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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55화 (155/250)

155화. 태월의 고민

아샤의 옆으로 사내 다섯이 알짱대고 있었다.

놈팡이들 정도야 아샤가 가볍게 처리할 수 있으나 보는 눈이 많았다.

아직 사내들이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때려눕힐 수는 없잖는가.

아진은 그래도 신경 쓰이는지 뛰어갔지만.

“아샤? 자리를 옮기자.”

“오? 또 다른 미인의 화려한 등장인데?”

“이 여자들은 대체 뭐지? 환장하게 생겼네.”

“면상 안 치우냐?”

얼굴 가까이에 다가온 사내에게 아진이 꺼낸 말이다.

“크크크, 야 그 면상 치우라잖아? 내가 여자래도 역겹겠다.”

“뭐? 놀고 있네. 내가 너보단 더 낫거든? 다른 놈은 몰라도 넌 그런 말 해선 안 돼!”

“풉!”

두 사내의 주고받는 이야기에 아샤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 거봐라 공주님이 어이없어 웃잖냐.”

아진은 사내들이 떠들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아샤의 손을 잡아 이동하려 했다.

지켜보고 있던 사내 하나가 아샤의 옷을 잡아챘다.

“데리고 갈 생각하지 말고, 공주님도 우리와 같이 노시지? 어젯밤에 별이 쏟아지는 꿈을 꿨더니, 이런 행운이 다 생기네.”

“손 안 놓을래? 너 다친다!”

“하하, 뭐? 다쳐?”

아진의 추가 경고가 있기도 전에 아샤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자신의 옷을 잡은 사내의 손을 잡아당기며 그 반동을 이용해 업어치기를 했다.

-휘익! 쿵! 컥!

“이, 이것들이! 정식아!”

친구가 땅에 처박히는 상황에 놀란 사내 하나가 소리를 쳤다.

“꿈에 본 별이 이제 보이니?”

“으윽, 지, 지금 이게 무….”

소리쳤던 근육질 사내가 멧돼지처럼 아샤를 덮쳐왔다.

동시에 나머지 셋이 아진과 아샤를 둘러쌌다.

-휘이익! 쿵! 크억!

아샤에게 돌진했던 그 사내 역시 땅과 하늘이 뒤바뀌며 바닥에 처박혔다.

아진은 몸을 풍차처럼 돌리며 세 사내의 턱을 발로 가격했다.

=휘익! 타타탁! 퍼퍼퍽! 컥!

발에 맞은 충격이 상당했는지, 도미노처럼 사내 셋이 모랫바닥에 널브러졌다.

제일 처음 처박혔던 사내만이 정신을 잃지 않았을 뿐이다.

“허어억!”

“너희 양아치지? 더 맞을래? 아니면 친구들 깨워서 사과하고 갈래?”

“우, 우리가 누군지 알아?”

“내가 알아야 하니? 이 다리부터 부러뜨려야겠네.”

아진이 발을 들어 올려 그 사내의 발에 올려놓자, 그는 얼굴색이 변했다.

“가, 가겠습니다.”

“이 바다 맑고 좋잖아? 덩어리들은 깨워서 얼른 가! 더는 오염시키지 말고.”

“언니! 나 옷이 찢어졌어.”

아샤가 왼쪽 옆구리를 가리키며 인상을 썼다.

그 부위의 옷이 한 뼘 정도 뜯겨 있었다.

“응? 그거 비싼 건데?”

일행을 깨우려고 몸을 일으키던 사내는, 자신을 쳐다보는 아진의 눈과 마주쳤다.

“네가 내 동생 옷을 찢고 말았네? 어쩔 거냐? 설마 뻔뻔하게 모른 척하려고?”

“변, 변상하겠습니다. 옷이 얼마입니까?”

“세일해서 70만 원쯤 주고 샀을걸? 없으면 몸으로 때워. 몇 군데 부러지면 되겠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사내의 눈이 커졌다.

“아, 아닙니다. 그럼 이걸로 대신하겠습니다.”

몸을 움찔한 사내는 자신의 목에 걸린 두 냥짜리 금목걸이를 벗어 내밀었다.

금 시세로 보면 그 가격 정도는 되었다.

아샤가 받아들자, 사내는 일행들의 뺨을 때려가며 급하게 깨웠다.

아진과 아샤가 그 행동을 빤히 쳐다보자, 깨어난 이들이 화들짝 놀라 서로의 눈을 맞췄다.

그리고 부리나케 도망을 가버렸다.

“언니? 너무 많이 받은 거 아냐?”

“아니야. 60% 세일해서 28만 원 준 거니까. 세일 안 했으면 70만 원 맞잖아. 우리가 다시 사게 될 때, 세일 끝났으면 어떡해?”

고개를 끄덕이는 아샤를 데리고 아진은 태월에게 돌아왔다.

아샤가 태월에게 금목걸이를 흔들어 보인다.

“오빠? 42만 원 벌었어!”

“이긍, 옷이나 일단 갈아입어. 옆구리 살이 보이잖아.”

태월은 차 트렁크 안에서 아샤의 옷을 하나 꺼내 주었다.

***

6월 중순의 동해안 바다는 해수욕을 하기엔 이른 날씨다.

보통은 7월부터 해수욕장 개장을 하기에,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태월은 보트를 꺼내 달려보려 했었다.

밤에는 그게 위험하다고 안전요원이 말리니, 결국 산책만 하다가 숙소를 잡아 쉬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태월에게 아샤가 전화기를 흔든다.

“오빠! 아루 언니에게서 전화 왔어.”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전화기를 받아들었다.

“어, 무슨 일이야?”

“알이 아직도 부화가 안 돼! 아무래도 스스로 나올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내 생각엔 태월과 연관이 있는 거 같은데?”

“어? 내가 왜?”

“태월이 있을 때만 해도 알은 발갛게 달아올랐잖아. 그리고 알렉세이를 만나러 갔을 때, 태월이 주변에 없어서인지 다시 식기 시작했어.

그리고 초조한 마음이 내게 전해졌어. 더구나 한국에 가버려서인지 알이 더 조용해졌다니까. 아무래도 내가 이 알을 데리고 한국에 다녀와야겠어. 귀한 알을 이렇게 망가뜨릴 순 없잖아. 안 그래 태월?”

그 당시 아루는 알이 다음 날쯤 부화 될 거라고 했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이어져 온 것이다.

“뭐, 나야 온다면 환영이지만, 넌 요즘 안 바빠? 그리고 진짜 그 알이 나 때문일까?”

“알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이 그런 거 같아. 아무래도 태월이, 자기 엄마의 기운을 흡수해서가 아닐까 생각해. 그리고 나 요즘 시간 한가해졌거든? 직원도 많이 늘었잖아. 여행 중이면 어디쯤 간 거야? 찾아갈게.”

“그럼, 강릉에서 기다릴게. 찾아올 수 있겠어? 아니면 우리가 서울로 가고.”

“호호호, 나 한국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놨거든? 그러니 길 정도야 잘 찾아가지. 거기서 놀고 있어. 짠하고 나타날 테니.”

아루가 저렇게 자신만만하니 태월은 믿어보도록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아샤가 얼굴을 가까이했다.

“혹시 그 알이 오빠를 엄마로 아는 거 아냐?”

“글쎄, 기운 때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긴 해.”

태월은 아카에게 연락하여 조언을 구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내일 저녁이면 알을 직접 대하게 될 것이고, 그럼 자연적으로 알게 될 일이다.

“오빠? 낼 그럼 스쿠버 다이빙 할 거야?”

“그래, 미국에서 산 보트를 써 먹어봐야지. 그런데 넌 벌써 씻었어?”

“응, 언니 방에서 내가 먼저 씻고 나온 거야.”

“머리 말리다가 전화 받은 건가 보네.”

고개를 끄덕인 아샤는 드라이기를 들었다.

“아루 언니가 이럴 땐 아루 언니가 한 방에 쫙 말려주는데 없어서 아쉽네.”

아루를 이상한 용도로 쓰는 아샤다.

머리를 다 말리던 중에 아진이 태월의 방으로 건너왔다.

잠자기 전까지는 셋이 TV를 보면서, 이런 공동의 시간을 늘 갖는다.

예전엔 태월이 가운데에 누워 TV 시청을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태월은 굳이 이유를 묻진 않았고, 아샤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그날은 둘의 수다를 들으며 태월이 먼저 잠이 들어버렸다.

호텔 창으로 드는 아침 햇살에 태월이 제일 먼저 눈을 떴다.

‘어? 오늘은 아진도 같이 잤네.’

몸을 반쯤 일으키다가 옆자리 너머의 아진을 발견한 태월이다.

그런데 아샤와 아진이 알몸 상태로 껴안고 자고 있었다.

과거 초창기엔 저렇게 잔 적은 있었지만, 최근엔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하긴 아샤는 이르쿠츠크에 있을 때, 아루나 아쿠와 저렇게 지내긴 했었지.’

그때는 정령의 향기를 아샤가 꽤 좋아했었다.

‘그런데 너무 은밀한 데를 만지며 자는데?’

태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과거와 달리 태월은 전처럼 성적 무반응의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일반인보다 더 왕성해진 활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본능으로만 움직이지 않기에 스스로 절제할 뿐이다.

태월이 일어난 걸 침대의 흔들림으로 알게 된 아샤가 게슴츠레 눈을 떴다.

“어, 오빠가 먼저 일어났네?”

“응, 그래 잘 잤어?”

“응, 편안하게 잘 잤어.”

“그런데 둘은 원래 그렇게 하고 잤었어?”

둘의 대화에 아진도 잠에서 깨어났다.

“아, 이거 영혼의 공유를 또 하고 났더니, 무의식적으로 안고 만지게 되던데?”

아샤의 말에 태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진을 쳐다봤다.

“음, 저도 그런 면이 커지긴 했어요. 아샤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둘이 너무 적나라하잖아. 옷부터 입어.”

“어? 오빠 전보다 더 발전된 멘트인데?”

아샤는 태월의 반응이 오히려 좋았는지, 아진의 몸을 만지작댄다.

태월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다.

고개를 흔든 태월은 제일 먼저 샤워부터 하러 갔다.

그러다 자신의 일부가 반응한 것을 내려다보곤 픽 웃어버렸다.

‘나도 몸이 많이 바뀌었네. 그런데 영혼의 공유에 그런 부작용이 있었나?’

샤워를 마친 태월은 아침 산책을 겸해 밖으로 나왔다.

침대에서 둘이 여전히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기에 홀로 나온 것이다.

전화를 들어 아카에게 연락을 했다.

“아카, 잘 지냈어?”

“응, 나야 잘 있지 뭐. 나 아까 아루에게 연락받았는데, 알이 태월을 찾는 거 같던데?”

“어? 아카도 그렇게 생각해?”

“뭐, 특별한 존재니 그런 쪽으론 더 예민할 수밖에 없어. 아루 말이 거의 맞을 거야.”

“흠, 그렇구나.”

“그거 묻고 싶어서 전화했던 거야?”

“아, 뭐 그것도 있긴 했지만, 이상한 게 좀 있어서 말이야. 아진과 아샤가 두 번째 영혼 공유한 건 알지?”

“그럼, 저번에 말했었잖아.”

“그런데 아샤 행동이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꼭 책에서 본 레즈? 아 바이가 더 맞겠네.”

“호호, 바이섹슈얼? 크큭, 그리될 수가 있긴 하네. 그래도 태월하고 지낸 후여서 바이가 된 거지, 그게 아니었으면 아샤는 레즈비언으로 남았을걸?”

“헐, 내 짐작이 맞았단 거네? 그 영혼 공유 부작용이 심각하네? 아진은 그럼 뭐지? 레즈? 바이?”

“글쎄, 아샤는 바이가 맞는 거 같긴 한데, 아진은 둘 중 어느 것일지는 나도 판단하기 힘들어. 태월에게는 맹목적 충성일 뿐 그게 남성으로서는 아니었잖아. 그것에도 변화가 생겼으려나? 가까이 있는 태월이 알 기회가 클 테니, 결과가 나오면 나에게도 알려줘. 영혼의 연구에 새로운 자료가 생길 거 같아.”

“헐, 아카는 여전하구나.”

“내가 달리 영령이겠어? 큰 문제는 아니니, 너무 신경 쓰진 마.”

아카의 본질이 그렇기에 태월이 뭐라 할 말은 없었다.

잘 지내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은 태월은, 햇빛에 반짝이는 모래사장 위로 조깅을 시작했다.

확인이 제대로 된 것인지는 몰라도 태월의 머릿속은 좀 복잡했다.

‘어찌 보면 과거랑 다를 게 없긴 한데, 문제는 내 몸이 변했단 거잖아. 어? 그것도 전부는 아니네? 아샤의 몸도 변했단 거고.’

달리는 속도를 더 높여 1시간 정도를 하고 나니, 전신이 땀에 젖어 들었다.

고민되던 부분들이 심장의 박동과 땀의 범벅 속에 꽤 많이 희석되었다.

‘일반인과 우린 수명과 본질 자체가 다르니. 굳이 타인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겠어. 그냥 흐르는 대로 두는 게 우리의 운명이고 순리겠지?’

태월은 바다에 떠오른 태양을 보며 소리를 크게 질렀다.

“야호! 우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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