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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42화 (142/250)

142화. 요괴 다운그레이드?

달리던 태월도 제자리에서 멈추고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휴! 겨우 해냈네. 도망쳤으면 잡지도 못했겠어.”

“죄, 죄송해요. 중급신하고 싸운 건 이번이 첨이라서요. 그리고 신의 자존심을 버리고 도망칠 줄은 몰랐어요.”

“그만큼 자신이 위험하다는 걸 깨달은 거지. 너도 저런 건 좀 배워둬.”

“어머? 비겁하잖아요.”

“살아야 복수라도 하는 거 아냐? 그까짓 자존심이 뭐가 중요해? 알겠어?”

“아, 알았어요.”

“일단 안으로 다시 들어가자. 검은 제자리에 둬야 할 거 아냐.”

“네!”

안으로 들어가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자, 문신이 꿈틀거렸다.

한 시간가량을 태월도 집중하며, 문신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했다.

-우웨엑! 티틱!

검을 뱉어냈는데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그리 맑지 않았다.

그리고 검에서 빠져나온 중급신 격인 쿠사나기노츠루기의 영혼이 휘황찬란하게 빛을 뿌리고 있었다.

“검 모양만 제대로지 빛을 조금 잃었군. 오, 중급신이 정화된 건 나도 첨 보는데 대단하네? 키쿠리? 너 저거 흡수할 줄은 알아?”

“특별한 다른 방법이 있나요?”

“아니, 그냥 덥석 먹으면 되는 거 아냐?”

“맞, 맞아요. 난 또….”

“뭘 바란 거야? 어서 흡수나 해봐.”

농구공만 한 크기의 영혼 구슬은, 키쿠리가 빨아당기듯이 호흡하자 곧바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제자리에 앉아서 자신이 가진 방식으로 흡수해나갔다.

태월은 할 일도 없고 해서 주변을 살피는 중이다.

눈 구경일 뿐이지 가지고 나갈 수도 없다.

몇 개는 박물관에 보내고 싶었지만, 생각이고 마음뿐이다.

분실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 위인들인데, 굳이 꼬리를 남기고 싶진 않았다.

십분 정도가 지나자 키쿠리가 일어섰다.

“어? 벌써 흡수 다 했어?”

“아뇨. 여긴 불안해서요. 그리고 일단 일부는 흡수했으니, 나머진 여유 시간 가지고 해야죠. 완전히 흡수하는 데는 하루 꼬박 걸릴 거 같아요.”

“뭐 그럼 이제 가볼까?”

태월은 검을 검집에 잘 넣고 장식걸이에 잘 걸어두었다.

혹시나 몰라서 소매로 문신까지 지워주는 소심한 태월이다.

눈에 영혼 에너지를 담아 검을 살펴보니, 이젠 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뭐 이상한 걸 눈치챌 민감한 사람도 생기겠지만, 뭘 알 수 있겠어? 신이 떠났다고 여기려나? 오늘 이래저래 대박의 날이군. 전시관이나 감시카메라가 있지, 여긴 왜 없나 몰라?”

감시카메라가 있었다 해도 태월은 그걸 피할 방법이 있긴 했다.

태월과 키쿠리가 신궁 앞쪽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토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경비들은 어떻게 했어?”

“이간질을 시켜서 서로 싸우게 했습니다. 손장난 좀 쳤지요.”

“쥐어박고 상대가 때렸다고 오해해서 싸우게 만든 건 아니지?”

“어? 어찌 아셨습니까?”

“나 원 참, 그건 코미디 프로에 나오는 거잖아. 난 또 기발한 게 있었나 했네.”

“아, 그건 선각자들이 있었군요.”

“헐, 무슨….”

‘무슨 요괴 수준이 그따구냐? 라고 해주고 싶었지만, 잘하고 있는 토리의 기를 꺾는 것일까 봐 참는 태월이다.

“사각지대의 감시카메라는 확인했어?”

“네, 그건 피해서 다녔습니다. 우리가 드러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 숙소로 돌아가자, 자고 나서 아침 일찍 출발하면 다음 목적지엔 시간 맞출 수 있지?”

“다음은 오사카입니다.”

“옛날 생각이 나네. 그땐 귀신이 대상이었지만 말야. 고스트 바스터즈라고나 할까.”

태월은 잡신과 요괴가 가득한 일본에서 훗날을 위해 신격의 축적을 많이 해놓을 생각이다.

“하하, 저도 그 영화는 봤습니다. 재미있더라고요.”

“오사카 다음은?”

“오사카에 이어 히로시마, 벳부, 후쿠오카, 가고시마를 돌아볼 겁니다.”

“센다이와 삿포로를 제외하면 거의 일본 전역이군.”

“네 수집된 정보가 그렇게 나와서요. 그리고 이곳만 요주의 신격이고, 나머진 막 하급신이 된 존재거나 요괴들뿐입니다. 하루에 두 군데씩 다닐 생각입니다.”

“이틀 정도밖에 시간이 안 난다면서?”

“하루만 더 빠지고 그 후에 빡세게 하면 될 것이라서요.”

고개를 끄덕여준 태월은 토리를 따라 사각지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시작된 요괴 탐험 파티는 고스트 바스터즈 때보다 더 현장감이 넘쳤다.

“토리! 그쪽을 막아! 키쿠리 뭐 해? 그만 가지고 놀고, 기절시켜! 뒤쪽으로도 한 놈 도망가잖아.”

“가지고 놀다뇨? 지금 얘는 하급신이거든요?”

“내가 모를 줄 알아? 지금 연습하는 거잖아!”

“윽, 들켰다.”

태월은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청동거울을 이용하여 포획 작전에 큰 공로를 쌓고 있다.

이틀째 되는 날엔 키쿠리도, 쿠사나기노츠루기의 중급신 격을 다 흡수한 상태라서 하급신은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토리에게도 몇몇 요괴의 기운을 흡수시켰더니, 그 또한 빠르게 성장 중이다.

태월도 하급신 격 두 개를 문신 속에 보관시켰다.

그리고 그 수상한 좌판대의 기능도 알게 되었는데, 잡아들인 요괴의 영혼을 가까이 대니 홀 하나에 하나씩 들어갔다.

결국 5마리의 요괴를 다 채우게 되었는데, 그 순간 오각형의 별이 작동하더니 결과물을 내보였다.

“자, 동쪽으로 몰아가자!”

“네, 마스터!”

말이 복화술을 한다.

그 오각형의 별이 내놓은 결과물인데, 현재는 백마며 그 위에 태월이 타고 달리는 중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새로운 요괴가 생성된 건데, 이 요괴는 사람과 동물 두 가지 다 변신이 가능했다.

그리고 일반 요괴보단 몇 배나 강했다.

태월이 샀던 그 좌판은 요괴 합성기였다.

두 번째 요괴 합성을 위해 태월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중이다.

“아이고 뛰어다니다 보니 너무 힘들어요. 배도 고프고요.”

“하하, 알았어! 이거만 합성하고 나서 밥 먹으러 가자!”

“태월 님은 이러다 중독되는 거 아녀요?”

“뭔 소리야? 이제 겨우 두 번째 합성인데.”

“요괴 소굴을 온 이유가 그거 같아서요.”

“험험, 그럴 리가 있나? 다 인간 세계 평화를 위해서지! 그리고 얘들이 좀 문제 있는 요괴들인 건 알잖아?”

“그건 그렇지만….”

의심하고 있는 키쿠리의 눈을 피해 시선을 요괴 합성기로 돌리는 태월이다.

‘쟤는 이럴 때 보면 눈치가 빠르네.’

태월은 문신이 삼켜 내뱉은 요괴 다섯의 영혼과 기운을 다섯 개의 홀에 넣었다.

그리고 영혼 에너지를 모아 기계를 작동시켰다.

-위이잉!

다섯 곳의 홀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러더니 중앙으로 빛이 흐르며 모여들었다.

-화악!

새로운 요괴가 생겨난 것이다.

“허? 얘는 왜 이리 생겼어? 다운그레이드도 되나?”

태월의 눈앞에 보인 것은 두더지와 고슴도치를 합쳐놓은 그런 요괴였는데 덩치는 강아지만 했다.

“다른 재주가 있을지 모르잖아요.”

키쿠리의 말에 고개를 갸웃한 태월은 그 요괴와 눈을 맞췄다.

“너 말할 줄 알지? 앞으론 내가 네 주인이야. 주특기가 뭐니?”

“아, 처음 뵙습니다. 제 주특기는 땅 파는 것입니다. 뚫을 일이 있으면 뭐든 시켜주세요.”

“진짜 두더지 특성인가 보네. 다른 건 없어?”

“고속 땅파기, 저속 땅파기 두 가지 다 됩니다. 고속은 홀이 좁고, 저속은 홀이 큽니다.”

“헐, 결국 땅파기 하나밖에 안 되는 거잖아!”

“그, 그렇긴 합니다.”

태월이 생각하기에 이 새로 생긴 요괴는 다운그레이드 같았다.

‘음, 이거 뽑기 같은 거잖아? 망할 수도 있단 소리네. 이거 날려버린 요괴가 아까운데?’

늦저녁 식사를 마친 태월은 요괴 소굴의 잔당 퇴치를 새벽까지 했다.

그리고는 요괴들 다섯을 합성기에 넣었다.

“밥 먹는 사이에 이것들이 단체로 도망을 갔나 봐. 겨우 여섯이야! 뽑기 한 번 할 것밖에 안 되잖아?”

“뽑기요? 역시나 중독이….”

“중, 중독은 무슨! 별에게 치유 스킬을 한 번 날려줘 봐!”

“엥? 갑자기 그건 왜요?”

“뭔가 더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 해서지.”

키쿠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태월이 원하는 대로 해줬다.

-촤아아!

다섯 곳의 빛이 반짝이는 중에 하얀빛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중앙에서 빛이 뿜어진다.

“헐! 이건 또 왜 이러니?”

중앙에서 나타난 건 젖먹이 아기였다.

그런데 꼬리가 달려있었다.

“아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웬 아기야? 나보고 젖 먹여 키우란 거야 뭐야?”

“어머 왜 이래요? 애가 울 거 같잖아요!”

키쿠리가 아이를 안아 들더니 달래고 있다.

“우쭈쭈! 아이고 이뻐라.”

“어, 엄마?”

“어어, 그, 그게...”

“아, 아니야?”

“마, 맞아! 크윽!”

졸지에 엄마가 돼버린 키쿠리다.

시집도 못 가본 채 엄마가 되어서인지 억울한 표정을 짓더니 결국 주저앉는다.

아이의 눈망울이 너무 슬퍼 보여서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태월은 괜히 관여하다간 아빠가 될 거 같아 주특기도 물어보지 못했다.

“마스터! 이제 마지막 남은 일정입니다. 오늘 이곳엔 요괴에 대한 정보는 없고 하급신 하나만 있습니다.”

“에고 봄날은 갔네?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 시간 나는 대로 요괴들 정보는 더 모으도록 해. 1년이 걸리더라도 말이야.”

“네! 마스터의 취미생활에 꼭 보탬이 되겠습니다.”

“헐, 인간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라니까!”

괜히 뜨끔해지는 태월이다.

“키쿠리는 뭐 하고 있어?”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습니다.”

“헐, 그 애가 인간도 아닌데 뭔 우유야? 요괴가 그딴 걸 먹기나 하겠어?”

“잘 먹던데요? 공갈 젖꼭지도 입에 물더라고요.”

“참, 황당하네.”

젖먹이를 돌본다고 오늘 하급신을 잡는 곳엔 나타나지 않았다.

“이 하급신만 키쿠리에게 먹이면 완전한 증급신이 되겠지?”

“네, 딱 경계선까지 왔다고 합니다.”

처음에 태월은 키쿠리에게 중급신을 하나 먹여 소화만 다 시키면 중급신의 격을 가지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중급신이 되진 못했다.

효율이 70% 정도밖에 되지 못한 것이다.

“경험자가 없으니 더 나은 흡수법을 모르겠네. 날려 먹은 게 참 아까워.”

입맛을 몇 번 다신 태월은 토리와 함께 하급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놈이 번개를 다룬다고?”

“네, 조심해야 합니다.”

“좀 까다로운 놈이네. 그런데 이 청동거울이 자연적인 빛을 다 반사시키니 벼락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 글쎄요.”

“까짓거 한번 해보면 되겠지.”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잘못하면 마스터가 다칠 수도 있고요. 그리고 마, 마스…. 아니, 거울이 벼락에 맞아 부서질 수도 있잖아요.”

‘벼락에 맞아 죽을 수도 있잖아요.’라고 말하려던 토리는 얼른 말을 바꿨다.

그리고 실제로 하급신과의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태월은 다치진 않았지만 머리털이 다 그을려 버렸다.

그리고 그 도박은 성공했다.

번개가 반사되어 그 하급신을 때렸고, 순간 멈춘 그 짧은 시간에 문신이 삼켜버렸다.

“헐, 이거 진짜 대머리 될 뻔했네.”

삼 일간의 요괴 탐험 파티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태월이 숙소로 돌아오자 아이랑 놀던 키쿠리가 얼굴을 내밀었다.

“아, 머리가 그게 뭐예요? 다친 데는 없어요?”

“음, 그거 말고는 없어. 야식하러 갈까?”

“잠시요. 아이를 데리고 올게요.”

잠시 후 아이의 꼬리가 감춰지는 옷을 입힌 키쿠리가 방문 밖으로 나왔다.

아이가 태월을 보더니 입을 오물거리다가 말을 한다.

“아빠!”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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