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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35화 (135/250)

135화. 태월과 아샤

캠프에 도착한 건, 해가 지려는 초저녁 무렵이었다.

“먼저 복용부터 하자!”

아쿠의 말에 태월보단 아샤가 긴장했다.

태월을 제외한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고.

“알혼에 가서 해도 될 일 아니야?”

“그 양의 기운이 과하면 이곳의 한기가 식혀 줄 거 아냐. 알혼보단 이곳이 더 유리해.”

이론상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태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작은 텐트를 하나 더 쳐야 해. 우리도 편하게 자야 되잖아? 태월은 그 텐트에서 보내는 게 낫잖아.”

처음 이곳에서 잤을 땐, 다 함께 잤기에 태월도 조금 불편함이 있었다.

더구나 여동생도 함께였기에 불편함은 당연했었다.

“그건 진작 그럴 걸 그랬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태월은, 30분 만에 3인용 텐트를 완성 시켰다.

그곳에서 태월은 불새의 심장을 복용했다.

크기는 두 손바닥만 했지만, 약이라고 생각하고 꾸역꾸역 남김없이 다 삼켜버렸다.

그리고 늑대 족의 호흡법을 운기하며, 기운을 흡수하는 데 집중했다.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운기 중이네? 우리의 예상과 다른 거 아냐?”

“그, 글쎄. 그 당시 기록에 나온 분과 오빠의 체질 차이가 있을 수 있잖아. 나와 오빠는 달의 기운이 그분보다 더 강하거든.”

“하긴, 그 영초와 불새의 심장을 비교할 만한 자료가 없으니, 뭐라고 대답하긴 곤란하겠네.”

“불새면 신수에 속한 것이겠지?”

“그렇다고 봐야겠지. 그 하급신과 싸운 걸 보면, 아리랑보다 훨씬 강하다고 봐야 해. 아리랑은 어떻게 생각해?”

아쿠의 말을 알아듣는 아리랑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라는 걸 인정한 것이다.

“음, 내가 불의 정령이어서 하는 말인데. 느낌상으론 불의 정령으로 따져도 최상급에 가까웠던 거 같아. 그 정도는 되어야 하급신에 그리 오래 버틴 거지. 불의 기운도 그쯤은 되어 보이고.”

이들은 모르지만, 그 불새는 하급신이 된 불의 정령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캄차카에서 존재했었다.

“그런데 그 알은 어떡할 거야?”

“뭐, 먹을 게 아니면 키워야지. 어쩌겠어!”

불새의 알이다 보니 불의 정령인 아루가 안고 있었다.

다른 일행보단 그게 궁합이 맞을 것 같아서다.

수다를 떨면서 태월의 반응을 살피는 상황이었다.

“알이야 그렇다 쳐도, 아샤가 오늘 필요 없을 거 같은데?”

“호호, 아샤 김만 빠졌겠다. 어떻게 보면 아샤에게도 좋은 일 아니야?”

“아, 몰라요!”

아루의 말에 아샤가 삐진 척 말을 내뱉는다.

한편 태월은 죽을 맛이었다.

30분 정도가 지날 때까지는 부족한 양의 기운을 흡수하느라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 후 양의 기운이 급속도로 밀려들며 컨트롤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아, 찬 기운이 솟아나네.’

그러자 태월의 몸속 근원인 달의 기운이, 몸을 보호하고자 나서게 된 것이다.

태월은 불의 기운과 차가운 달의 기운 간에 균형을 맞춰 융합하려고 노력했다.

그나마 1시간까지는 그럭저럭 버텼지만, 그게 넘어서자 몸에 무리가 왔다.

달의 기운이 솟아난 게 오히려 불을 지핀 격이었다.

그에 맞춰 불새의 심장에 있었던 불의 기운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달의 기운이 오히려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불의 기운은 저항 세력을 한 번에 쓸어버리려, 간을 보며 몸의 반응을 지켜본 것이다.

‘헉! 지금까진 장난이었네? 뭐 이리 뜨거워!’

절반 정도도 융합시키지 못한 상태서, 감당 못 할 양의 기운이 태월을 급습했다.

10분 정도를 억지로 버티던 꽉 다문 태월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끄으윽! 끅!

그 소리를 제일 먼저 알아차린 건 설희였다.

다른 이들의 수다보단 오빠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자, 잠깐! 오빠에게 이상이 생겼어!”

아쿠가 문을 살짝 열어보는데, 텐트 속의 열기가 후끈했다.

“헛, 어쩌면 예상보다 불의 기운이 강할 거 같아. 아샤? 네가 이제 해결해야 해! 가르쳐준 방식은 알지?”

“어? 아, 알았어.”

아샤가 태월의 텐트로 들어서자, 다들 멀찍이 물러섰다.

그녀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는 이유에서다.

사실 그녀들은 오늘의 일을 이미 의논했었다.

아샤가 아진을 제치고 이곳에 온 이유도 그것이다.

처음 이르쿠츠크에 왔던 아샤를 보았을 때, 정령들은 아샤에게서 물의 기운을 느꼈었다.

인간이긴 하지만 물의 정령과 흡사한 기운을 가지고 있던 어린 소녀였다.

아루가 아샤에게 농담 삼아 던졌던. 아쿠도 가능하단 말은 그 때문이었다.

이런 열기는 이들 중에서 아쿠, 아샤 그리고 설희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중 인간으로서 아샤가 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리한다면 아쿠도 가능하지만, 대안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모험을 선택하지 않았다.

아쿠가 아샤에게 가르쳐준 방식이란 건, 호족에게 내려온 음양교합술이었다.

그걸 전해준 건 태월과 설희의 어머니이자 호족인 홍미연이다.

아쿠가 텐트 앞에 물의 막을 쳐서 소리를 차단했다.

“호호, 이제 설희가 아샤에게 언니 소리 해야 하는 거 아냐? 인간의 문화가 그렇다며?”

“음, 틀린 건 아닌데, 그건 결혼한 후에나 그리되겠지. 그리고 특수한 경우엔 다르기도 해.”

설희는 아루의 말에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말의 일부분만 인정했다.

“그런데 아샤가 감당하면 좋겠는데, 만일 안 되면?”

“호호! 뭐 그거야 아쿠까지 투입되어야지!”

아루가 아쿠를 쳐다보며 말했다.

“흐음, 난 뭐 상관없어. 필요하면 그렇게 할게. 어쨌든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어.”

아루보단 아쿠가 인간의 감정에는 서투르고, 성에 관해서는 특히나 무신경했다.

그래서 그리하는 것에 별 감흥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물막을 쳐놓아 다른 이는 듣지 못하지만, 아쿠 자신은 들을 수 있었다.

본인이 감흥이 없는 것일 뿐, 남녀 간의 관계 정도는 아는 아쿠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아쿠는 다른 이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기운이 조화를 많이 이루었어. 둘의 호흡이 빠르게 움직이긴 해도, 그건 음양의 교류 때문일 거야. 아직 불새의 심장 기운을 전부 소화하진 못했어. 그건 며칠을 두고 천천히 녹여야 할 거야.”

“오! 그럼 아샤 혼자서도 감당된단 거네?”

“글쎄, 하여간 태월에게 당장 큰 위험은 없는 거 같아. 아루 언니, 그럼 된 거 아냐?”

아쿠의 말이 모호하긴 했지만, 그제야 안심하는 표정들이다.

아루와 설희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30분 정도가 더 흐르자 아쿠가 둘과 시선을 맞췄다.

“이제 아샤가 운기를 하고 있어. 1차 벽은 넘은 것 같아. 별다른 위험은 오늘 없겠어. 과하게 넘치던 불의 기운은 아샤가 흡수했어.”

“아웅, 그럼 우린 쉬러 가도 되겠네.”

“응, 다들 쉬어! 어차피 나 혼자 있어도 충분하잖아. 둘이 깨어나면, 아침 일찍 우리도 떠날 준비를 해야 하잖아.”

그렇게 그녀들의 밤과 새벽은 지나갔다.

태월은 모든 정신을 불의 기운을 다스리는 데 쏟고 있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었다.

그래도 멈출 수 없어 힘든 상황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차가운 기운이 외부에서 그를 돕기 시작했다.

그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걸 흔쾌히 받아들였다.

외부적 감각에 관심을 둘 상황도 아니었다.

주는 대로 받아들이고 넘치는 불의 기운은 내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몸의 내부가 안정되었을 때, 신체 외부에서 묘한 감각을 느끼게 되었다.

‘응? 뭐지?’

살며시 실눈을 떠보니 아샤가 알몸상태로 자신과 붙어 있고, 신체 일부는 기운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샤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로 볼 때, 굉장히 집중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헉! 얘가 지금 뭘 이리 열심히 하고 있지? 그럼 아까의 그 차가운 기운은 아샤가 보냈단 거잖아. 음, 날뛰던 양의 기운을 아샤가 흡수하고 있었네. 덜 힘들게 나도 도와야겠어. 그런데 기분도 괜히 이상해지네.’

태월은 아샤의 행위가 음양의 조화에 관계된 것을 알고는 그녀의 리드에 동조했다.

불의 기운 흡수에 열중이던 아샤는 태월이 그에 동조하자 그가 깨어난 걸 알게 되었다.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빨개졌지만, 지금 멈출 수는 없었다.

처음 시도 때는 아프고 힘들었지만, 자신의 몸에 있는 기운이 태월에게 보내지면서도 그걸 치유하고 있다는 것도 느꼈었다.

그거 때문에 자신은 태월을 돕는 열쇠로 낙점되어 이 텐트 속에 들어왔었던 것이고.

‘이제 한 몸이 되었으니, 오히려 안심되네. 그런데 깨어났는데 뭘 하는 거냐고 타박하진 않을까? 에이 몰라 창피해서 멈추기도 애매하니, 그냥 계속해야지.’

결국 부끄러움 때문에 아샤의 행위는 계속되었고, 멋모르고 동조하는 태월이 되었다.

그러다 음양의 조화를 태월 자신이 실천하게 되었다.

비로소 태월은 이론으로만 알던, 남녀의 성에 눈을 뜬 것이다.

“오, 오빠! 나 그만, 이제 힘들어.”

“아, 미, 미안. 그럼 이대로 잠깐 잘까?”

“응, 그냥 자고 싶어.”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아샤를 꼭 껴안고 잠에 빠졌다.

부드러운 느낌과 그 속에서 평화를 느꼈다.

“야! 잠보들아 그만 일어나!”

누군가 태월의 잠을 방해했다.

‘에이, 또 아루구나. 방금 선잠이 들었는데. 왜 벌써 깨우는 거야. 저 심보하고는.’

텐트 속에서 기척이 없자, 또 한 번 소릴 지르는 아루다.

“지금 밥 먹고 출발해야 해! 점심때란 말이야! 늦으면 오늘 또 이 산을 벗어나지 못해!”

“헉! 아, 알았어! 기다려!”

머리맡에 있던 시계를 보니 아루의 말대로 점심시간쯤인 오후 1시였다.

아샤도 아루의 목소리에 깨어났는지, 몸을 꿈틀거렸다.

그 모습에 피식 웃던 태월은 아샤의 이마에 입맞춤해주고는 몸을 일으켜 옷을 찾아 입었다.

“굿모닝!”

“어머, 아침 점심도 구별 못 하는 멍충이!”

“그냥 일어나면 그게 아침인 거야. 뭘 또 새삼스럽게 그래.”

“오빠? 잘 잤어?”

설희가 주방 쪽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인사를 건넸다.

아쿠나 아루에겐 별생각 없었는데, 오늘따라 여동생에게 멋쩍어지는 태월이다.

“어, 나, 나야 잘 잤지.”

“나쁜 짓 하다 왔구나? 말 더듬는 거 보니!”

말 더듬는 태월에게 장난을 다시 거는 아루다.

“나, 나쁜 짓이라니! 난 피곤해서 잠들었을 뿐이야.”

“오호호, 그러셔요? 그런데 아샤는 대체 어딜 갔을까? 밤새 안 보이던데. 가방 속에 숨어 자나?”

크지도 않은 텐트 안을 수색하는 척하는 장난꾸러기 아루다.

“아루 언니? 시간 없어. 아샤도 이제 나와서 밥 먹도록 해.”

아쿠가 나서서 아루를 말렸다.

“오빠? 헬기 불러야지?”

설희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 태월은, 위성 전화기를 이용해 헬기 요청을 했다.

아루의 장난과 아샤의 부끄러움과 태월의 멋쩍음 속에 식사는 끝이 났다.

“어? 아리랑은 어디 갔어?”

“아, 어제부터 오빠 텐트 옆에 있던데? 그리고 아침엔 잠깐 보였었는데.”

“어머, 아리랑이 의외로 응큼하구나!”

“응? 저기 있잖아. 그런데 쟤는 왜 저러고 있지?”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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