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52화 (152/250)

152화. 행글라이더

황중호의 보고에 태월은 머리가 아팠다.

여행을 떠나려고 하던 차에 조폭들의 일에 또 끼어들게 생겼기 때문이다.

1시간 정도가 지나자 황중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급하게 황중호가 태월이 있는 곳으로 의논하기 위해 넘어온 것이다.

“무슨 시비가 붙었길래 이런 사태가 난 거야?”

“첫째를 제치고 둘째가 보스 자리를 꿰찼으니. 조직의 힘이 분산되었다고 여긴 것입니다. 그래도 혼자서는 벅차니 다른 곳과 회합을 가지려는 것이죠.”

“몇 곳이 이 일에 동조하는 거길래?”

“강남과 서초를 맡고 있는 에이스파와 동남쪽인 강동과 송파를 맡은 불가사리파 그리고 서남쪽인 강서 양천을 맡은 파라오파입니다.”

“이름들하고는…. 그럼 한강 이남 전체가 덤비는 거잖아. 서울을 맡은 6개 파 중에 3개 파가 야합하다니 골치 아프군.”

“마스터가 도와주신다면 서울 일통도 가능합니다. 이번 일을 역으로 쳐서 승리하면 남은 강북 쪽 두 곳은 그리 강하지 못합니다.”

황소파가 맡은 지역이 면적으로는 제일 컸다.

그걸 그들이 나눠 먹으려고 이빨을 드러낸 것이다.

“내가 도와주면 된다고? 어떤 식으로?”

“야합 장소를 습격해서 보스들과 측근들을 잡아 버리는 거죠. 다른 방법을 쓰면 저희도 출혈이 상당합니다. 설혹 이긴다고 해도 너덜너덜해진 상태기에, 강북 쪽 조직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태월도 인명피해가 커지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흠, 그래서 그들의 회동은 언제인데?”

“오늘 밤 9시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삼켜버려야지. 그리고 도움은 이번 한 번뿐이야!”

“네, 마스터.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상대가 걸어온 싸움이라 황소파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몇 가지 이야길 더 나눈 후에야 황중호는 돌아갔다.

“여행은 하루 더 미루자! 에이, 진짜 이상한 일에 휘말렸네.”

“네, 우린 괜찮아요.”

“오빠? 우리도 도울게요.”

“아니야, 위험할 수도 있어. 그냥 여기서 기다리도록 해.”

“저희는 이제 걱정 안 해도 되지 않나요? 이젠 믿을 수 있지 않나요?”

그녀들이 이 일에 도움은 되겠지만, 회합 장소의 습격이기에 태월은 거절하려 했다.

그러나 아진과 아샤의 눈은 물러설 마음이 없어 보였다.

“에휴, 그러자 그럼. 조용히 기다리면 되는데 꼭 따라오려 하네.”

“야호! 아자자! 하늘을 날자!”

아샤가 손을 번쩍 들고서 아진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고개를 몇 번 내저은 태월은, 황중호와 계획한 일에 그녀들을 포함시켰다.

***

저녁 8시쯤에 서초구 근교의 목표지점으로 태월 일행은 도착했다.

“오셨습니까?”

“준비는 끝났고?”

“네, 마스터!”

오늘 황소파는 정예 50명을 선별해서 데리고 왔다.

“저들 인원은 변동이 없고?”

“10명씩 대동한 건 변함이 없지만, 의외의 인물 하나가 끼었네요.”

“의외의? 그게 누군데?”

“서서울을 맡은 도지파의 최도지입니다. 3명의 경호만 데리고 왔습니다.”

서서울은 은평 마포 서대문을 지칭하는 것이고, 도지파는 최도지라는 50대의 인물이 보스를 맡고 있었다.

“파라오파와 앙숙으로 알려진 곳 아닌가?”

“표면적으로는 그런데, 우리가 모르는 것이 최근에 생긴 듯합니다.”

“4명 정도 늘어난 거니 문제 될 건 없겠어.”

“그래도 최도지의 아래에 있는 자가 투객 김상태인데 무력이 상당합니다. 전국 최강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요. 도지파가 인원이 적다 보니 서울 6대 조직에서 최하위로 놓은 것일 뿐이죠. 이것으로 확대해 보십시오,”

태월은 황중호가 내미는 쌍안경을 건네받아 그곳으로 향했다.

“파란색 정장에 페도라를 쓴 자가 보입니까?”

“어, 홀로 따로 서 있군.”

“그자가 투객 김상태입니다.”

태월은 그의 생김새를 최대한 확대하여 주의 깊게 살폈다.

“강해 보이지 않습니까?”

“글쎄, 그렇다고 해두지. 내가 보스 넷과 김상태를 상대할 테니, 작전대로 가자고!”

“혼자서요?”

“혼자는 무슨, 여기 둘 더 있잖아!”

“아, 아가씨들께서도 참여하시는군요.”

태월의 옆자리에 앉은 아진과 아샤가 손을 흔들어 준다.

황중호는 아진의 솜씨를 이미 봤지만, 사람이 많이 몰린 격란의 상황에도 그게 통할지는 미지수라 여겼다.

“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단검을 날려 뭘 하기에는 뒤섞인 모양새일 건데요.”

“그땐 그냥 재미 삼아 던진 거고, 실제 둘은 격투 쪽으론 더 강해.”

태월이 그렇다는데 뭐라고 할 말은 없는 황중호였다.

아진과 아샤의 복장은 트레이닝복인데, 산책길 조깅을 나온 여자들 분위기였다.

“네, 뭐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태월은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100m 전방의 저택을 응시했다.

이곳은 고급요정이 자리 잡은 곳으로, 평수만 해도 500평은 되어 보였다.

잘 정리된 정원과 연못까지 겸비한 곳이다.

에이스파의 비밀거점 중 하나이기도 했다.

9시가 되자 저택의 대문이 닫혔다.

방문객은 받지 않겠다는 의도다.

황중호는 부하들을 10개 조로 나누어, 저택 쪽으로 은밀히 이동시켰다.

태월이 있는 곳은 그곳과 불과 1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20층 건물이다.

일행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갔다.

“어서 오십시오.”

“네, 이제 자리를 비워 주시기 바랍니다.”

태월의 말에 스카이라운지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도석은 양옆을 한 번 더 쳐다봤다.

‘우와, 여자들이 쩐다 쩔어! 남자가 부러워 보기는 처음이네. 그런데 대체 둘 중 누구에게 프러포즈를 하려는 걸까? 호, 혹시 둘 다? 에이 그건 아니겠지, 너무 나갔나? 재벌 2세쯤 되려나? 2시간에 1천만 원을 주겠다고 해서 빌려주긴 하지만.’

태월이 이곳을 빌리면서 꺼낸 명분이 프러포즈 장소였다.

“네! 좋은 시간 되십시오. 그리고 언제든 필요하면 불러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스카이라운지에 있던 직원들을 데리고 박도석은 자리를 떴다.

옥상 야외방향으로 나온 태월은 배낭에서 5m가량의 접이식 판재를 꺼내 옥상의 안전 펜스 위를 덮었다.

그 위를 달려 날아가기 위함이었다.

곧이어 3인용 행글라이더를 꺼내 펼쳤다.

태월이 가운데에 서고 양옆으로 아진과 아샤가 자리했다.

“연습은 한 번 해봤으니, 재능을 잘 떠올리도록 해.”

“호호, 걱정을 마세요. 신나게 날아보아요.”

흥분되는지 아샤의 눈망울이 반짝인다.

태월은 변신 가면과 스카프를 이용하여 투객 김상태의 모습으로 변했다.

시계를 들여다보던 태월은 약속 시각이 되자, 발을 구르며 달려나갔다.

아진과 아샤도 호흡을 일치시켜 도약했다.

-촤아악!

펜스를 넘어 공중에 떠오르는 순간, 태월은 뒤를 향해 배낭 상단을 오픈했다.

의지를 보내자, 펜스 위에 있던 5m의 판재가 순식간에 배낭 속으로 사라졌다.

“오오오, 우리가 하늘을 난다!”

“에구, 아샤야 목소리 좀 더 낮춰! 지금 노는 게 아니라 침투하는 거잖아. 저들이 들으면 말짱 꽝 되는 거야.”

주의를 사전에 줬음에도, 아샤는 아이처럼 신이 나 있었다.

행글라이더는 밤하늘을 가르며 저택을 향해 날아갔다.

빌딩과 저택 사이에는 낮은 건물들만 있었기에 진로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지금 바로 내려간다.’

태월은 아진과 아샤에게 신호를 주며 행글라이더를 조정해 저택을 한 바퀴 빙 돌았다.

그리고 사각지대로 파악된 곳으로 과감히 착륙했다.

너무 짧은 거리였고 무리함이 있는 행글라이더 침투 작전이지만, 태월에겐 재능으론 그게 가능했다.

태월은 내리자마자 행글라이더는 공간 배낭으로 입고시켰다.

조금 큰 소리가 났기에 보초를 서던 사내 하나가 그곳으로 다가왔다.

“어? 여기서 무슨 일이십니까?”

그 사내도 김상태의 얼굴을 아는지, 의심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다만,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이상해서 물은 것이다.

아진과 아샤는 이미 나무 뒤에 숨은 터라, 그 사내에게 모습을 들키진 않았다.

“흠, 바람 쐬러 나왔는데 뭐가 문제 되는가?”

“아, 아닙니다.”

태월은 대충 짐작해서 꺼낸 육성에 상대가 알아챌까 걱정했지만, 별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투객 김상태가 워낙 과묵한 편이라서, 그의 목소리를 들어본 사람이 드문 것이다.

“나도 경계를 해야 하는 처지인데, 여기 사각지대가 많아서 말이야. CCTV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 위치 확인이 필요해서인데.”

조폭들에게 알려진 투객 김상태는, 거의 지역 보스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었다.

더구나 보스의 손님으로 온 것이기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동맹의 위치가 아니던가.

“원칙으론 안 되는 일이지만, 뭐 같은 아군이니 상관없겠지요. 저를 따라오십시오.”

태월이 고개를 끄덕여 주자, 그자는 빠른 걸음을 내딛는다.

현관문 옆의 철문을 열자, 그 내부가 드러났다.

이곳이 CCTV 보안실이다.

그곳엔 사내 한 명이 음악을 들으며 흥얼대며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어? 진태? 여긴 왜 들어와?”

“아, 손님이 여길 좀 보자고 해서!”

“여길 손님이 왜 와?”

둘이 떠드는 사이로 태월이 문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몸을 번개같이 놀려 둘을 순식간에 쓰러뜨렸다.

그리고 경보기 및 CCTV를 전부 꺼버리고는 그 둘을 배낭 속에 넣어버렸다.

영혼의 질이 어차피 좋지 않았기에 갱생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태월이 다시 정원으로 나와 수신호를 하자, 숨어있던 아진과 아샤가 내달려서 저택 대문을 열었다.

황중호와 부하들이 속속 그 안으로 넘어 들어왔다.

“아, 성공하셨군요. 대단하십니다.”

“CCTV와 경보기는 다 처리했으니, 바로 시작하자고!”

“네, 마스터!”

태월이 앞장서서 저택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현관문이 살짝 열리며 사내 하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김상태가 안에 있어야 하는데 문밖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어? 언제 나오셨습니까?”

“그런 걸 일일이 내가 보고해야 하나?”

“아, 아닙니다. 들어오십시오.”

문이 활짝 열리고 태월은 그 속으로 들어갔다.

주변을 살피니 다행히 이곳엔 그만 있을 뿐이다.

집 자체만 해도 1층이 100평이나 되는 곳이기에 사람들이 흩어져 있는 상태였다.

다른 한 명이 화장실을 나오다가, 태월을 보고 의아해했다.

“어? 휴식 시간입니까? 그런 이야긴 못 들었는데요?”

태월은 대답을 하지 않고 그에게 손짓을 했다.

함부로 할 수 없는 손님이기에 쭈뼛거리며 사내가 다가왔다.

다시 태월의 손이 번쩍였다.

문을 열어준 사내와 가까이 다가온 자를 기절시켜 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그 둘도 배낭 속에 입고시켰다.

태월은 돌아서서 신호를 했다.

황중호와 부하들이 소리를 죽여가며 현관 문턱을 넘었다.

“1층에 있는 놈들부터 정리해!”

황중호가 부하들에게 지시를 하는 걸 보던 태월은 바로 2층으로 향했다.

그 뒤를 아진과 아샤가 따르고, 뒤늦게 황중호와 그의 무력친위대 10명이 바로 붙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