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60화 (160/250)

160화. 살인자를 찾아서

태월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의 행동에 최석만은 착각을 하고 입을 뗀다.

“마음에 들어 하시는 걸 보니 다행이네요. 이곳은 가격이 계속 오르는 중이라서, 향후 가치로 보면 상당한 곳입니다. 이 땅을 밀어내고 콘도미니엄을 지으려고 김병석이 계획했던 곳이죠. 땅 크기만 해도 5천 평은 됩니다. 작년 시세로만 따져도 평당 20은 줘야 합니다. 개발되면 확 더 뛰는 거죠!”

땅 가격이 10억이란 소리였다.

개발될 상황이기에 최석만도 가게를 끝까지 팔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김병석을 이 정도 망하게 하면 되는 거겠지? 비록 그 달콤한 열매는 이들이 가져갔지만, 나도 이쯤에 만족해야지. 아마 내가 손댔다간 김병석 추종자들에게 내가 위험해졌겠지. 아이고 속이 다 시원하네.’

“저기 끝에 창고가 돼버린 건물은 원래 창고가 아니었죠?”

“네, 거기는 카페였습니다.”

“느낌상 인명사고가 있었던 거 같네요? 분위기가 묘합니다.”

“음, 그게...”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월은 차후에 그걸 다시 물어볼 요량으로 입을 닫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 상황 보니 변호사라도 있어야겠습니다.”

“아는 분이라도 있으신가요? 좀 거창한 분일수록 좋습니다만.”

태월은 전화기를 꺼내 조민희에게 걸었다.

간단히 상황 설명을 하였고 TW의 고문변호사를 헬기로 보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TW라면 한국 10대 대기업 중 서열 5위가 아닙니까? 그 정도면 이 일에 차고 넘치네요? 세 분이 그 회사와 연관된 분이신지는 몰랐습니다.”

“뭐, 그렇게 됐네요.”

경찰들이 이미 철수를 했지만, 이틀 정도는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

1시간 반 정도가 지나자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헬기가 공터에 내려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 저기 아루 언니가 내리네?”

아샤의 말대로 아루와 외국인으로 보이는 변호사가 헬기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 뒤를 건장한 사내 하나가 따라 내린다.

TW는 외국기업인 BATR와 RAON과 교류가 잦기에 국제 변호사도 몇 명 있는 상태였다.

“어, 진짜 저분이 변호사인가요?”

“네, 미국분이긴 하지만 변호사는 맞습니다.”

“이야, 딱 안성맞춤이네요.”

최석만은 자기가 했던 구라가 현실로 나타나자, 오히려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언니! 오느라 고생했어!”

“호호호, 나야 어머님에게 전화했더니 헬기가 뜬다길래 얼른 올라타고 왔지.”

아샤와 아진 그리고 아루가 서로 껴안고 부비부비 중이다.

아루를 본 최석만도 눈을 반짝였다.

‘이 사람 주변엔 저런 미인들만 있는 건가? 아유 부럽다.’

“태월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이번 일을 맡은 로버트 맥킨입니다.”

“수행을 맡은 김상필입니다.”

외국인 하나와 한국인 하나가 태월에게 인사를 건넸다.

“한국말이 유창하시네요?”

“하하, 제 와이프가 한국인이거든요. 한국에 온 지도 벌써 5년이나 되었고요.”

“통역할 필요가 없어서 좋네요. 최석만 사장님? 이분들에게 안내를 부탁합니다.”

“네, 저를 따라오십시오. 로버트 변호사님!”

이번 일에 대해 TW에 위임했기에 태월 일행이 지금부터 나설 일은 없었다.

횟집에서 아루가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수다를 떠는 걸 지켜보는 태월이다.

식사가 끝나고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까지 다 먹었을 무렵 로버트가 돌아왔다.

“저쪽 변호사가 딴지를 거는 게 그리 없어서 빠르게 끝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등기 완료를 해놓겠습니다.”

“계약서가 작성되었다면 문제가 생기진 않겠네요. 숙소는 아직 안 정하셨죠?”

“하하,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태월 이사님이야 외국에만 주로 계셨으니 모르시는 겁니다. 한국에서의 TW는 전국에 이런 정도의 숙박을 체인화시켰는걸요.”

이곳 강릉에도 TW와 연관된 업체가 있다는 소리였다.

태월이 공적인 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기에 굳이 알아보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그럼 이곳에서 식사하고 숙소로 돌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맛이 꽤 좋더라고요. 그런데 회는 좋아하시나요?”

“하하, 없어서 못 먹습니다. 제 와이프도 바닷가가 고향이라 자주 먹다 보니, 이젠 즐기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로버트와 헤어져 그 창고란 곳으로 향했다.

“오빠 말대로 귀신이 있긴 하네.”

태월이 처음 이 건물을 보았을 때 흐릿한 영혼 하나를 발견했었다.

일행 중 누구도 귀신에 대해선 거리낌이 없기에 함께 움직인 것이다.

“야, 거기 숨지 말고 이리로 나와봐. 널 도와주려는 거야.”

아루가 태월보다 앞서서 귀신의 숨은 곳 근처에서 말을 건 것이다.

맑은 영혼을 느꼈는지 그 귀신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여인이었다.

영혼의 빛은 일반인 평균보단 맑았다.

“흠,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천도를 하지 않고 머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정은희라고 해요. 일 년 전 이곳에서 카페를 했었어요. 경치가 좋아서 우연히 놀러 왔다가, 마음에 들어 눌러앉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건물을 얻어 가게를 열었고요. 처음에는 장사가 어느 정도는 되었네요. 그러다 질이 안 좋은 인간들에게 시달림을 받았어요.”

“어떤 시달림을?”

“자기 애인이 되라고 집요하게 찾아오더라고요. 거절했더니 장사를 방해했고요. 너무 힘들어서 다시 서울로 가려고 정리를 하던 중에, 밤에 성폭행을 당했어요. 깨어난 후 신고를 하려 하는데 저를 때리기 시작했어요. 잘못 맞은 건지, 몇 대 맞다가 테이블에 부딪혀 뇌진탕으로 끝난 거 같아요. 기절 상태서 죽은 거라 자세한 정황은 저도 잘 몰라요. 다만 죽은 후 저 위의 바위로 올려서 다시 떨어뜨렸어요.”

“허, 그럼 경찰 사인이 나왔겠네요?”

“쭉 지켜보니 처음엔 살인에 초점을 맞추다가, 나중엔 실족사로 처리하더라고요.”

“가족들은 어떻게 되었는데요?”

“가족이라고 해봤자 오빠 하나가 다예요. 부모님은 어릴 때 돌아가셨거든요.”

“오빠와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그게, 좀….”

“말해보세요. 인제 와서 감출 게 있나요?”

“네, 이곳에 내려오게 된 이유도 오빠 때문이거든요. 술만 취하면 저를 성폭행했어요.”

“친 오누이 아니었나요?”

“아빠만 같아요.”

배다른 여동생을 성폭행한 오빠가 그녀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노력했을 리 없었다.

“그 오빠란 놈이 이곳에 내려오긴 했었나 보죠?”

“네 근처에서 저를 죽였던 놈과 같이 지나가는 걸 보긴 했는데, 쫓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트라우마 때문이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여인에게서 아픔이 느껴졌다.

“오빠? 그놈들끼리 서로 합의 본 거 같은데?”

이야기를 같이 듣던 아샤가 흥분해있다.

“나도 그렇게 유추되긴 하네.”

태월이 그녀의 한을 풀어줘야 선한 영혼이 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거 해결해주자!”

“그래, 이 일이 우리의 여행보다 값진 일이지. 단순하게 그 두 놈만 관여된 게 아닌 거 같아.”

폭행의 흔적이 있음에도 실족사 처리한 걸 보면, 경찰이나 검찰 관계자와 이어졌을 가능성이 컸다.

“오빠는 오히려 쉽잖아? 그 두 놈 중 하나만 소생시키면 되잖아. 뭐 누굴 죽였다가 살리는 게 꺼림칙하겠지만 말이야. 악한 영혼을 가진 이를 제거하는 건 나쁘지 않잖아?”

아샤의 말대로 그런 영혼이라면 태월은 거리낌이 적었다.

타인의 목숨을 쉽게 빼앗는 영혼은 소멸하는 게 낫다고 여기는 태월이다.

비록 그에게 어떤 업이 쌓일지 모르겠지만.

아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정은희를 바라봤다.

“그 두 놈 중에 제일 확실히 밝히려면 당사자가 낫겠지요. 그놈은 누구인가요?”

“장덕진이라는 자인데 이 동네 유지 중 하나였어요. 최근에는 이 근처에 오지 않더라고요. 아는 거라곤 그게 다예요.”

이름이라도 알았으니 찾긴 어려울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 태월이다.

“일단 더 알아볼 테니 쉬도록 해요. 영혼이 조금 흥분한 상태네요.”

“네, 고맙습니다.”

그녀를 그곳에 두고 태월 일행은 최석만에게로 향했다.

같은 지역에 사니 혹여나 거처를 알까 싶어서다.

“장덕진요?”

“네, 혹시 아시는 분?”

“하하, 그놈은 김병석보다 두 배는 더 나쁜 놈이었어요. 그런데 그놈은 왜 찾으시는지?”

“뭐, 알아볼 게 있어서요. 지금 어디에 있나요?”

“반년 전에 부산 쪽으로 이사를 하였는데요?”

“혹시 주소 같은 건 알 수 있나요?”

잠시 기억을 들춰 꺼내던 최석만은 손뼉을 딱 쳤다.

“아! 그놈 사촌 동생 하나가 아직 이곳에 살고 있어요. 둘이 잘도 붙어 다니며 패악질 좀 했지요. 재산 정리를 할 때 떡고물도 좀 챙겼을 겁니다.”

“그 사람은 누구죠?”

“장명진이라고 시내에서 술집을 하고 있습니다. 가게 이름이 바이킹인데 룸살롱이죠. 약도를 그려 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아이고 뭘요. 이제 이웃사촌이 되셨는데.”

혼자 이곳에 태월을 전입시켜주는 최석만이다.

카운터로 들어가서 장부에서 빈 종이를 하나 찢더니 볼펜으로 쓱쓱 그려 가져온다.

“한눈에 쏙 들어오죠?”

절대 그럴 리가 없는 그림이다.

태월이 이곳 지리를 잘 모를뿐더러, 최석만은 그리는 솜씨가 형편없었다.

“제가 이 동네를 잘 모르잖아요? 설명도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 맞다. 그 생각을 못 했네요.”

그래도 성의를 다해 설명해 준 덕에 대략의 위치는 파악하게 되었다.

“아 아직 횟감이 수족관에 많이 남았습니다. 낼 아침에도 들르세요. 며칠은 드실 수 있을 겁니다.”

“그냥 내일 저녁까지만 먹도록 하죠.”

“어, 그럼 너무 많이 남는데요?”

“이제 이웃사촌 아닙니까? 남으면 나눠 먹어야죠.”

“하하, 그렇죠. 이제 이웃사촌이지요.”

태월은 아루에게 아리랑을 맡긴 후, 아진과 아샤만 데리고 약도에 그려진 곳으로 이동했다.

의외로 택시 기사에게 바이킹이란 이름만 대니, 바로 알아듣고는 그곳에 데려다줬다.

“에이, 이 약도 필요도 없었잖아.”

“하하, 그러게 괜히 시간만 소비했네.”

태월은 주변의 골목으로 들어가 살피더니 파리 두 마리를 잡아 왔다.

그리고 파리를 숨지게 한 후 소생시켜 시각 공유를 시켰다.

경험이 있어서인지 어지러운 건 덜했다.

파리들을 옷 속에 붙인 후 바이킹이라고 쓰여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어?”

지하 계단 아래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웨이터가 인사를 하더니 눈을 깜빡거렸다.

태월의 양옆에 있는 여자들의 미모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곳에 여자를 데리고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왜요? 여자 손님은 안 받나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양주 두어 병 정도 마시려고 온 건데. 그냥 나갈까요?”

“아, 아닙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양주를 한 병도 아니고 여러 병 팔아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VIP2라고 쓰여진 룸으로 안내한 웨이터는 메뉴판을 가지고 들어왔다.

지역주민에게 보여주는 메뉴판이 아니라, 뜨내기 호구들에게나 쓰는 거품 낀 메뉴판이었다.

태월은 한량처럼 보이기 위해, 벌써 아진과 아사의 뽀얀 허벅지를 만지는 중이다.

“여기 사장은 자리에 없나? 여자 둘이나 끼고 들어와서 미안해서 말이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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