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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28화 (128/250)

128화. 세계를 놀라게 한 퍼포먼스

세계평화와 분단된 한국의 통일 염원이 이번 공연의 주제였다.

그렇기에 여자 셋이 펼친 퍼포먼스는 그것을 담고 있었다.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짝짝짝! 짝짝짝! 짝짝! 짝짝짝짝!

“와! 마이클 공연 퍼포먼스야 유명하지만, 이 장면은 그걸 몇 배나 뛰어넘는걸?”

평론가 미카엘은 관객들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내며, 옆의 동료에게 말을 건넸다.

“너무 판타지하군. 그런데 마이클의 방식은 아니야. 아마 저 여자 셋과 연관된 곳에서 기획한 거 같은데, 공연 끝나고 만나볼 수 있을까? 오늘은 어렵겠지?”

“선약이 되었다면 모를까. 당일은 힘들 거야.”

공연 중반임에도 전문가들도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고 있다.

마이클 잭슨도 리허설 때 그녀들의 퍼포먼스를 보긴 했으나, 피닉스는 생략되었었다.

그런데 그걸 보게 되니 황당했다.

‘아무런 장치가 없었는데? 저 불새는 어떻게? 폭죽을 저 정도로 세밀하게 제작할 수 있다고? 그리고 저 백호는 진짜 대단하네. 스스로 연기를 펼치는 것 같잖아.’

공연 관련 계약서가 갱신되면서, 스노우의 공연 때는 마이클 측에서 전혀 참가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작은 나라를 생각할 때, 자신과 대등한 퍼포먼스까진 바라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지금 이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마이클의 공연을 뛰어넘었다는 걸 눈앞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하하, 이거 뭐 절반을 달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겠네.”

“그러게, 말입니다. 리허설과는 비교가 안 되네요. 저희 쪽에서 더 분발해야겠습니다.”

종소리 이후 박수갈채 타임이 지나가자, 설희는 다쳐 쓰러진 군인들에게 백호를 타고 다가갔다.

그녀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의 전신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아기 천사의 모양을 만들어내더니, 쓰러진 자들을 훑고 지나갔다.

그러자 군인들이 몸을 일으키며, 경배하는 모습으로 무릎을 꿇었다.

광휘와 천사는 아루의 작품이다.

무대 끝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흰 천의 끝을 잡고 달렸다.

무대 전체가 천에 휘감겼다.

그 천에는 ‘We are the one’이라는 글자가 박혀 있었다.

맨 마지막 여자가 천 끝을 잡고 다시 달린다.

그러자 무대가 다시 개방되었는데, 무대 자체가 바뀌어 있었다.

한편의 공간이동 마술쇼를 보는 상황이다.

이 상황은 태월이 공간 배낭을 이용해 재현한 것이다.

“헉! 1분도 안 되어 배경이 바뀐다고? 장애물이 다 사라지고 계단마저 없어졌어.”

“자네 그것만 보이나? 군인들이 사라진 자리에 합창단이 들어서 있잖아. 그리고 스노우와 두 여자의 복장도 바뀌었어.”

“그, 그렇네. 좀전의 그 빛은 뭐였지? 성녀를 영접한 기분이야.”

“무대연출이겠지만 저게 이 시대에 가능한 건가? 입체 공간 영상일까?”

“아, 진짜 미치겠네.”

마이클의 공연 팀에서 술렁이는 소리였다.

그 와중에 노래가 시작되었다.

몇 곡은 한국어로 몇 곡은 영어로 부르고 있다.

뒤로 갈수록 흥겨운 노래가 배치되어, 관객들은 광란의 열기에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

일어서서 리듬에 맞춰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는 중이다.

앞서서 두 시간은 마이클 공연이, 뒤에 두 시간은 스노우 공연으로 순서가 이어진다.

마지막 한 시간은 마이클과 스노우가 함께 펼치는 공연으로 재조정되었다.

원래는 마이클 단독으로 이어져야 했지만, 객석의 분위기상 함께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마이클의 즉석 제안이었다.

설희 또한 긍정적 제안으로 받아들여 합동 공연을 하게 된 것이고.

일반적 공연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즉흥적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결국 이날 공연은 대등한 시간이 분배되었다. 마이클이 스노우를, 자신과 대등하다고 인정한 것이고 그걸 관객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광란의 열기는 더 솟아올랐다.

“B열 132좌석 쪽에 실신자 3명 발생입니다.”

태월은 태월 나름대로 굉장히 바빴다.

실신자 중에도 쇼크로 인해 사망자가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1명의 사망자가 나왔었다.

그러나 태월의 빠른 조치로 소생시켜버리는 바람에, 사망자는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날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그 여운을 버리지 못해, 그 자리서 10분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박수가 잦아들었음에도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난감한 상황에 부닥친 공연진은 꾀를 내었다.

무대에는 스피커들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마이클과 스노우의 음악을 틀어놓는 것이다.

가수들은 퇴장했지만, 노래는 계속 흘러나왔고 관객들은 한 시간가량을 더 즐겼다.

공연이 끝나자 흥에 겨운 관객들의 거친 퇴장 상황에, 사람들이 한 번에 몰리면서 누군가 쓰려졌다.

그리고 비명이 들려왔다.

태월은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들어 인파 속을 헤쳐나갔다.

“응급 상황입니다. 다들 뒤쪽으로 물러나세요. 더! 더! 더 뒤로요!”

응급 요원의 모자를 쓰고 있었기에, 태월을 저지하는 사람은 다행히 없었다.

50대의 여자였는데, 다행히 장기 손상은 없었고 양쪽 팔과 다리 골절이 있었다.

그 여자의 주변에 또 한 명의 사망자가 있었지만, 다행히 소생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휴, 오늘 사망자만 셋이네. 부상자는 20명쯤 되던가? 아무튼 좋게 마무리되어서 다행이야.’

이날의 공연상황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

더구나 이날 공연의 절반에 가까운 수익금은, 스노우의 이름으로 전액 TW장학재단에 기부되었다.

그 선행이 드러난 건, 팬클럽 운영진이 집요하게 파고든 결과였다.

그로 인해 언론은 만점에 가까운 호의성 기사를 내보냈다.

“네, 영국요? 아, 저희는 아직 해외 공연 준비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네네. 그럼 일단 이메일로 내용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헉! 여기 프랑스어 가능한 사람?”

“저기 김 대리가 가능할 겁니다.”

“어이 박 팀장! 김 대리 어디 갔어?”

“3팀에서 전화 받고 있습니다. 그쪽도 정신이 없던데요? 오기 힘들 겁니다.”

“아놔! 우리가 앨범 기획 부서인데, 이런 전화를 왜 우리에게 돌리는 거야?”

“저희야 다 팔려서 당장 할 게 없지 않습니까? 앨범 찍어내라는 독촉 외엔….”

TW엔터테인먼트에선 몇몇을 제외하곤 전 직원이 영어 회화 가능자였는데, 글로벌 시대에 맞춘 것이다.

그런데 마이클과의 공연 다음 날부터 일이 벌어졌다.

전 세계에서 걸려오는 러브콜 전화에 대응이 되지 않는 TW엔터테인먼트다.

이 일로 한국에서 외국 진출을 희망하는 대형가수들이 TW의 문을 노크했다.

계약이 끝난 가수야 문제없었지만, 그렇지 않은 가수들도 있어 난감한 상황도 많이 생겨났다.

그리고 해외 진출 이전에 스노우의 영어판 앨범은 전량 매진되었다.

후속으로 준비했던 세 여자가 부른, 7곡의 노래도 덩달아 매진된 것이다.

“그거참, 3천만 장이나 준비했는데 그냥 동이 나버리네.”

“1집이 1천만 장, 2집이 2천만 장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국내판 2집 700만 장도 다 팔린걸요. 그 정도를 또 준비하는 중이긴 한데, 충분할까요?”

“위에다 보고는 내가 할 테니, 해외판과 국내판 두 가지 다 두 배로 가자고! 합동 공연 때 찍은 영상은 마무리 편집 안 끝났지? 그쪽 팀에게도 닦달을 좀 해봐!”

스노우의 20분짜리 퍼포먼스였지만, 그 반향은 대단하여 영상 자체로 주문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당시 군인들 역할을 한 33명을, 인터뷰했던 외국 기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 기자가 황당한 기사를 내보냈다.

-실전에 가까운 연기를 하느라 타박상과 찰과상이 생겨났었는데, 그 빛이 몸을 훑고 지나가니 재생이 되었다.

그 기사의 저 대목으로 인해 빚어진 일이었다.

진짜 성령이 현신한 게 아닌가 하는 우스갯소리가, 일각에선 진실과 비슷하게 퍼진 것이다.

사실 설희가 마지막에 펼친 건 진실에 근접했다.

설희도 태월의 도움을 받아 영혼 에너지를 어느 정도 모아왔기에, 그 일부를 이번에 활용한 것이다.

“하하, 기치료협회? 거기서도 널 보자고 한다고?”

“오빠 그만 웃어! 괜히 만났다간 입방아에 오를 게 뻔한데, 내가 만날 이유야 없지.”

“아, 그런데 교황님은 왜 보잔 거야! 너 교회도 안 다니는데.”

“뭐 종교 관련해서 모델이 필요했나 보더라. 믿지도 않는데 괜히 가식 같아서 거절은 했는데,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서 머리가 아파.”

“음, 그건 안 하는 게 나을 거 같다. 그 영혼 에너지를 누가 알아채서 물고 늘어지면, 너만 골치 아파져.”

“나도 그 생각은 했어. 어쨌든 할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 그런데 아직 멀었나?”

“한 시간 정도는 더 걸릴 거 같더라. 광고 찍는 것도 막상 보니 쉽지 않던데. 그래도 배려해준다고, 3가지 광고를 한 번에 찍잖아.”

러시아로 돌아갈 때가 다가와서, 수락했던 광고를 찍는 중이었다.

설희는 단독 컷을 이미 찍었기에 합동 촬영만 남은 상태다.

공연 이후 몸값이 급격히 상승했지만, 이미 그전에 계약을 치른지라 광고비 변화는 없어야 했다.

그런데 계약 기간 연장을 제안해왔고, 그로 인해 연장 부분에서는 예상 몸값을 그대로 적용했다.

역대 최고의 모델료가 책정된 것이다.

그리고 그 회사들에서 바쁜 그녀들을 위해 배려한 게, 이런 독특한 방식이 생겨났다.

“화장품과 술 그리고 자동차. 이틀간 저 3개를 다 찍는다니 빡빡하긴 해.”

“우리야 시간 절약되니 좋은 거잖아. 그런데 아루는 저게 재밌나 봐!”

태월이 말한 아루는 지금, 합동 공연 때 했던 그 마법 같은 일을 광고에서 재현 중이다.

광고를 맡은 김 감독은 저 원리를 이해 못 했지만, 공연 때 행한 밝힐 수 없는 특별한 기술쯤으로 여겨 편하게 생각 중이다.

“뭐 백호까지 광고에 등장하는 판에, 아루가 저러는 게 특별난 것도 없지 뭐.”

“호호, 그렇긴 해. 그런데 오빠도 모델료 받잖아? 오빤 고생도 안 하고 받으니 한턱 내!”

“윽, 그건 백호의 주인으로서 받는 거지. 뭐 한턱이야 내긴 해야겠지만. 그런데 엄마에게 들으니, 재녹화한 2집 앨범 수익 절반을 아진과 아샤에게 준다며? 그럴 필요는 없는데?”

“1월에 발매한 2집 앨범이야 상관없지만, 새로 레코딩한 2집은 절반을 같이 부른 거야. 그러니 당연하지. 이 건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오빠가 나서지는 마.”

“뭐, 네 생각이 그렇다면야…. 그런데, 너도 바쁠 텐데 러시아를 가도 되겠어?”

“오빠가 러시아로 간 5년간, 나는 한 번도 못 가봤거든? 나도 휴식이 필요해. 이참에 휴가를 가는 거라서 문제가 될 건 없어. 학교도 여름 방학이고 말이야.”

“엄마도 가면 좋은데 아쉽네.”

“엄마가 맡은 일이 있어서, 이틀 이상은 시간 못 내니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이렇게 오빠가 자주 오니 만족한다는데? 나 러시아로 휴가 간다고 하니 용돈도 주더라.”

“아이고 딸이 부잔데 뭔 용돈을 주시고 그래.”

“받는 게 이럴 땐 효도인 거야!”

태월과 설희가 떠드는 사이에, 대기실 문이 노크도 없이 벌컥 열렸다.

“저, 저기 호랑이가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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