판을 먹었을 땐, 태월은 이미 다이를 외쳤던 판이다.

같은 동료인 장덕진의 돈만 받아낸 꼴이다.

‘아니, 진짜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건가? 우연치고는 너무 반복되는데?’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태월에게 그 둘은 큰 판을 해보지도 못하고 점점 잃어만 갔다.

진짜 좋은 패가 나와서 질러댈 땐, 이상하게도 다이를 외치는 상대였다.

‘아, 진짜 감질나서 못해 먹겠네. 그리고 이년은 왜 이따위 패만 나에게 주는 거야.’

장덕진도 답답해져서 짜증이 나 있었다.

그리고 몇 판이 더 돌아가자, 장덕진의 눈이 반짝였다.

태월이 레이스를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 이 자식은 기껏해야 스트레이튼데? 내 패를 제대로 못 읽었군. 이 판에 끝내야겠어. 쩝, 그래도 절반밖에 못 따는 정도네. 남은 패에서 에이스가 안 들어오면, 슬쩍 바꾸면 되는 거고. 그런데 저 자식은 왜 패를 안 보는 거야? 이미 스트레이트 메이드? 그래 봤자지만.’

에이스 투 페어를 잡은 상태에서, 자신의 소매 속에 있는 패를 겹치면 풀하우스가 되는 상황이었다.

옆의 주오석에게 신호를 줘서 그도 레이스에 끼게 했다.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마지막 패가 돌았지만, 장덕진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태월은 히든카드도 보지 않고 있었다.

‘똥줄 타겠지? 난 이미 에이스 두 장 있거든? 너도 에이스 투 페어긴 하지만 뒷장이 나보단 약하지. 그리고 저놈은 킹 투 페어고.’

아루의 도움으로 보지 않고도 패를 다 알고 있었다.

태월은 속으로 피식거리며 장덕진을 대놓고 살피고 있다.

그래서 아직 패를 바꿀 기회를 못 잡는 상황인 그였다.

‘아, 저놈 왜 이리 빤히 보는 거야. 그런데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는 거 같기도 하네.’

태월의 옆에 있던 아진이 꼼지락거리자, 그 순간 태월의 고개가 잠시 그리로 돌아갔다.

-슥!

‘크크, 차패 성공이네.’

슬쩍 끝만 들춰보니 역시나 감춘 그대로 스페이드 에이스였다.

“자, 여기 남은 돈을 다 걸겠소! 5억이오.”

판돈은 이미 20억을 넘긴 상태였다.

주오석도 모자란 상태로 남은 걸 밀어 넣었다.

어차피 결정 난 승패에 분위기라도 내기 위해서다.

“난 2억6천뿐이오!”

“오? 뭐가 끝에 제대로들 들어오셨나 봐? 고생들 하셨는데, 콜 정도는 해드려야지? 콜!”

콜을 외치며 배낭에서 자루를 꺼냈다.

“오빠! 뭐 이딴 걸 들고 콜이야? 겨우 투 페어잖아!”

이미 게임 끝난 상황이기에 큰 문제는 아니지만, 태월이 아진에게 꿀밤을 준다.

“으이그, 그걸 말하면 김이 새잖아. 난 에이스 투 페어요! 처음부터 손에 두 장이 있었다오.”

테이블 위에 높여있던 패들을 뒤집었다.

패가 높은 건 아니었다.

주오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패를 접었다.

그러나 문제는 장덕진이다.

‘헉 저, 저 자식이 왜 에이스를 들고 있어. 같은 투 페어라면 저놈이 위너네? 에라이, 모르겠다. 네놈 게 가짜라고 우기면 어쩔 거야.’

“난! 에이스 풀하우스!”

“어? 뭐야? 저 카드는!”

자랑스럽게 펼친 다섯 장의 카드에 문제가 있었다.

“하하, 그 에이스는 또 뭐요? 새로 나온 조커인가? 조커 빼면 투 페어잖아. 아 싱거운 아저씨네.”

스페이드 에이스긴 한데 짱구가 스페이드를 감싼 채 그려져 있었다.

“이, 이게 뭐, 뭐지?”

잠시 멍한 상태로 있는 장덕진이다.

그 옆엔 주오석이 입을 쩍 벌리고 있다.

태월은 테이블 위에 놓인 돈들을 전부 끌어모아 미리 꺼내놨던 자루에 담는다.

“자,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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