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48화 (148/250)

148화. 도박장 VIP룸

김상국의 손은 아진의 가슴을 스친 꼴이 되었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추행하는 자세였다.

“야! 이 썅! 어디서 내 여자 몸을 만져! 권태호가 이렇게 하라 하던? 아, 아니다! 여기 책임자 나오라 해!”

태월은 1층의 카페 여자 손님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런 타이밍을 만든 것이다.

‘헉! 똥 밟았다!’

여자 손님이 벌레 보듯 그를 쳐다보자, 이후 상황을 예감한 김상국이었다.

“어머, 너무해! 오빠, 그냥 돌아가자! 낼 그 사람에게 따지면 되잖아!”

“아, 아닙니다. 제가 사람을 몰라봤습니다.”

아샤의 언짢은 연기에 김상국은 화들짝 놀라 무릎을 꿇다시피 했다.

“흠흠, 그럼 오늘 귀빈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거지? 사실 왕까진 바라지도 않아.”

VVIP만 아니면 김상국도 가능한 것이다.

“물, 물론입니다. 뭐든 말만 하십시오.”

태월이 이렇게까지 어설픈 짓을 하는 건, 황지명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다.

1층의 카페까진 안면만 있으면 통과가 된다고 했었다.

그러나 2층은 신원이 보증된 사람이 아니면 입장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김상국 같은 악당 호구가 태월에겐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복잡한 계획을 세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1층에서 나왔던 여자 손님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양쪽을 쳐다보더니, 그들을 지나쳐 가버렸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제가 안에 좋은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김상국이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아샤가 태월에게 다가왔다.

“오빠? 술 취한 사람 흉내 낸다며?”

“응, 냈잖아.”

“술 취한 사람이 그렇게 또박또박 말을 다 한다고?”

“내가 그 정도로 술에 취해 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그래도 마지막엔 욕도 잘해줬잖아.”

“그래, 그거 빼곤 다른 건 너무 어설펐어.”

“아진 언니는 괜찮아? 진짜 만져진 거 아냐?”

“응, 난 괜찮아. 몸을 살짝 비튼 거라 실제로 만져진 건 그리 없었어.”

“오빠? 아진 언니 귓불은 왜 깨문 거야? 작전에도 없는 거잖아.”

“어? 술 취하면 그런 거도 할 거 같아서지. 많이 이상했어?”

“아니, 나중에 나도 해달라고.”

“헐!”

태월은 다른 말을 꺼내려다가 김상국이 나오는 낌새가 보이기에 말을 멈췄다.

그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세 분 자리를 마련해놨습니다.”

“아, 잘됐네. 앞에서 노닥거렸더니 술이 다 깼거든? 난 좀 취해야 기분이 오르거든.”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아진과 아샤를 옆에 끼고 안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그에게 가까이 갔다.

그리고 품에서 편지 봉투를 꺼내 김상국의 손에 쥐여줬다.

“원래는 그 사람에게 좋은 곳을 안내한 소개비로 주려 한 건데 말이야. 자리에 없으니 그 역할을 한 사람에게 줘야겠지? 굳이 다른 사람에겐 말해서 눈총을 받진 말라고.”

얼떨결에 소개비란 걸 받게 된 김상국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에 미소가 걸렸다.

태월 일행이 안으로 들어가자 잽싸게 준비된 테이블로 안내를 한다.

‘오, 의외로 겉과 달리 안은 시설이 좋네? 그리고 손님도 많고.’

메뉴판을 슬쩍 본 태월은 젤 상단에 있는 양주 한 병과 안주를 주문했다.

“한 잔 받지?”

“아, 아닙니다. 지금 근무 중이라서요. 교대 순번이 있기에 1시간 정도 후에나 가능합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오, 그럼 그때 되면 다시 보자고. 원래 남자는 투닥거려야 더 정이 드는 법 아닌가?”

“맞, 맞습니다요. 다녀오겠습니다.”

김상국은 태월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넨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곤 다시 주변을 슬쩍 훑고는, 태월이 주었던 봉투를 가로로 눌러 속을 들여다보았다.

‘오? 10만 원짜리 수표가 5장? 이야, 꽤 기분파인데? 지옥과 천당을 삼십 분만에 겪었군. 끝나고 야화에 가서 명옥이랑 진탕 마실 수 있겠네. 팁도 팍팍 주면 오늘 밤. 으흐흐.’

김상국은 요즘 야화라고 새로 생긴 카페의 아가씨 하나에게 꽂혀있는 상태다.

월급식으로 받는 게 한 달에 70만 원인데, 그 돈 가지고 생활하고 나면 용돈이 10만 원 정도다.

담뱃값이야 이곳에 오는 손님들에게 팁 식으로 받지만, 남은 용돈으로는 양주 1병 시키고 나면 바닥이다.

‘그런데 2층을 가려고 하는 것 같던데? 권태호 그놈이 신경 쓰이네. 에이 몰라 수고비도 나에게 준 거 보면, 그놈에게 엮인 게 아니라 도박 자체에 관심을 가진 것이겠지. 권태호 이름을 내가 못 들은 거로 하면 되겠군. 크흐흐, 2층으로 올려주면 팁은 또 얼마나 주려나?’

혼자서 명옥과의 첫날 밤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실없이 흐흐하고 있는 김상국이다.

태월 일행은 카페 안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여자들의 비주얼도 워낙 뛰어난데다가 한량 같은 놈 하나가 둘을 데리고 노니 띌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실상은 보는 것과 달랐다.

“오빠? 나도 여길 만져줘야지. 왜 언니만 만져? 불공평해.”

“만진 게 아니라 어깨를 감싸다가 실수로 그리된 거라니까?”

“그럼, 나에게도 실수를 자주 해줘.”

태월이 불의 정기를 흡수하여 정상적 기운이 되었지만, 습관이 생겨서인지 스킨십이 많지 않다.

그래서 아샤가 이 자리를 빌려 저렇게 장난을 치는 것이다.

“야야, 고만해. 사람들 시선이 몰리잖아.”

“그거야 오빠가 우릴 만져대니, 웬 난봉꾼이 저러나 싶어 보는 거고.”

“아샤도 술 고만해. 괜히 기분이 업돼서 텐션만 올라가잖아.”

태월과 아샤가 노닥거리는 중에, 김상국이 교대 시간을 마치고 카페로 들어왔다.

“어, 어서 와. 한 잔 받아.”

“네! 감사합니다.”

태월이 보기에 김상국은 영혼의 색이 탁했다.

지금 보이는 것과는 달리, 일반인에게 악질 피해를 주며 산단 소리다.

그래서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이다.

태월 일행이 떠난 후에 벌을 받는다고 해도 태월에겐 부담이 되지 않아서다.

몇 잔의 술이 더 들어간 후 태월은 본론을 꺼냈다.

“2층으로 올라갈 수 있겠지?”

“그, 그럼요. 즐기시러 오신 건데, 그 정도는 해드려야죠. 저 그런데...”

“어? 동생! 우리 사이에, 편하게 말해봐!”

“권태호를 만나러 온 걸, 제가 못 들은 거로 해주세요.”

“아, 난 또! 우리도 바빠서 내일 여기 못 올 거야. 그러니 그런 문제가 생길 이유도 없겠지? 뭐 그런 걸 어렵게 생각해. 덩치는 커다란데, 의외로 보기보단 소심하네?”

“소, 소심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제가 화끈하게 2층으로 같이 올라가도록 하죠. 소심이라니요?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 소리입니다.”

결국 태월 일행을 위로 올려만 보내려던 김상국은, 2층으로 같이 가는 걸로 마음을 바꿨다.

‘아, 이놈은 또 이런 데에 자존심을 거네?’

태월이 김상국과 호형호제하며 한잔하는 사이에, 이곳의 관리를 맡은 황 부장에게 그 보고가 들어갔다.

“김상국이 형이라고 부르는 난봉꾼이 들어왔다고? 돈은 많아 보여?”

“100만 원짜리 배갈을 2병째 마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옆에 끼고 온 애인이 둘이나 되는데, 천하절색이라고 합니다.”

“오호, 돈지랄 좀 하는 부잣집 개망나니겠군. 여자들이 그 정도로 이쁘다고? 돈 털려서 딸과 마누라도 팔아먹은 최 사장이 생각나는군.”

“흐흐, 보스가 좋아할 만한 그런 여자들이더라고요. 한국 여자는 최소 미스코리아고요, 외국 여자도 미스유니버스급이던데요? 러시아 쪽 특유의 엘프 외모였습니다.”

“족제비? 넌 키 크고 늘씬하기만 하면 다 러시아라고 하잖아? 이놈이 리니지 게임머니 작업장 출신이라더니, 엘프는 또 겁나 좋아하네.”

“흐흐, 형님! 엘프가 최곱니다.”

“괜히 궁금하게 만드네. 카페 쪽 모니터 연결해봐!”

“네! 그럴 줄 알고 방향 잘 맞춰 놨습니다.”

족제비라고 불리는 남자가 영상기기를 조작하자, 모니터 화면에 카페의 전경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중심 위치가 바로 태월 일행의 테이블이었다.

비록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화질은 꽤 좋았다.

“오호, 그리 믿진 않았는데, 생각보단 월척인데? 얼굴만이 아니라 몸매도 굉장하네? 그런데 저놈 난봉꾼 맞네. 김상중하고 대화하는 중에도 연신 만져대잖아. 저, 저 봐 가슴 속에 손을 아예 넣고 사네. 또 다른 손은 그 엘프의 허벅지 사이에 들어가 있어!”

황 부장은 화면을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태월의 1차 목표가 이곳 관리를 맡은 황 부장이었다.

황지명과의 이야기에 나온 등장인물이 둘이었는데, 하나는 권태호고 다른 하나가 바로 황 부장이다.

그의 시선을 끌어야 2층 중에서도 VIP 전용 룸에서, 제대로 된 도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지명의 핸드폰 전원이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곳이 그 VIP룸이었다.

황 부장의 눈은 벌써 벌게져 있다.

그가 충성하는 보스에겐 둘 중 한국 여자만 상납하고, 러시아 여자는 자기가 차지할 생각이다.

보스가 의외로 외국 여자와의 잠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야, VIP 룸 세팅 빨리 해 놔!”

“거기 뒤쪽 밀실에 가둬놓은 놈은 어떻게 할까요? 와이프도 같이 묶어뒀는데.”

“어차피 수면제 먹고 잠든 상태잖아. 깨어나면 다시 고문해야 하니, 둘에게 주사도 한 방씩 놔줘! 그럼, 문제없잖아?”

“네, 알겠습니다. 오늘 하루 좋은 밤 보내십시오.”

“하하, 족제비는 역시 눈치가 빨라! 빠르게 움직여!”

족제비는 고개를 90도로 굽혀 인사하고는 부장실을 나갔다.

그러는 사이 김상국은 태월 일행을 데리고 2층으로 향했다.

“여기가 제대로 즐기는 파라다이스지요. 어떻습니까?”

“오호, 생각보단 괜찮은데?”

김상국이 말한 파라다이스는 도박과 환락이 있는 곳이다.

이곳 2층의 서빙을 보는 여자는 반나체 복장이었다.

태월이 난봉꾼 역할답게 지나가는 서빙녀의 음료를 한 잔 받아 마시고는, 그녀의 맨살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아샤가 태월의 손을 잡아, 자신의 엉덩이로 위치를 변경시켜주었다.

“어떤 게임을 원하십니까?”

“정통 포커가 제일 낫더라.”

“하하, 그렇죠! 남자의 게임 하면 정통 포커 아니겠습니까?”

그게 왜 남자의 게임인지 잘 모르는 태월이다.

김상국이 안내한 곳에서 태월은 포카를 치기 시작했다.

큰 판이 아니었기에 파리를 이용하지도 않았고, 기분에 따라 질러댔다.

그래도 운이 나쁘진 않았는지, 계속 잃다가도 큰판엔 따기도 하여 절반은 유지했다.

이곳은 일반 도박장과 달리 그 흔한 칩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현금 이외에 귀금속이나 부동산도 걸 수 있게 해놨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전문 감정사도 둘이나 있었고.

호구를 홀랑 털어먹으려는 계산된 의도였다.

현금으로 500만 원쯤 잃었을 때, 황 부장이란 사람이 그들 테이블에 나타났다.

잠시 화장실 가는 타임을 가졌을 때였다.

“와, 여기는 VIP 판도 아닌데도 금액이 꽤 되네요? 뭐 거기에 비하면 스릴이 적지만요.”

“아? 더 좋은 곳이 있나 보네요? 우리 이쁜이들도 좀 지루해하던 참이었는데.”

“오, 두 분이 굉장한 미인입니다. 사장님은 전생에 나라를 두 번 구한 분이셨군요.”

“전생은 기억이 안 나서 모르겠네요. 그건 그렇고 VIP 룸에서 놀아볼 수 있을까요? 진득하게요!”

진득이란 말에 황 부장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이 더 빨갛게 충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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