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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62화 (162/250)

162화. 호구 찾는 장덕진

장명진은 곧바로 장덕진에게 연락을 취했다.

땅을 통째로 살 사람이 나타났다고 하니, 다음 날 아침 일찍 강릉으로 출발하겠다 한다.

“낼 저녁쯤이나 되어야 도착하겠네.”

“아닙니다. 오후 2시 정도면 여길 올 듯합니다. 꽤 일찍 출발할 겁니다.”

“황병식 저놈도 영혼을 바꿔버릴까? 잠들었어야 할 내가 안 자고 있으니, 이상하게 생각할 거 같은데?”

“저놈은 이 몸의 원주인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냥 여자나 밝히는 그런 악질 정도로 여기고 있죠. 제가 모시는 분의 아드님이 정체를 숨기고, 장난치러 왔다고 둘러대겠습니다. 제가 충분히 휘두를 수 있는 놈이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뭐, 그렇다면야 번거롭게 할 필요 없겠지. 그리고 창고에 있는 약통도 없애 버려! 이젠 당당하게 장사를 하도록 해.”

“허, 다 알고 계셨네요. 새사람이 되었으니 당연히 그래야죠.”

“그리고 그 몸의 주인이 망쳐놓은 인생들도 최대한 돌려놓도록 해.”

“알겠습니다. 보상도 적절하게 하겠습니다.”

“여기도 조폭들이 설치나?”

“어딘들 안 그렇겠습니까? 기억에 의하면 다른 곳보단 심하진 않지만, 관여가 되긴 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잠시 생각하더니, 전화를 들었다.

황소파의 황중호에게 거는 전화였다.

-띠리링! 띠링!

“안녕하셨습니까? 마스터!”

“그래, 잘 지내고 있어. 서울은 요즘 어찌 되고 있나?”

“한 곳을 더 쳤더니, 다른 곳에서 알아서 기어들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게 아니면 또 뭉치겠지요. 그래 봤자입니다.”

“호, 자신만만하군. 그건 그렇고 여긴 강릉인데, 혹시 여기서 연락이 오면 같은 식구이니 편의를 봐주도록 해. 장명진이라고 연락 올 거야.”

“네, 알겠습니다.”

태월은 전화를 끊고는 장명진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이름을 전화상에 올렸지만, 아직 영문을 모르는 그다.

“서울의 조폭들 상황은 알고 있나?”

“음, 기억으로는 대략은 알고 있습니다. 황소파가 지금 거의 서울을 먹어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거기의 보스가 황중호야. 황중호도 너처럼 영혼이 바뀐 자이니,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도록 해. 어쨌든 몸의 나이가 그 황중호가 더 많으니, 그에게는 존대하도록 하고.”

역시나 마스터구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혼자 감동에 젖는 장명진이다.

“당연합니다! 저보다 먼저 영혼이 자릴 잡았으니 의당 그래야지요. 또 한국이란 나라가 나이는 또 따지잖습니까?”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준 태월은 옆의 여자들을 정식으로 소개해줬다.

“여기는 아샤라고 부르고 이쪽은 아진이야. 아샤는 약혼녀고 아진은 그와 비슷한 가족이야.

그냥 아가씨라고 존칭하면 될 거야.”

말을 하고 나니 태월 자신도 웃긴다고 생각했다.

‘에구, 이쪽 세계의 술 따르는 여자를 아가씨라 부르기도 하잖아. 애매하지만 뭐 어쩌겠어.’

“아, 역시나 그랬군요. 두 분 아가씨를 봬서 영광입니다. 과거의 저는 잊어주십시오. 다른 존재입니다.”

“네 반가워요. 그리고 이쪽은 제 언니이니, 큰 아가씨라고 부르세요. 저는 작은 아가씨로 하면 되겠네요.”

“네! 작은 아가씨.”

호칭을 정리하고 나자, 태월은 술을 새로 들여오라고 시켰다.

또한 장명진도 밖으로 나가서 황병식에게 교육도 해야 했다.

방 밖으로 나온 장명진은 입구 쪽에서 기웃대는 황병식을 불렀다.

그리고는 혜진이라는 아가씨가 있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때까지도 성혜진은 그 방에 누워 멀뚱거리고 있었다.

“내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

“네?”

“무슨?”

과거와 너무 달라진 말투는 쓰지 말아야 하기에 머릿속 기억을 더듬는 장명진이다.

그런데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 그 당시 말투가 입에 착착 감겼다.

“뭘 놀래? 에구, 나도 놀라긴 했지만. 하여간 저 VIP 방에 있는 분이 내가 따로 모시는 분의 아드님이지. 앞으로 내가 모실 후계자기도 하고. 글쎄 날 시험하러 내려오신 거라더라. 이런 개망신이 다 있냐?”

“얼굴도 몰랐었습니까?”

“까마득하게 높은 분인데 내가 어찌 얼굴을 알겠어. 그동안 외국에 계셨던 분이니 더욱 내가 몰랐지. 하마터면 뒈질 뻔했어. 너 약 탄 것도 다 알더라.”

“헉!”

“조금 이따가 사죄드려라!”

“저, 저기, 사장님! 그건 사장님이 시키신 거 아닙니까?”

“뭘 자꾸 따져? 내가 사람 패라고 하면 시킨 사람만 나쁜 놈이겠냐? 직접 때린 사람도 벌 받지?”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야이, 짜식아. 도련님이 기분 좋을 때 사죄하는 게 장땡이야.”

“네넵.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분들, 아니 아가씨 두 분도 그분 가족들이셔. 깍듯이 모셔!”

“어? 가족인데 그렇게 막 만지나요?”

몸에 익은 행동이었는지, 앞으로 한발 나선 장명진이 황병식의 무릎을 걷어찬다.

-퍽!

“컥!”

“하, 이놈 참. 약혼자신데 만지면 어때? 당연한 거지!”

“둘 다 약혼자인가요?”

무릎을 쓰다듬으면서도 할 말 다 하는 황병식이다.

“에라이! 뭘 그리 따져! 하라면 하지!”

-퍽! 퍽! 컥! 컥!

양쪽 무릎을 차버리고 나자, 그제야 껑충껑충 뛰며 입을 다무는 웨이터 황병식이다.

“혜진이는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 없어?”

“왜, 빚이라도 까 주시게요?”

“그래 빚을 까주면 돌아갈래?”

“이 세계에 벌써 5년인데, 몸 다 버리고 가봤자 뭘 하겠어요. 그냥 빚 까주시면, 열심히 일해서 돈이나 모을래요.”

무릎을 만지며 고통을 달래고 있던 황병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이 인간이 갑자기 왜 그러지? 혜진이 빚을 이용해 쭉 잡아두던 인간이! 어디서 약이라도 처먹었나?’

장명진을 이상하게 쳐다보던 황병식은 고개 돌린 그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황병식을 보며 피식 웃는 장명진이다.

“야! 너 무슨 생각하는지 얼굴에 다 보인다. 도련님께서 큰물에 놀게 해주겠다고 해서, 작은 것에 이제 연연 안 하기로 했다. 아 참, 내가 약속했었지?”

장명진은 지갑을 꺼내 20만 원을 빼내 들었다.

“자! 20! 이거면 된다고 했지?”

“네, 넵! 맞습니다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혹여 마음이 바뀌어 다시 가져갈세라 잽싸게 돈을 받는 황병식이다.

“그리고 이제 그 약병을 없애라. 도련님의 명이시다.”

“알겠습니다. 암요 그래야지요. 전 이제 사장님의 딸랑이입니다요. 딸랑딸랑!”

돈 20만 원에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이자, 한 번 더 헛웃음을 뱉는 장명진이다.

황병식은 무릎까지 꿇고 사죄를 했다.

그 덕분에 태월에게 10만 원이나 되는 팁까지 받게 되자, 입이 벌어져 싱글벙글한다.

그런 해프닝이 지나가고 술자리도 끝이 났다.

***

다음 날 아침을 함께하며 장덕진을 위한 판을 짜기 시작했다.

“일단은 돈을 지불하고 땅을 산 후에 그 돈으로 도박에 걸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긴 해. 도박으로 땅을 먹다간 나중에 뒤탈이 생기긴 하지.”

태월은 이 일로 서울에서 내려온 변호사를 이틀간 더 머무르게 했다.

그 덕에 휴가 겸해서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까지 부른 로버트 맥킨이다.

그는 식구들과 김상필을 데리고 바다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조민희가 휴가 차원에서 일주일을 준 것이다.

“마스터? 그런데 도박에 자신이 있으신가요? 말 그대로 도박 아닙니까?”

“필승의 패가 있거든. 즉 상대의 패를 내가 다 볼 수 있는 비기가 있어.”

“헐, 그거 하나면 평생 떵떵거리고 살겠습니다. 환상적인 거네요.”

“환상을 좇다간 쪽박 차! 도박처럼 말이야. 이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 제대로 살아야잖아.”

“명심하겠습니다.”

태월은 오전을 그렇게 보내고 점심 식사는 아진과 아샤 그리고 아루와 함께 보냈다.

당연히 아리랑도 함께였었고.

“뭐? 파리를 쓸 필요가 있어? 내가 해줄게.”

“맞아, 아루 언니가 파리보단 낫긴 해.”

“뭐? 야! 파리랑 나를 비교하냐?”

“어? 실수야. 아루 언니가 훠~얼씬 파리보단 천배 만배가 낫지!”

“음, 그 정도 차이면 뭐. 그런데 듣고 있자니 왠지 기분이….”

아샤와 아루의 만담을 들으며 횟집에 앉아 식사를 하는 중이다.

“우와, 이 많은 걸 전부 너희가 잡았다 이거지? 나도 현장에 있어야 했는데 에이 아깝다.”

“뭐 낼쯤 한 번 더 잡으면 되잖아요. 그쵸 오빠?”

“뭐, 여행 중이니 시간이야 넉넉하지.”

“오! 태월, 땡큐!”

“그런데 아리랑이 생선을 저렇게 잘 먹었나?”

바닥에 앉아 고양이답지 않게 썰어 놓은 회를 먹고 있는 아리랑이다.

“호호, 원래 생선을 통째로 뜯어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사람처럼 너무 교양있게 식사하네? 포크까지 쥐고 너무 웃기다.”

아샤의 말대로 지금 아리랑은 포크질로 회를 먹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손님들이 꽤 있었지만, 태월 일행이 먹는 장소는 별관의 방이었다.

그래서 주변의 시선에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조용히 식사하는 것이다.

평일이 아니었다면 이곳도 이 집 막내딸이나 그 친구들로 인해 정신없었겠지만.

가볍게 낮술까지 하는 일행은 지금을 즐겼다.

-똑똑!

“들어와요.”

노크 소리에 이어 방문이 열리며 장명진이 모습을 보였다.

“장덕진이 한 시간 후에 이곳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변호사는 아직인가요?”

“지금 연락하면 그 시간 내로 여길 올 거야. 부르도록 하지.”

태월은 로버트에게 전화를 걸어 서류를 챙겨오게 했다.

예정대로 장덕진이 도착했지만, 태월 일행은 그와 만나지 않았다.

모든 건 TW의 이름으로 로버트가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전액 일시불 조건으로 원래 조율금액에서 5%를 할인해 처리한 상태다.

또 하나의 땅이 태월에게 생겨났다.

“하하, 명진아 수고했다.”

“뭐, 우리가 남입니까?”

“하하, 그렇지. 암 암! 자 이거 고생한 수고비다. 5%쯤 될 거다.”

20억 정도에 거래되었으니 5%만 해도 1억이었다.

가방 하나를 명진에게 주는 장덕진이다.

“그런데 언제 내려갈 겁니까? 오랜만에 만났는데 회포도 푸셔야죠?”

“그래야 하는데 부산에서 해놓은 게 있어서 말이야.”

“아까 보니 밑천 딸려서 온 표정 같으시던데? 선수를 만난 거 아니에요?”

“아, 이상하게 자꾸 빨리더라고. 그래도 내가 잃은 게 벌써 5억이야. 본전은 찾아야 할 거 아냐!”

부산 내려갈 때 가지고 간 절반을 털어먹었단 소리였다.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난 게 있는데. 저희 손님으로 왔던 서울 호구가 하나 있어요. 끝장나는 여자 둘을 데리고 다니는데, 완전 기분파예요. 재미로 제가 포커를 두 시간 쳐줬는데, 천만 원이나 잃고도 제게 술을 사주더라고요.”

“응? 재벌 3세라도 되나?”

“정확히는 안 물어봤지만, 그 데리고 다니는 여자만 봐도 외국 배우는 저리 가라 거든요? 외국에서 사업체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고국에 온 김에 팍팍 기분 내는 거 같던데요.”

“현금은 좀 있나?”

“전화 한 통으로 천만 원을 바로 받는 거 보니, 동원 능력이 꽤 돼 보여요. 아, 글쎄 미국 라스베가스에 가서 100만 불을 잃은 걸, 별거 아닌 척 웃으면서 자랑으로 떠들 정도니.”

장명진의 말에 귀가 솔깃해지는 장덕진이다.

그리고 눈가에 번지는 웃음이 비열해 보였다.

“크크, 명진아, 그 호구 지금 어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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