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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50화 (150/250)

150화. 황소파

새파란 단검이 날았고, 그것은 선수의 왼손등과 테이블을 일체화시켜주었다.

다들 화들짝 놀라, 선수와 아진을 교대로 쳐다보았다.

황 부장도 놀라 소리를 질렀다.

“크윽! 이, 이게...”

선수는 통증 속에서도 겁에 질린 목소리다.

“이게 무슨 짓이지?”

황 부장도 당황한 상태였다.

태월은 황 부장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옆의 구 사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 제가 옆의 여친을 소개해줄 기회가 없었네요. 종합 무술 24단에 취미로다가 단검술과 채찍술을 겸하죠. 그리고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건, 저기 저분의 왼손에 문제가 있어서죠. 카드가 한 장이 더 있더라고요. 결국 이 도박장이 우둔했다는 거네요.”

“저, 정말 속임수가 있었나?”

태월이 구 사장을 이렇게 대하는 이유는 그의 영혼 빛이 이들 중에서 제일 맑은 편이기 때문이다.

또 태월이 느끼기에 그는 이 도박장의 작전 세력과는 무관하다고 여겨진 이유도 있다.

태월의 말이 끝나갈 무렵, 아진은 이미 선수의 손에 도달했고 단검을 테이블에서 뽑았다.

그리고 그 손을 뒤집자, 단검이 통과된 카드 한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페이드 킹이었다.

피에 얼룩진 카드긴 하지만, 그게 사용되었다면 선수의 카드 족보는 K 포커가 된다.

“헛, 정말이었잖아!”

구 사장이 카드와 황 부장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오, 날 제대로 물 먹이려고 하셨군.”

태월은 빈정거리며 자신도 아직 못 본 7번째 카드를 뒤집었다.

“하하하, 역시나 난 에이스 풀하우스! 그대는 킹 포커! 내가 여자까지 걸고 질러댈 거라 본 거네? 자! 황 부장님 어찌하실 건가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황 부장이었다.

황 부장이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이 구 사장이다.

6명 정도의 왈패들이 항시 대기 중이고, 시간만 조금 더 끌면 20명 정도를 추가로 불러들일 수 있었다.

“음, 당연히 속임수가 쓰였다면. 처음에 말한 약조대로 할 것이오. 하하, 걱정하지 마시오.”

황 부장은 벨을 눌러 경비 하나를 부르더니, 선수를 데려가게 했다.

태월은 굳이 그걸 말리진 않고 방치했다.

그 사이 아샤가 나서서 현금을 자루에 쓸어 담았다.

황 부장의 얼굴이 찡그려졌지만, 아샤는 신경도 안 쓰고 태월 옆으로 돌아왔다.

“이제 가져올 돈은 120억일 텐데요? 지금 가져오시면 되겠네요?”

“그게 바로 준비될 리가 있소? 그만한 돈은 어떤 은행에 가도 현금으로 찾을 수 없어요.”

“누가 현금을 힘들게 찾아오라고 하던가요? 그냥 입금시키면 됩니다. 그게 아니면 부동산이나 유가증권도 상관없고요.”

태월은 굳이 이곳에서 시간을 오래 끌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실제론 돈을 이렇게 뜯어내려고 온 것도 아니고 사람을 데리러 온 것이다.

하지만 도박이긴 해도 정당한 대가라고 여겼기에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불법도박장에서 합법적인 게 어디 있을까마는.

“흠흠, 뭐 그렇게 하겠소. 분위기상 이제 포커판은 끝났으니, 구 사장님만 일단 챙겨가시면 될 듯합니다.”

구연호는 황 부장과 사기도박이 무관한 줄만 알고 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분위기가 좋진 않지만, 자신도 몇천만 원은 땄기에 이 상황에 불만은 없었다.

“하하, 뭐 그렇게 하겠소. 젊은 양반? 위너가 된 걸 축하하오! 자 이거 내 명함인데, 오늘 그 당당함에 내가 푹 빠졌소. 최근 들어 이 정도 따는 것도 내겐 드문 일이오. 연락하면 좋은 데 가서 내가 한잔 사겠소.”

“네, 시간 되면 연락드리도록 하지요. 오늘 이곳 일은 잊고 평안한 밤 되시기를 바랍니다.”

“하하, 알겠소. 황 부장이 이런 곳을 차렸긴 해도, 신의가 있는 양반이오. 그 돈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뒷배가 상당하니 마련은 해줄 것이오. 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소? 적당한 타협도 필요한 법이오.”

구 사장은 120억을 황 부장이 마련하긴 어려울 거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말하는 건, 이 젊은이와 적당한 타협을 해서 50억쯤에 끝내리라 본 것이다.

그 정도면 이 도박장의 두 달 수익에 해당하겠지만, 감당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의 사촌인 경찰서장에게서 들었던 수익이 그 정도였다.

구연호 사장이 밖으로 향하자, 그를 향해 짧은 예를 보냈던 황 부장이 몸을 돌렸다.

이제 그가 태월에게 돈을 보낸다고 말하고, 부하들을 부르려는 시간이 된 것이다.

그러나 몸을 태월을 향해 돌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태월은 돈 가방으로 보이게 한 공간 배낭을 꺼내 그의 눈앞에 와 있는 상태였다.

“뭐, 뭐야?”

부딪힐 뻔한 거리였기에 깜짝 놀라 물러서는 황 부장을, 그대로 배낭 속에 입고시켜버렸다.

“짜식이 까불고 있어! 어디서 뻔한 짓거릴 하려 해.”

“핸드폰을 통화상태로 두고 우리와 이야길 계속한 거예요. 아마 그들은 대기 상태일 거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태월은 공간 배낭 속에서 그의 핸드폰만 다시 회수하였다.

그리고 방금 통화목록을 찾아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야긴 잘되었으니, 소집은 해제한다는 내용이다.

그 전 문자 메시지의 어투를 머리에 새긴 후에 보낸지라, 특별히 의심을 받지 않았다.

이런 일이 가끔은 있었는지, 문밖의 인기척이 줄어들었다.

10여 분 후에 황 부장을 꺼내자, 질식사한 시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에 떠도는 영혼은 곧바로 문신을 이용해 삼켰다.

“진짜로 120억을 받으려고요?”

아진이 태월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글쎄? 그래도 위험수당인데 받는 게 낫지 않나? 아샤는 어찌 생각해?”

“어머, 다는 아니라 해도 괘씸하니 받아내야 한다고 봐요. 또 약속했던 거잖아요?”

“뭐 일단 소생시켜 놓고 돈의 여유가 가능한지부터 알아보자고.”

태월은 곧이어 뱉어낸 황 부장의 영혼 구슬을 시신의 입에 물렸다.

그리고 벽을 탐색해 비밀공간을 찾아냈다.

위장된 벽의 문이 열리며, 새로운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 둘이나 묶여 있네요?”

아샤의 말을 들으며 태월은 그들에게 다가가 입에 물린 재갈과 묶은 줄을 풀었다.

“크억, 하아, 하아.”

“숨은 편하게 천천히 쉬세요.”

반쯤 깨어있었던 것인지 숨을 몇 번 몰아쉬더니, 그제야 상대를 확인하는 황지명이다.

“어? 태월 군? 어떻게 여길?”

“뭐, 추적하다 보니 운 좋게 찾아올 수 있었습니다.”

“여, 여길 빨리 나가야 하네.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자네도 잡히면 위험해!”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야기는 잘되었고, 오늘 이후 두 분을 괴롭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게 쉽게?”

“이런 쪽은 더 큰 쪽이 누르면 꼼짝 못 하거든요. 더 큰 뒷배경으로 눌렀으니 맘 편히 하셔도 됩니다.”

황지명도 태월이 국제적으로 큰 사업을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어쩌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 사모님은 아직 안 깨어났으니, 여기서 잠시 기다리도록 하세요. 20분 정도면 밖에도 정리를 끝낼 수 있거든요.”

“허허, 알았네. 마누라는 내가 깨워서 안심을 시켜 놓겠네.”

“네, 그럼 조금 후에 오겠습니다.”

태월은 밀실 밖으로 나와 황 부장이 깨어나길 기다렸다.

십 분 정도를 더 기다리자 눈을 껌뻑이며 소생한 황 부장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내가 누군 줄 알지?”

“아, 생각은 좀 나는데 기억이 이상합니다.”

“그건 영혼이 바뀌었기 때문이야. 네 영혼은 이 도박장의 주인인 황 부장이란 사람의 몸에 들어간 상태야. 육신의 기억을 네가 함께 공유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는 그럼 이 기억의 원래 주인이 아니란 거네요?”

“그 기억 속의 사람이 되고 싶은 거야?”

“아, 아닙니다. 이놈 질이 나쁜 놈이네요?”

태월은 피식 웃으며 이야길 추가해주었다.

물론 또 시작된 구라였지만, 악인을 갱생해주었다는 걸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켰다.

옳고 그름의 애매함이 공존하지만,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다고 여기는 태월이다.

“저 밀실에 있는 두 사람은 풀어줬어. 그 둘에 대해선 모든 것에 손을 떼도록 해. 받아낼 것도 이제 없는 거야.”

“당연합니다. 기억 속의 내용으로 보면 오히려 이쪽에서 보상을 해줘야 하는걸요.”

“이제 네 몸의 기억을 말해봐. 황 부장이란 놈의 실체가 뭐지?”

황 부장은 영등포구를 중심으로, 동작구 관악구 금천구의 4개 구역을 차지한 황소파 보스의 사촌 동생이다.

서울의 밤은 6개의 조직이 구역별로 나뉘어 대치 중이며, 그중 황소파의 힘은 4위쯤이다.

황 부장의 황소파에서의 위치는 서열 3위였고, 2위는 보스의 친동생이었다.

황소파 보스 황중길이 사촌 동생인 황중호에게 이곳 노른자 도박장을 맡긴 이유가 있었다.

자신과는 달리 리더십이 부족한 친동생은 사고를 많이 치는 편이었다.

사촌 동생인 황중호는 실제로는 친동생 황중식보다도 한 살이 더 많은 형이다.

더구나 대학도 나온 인텔리 조폭이라는 인식이 조직 내에서 흘렀고, 그렇기에 질투심이 강한 황중식에겐 그는 눈엣가시였다.

그 둘을 부딪치지 않게 하기 위해, 보스 황중길은 황중호에게 이곳을 맡겨 조직의 자금을 담당하게 했다.

조직 자금의 절반이 이곳에서 나오는 만큼 중요한 곳이었다.

다만 조직의 표면적 활동에는 나오지 않기에, 황중식과의 직접적 다툼은 벌어지지 않았다.

“흠, 그렇단 말이지? 그런데 보스란 놈이 여자를 그렇게 밝혀?”

“기억 속의 내용으로 보면 보스로의 자질은 충분한데, 여성 편력은 좀 심하다고 나옵니다.

여자를 밝혀서 그런지, 첩이 많습니다. 더는 욕심이 없기에 중간 성적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것만 빼면 서울을 통일했을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응? 겨우 4위라면서?”

“맡은 지역은 별거 없지만, 조직 구성원에 강한 자들이 많습니다.”

“하하, 그래서 그 황 부장이 아진일 보스에게 보내려 했단 거네?”

“송, 송구합니다.”

“아, 아니야! 네가 영혼이 바뀌었는데, 며칠간 패줄 순 없는 일이잖아.”

황중호는 자신의 몸이 한 짓이지만, 차마 아샤를 자기가 차지하려 했다는 말은 내뱉지 못했다.

그걸 말하고 나면 미움을 잔뜩 받아, 마스터에게서 내쳐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스에겐 자식들이 없나?”

“없을 리가요? 그래도 자식들이 어리고, 또 이쪽 세계를 모르는 게 낫다고 여겨 사업가로만 알게 했습니다. 전부 미성년자입니다.”

“자금이 이번에 50억 정도 줄어들게 되었잖아? 문제는 없나?”

“마스터가 가져간 돈 정도는 충분히 감당합니다만, 120억을 주고 나면 황중식이 손을 쓸 겁니다.”

“아니 왜? 본인이 보스도 아니면서.”

“자신이 물려받을 조직이라고 여기기에, 자기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년에도 작업 치다가 딱 한 번 손해 본 일이 있었는데, 그땐 교통사고로 죽을 뻔했습니다. 사람을 시켜 들이받게 했는데, 천운으로 죽진 않았지요.”

“아 그거 위험한 놈이네?”

“저기 그런데 혹시? 아이들이 여길 안 오는 걸 보면, 어떤 조치를 취했습니까?”

“어, 육성으로 하면 들킬 거 같아서 문자만 보냈는데?”

“헛! 그거 큰일 났습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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