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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57화 (157/250)

157화. 해변의 작은 소동

아진과 아샤는 어망을 들고는 바닷속으로 입수했다.

그리고 5분마다 한 번씩 물 밖으로 나오는데, 권재희는 상당히 놀랐다.

장비 없이 잠수하는 제주 해녀들도, 중군과 하군은 1~2분 남짓이고 상군 정도가 되어야 3분이다.

그것도 폐활량이 유전적으로 발달한 일부에 한해서다.

그런데 이 미모의 아가씨들이 5분이라니 권재희가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이 여자들 대체 뭐야? 인간 같지 않은 외모에 이런 기록을? 혹시 전설의 인어 후손쯤 되는 거 아닐까? 그리고 어망은 왜 이리 많은 거야?’

태월이 미리 꺼내 놓은 어망은 10개나 되었다.

한 번 어망을 채울 때마다 그걸 위로 올려, 보트의 양쪽 끝에 매달아 놓았다.

전복, 해삼, 멍게, 문어 등등.

태월이 고기를 잡는 중이기에 그녀들은 해산물 채취만 하는 중이다.

“아 그만 던져요. 이제 넣을 데도 없단 말이에요.”

“하하, 그러죠.”

“그런데 이 보트 어디서 사신 거예요? 이런 굉장한 보트는 처음 보는데.”

“미국에서 스쿠버 다이빙 교육받을 때, 미군용으로 제작된 걸 운이 좋아 사게 되었습니다.”

“자, 자격증도 땄나요?”

“그럼요. 저희 셋 다 합격했습니다.”

태월의 말에 살짝 기가 죽은 권재희는 유심히 보트를 더 관찰해보았다.

‘이 변태는 노는 것도 월드클래스네. 어쩐지 물질 잘한다 했더니 미국에서 교육받고 왔던 거네. 그럼 이 여자들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여배우들인가 보네. 이 자식 운이 좋아 여배우를 단단히 물었구나.’

혼자 착각하고 있는 권재희다.

보트 위의 권재희는 태월이 던진 물고기를 어망에 담느라 바빴었다.

물고기 어망의 크기도 상당해서, 60cm 이상의 물고기가 열 마리 정도가 들어갔다.

23마리나 잡은 후에야 태월의 손낚시는 끝이 난 것이다.

“짠! 우리도 끝!”

“호호호, 이거 너무 재밌어!”

아진과 아샤의 중간 쉬는 시간까지 해서 한 시간에 걸친 채취작업도 끝이 났다.

“해녀들이 오히려 상대가 안 되겠어요. 전문 해녀들도 하루 8시간은 꼬박 물질하는데, 그래도 이것의 반도 못 잡을걸요? 그런데 1시간이라니?”

“호호, 우리가 물질을 좀 해요.”

아샤가 가까이 다가와서 말을 하자, 권재희는 괜히 눈을 다른 데로 돌렸다.

알몸 상태의 그녀를 보면 같은 이성인데도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기 때문이다.

‘이 여자들이랑 있으면 내가 이상해질 거 같아. 빨리 돌아가야겠어.’

태월이 보트에서 마무리하고 있자, 권재희는 몇 장의 사진을 찍은 뒤 자신의 보트로 넘어갔다.

“오늘 일이 다 끝난 거죠?”

“그럼요. 더 이상의 어망도 없잖아요.”

태월의 말에 기가 막힌 권재희는 태월을 흘겼다.

‘아니, 그럼 어망이 있었다면 아예 싹쓸이하려 한 건가?’

태월은 그녀의 표정이 재미있어서 놀려주고 있다.

“그리고 세 시간을 계약했지만, 한 시간이었으니 2만 원만 주시면 돼요.”

“싫은데요? 5만 원 드릴 거예요. 우리가 워낙 일을 잘해서 빨리 끝낸 거니 저희 탓이죠. 이건 고용인의 권리 아니겠습니까?”

고용인이 굳이 그렇다는데, 권재희도 더 오기를 부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돌아가다 보면 다른 배들과 마주칠 수 있어요. 알몸 가족들 이미지도 있을 테니, 이제 옷 입혀주시죠?”

“그렇게 하죠.”

태월이 배낭 속에서 옷을 꺼내 아진과 아샤에게 준다.

자신들도 이젠 입어야 하는 걸 알기에, 주는 대로 입고 있는 두 여자다.

“어? 속옷은 안 주나요?”

“둘은 원래 그런 거 잘 안 입어요.”

태월의 말에 아진과 아샤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별 반응이 없는 반면, 권재희만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잡은 해산물은 제가 사진으로 찍었으니, 떳떳하게 드셔도 돼요.”

“하핫, 감사합니다. 이따가 시간 되면 오세요. 초대합니다.”

“시, 싫어요.”

“어? 초대인데요? 이유라도 있나요?”

“그, 그냥요.”

태월은 어깨를 으쓱여 알았다는 제스처를 내보였고, 권재희가 오히려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보냈다.

‘저 여자들이 옷을 입고 있어도 머릿속에서 벗은 모습이 떠오르잖아. 아, 나 이거 문제 생기는 거 아닐까?’

잠시간 자신의 성 정체성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해보는 권재희다.

“자, 이제 끝났으니 저를 따라오세요.”

“네, 먼저 출발하세요.”

태월의 보트는 권재희의 보트를 따라 바다를 가르며 나갔다.

해변에 도착한 태월의 보트로 구경꾼들이 밀려왔다.

아직 해수욕장이 개장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관광객들이 꽤 있는 시기였다.

그 군중들 속에는 어민들의 가족도 끼어있었다.

“재희야! 정말 저 둘이서 이 많은 걸 잡았다고? 이 동네 제일이라는 은희네보다 더하잖아?”

“어휴, 저도 직접 보긴 했지만, 안 믿어지는걸요. 이분들은 이걸 한 시간 만에 채취한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아진과 아샤는 챙이 넓은 모자를 써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때 다른 남자 하나가 나오더니 태월이 들고 내리는 어망을 갸웃거리며 본다.

“고기를 보니 낚시로 한 건 아니네? 그물을 써서 잡은 건가? 이건 좀 곤란한데?”

슬쩍 시비를 걸려는 목적으로 말을 꺼내는 중년 사내였다.

“최 씨 아저씨? 제가 감시인으로 참여했거든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봐봐! 낚시로 잡은 게 아니잖아. 고기들 입이 말짱하구먼.”

“비늘도 하나 안 벗겨지고 그물로 그게 가능할까요?”

자신이 감시인 알바를 했건만, 의심을 하고 있는 그 사내가 얄미워진 권재희는 역으로 의문을 제시했다.

“그, 그것도 그렇긴 한데…. 그럼 어떻게?”

“손으로 잡아채서 올린 거예요.”

구경꾼들도 둘의 대화를 듣고는 웅성거렸다.

“헐, 이 많은 걸?”

“우와와, 장난 아니네! 미쳤어!”

“와, 그게 가능하다고? 민물이라면 몰라도 여긴 바다인데?”

“미국에서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세 분이 전부 땄더라고요.”

또다시 들려오는 권재희의 말에 최 씨라는 그 사내가 입을 쩍 벌린다.

“헐, 미국에선 손으로 잡는 법까지 가르치나 보네. 나, 나도 그걸 배울 수 있을까? 수, 수업료는 내겠네.”

그 중년 사내의 반짝이는 눈길을 받은 태월은 난처해하다가 답을 해줬다.

“물론이죠. 저도 배우는 데 3년 걸렸습니다. 3년간 수업료면….”

“헙, 다, 다음에 배우도록 하지.”

앞으로 내디딘 발을 재빨리 두 걸음이나 뒤로 물리는 중년 사내 최 씨였다.

그런데 그 옆에 있던 7살쯤 된 꼬마 여자아이가 아진에게 뛰어들었다.

“우와! 이 고양이 이름이 뭐예요? 너무 예뻐요. 만져봐도 되나요?”

달려온 속도만큼이나 말도 속사포였다.

그 바람에 살짝 놀라 아리랑을 보호하려 고개를 숙인 아진의 모자가 벗겨졌다.

“우와와! 언니? 너, 너무 예뻐요!”

만지려고 덤벼들던 꼬마의 손이 아진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도 한곳으로 쏠리게 돼버렸고.

“우와와!”

“헐, 연예인인가 보네? 그런데 저런 얼굴은 처음 보는데?”

“와 대박! 엄청난 미모네. 화장도 안 한 것 같은데, 저 정도라니….”

“몸매 좋은 거야 내릴 때부터 알았지만, 얼굴까지….”

가까이 와 있던 키 작은 여자 꼬마애는, 아진 옆에 있는 모자 아래의 아샤의 얼굴도 보게 되었다.

“우와! 이 언니는 외국 영화배우인가 봐요! 어디에 출현하셨어요? 저 사인 해주시면 안 돼요?”

꼬마애의 호들갑에 이번엔 아샤에게로 시선이 몰렸다.

자기를 안고 있던 아진의 모자가 바닥에 떨어진 걸 주우려던 아리랑은, 방향을 바꿔 아샤에게로 점프하며 모자를 벗겨냈다.

그리고는 뻔뻔하게 아진의 머리에 그걸 씌었다.

최근 며칠간 아리랑을 안고 잔 게 아진이었고, 아샤가 태월에게만 신경 쓰는 것 같아 약이 올랐던 터였다.

“허, 저 여자는 더하네. 눈이 부시잖아!”

“굉, 굉장해.”

“오늘 어디 영화 촬영이 있는 건가?”

“매니저 아저씨? 오늘 뭐 있나요? 저 사인 받아도 되는 거죠?”

역시나 당돌한 꼬마 아가씨였다.

태월을 매니저로 생각했는지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바닥에 떨어진 모자를 주워 아샤에게 씌워준 태월은 권재희를 쳐다봤다.

의미를 깨달은 그녀는 동네 사람들부터 정리했다.

“이분들 외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분들이에요. 그러니 원래 자리로 다들 돌아가세요. 괜히 집중하고 불편함을 주면, 여기에 어떤 연예인이 놀러 오겠어요. 그럼, 우리만 손해인 건 아시죠? 무슨 뜻인진 알죠?”

“그, 그려. 험험, 우린 이만 돌아가자고. 불법 어획이 아닌데 손님들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되지. 암 암. 어이, 최 씨? 이만 가자!”

“그러세. 가서 대포나 한잔하세나. 맨정신으론 가게로 바로 못 가겠어.”

가게 이야기에 권재희가 깜빡했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그리고 태월을 보며 말을 꺼냈다.

“저기 최 씨 아저씨가 횟집을 해요. 직접 손질을 할 게 아니면, 저분에게 맡기면 어때요? 의심해서 미안해서라도 잘해주실 거예요. 그렇죠? 최 씨 아저씨?”

권재희의 목소리에 등을 돌리던 그 중년 사내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이들을 데리고 가면 그만큼 따라오는 손님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미인들에 사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쁜 꽃을 보면 기분이 좋듯이 그런 마음은 있었다.

그런데 자기 가게에 들른다고 하니 퍼뜩 든 생각이 있다.

같이 사진도 찍고 걸어두면 가게 홍보에 최고일 거 같았다.

‘거의 아들에게 일을 다 맡겼지만, 아직은 내 회칼 솜씨는 이 지역에서 따라올 자가 없지.’

“나, 나야 좋지만, 이분들이 그렇게 하겠나?”

태월 자신도 회 뜨는 정도야 할 수 있긴 하지만, 손질할 만한 공간과 뒤처리 문제도 있었다.

아진과 아샤를 쳐다보자, 그녀들은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태월은 최 씨라는 중년 사내에게 고개를 돌렸다.

“손질해주는 비용은 섭섭지 않게 드리겠습니다.”

“아, 비용은 필요 없습니다. 그 대신 주제넘은 짓이지만, 저랑 사진 한 장만 세 분이 같이 찍으면 안 될까요?”

중년 사내의 요청에 태월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둘의 이야길 지켜보던 권재희가 나섰다.

“아저씨? 이분들 사진을 설마 홍보용으로 쓰려는 거 아니죠? 아저씨가 잘 몰라서 그런데 연예인들은 초상권이 간단하지 않아요. TV 모델료가 엄청난 건 아시죠?”

갑자기 아진과 아샤를 유명 연예인으로 못을 박아 버리는 그녀 때문에 태월은 더 난처해졌다.

태월의 표정을 본 아샤는 그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오빠? 별 상관없지 않아? 우리야 조만간 한국을 떠날 건데.”

아샤의 말대로 태월 일행이 한국에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 면허 때문이었다.

태월이 아진을 쳐다보자 그녀 또한 고개를 끄덕인다.

“좋습니다. 사진은 단 딱 한 장이고요. 그 가게에만 걸 수 있고, 그 사진을 다른 곳에도 사용한다면 저희에게 소송을 당하게 됩니다. 아시겠지요?”

막상 부탁하긴 했지만 어려울 거라고 봤던 중년 사내는, 태월의 말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연신 숙였다.

“고맙네, 청년! 아까 무례했던 것도 사과함세. 그리고 두 아가씨도 감사하오! 그리고 그 용도 외엔 다른 데는 절대 쓰지 않을 것이오. 감사의 뜻으로 최선을 다해 맛나게 만들어보겠소. 자 갑시다!”

“자, 잠깐!”

누군가 갑자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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