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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49화 (149/250)

149화. 아진의 단검 솜씨

황 부장은 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특별히 모시도록 하지요.”

태월은 그 미소 속에 감추어진 음흉함이 오히려 고마웠다.

‘영혼 색도 제일 혼탁하네. 악령과 버금가는군. 대체 얼마나 인생을 개판으로 살면 색이 저럴까? 오늘 제대로 정신 번쩍 나게 해주지.’

태월은 황 부장이 안내해주는 룸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엔 남자 셋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인사들 합시다. 이쪽은...”

“즐기는 데 인사를 나눌 필요까진 없지 않나요?”

황 부장의 말에 태월이 딴지를 걸었다.

그러자 나머지 셋도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빈 좌석을 가리켰다.

“젊은 양반이라 허례는 안 좋아하는군요. 좋습니다. 앉으시죠.”

태월에게 권한 자리는 다른 사람들 자리와 달랐다.

좌석 조금 뒤 양옆으로 태월 일행이 앉을 수 있게 해놓았다.

셋 중 두 사람은 그 상황에 별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은 사전에 이야기가 되었단 뜻일 거고, 다만 한 남자만이 살짝 찌푸렸었다.

그러나 태월과 같이 온 여자들을 확인하고는 오히려 입을 헤 벌리고 있다.

그는 태월이 앉을 좌석의 오른쪽 남자다.

‘제대로 뜯어 먹으려고 말을 다 맞춰놓았나 보군. 나 말고도 일반인 하나가 끼어 있는 거 보면 저 사람도 호구 감이란 소리네.’

태월이 자리에 앉으며 바지 쪽에 붙어 있던 파리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파리는 테이블 아래로 가더니, 맞은편 남자의 등을 타고 올라 머리에 쓴 모자의 측면에 붙었다.

‘중요한 순간에만 가동시켜야겠군.’

태월이 그를 지목한 이유는 직감적으로 그에게서 불쾌감이 느껴져서다.

왼쪽의 남자는 경직되어 보이는 것이, 프로가 아니라 바람잡이 역할을 맡은 듯했다.

하루 전에 준비된 것도 아니고 갑자기 일어난 일에, 족제비는 제대로 된 바람잡이를 끼워놓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황 부장도 그건 이해하는지 그리 불안해하지 않았다.

‘난봉꾼에 시건방지기까지 하네. 폼만 보면 딱 재벌3세인데, 탈탈 털어주마!’

태월 옆쪽으로 앉은 여인들을 슬쩍 훑어보며, 한 번 더 입맛을 다시는 황 부장이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했다.

“최소 자금은 삼천으로 하겠습니다. 확인 가능해야 합니다. 현금이 아닌 다른 걸로도 대체 가능은 합니다.”

“에이, 시시하게 삼천이 뭡니까? 일억은 해야지요. 일억 정도는 한 달 용돈밖에 더 됩니까? 안 그렇습니까? 다들 그 정도 용돈은 가지고 있으시죠?”

태월의 허풍에 당황한 건 좌측남자와 맞은편 남자였다.

우측남자는 아진의 허벅지 맨살을 보느라, 태월의 말을 듣긴 들은 거 같은데 반응은 그리 없었다.

그냥 슬며시 가방에서 집문서를 꺼냈을 뿐이다.

맞은편 남자와 좌측남자는 잠시 화장실을 간다며 나갔다.

황 부장은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느라 바빴고.

돌아온 두 사람의 손엔 현금 가방이 새로이 들려있었다.

이런 경우 칩을 안 쓰는 이 도박장에겐 번거로운 일일 텐데도, 그걸 고집하는 황 부장이었다.

“구 사장님의 집문서는 시가 2억이니 1억 6천으로 잡겠습니다. 이의 없으시죠?”

“그러겠네.”

황 사장은 옆에 있는 부동산 감정사의 귓속말을 듣고 꺼낸 말이다.

구 사장이란 사람도 종종 겪은 일인지 고개만 끄덕였다.

태월은 품 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황 부장에게 내민다.

“뭐 이건 현금과 같지만, 게임 하는 데는 잔돈도 필요하니 몇 장만 바꿔주실 수 있겠지요?”

감정사가 가까이 다가와 꺼내서 펼치니 무기명채권이었다.

“일단 90% 금액으로 가능하고요. 24시간 내로 찾아가시면 나머지 10%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그럼, 여기 오천만 잔돈으로 바꾸도록 하죠.”

번거로운 준비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초반엔 태월은 기분 내키는 대로 게임을 즐겼다.

투 페어만 되어도 질러대는 통에 기세에 눌려 죽는 선수조차 멋모르고 다이를 외쳤다.

그럴 때마다 태월은 굳이 안 해도 되는 패를 보이며 그들을 도발했다.

중반쯤 가자 그때부터는 오히려 태월이 지는 판이 더 많아졌고, 결국 테이블 위에 있던 돈은 본전의 80%가 날아갔다.

포커를 친 지 2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에이, 작은 판에서 치니 감흥이 덜 납니다. 더 올리죠?”

“어떤 식으로요?”

“제한을 해제하는 걸로요. 그리고 저도 나름 바쁜 사람인지라, 오링되면 그 사람은 아웃되는 걸로 가죠. 최대한 미리 준비하고 치잔 소리죠. 전 일 년 용돈쯤 되겠네요. 아 그리고 이 보석들도 예비로 걸죠.”

태월이 12억 정도를 가지고 있고, 그걸 잃으면 그만하겠단 의미며 오래 치지 않겠단 소리다.

그리고 예비 보석이란 말에 다른 감정사가 들어오더니 살폈다.

그리고 황 부장에게 귓속말을 했다.

“다이아몬드들이 품질이 좋다는군. 10억으로 치지!”

“뭐, 14억 정도는 되는 거지만, 좋습니다.”

“허, 용돈이란 금액이 제 전 재산의 삼 분의 일은 되겠네요. 무시무시한 청년이구먼. 뭐, 이 정도면 5억쯤 계산해 줄 터이니 이것만 잃으면 나도 일어나겠소.”

시세 6억짜리 건물을 꺼내는 구 사장이다.

그는 지금까지 잃은 게 없고, 오히려 본전에서 이천 정도를 딴 상태였다.

그는 오기를 부리는 성격이 아닌지라, 이 도박장에 와서 많이 잃진 않았었다.

가끔 딸 때도 있었고 말이다.

“음, 그럼 각자 준비할 시간도 필요하니 30분 정도 휴식 타임을 갖도록 하죠.”

“아, 잠깐만요. 이 게임에 손장난하는 분이 생기면 어떻게 합니까?”

“몰수패로 하고 그 해당자는 저희가 이 바닥에서 놀지 못하게 처리합니다.”

“에이, 그건 결국 이 도박장이 가려낼 수준이 약하면 우리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단 소리잖아요? 그건 불공평하죠?”

태월이 우측에 있던 구 사장을 보며 던진 말이다.

“에이, 여기 황 부장이 얼마나 깐깐한데? 뭐 그래도 더 센 기술자가 끼었다면 우리가 당할 수도 있겠네. 청년 사업가!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런 짓을 했다간 내가 힘을 보태겠네.”

구 사장은 태월의 말에도 일리가 있기에, 조금이라도 안전한 걸 원했다.

그리고 구 사장이 이곳 VIP룸에 있는 이유도 뒷배경이 만만치 않아서다.

이런 도박장이야 뒤를 봐주는 자가 그만한 공권력 정도는 감당하기에, 아직 이곳이 멀쩡한 것이다.

구 사장의 사촌이 바로 그 공권력 중 하나인 경찰서장이었다.

“그런 손기술을 쓰는 자를 가려내지 못한다면, 당연히 이 도박장도 져야죠. 3배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제 별명이 매의 눈이라, 눈이 예리한 편이죠. 딱 보니 손기술 쓰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그러나 이제 판돈이 커집니다. 혹여 이후 판부터 손기술 쓰다가 그게 밝혀지면, 그 사람이 건 돈의 3배를 도박장에서 보상해주는 겁니다. 원래는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열 배쯤 해주는데, 뭐 한국이니 이 정도만 하죠.”

VIP룸임에도 불구하고 여긴 그냥 사설 도박장과 같이 딜러란 게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꾼들이 많단 소리였고.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에서도 그런 규정은 없다.

태월이 되는대로 해대는 헛소리였다.

‘하하, 지금까지 우리 쪽 선수가 5번 정도 손기술을 쓴 거 같은데, 전혀 알아채지 못했으면서. 뭐, 매의 눈? 아주 매를 버는구나! 무제한 놀음판은 밑천 많은 놈이 다 먹게 되어 있지.’

“하하, 그렇게 말하니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당연히 저희가 우둔해서 발견 못 했다면, 책임을 져야죠. 약속하겠습니다.”

화장실을 간다며 두 놈은 나갔다.

황 부장도 잠시 볼일이 있다며 자리를 비웠고.

태월 일행도 화장실 볼일을 끝내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실제는 10분이 더 걸려서 준비가 마무리되었다.

최대한의 현금을 만들어 오느라, 황 부장 쪽에서 시간이 더 지체된 것이다.

급히 다른 곳에서 송금을 받은 후 은행에 현금 부족 사태가 생겼기에 일부는 수표로 가져왔다.

“이분은 40억이고 이쪽 분은 10억이네요. 돈이 중간에 딸리면 다른 방법도 있으니, 그렇게 대체하시면 됩니다.”

황 부장이 말을 하면서도 태월의 옆을 흘낏댄다.

“저 시간이 없거든요? 사설 그만하고 진행하죠. 뭐 입이 필요한 일은 아니잖아요? 여기서 집에 있는 꼰대를 떠올리긴 싫습니다.”

정식 도박장이 아닌 사설 도박장이라서, VIP룸임에도 이렇게 질 낮은 도발을 서로 하고 있었다.

이 도박장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라 그걸 탓하는 사람은 또 없었다.

마지막에 돈을 딴 태월의 우측 편 남자가 셔플을 시작했다.

몇 판이 더 돌아가자 태월이 기다리고 있던 맞은편 남자가 셔플을 하게 되었다.

‘우와, 선수가 저런 거구나. 카드를 두 장 숨겨둔 거야 알지만, 차패 솜씨도 매끈한데?’

태월의 눈이 매의 눈이라서 아는 게 아니라, 이제서야 파리의 눈을 링크했기 때문이다.

선수가 두 번이나 연속 이겨 셔플을 했지만, 태월은 중간에 죽어버렸다.

세 번째 판엔 태월도 나름 좋은 패인 Ace 투페어를 쥐게 되었다.

태월이 투페어에서도 광분하기에, 투페어 중 젤 큰 족보인 Ace를 선수가 그에게 배정한 것이다.

4장째에 태월의 패를 그렇게 만들어준 것이다.

‘와, 이놈이 날 몰아주네? 벌써 이곳에 온 지 4시간이 넘었고, 오래 끌어 뭐 하겠어. 저 벽 쪽 너머에서 좀 전부터 생긴 신음이, 우리가 찾던 황지명 아저씨 호흡이야.’

황 부장도 태월의 돈과 여자들에게 집중하느라, 인질의 마취가 더 일찍 풀린 것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태월이 화장실을 가면서 아카에게 연락했었고, 돌아오는 길에 태월에게 이 건물의 내부가 그려진 자료를 받게 되었다.

구청에 신고된 것과 다르게 이곳 VIP룸 크기가 작다는 내용이었고, 그 이유로 말미암아 밀실이 예측된다고 했었다.

여섯 장째의 패가 돌려졌고, 태월은 여전히 투페어다.

“쭉 가죠! 천에 2천 더요!”

태월이 여전히 호기롭게 지른다.

“오! 청년 기업가 양반! 뭘 좀 잡았나 보네. 난 이 판엔 요기서 다이하겠네.”

“그 3천에 6천 더!”

바람잡이가 역시나 한번 질러 판돈을 올린다.

그런데 바람잡이는 제 역할을 다 하진 못했다.

판돈이 이미 그 돈을 끝으로 이천밖에 남지 못했다.

이 판이 그의 마지막 서포트인 것이다.

태월 입장에선 바람잡이의 패까진 보지 못한다.

그러나 태월이 기다리는 건 선수의 속임수다.

맞은편 선수 차례가 왔다.

“쯔, 척 보니 별 족보도 없어 보이는데, 역시 젊은 나이라서 그런지 호기롭구먼. 그럼 9천에 1억 8천 더!”

졸지에 2억7천이 되었다.

태월이 콜을 한다고 해도 2억5천을 넣어야 했다.

태월은 잠시 자기 패와 선수의 패를 음미하다 말고, 콜만 했다.

더불어 바람잡이는 다이를 하며 빠졌다.

그리고 마지막 패가 돌았다.

“5억!”

“5억에 10억! 더!”

“뭐 그쯤이야! 받고 10억! 이거면 젊은이가 콜 받고 나면 오링이네? 난 아직 10억 더 남았는데 말이야. 이것도 걸지. 뭘 더 걸 건 없나? 옆에 아가씨들도 되는데.”

“후훗, 그 남은 10억도 당신 돈이 아닐 건데? 여기 내 여친은 당신 돈 수준으론 사지 못해.”

그 순간, 태월의 왼쪽에 앉아 있던 아진의 소매에서 무엇인가가 날아갔다.

-쉬이익! 퍽! 커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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