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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36화 (136/250)

136화. 대학 졸업 학년 때 생긴 사건

아루가 이마를 찡그리곤 손가락질을 했다.

그녀가 향한 곳은 알이 있던 곳인데, 아리랑이 알 위에 널브러져 자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아루는 아리랑을 덥석 안고는 잠을 깨웠다.

“너, 왜 하필 알 위에서 자고 그래? 그러다 알이 깨지면 어쩌잔 거야?”

“아하함, 따뜻해서 잔 거야. 그리고 그 정도론 안 깨져!”

입으로 내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 소리가 음성화되어서 일행에게 들렸다.

“어? 너 이렇게 하는 건 어디서 배웠어?”

“나도 텐트 밖으로 흘러나오는 기운이 굉장했어. 그래서 그걸 흡수했는데? 그러면 안 돼?”

아루의 질문에 아리랑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어차피 공기 중에 흩어져 사라질 것들이었어. 너라도 취했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꽤 양이 되었나 보네? 약간의 성취를 짧은 시간에 이룬 거 보니!”

“조금 부족한 상태였는데, 그게 마저 채워진 거예요. 복화술이란 건데 이제 되네요.”

태월의 말엔 존대하고 아루의 말엔 반말하는 아리랑이다.

“야! 너 방금 나한테 반말했냐?”

인상을 팍 찡그리며 아리랑에게 삿대질하는 아루다.

“아쿠 언니도 그렇게 하잖아! 호칭만 존대하면 되잖아. 꼰대 언니가 되고 싶어?”

“헐, 너 진짜 진화가 엄청 빠르구나.”

너무 달변가가 된 아리랑이다.

“TV 한 달만 보면 이 정도는 다 되는 거 아녔어?”

“끙, 알았어! 그럼, 너도 아쿠처럼 해! 대신 그 복화술 나한테 가르쳐줘! 호호호, 엄청 재밌는 거 같네.”

쌍심지를 켰던 걸 잊었는지, 금세 아리랑이랑 하하호호하는 아루다.

라스트 캠프를 해체하고, 일행을 만나기로 한 지점까지 스노모빌을 타고 이동했다.

그 후 30여 분을 더 기다리자 헬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정상 정복하셨나 봐요? 분위기가 꽤 좋은데요?”

“하하, 그럼요! 그거 하려고 오르는 건데요.”

“네?”

태월이 말을 했지만, 그는 안 믿는 눈치다.

결국 아루는, 정상에서 찍은 사진 중 즉석 사진 몇 장을 헬기 조종사에게 보여줬다.

그도 사실 인사치레로 건넨 말이지, 실제 정상 정복은 불가능하다 여겼다.

장비도 부족해 보였고, 준비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팀이었다.

그리고 5명 중 4명이 미인대회에서나 어울릴 그런 여자들이다.

전문 산악인도 정복이 어려운 이곳을. 연약한 이들이 성공했다고 하니 황당했다.

“하하, 정말 대단합니다! 이렇게 미인이신 분들이 단출한 장비로 거길 정복하다니! 전문가들도 하기 힘든 일인데, 최고십니다!”

태월 일행에게 엄지척을 해 주며, 흠모의 눈빛을 마구 뿜어내는 헬기 조종사였다.

이렇게 태월 일행의 캄차카반도 선발대의 여정은 보람차게 막을 내렸다.

***

모스크바의 9월은 꽤 시끄러웠다.

1999년 9월 4일 국경수비대 건물에 폭탄테러가 일어났는데, 이슬람 반군의 소행이었다.

이때 64명이 사망했지만, 태월은 학교 수업에 열중하느라 그 소식을 하루가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9일에는 모스크바 페차트니키의 노동자 아파트 건물 지하실에서, 폭탄이 터져 106명이 사망했다.

그로부터 4일 후 모스크바의 다른 지역에서, 자동차 폭탄 테러로 119명이 사망한다.

그리고 남부 도시 볼고돈스크에 마지막 폭탄이 터져 17명이 세상을 떠났다.

체첸 반군과 연관이 있다는 소문이 모스크바 전역에 퍼졌다.

“오빠? 모스크바 시내가 너무 뒤숭숭해. 수업을 받긴 하는데 다른 학생들도 불안한가 봐.”

“편하게 마음먹어. 며칠 지났는데 더는 소식이 없는 것 보니 당분간은 조용할 거 같더라.”

“그래도요.”

“그럼 아카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네. 이제 위험이 없으니 연락 안 한 것일 건데….”

태월은 수업이 끝난 후 아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음, 내 생각이 맞았네. 그럼 마지막 폭탄이 터진 이후로는 어떤 움직임도 없단 소리지?”

“그래, 올해는 그게 끝일 걸로 예측해. 아 참, 그걸 말한다는 게 깜빡했네. 폭탄테러의 범인이 애매해. 정보기관에서는 자작설이란 소리도 있고, 체첸 쪽이란 소리도 있어.”

“전자라면 주변국들이 위험하겠군. 알았어. 졸업 때까지만 버티면 되겠지.”

“아,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호가 8월 28일에 공식 활동이 종료되었어. 그걸 인수하려고 물밑작업에 들어갔어!”

“그거 오래된 거잖아? 굳이 사들일 필요가 있나?”

소련이 발사한 우주정거장 미르호는, 1986년 2월 19일 소련일 당시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발사되어 13년간 운용되었다.

“우주 연료주유소를 설치하는 일에 새로 쏘는 것보단 그걸 보수해서 쓰는 게 아주 저렴해. 시간도 절약되고, 또 우리야 기술이 있잖아. 그리고 새로 쏘면 다들 신경이 예민해져서 촉각을 곤두세울 거야. 굳이 그런 긴장을 만들 이유는 없잖아?”

“그런데 그걸 쉽게 팔겠어?”

“그들은 1년 반 동안 그걸 이용해 다양한 실험을 하려 하는 중이야. 결국 파괴되는 수순을 거치는 거지. 실험으로 얻는 게 있긴 하겠지만, 어차피 버려질 거라서 그리하는 이유가 더 크거든. 어느 정도의 대가만 지불하면 팔려고 할 거야.”

돈도 절약하고 경계도 받지 않을 목적으로 한다면, 태월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뭐 그렇다면야 아카의 의견대로 잘 해봐. 그럼 오늘은 이만 끊을게.”

“아 참, 그 새롬기술은 최대한 샀어?”

“아, 엄마가 신경 쓰고 있더라. 지금 1대 주주일걸? 가격도 싸서 투자금도 얼마 안 되잖아. 그래서 과연 이게 쓸모 있냐고 몇 번 묻더라.”

“호호, 그거야 두고 보면 절로 알게 될 거야. RAON에서도 표 안 나게 매입해놨어. 그리고 다른 종목들도 찍어준 거 투자해놓으시라 해.”

“뭐, 이미 하셨을 거야. 하여간 한 번 더 확인해볼게. 오늘은 이만 연락 끊는다.”

“그래, 또 연락해.”

아카의 말대로 그 후 한 달간 아무런 조짐이 없었다.

그러다 태월에게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는 일이 발생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태월의 학교생활은 무리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쟤들 왜 저러니?”

“아, 입학 때부터 좀 치근덕거리긴 했지만, 신경 안 썼거든! 그런데 갑자기 조용하다가 졸업 학년이 되니 저러네. 우리가 일 년 더 빨리 졸업하니 몸이 달았나 봐.”

아진의 입학 때에도 그런 면이 있었지만, 그다음 해 아샤의 입학은 모스크바 국립대학교를 뒤흔들며 정점을 찍었다.

오죽하면 학교에서도 미스 러시아에 나가길 원했고, 러시아를 대표해서 미스 유니버스로의 길도 독려했었다.

아샤가 세계 수학 경시대회 때에도 미모 때문에 시끄러웠지만, 그때는 일절 화장도 안 하고 최대한 얼굴도 가렸었다.

모자도 썼고 옷도 평범하게 입으려 노력했었기에 대단한 미인 정도로 끝났었다.

그러나 점점 학년이 올라가면서 눈을 더 끌더니, 태월과의 합방 이후 외모가 더 개화되었다.

호족의 비전인 음양합방술은 그녀에게도 굉장한 효능을 가져다주었다.

원래 있던 물의 기운에 불의 기운이 더해지면서, 몸 자체가 한 차원 높은 완성된 조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날 이후로 아샤는 태월에게 자연스레 딱 붙어 다녔다.

그리고 아진도 전과 다를 바 없이 행동했고.

또 그 두 여자와 동거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공분을 사는 중이다.

그런 이유로 태월이 모스크바의 악당쯤으로 묘사되는 교내 분위기였다.

“어느 러시아 마피아 보스의 둘째 아들이라는데, 소문이 아주 안 좋아.”

“무슨 소문이길래?”

“사귀었던 여자들이 다 행방불명이래더라. 처음 보는 여자에게도 약을 먹이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고도 하고. 성폭행으로도 많이 신고되었는데, 곧바로 풀려나는 게 다반사야.”

“인간 말종이네?”

“호호호! 오빠도 모스크바의 악당 아냐!”

“내가 누구에게 피해줬다고 악당 소릴 듣냐? 난 그게 제일 황당하더라.”

“오빠가 만인의 연인이어야 할 두 미녀를, 꿰차고 다니니 그런 거 아냐!”

“그래서 두 미녀가 너희고?”

“어머, 당연한 소릴!”

그날 이후 더 활달해진 아샤인데, 종종 이렇게 자뻑 공주 흉내도 잘 낸다.

캄차카반도 이후 두 달 정도는 아샤와 밤을 함께 보냈다.

다 흡수되지 않았던 불의 기운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한 거지만, 태월이 이성에 대해 눈을 떴던 이유도 한몫했다.

아진은 전과 다를 바 없이 태월을 대했고, 아샤는 그걸 싫어하진 않았다.

아샤와 아진이 영혼의 공유를 했던 사이기에 거부감이 없던 탓이다.

“오빠 저 사람들 우릴 계속 따라오는데?”

6명의 남자였는데, 그중 2명이 같은 학교 학생이었다.

“한 놈은 같은 법학부 다니는 놈인데? 그럼, 그 옆에 다른 놈들은 마피아겠군.”

“저 학생은 마피아 자식의 똘마니야. 저놈이 저 악질의 두뇌 역할을 한다더라.”

“좋은 머리를 개 같은 일 하는 데 쓰고 있군. 저놈이 더 나쁜 놈일세.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집만 지저분해지겠어. 야산 쪽으로 산책하는 척하고 이동하자.”

태월은 길을 조금 틀어서 방향을 바꿨다.

아진과 아샤는 그를 따라 종종걸음을 했다.

“알렉세이 님? 저것들 산책하러 가는 거 같은데요? 기회가 온 것 같아요. 천하의 알레세이 님을 거부하다니! 눈이 삔 여자들이 분명해요.”

“오, 우릴 도와주는군. 오늘 신이 날 어여삐 여긴 게 분명해! 야! 그리고 눈 삔 여자가 뭐야? 앞으로 네가 모시게 될 숙녀분들에게!”

미하일은 알렉세이에게 오늘도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졸업 후 끈 없는 월급 변호사 대신, 그의 그늘에 들어가서 로얄 클럽의 일원이 되고 싶은 미하일이다.

“너희 넷! 오늘 일은 아버지에게 비밀이야!”

“네! 알렉세이 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런 작은 일까지는 저희도 보고하지 않습니다.”

대표로 그중 하나가 대답했다.

“데니스! 형에게 미움받고 있는 널, 내가 데리고 온 거야! 그대로 있었다간, 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을 운명이었어. 그건 알고 있지?”

대표로 나섰던 남자가 데니스였다.

‘아니, 형제간에 쌍으로 지랄이네. 있지도 않은 금괴가 없어졌다고, 나에게 덮어씌우고선 저러네. 살기 위해 여기에 있지만, 이놈은 첫째보다 더 지저분해. 마피아가 무슨 창녀촌 포주냐? 나를 따라와 준 동생들에게 창피하군.’

데니스는 속마음을 감춘 채 공손함을 보였다.

“그건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감사만 한다고? 그거 가지고 돼?”

“아, 아닙니다. 목숨을 바쳐 알렉세이 님을 보필하겠습니다.”

“그래, 바로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지! 오늘 일 잘 끝나면 너희에게 선물 하나씩을 주마.”

“감, 감사합니다!”

“저기 입구 쪽을 지나서 옆으로 새면 바로 시작해!”

“네! 알렉세이 님!”

태월은 점점 인적이 드문 길로 걸어가고 있었다.

시간은 벌써 오후 7시를 넘어가기에 어둑어둑해지는 주변 상황이다.

‘아, 저 인간 말종 때문에 저녁 먹을 시간이 늦겠어. 배도 슬슬 고픈데 말이야.’

산 입구 주변을 돌고 있던 때에 미세한 발사 소리가 들렸다.

-피용! 피용! 피용! 피용!

태월이 생각한 전개와는 다른 일이 급하게 벌어졌다.

그들이 일언반구도 없이 태월 일행에게 마취총을 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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