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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56화 (156/250)

156화. 바닷속 이야기

아침 식사를 해결한 후 보트를 타고 태월 일행은 바다를 누볐다.

“여기 이쯤이 적당할 거 같은데?”

보트를 정지시킨 태월은 아진과 아샤를 바라봤다.

태월만 스쿠버 다이빙 복장을 갖췄고 둘은 일상복을 입은 상태였다.

식사 때도 안 일어나던 둘을 억지로 깨워 먹인지라, 다이버 복장을 입힐 여유도 없었다.

“아, 알았어. 지금 갈아입으면 되잖아.”

“아 함, 옷을 주세요.”

“일단 스트레칭부터 해. 잠은 이제 깬 거 맞아? 하품하는 걸 보니 아닌 거 같은데?”

보트에 앉은 상태서 가볍게 몸을 푸는 둘을, 빤히 쳐다보는 태월이다.

그리고 걸친 옷을 벗었다.

“아직은 물이 찰 거야. 전신 슈트가 나을 거다.”

태월이 꺼내 놓은 슈트를 보던 아샤가 태월에게 시선을 돌렸다.

“에이, 우리 몸이 일반인하고 같냐? 주변에 사람도 없는데, 그냥 벗고 들어가면 안 돼? 불편하던데.”

“그거야 모를 일이지. 우리가 들어가고 난 후에 사람이 올 수도 있잖아. 엉뚱한 소리 하지 말고 입기나 해.”

“아리랑이 있는데 신호를 주겠지. 그냥 편하게 바다를 보고 싶어. 언니도 그렇지?”

아샤의 말에 아진까지 고개를 끄덕이자, 태월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아진과 아샤는 결국 알몸 상태서 공기통과 오리발만 찼다.

“아리랑! 보트를 잘 지키고 있어. 누가 다가오면 신호를 보내도록 하고.”

공기통까지 메고 수중카메라를 챙긴 태월이, 고양이 모습으로 있는 백호에게 당부를 했다.

셋은 보트의 양쪽 끝에 선 후 입수했다.

-풍덩! 풍덩! 풍덩!

동해의 맑은 물속은 시야가 좋다 보니, 그야말로 비경이었다.

아진과 아샤는 한 시간가량을 물속에서 노닐며 물고기 떼를 방해하고 다녔다.

태월은 그 장면들을 놓치기 싫어서 열심히 촬영했고, 둘은 인어처럼 바닷속을 누볐다.

‘오빠? 저기 큰 문어가 있는데 잡으면 안 되겠지?’

‘어, 우리가 공기통까지 메고 있는데 당연하지. 이따가 따로 스노쿨링할 때나 잡도록 하자.’

아진이 보낸 텔레파시에 태월이 답을 해줬다.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착용한 상태서 하는 모든 채취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수산자원관리법에 허용 가능한 도구가 7가지인데, 그것을 준수하면 비어업인이 사용하여도 해산물 채취가 가능하다.

수산자원관리법(제18조)에는 수산자원의 보호를 위해 비어업인의 포획, 채취 수단을 투망, 쪽대, 반두, 4수망, 외줄낚시, 가리, 외통발, 낫대, 집게, 갈고리, 호미, 손으로 한정해 제한하고 있다.

다만 양식장이나 어업인들이 관리하는 어장은 따로 허락을 받지 않으면 그것도 불법이 된다.

공기통 시간으론 더 즐겨도 되지만, 아리랑이 보내온 신호에 태월이 보트 쪽으로 올라왔다.

“흠, 저 배는 왜 주변을 맴도는 거야? 우리가 불법 채취라도 하는 줄 아나 보네?”

태월이 보트 위로 올라가자, 소형보트 한 대가 가까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시죠?”

“아, 별건 아니고요. 빈 보트에 고양이 한 마리만 있길래요.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데 좀 이상하잖아요. 그리고 그런 장비로는 수산물 채취가 안 되는 건 아시죠?”

“그럼요. 교육받을 때 충분히 숙지했습니다. 지금은 바닷속 구경 중이었네요.”

“일행이 혼자신가요?”

태월이 대답은 안 하고 멀뚱히 쳐다보자, 그 사내가 머리를 긁적인다.

“오해는 마세요. 취조하려는 거 아닙니다. 전 이곳 어촌계 직원이고요.”

“일행이 둘 더 있습니다. 아직 물속에서 구경 중입니다.”

“굉장히 오래 있군요. 무리하면 안 될 텐데요? 잠시 나와서 쉴 것을 권유합니다.”

“조금 상황이 그래서 곤란하네요.”

그는 취조는 아니라면서 해경이나 안전요원처럼 굴고 있었다.

태월도 권고에 따라 할 수 있으나, 지금 그녀들은 알몸 상태다.

곤란한 표정을 계속 짓고 있자, 어촌계 직원이란 사람은 태월을 수상히 여기기 시작했다.

“불법 채취물이 있는지 확인해봐야겠습니다. 나머지 분들도 올라오게 하세요.”

“헐, 그런 거 없다니까요.”

“그럼 확인시켜주시면 되는데 왜 머뭇거리시죠? 저도 바쁜 사람입니다.”

“쩝, 옷을 안 입었거든요.”

“네? 그게 무슨?”

“알몸 수영 중이란 소리예요.”

“그럼 더 위험하잖아요? 아직은 바다가 차서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어요. 남자분들이 겁이 없군요. 올라오게 하세요.”

“저기, 둘 다 여자거든요?”

태월의 말에 수상한 표정을 짓던 직원은 어디론가 무전을 했다.

그리곤 태월을 쳐다본다.

“말로만 들어선 확인이 불가능한지라, 여자 다이버 한 분을 오게 했습니다. 그럼 확인할 수 있도록 응해주실 거죠?”

“뭐, 그러도록 하죠.”

정 안 되면 카메라로 찍은 걸 보여줄 생각도 했지만, 여자 다이버가 온다고 하니 지켜볼 생각인 태월이다.

20분 정도가 지나자, 어촌계 직원의 말대로 슈트를 입은 여자가 보트를 타고 나타났다.

“재희 씨? 이분 일행 두 분이 아래 물속에 있습니다. 지금 거의 한 시간 반이 넘은 것 같은데, 어떤 상황인지 확인해주세요. 참고로 알몸 상태의 여자분 둘입니다.”

“아, 여자분이란 건 들었지만, 알몸요?”

재희라는 여자가 태월을 쳐다보자,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마는 태월이다.

그런데 그녀의 시선이 별로 좋지 않다.

‘이 자식 멀쩡하게 생겨 먹고 하는 짓은 변태 아냐? 더구나 물이 찰 텐데? 한 시간 반을?’

권재희는 어촌계 직원이 불렀을 때만 해도, 불법 수산물 채취 확인 차원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둘은 사귀는 사이였다.

스쿠버 마스크를 하고 공기통을 꺼내 등에 찬 그녀는, 풍덩 하고 뒤로 넘어가며 입수를 했다.

그리고 10분 후엔 그녀 혼자 올라왔다.

“재희 씨? 혼자 오면 어떡해?”

“채취 도구 같은 건 없었어요. 그리고 알몸이긴 해도 아주 건강하던데요?”

“그게 다예요?”

“왜요? 여자 몸 보고 싶어요?”

“아, 아냐.”

“복장이 그렇긴 하지만, 그건 사람들 없는 데서 이러는 건데, 우리가 관여할 일은 아니잖아요. 이만 가요.”

권재희의 말에 어촌계 직원은 태월을 돌아봤다.

“뭐, 오해한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그래도 너무 장시간 잠수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그렇지 재희 씨?”

권재희는 그 남자의 말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물속에서 여자들의 몸을 보고 난 후 자신 스스로 싱숭생숭해진 탓이다.

‘아니, 어쩜 그렇게 몸들이 아름답지? 사람들 맞아? 나도 어딜 가도 몸 이쁘단 소린 많이 듣는데, 명함도 못 내밀겠어. 게다가 얼굴은 왜 또 완벽한 거야? 신이 너무 불공평한 거 같아.’

“흠, 스노쿨링이나 물질로 해산물 잡아도 되는 장소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돌아가려고 몸을 트는 어촌계 직원에게 태월이 말을 건넸다.

“음, 그런 장소가 좀 있긴 합니다. 그래도 의심을 피하려면 우리 직원이나 동네 사람이 필요할 거 같은데요?”

“뭐 잡는 재미를 즐기려는 것이니, 보수는 드리도록 할게요.”

“아, 그럼 제가 두 시간 후엔 근무가 끝나서 시간이 나긴 하는데….”

알몸의 여자란 것에 호기심이 동한 직원이 말끝을 흐렸다.

그런데 퉁명스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제가 해드리죠. 당연히 보수도 적당히 받을 거고요.”

자신의 남자가 정신 못 차릴 게 분명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 여자들을 보게 하고 싶지 않은 권재희다.

“얼마를 드려야 하나요?”

“세 시간에 5만 원만 주세요. 동찬 씨는 이제 돌아가시면 돼요. 아직 근무 중이잖아요?”

“아, 그, 그렇죠. 그럼 저는 일하러 가 보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그가 배를 타고 떠나가자, 권재희가 태월에게 고개를 돌렸다.

“장비 없이 가야 하니 여기는 수심이 깊어 안 되고요. 제가 좋은 곳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이제 올라들 오라 하세요.”

고개를 끄덕인 태월이 아진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대체 뭐죠? 물을 안 무서워하네요?”

조금 전부터 보트 밖으로 나가 헤엄을 치고 있는 아리랑을 보고 하는 이야기다.

“좀 특이한 녀석이죠? 강에서도 헤엄을 잘 치던데요?”

“몇 종류 품종묘들이 수영을 하긴 한다고 듣긴 했어요.”

둘이 아리랑에 대해 떠들며 지켜보는 사이에 아진과 아샤가 보트 위로 올라왔다.

“둘 다 안 추워?”

“전 좋은데요?”

“오빠! 나도 안 추워!”

대답을 하면서 공기통과 오리발을 벗고 있다.

권재희는 두 여자가 이상하다고 여겼다.

남자 앞에서 둘이 몸을 가리지도 않고, 알몸 상태로 당당히 있는 건 드문 일이다.

“가릴 거 좀 있어야지 않나요?”

“우린 괜찮은데요? 언니는?”

“응, 나도 괜찮아.”

둘이 상관없다고 하니 권재희만 뻘쭘해졌다.

“해산물 채취를 하러 갈 건데 거기에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

“없는 데로 가면 안 돼요? 그런 곳은 없나요? 자유로운 기분이 들어 너무 좋아서 그래요.”

“있기야 있지만….”

“그래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아샤가 꾸벅 인사하자 권재희는 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럽? 소련? 그쪽 분 같은데.”

“러시아예요.”

“한국말 굉장히 잘하시네요?”

“호호, 다들 놀라더라고요. 제 약혼자가 여기 한국인이잖아요.”

아샤가 태월을 가리키며 빙긋 웃는다.

“아, 약혼자시구나. 그런데 이 여자분은?”

권재희가 가리킨 건 아진이다.

“제 언니고요. 우리 셋은 가족이에요.”

“엥? 가족인데 이렇게 벗고 있어요?”

“어제도 벗고 셋이 같이 잤는데요?”

“헐!”

아샤의 말에 권재희가 태월을 돌아본다.

‘역시 이 자식 변태였어. 이 여자들도 미쳤지. 저 얼굴에 저 몸매에 둘이서 한 남자에게? 아니 약혼자가 혹시 둘인가?’

태월은 그녀의 시선이 부담되어, 수영을 끝낸 아리랑의 털을 수건으로 닦는 척했다.

“두 분 다 이 남자분 약혼자예요?”

“아니요. 저만 약혼자예요.”

“......”

더 물었다간 머리가 아파질 것 같아서 말을 멈추는 권재희다.

“벗고 있으면 자유를 느껴서 기분이 좋아져요. 그쪽 분도 벗어볼래요?”

“헉! 전, 돼, 됐어요!”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는 권재희다.

더 있다간 얼굴이 빨개져서 들킬 것 같아, 서둘러 자신의 보트로 갔다.

“저를 따, 따라오세요.”

시동을 켜고 두 보트는 출발하였다.

권재희가 향한 곳은 일반 관광객이 잘 모르는 장소였고, 동네 사람들만 아는 곳이다.

바위가 절벽처럼 깎여있는 뒤쪽이라 사람들이 이곳에 올 리가 없는 그런 장소였다.

“오? 여기 좋네요?”

“수심도 깊지 않은 최대 6m 정도예요. 그리고 해산물도 꽤 있어요.”

“물고기도 많나요?”

“네, 많긴 하지만 뭐로 잡으려고요?”

“손으로 잡으면 되잖아요!”

박재희는 아샤의 말에 황당함을 느꼈다.

그래도 부업 중인데 초를 치는 짓은 하지 않았다.

‘물고기를 손으로 어떻게 잡으려고? 그런 종류의 물고기는 지금 여기 없는데. 에이, 지 알아 하겠지.’

태월은 배낭에서 수경만을 꺼내 놓았다.

그리고 제일 먼저 입수하더니 1분도 안 걸려 무언가를 보트 쪽으로 던졌다.

-퍼덕! 퍼더덕!

“으엑? 진, 진짜잖아?”

두 마리의 물고기가 보트 위에서 퍼덕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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