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26화 (126/250)

126화. 마이클 잭슨

공연이 끝나고 그날 저녁 뉴스에서는 공연의 주요 장면이 보도되었다.

석간신문에서는 그 공연 기사를 일면에 도배했다.

그리고 한 시간 후 음악방송사에서는 특집프로그램으로, 스노우 설희의 2시간 공연 장면이 녹화방송으로 나갔다.

다음 날 일제히 조간신문도 포문을 열었다.

-3명의 여신 강림! 경배하라!

-설희와 그녀들! 정체는?

-부산을 덮친 쓰나미! 영혼을 뒤흔들다!

-음악평론가들 경악! 20세기 최후의 뮤즈들!

설희가 절반 이상 노래했고, 아진과 아샤도 노래 몇 곡씩을 보컬로서 불렀다.

즉 셋이 메인 보컬과 서브 보컬 역할을 돌아가면서 한 것이다.

설희의 공연에 대한 쓰나미는, 전국 인터넷 회선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시켰다.

-젊은이들이 그녀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1999년 초부터 시작된 PC방 스타크래프트 열풍은, 한국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의 본격적 확산을 주도했다.

1997년 말부터 정부의 IT 산업육성정책이 있었다.

그리고 1998년 6월, 취임한 대통령은 빌 게이츠와 손정의 회장을 초청하여 의견을 듣는다.

이로 인해 사람이 있는 곳이 그 어디든, 관공서에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리고 불과 1년 만에 전국에 설치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국가 주도의 초고속 인터넷 사업 육성으로, 모든 곳에 인터넷이 연결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된 것이다.

“이야, 온통 신문이 설희와 두 여자로 도배됐네. 게다가 팬클럽 회원이 이번 공연으로 10배나 늘었어. 마이클 쪽에서 머리 아프겠네?”

아루가 신문을 펼쳐 들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건 또 뭔 소리야?”

태월은 아루의 중얼거림에 반문을 했다.

“지금 상황 때문에 마이클 잭슨 쪽에서 몸이 달았을 거야. 자신들 공연에 안 끼어도, 우리 쪽에서 티켓을 순식간에 매진시킬 수 있는 분위기잖아. 찬조 출연이라기보단 합동 공연과 다를 바 없는 무게가 된 거지.”

“오, 아루의 분석력이 꽤 날카로운데?”

태월의 칭찬에 아루의 어깨가 잠시 움찔거렸다.

고개를 갸웃한 태월이 아루에게 가까이 가보니, 펼쳐진 신문 사설의 내용이 보였다.

그런데 아루의 말이 그곳에 다 쓰여 있었다.

“아루가 이렇게 깜찍한 면이 있었네?”

“응응, 나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럼 마이클 쪽에선 어떻게 나올 거 같아?”

“음, 설희의 삼인조를 요구하고 수익금의 절반씩! 나쁘지 않잖아.”

“그렇게 생각해? 설희는 가수 생활을 지속해야 하는데, 잠깐 그룹으로 뛰다가 한 달 후 해체. 그리고 다시 솔로? 온갖 루머가 다 나오겠네?”

“뭔 루머야? 삼인조 쭉 가면 되지!”

“대학 휴학계 내고? 아샤와 아진이 그렇게 할까? 조기 졸업을 꿈꾸는 판에.”

“어, 아리랑은 어디 갔지? 마당에 있으려나?”

어설픈 핑계를 대고는, 후다닥 밖으로 나가는 아루다.

아리랑은 설희가 아침에 데리고 나간 상태다.

태월은 그날 오후에 아진과 아샤를 데리고 TW 본사로 들어갔다.

“아들, 어서 와! 아진과 아샤도 안녕!”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다 보니 배우도 보이던데, 가수 쪽만 있는 게 아닌가 봐요? 연예인들 보면 신기해요.”

“회사 인지도가 생겨서 배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긴 해. 그런데 그 연예인들보다 너희가 요즘 더 핫할걸? 오히려 연예인이 사인해달라고 할 거 같은데?”

“에이, 설마요.”

“아샤는 자기의 진가를 제대로 모르네. 광고 섭외도 들어온 게 있거든?”

“아니 2시간 공연한 게 전부인데요? 그리고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만큼 파급 효과가 컸단 소리야. 너희 광고도 찍어 볼래? 추억 삼아서 좋잖아.”

추억이란 소리를 또 듣게 된 태월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돌아보니 아진과 아샤가 역시나 눈을 반짝인다.

“엄마? 혹시? 설희와 짰어요? 추억 이야길 하는 거 보니 수상한데?”

“윽, 아들은 너무 예리해. 설희가 이렇게 하면 먹힐 거라길래.”

“크, 하고 안 하고야 제가 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너무 티 나요!”

“그래, 그 문제는 며칠간 더 생각해보도록 해. 그리고 마이클 잭슨 문제인데….”

“왜요? 별다른 일이 생겼나요?”

“원래 공연이 5시간이잖니. 그중 1시간을 설희에게 할애해 준다고 하네.”

“3곡에서 많이 늘어났네요? 그 외는요?”

“이번 공연의 주제가 세계평화와 남북한 분단이잖니. 통일되면 다시 공연하자고 하던데. 수익은 시간제 비율로 나누자더라. 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게, 설희 외에 아진과 아샤의 출연도 포함이야.”

“글쎄요, 하고 안 하고는 아진과 아샤가 결정할 일이고요.”

태월이 둘을 돌아보며 눈으로 의견을 물었다.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추억 삼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하루 고생하면 되는 거잖아요. 뭐 연습까지 계산하면 이삼 일 더 되겠지만.”

“저도 아진 언니의 생각에 동감!”

“어머, 너희 왜 이리 착하니? 음, 그럼 시간 비율 조정해야겠다. 2시간 공연 시간 할당에 대비 수익으로! 5만 명 배정에서 6만 좌석 수로 늘리고.”

“관객이 그 정도면 인명사고도 날 수 있겠네요? 크레인 위에서 공연도 한다면서요?”

“언니에게 들었는데, 그런 경우 너에게 맡기라던데? 그게 무슨 말이야? 더는 대답 안 해주더라.”

“뭐, 제가 예비의사라서 그런 거겠죠. 그럼 그건 제가 맡도록 할게요. 사고 시 제가 방해받지 않게, 응급처치 관련 스탭 신분증이나 하나 만들어줘요.”

“응, 알았어. 아 그리고 백호 이야긴 오늘쯤 마이클에게 해야겠지?”

“네, 설희가 지시하면 아리랑이 잘 알아듣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걸 보여주는 쇼도 필요할 거예요. 안전하다고 여겨야, 그들도 반대 안 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죠.”

“응, 그래. 그래야겠네.”

“그런데 회장이 계열사 일에 이렇게 신경을 써도 돼요? 그쪽서 부담 갈 건데.”

“호호, 보통 땐 안 그러지. 그래도 딸의 일인데, 회장이랍시고 팔짱 끼고 두고 볼 수는 없잖아. 이번 일만 관여하기로 했어. 그리고 백호는 며칠 더 빌려줘야겠어. 해외판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는 중이거든. 괜찮게 나오면 2탄 식으로, 국내 것도 요번 걸로 교체할까 해.”

“그러세요. 아침에 보니 잠시 묘기 연습도 하던데. 거의 서커스던데요?”

“호호호, 난 호랑이가 그 정도까지 한다는 게 지금도 황당하더라.”

다른 일행들이 설희의 부산 공연에 집중할 때, 아루는 관악산에 아리랑을 데려갔었다.

자신이 나왔던 불의 공간에서, 그동안 모인 불의 기운을 아리랑에게 먹여버렸다.

원래는 자신이 먹었어야 할 기운인데, 그렇게 하는 바람에 아리랑의 체구가 더 커졌다.

40cm 정도가 커져서, 지금은 2.2m의 신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도 성장기인 아리랑이다.

“하핫, 호랑이요? 농담이시죠?”

“애완동물이라고 여기면 된답니다.”

“네? 한국에서는 호랑이를 집에서 키워도 되나요? 무서운 나라네요.”

“에이, 그럴 리가요. 어릴 때부터 사람 손에 커서, 웬만한 사람보다 더 말귀를 잘 알아듣습니다. 채식하기도 하는데요 뭐.”

“헐, 황당하네요.”

“그냥 큰 고양이라고 보시면 돼요.”

“......”

설희의 임시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는 마이클 잭슨 쪽 담당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1992년 즉 7년 전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에서 콘서트를 진행했는데, 이 콘서트는 역사상 가장 위험한 콘서트로 기록되었다.

7만 2천 명의 관객이 있었는데, 5천 명이 쓰러지고 23명이 사망했다.

사망원인은 열광으로 인한 심장마비와 넘어져 밟힌 경우였지만.

이 당시 의료팀 준비가 2,000명이었다.

“그럼 일단 마이클 씨에게 연락해보고 다시 대화 나누죠? 관련 영상 이메일을 보내드릴게요. 아 그리고 이건 제안서입니다. 이 조건 대로 합의가 가능한지 함께 검토하라 하세요.”

매니저가 보낸 이메일은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로부터 30분 후, 흥분한 마이클 잭슨이 한국으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

“오! 마이 가쉬! 무조건 응해!”

그 영상에는 세 명의 여자와 하얀 호랑이가 출연한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백호랑 노는 여자들이 나온다.

보는 내내 친근감과 애정이 넘치는, 사람과 동물의 교감이었다.

그리고 화면이 바뀐다.

성녀의 복장을 한 설희와 두 명의 여전사가 등장하였다.

한 여전사는 호랑이를 타고 등 쪽엔 성녀를 태웠다.

각종 장애물을 묘기를 부리며 돌파하고 종각에 도착한다.

먼저 도착해 있던 여전사 하나가, 뒤쫓는 무리를 무력으로 막아선다.

그들을 쓰러뜨리기는 하지만, 칼등으로 쳐서 무력화만 시켰다.

호랑이를 타고 왔던 여전사는, 손에 불의 공을 만들어내더니 하늘로 던져버렸다.

하늘의 날아간 불의 공은 불새로 변하더니, 하늘로 솟아올라 사라졌다.

그리고 성녀는 종각에 걸려 있던 대형 종을 타종했다.

그리고 세상엔 평화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불의 공과 불새는 아루가 정령 본체로 변해, 본인 의지로 재현할 것이다.

뮤직비디오나 영화의 느낌이지만, 실제론 2시간 만에 찍은 것이다.

“음, 이 정도의 준비라면 제안서대로 하겠다고 합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갱신 계약서를 작성하겠습니다.”

“네, 깔끔하니 좋네요.”

그렇게 TW와 마이클 잭슨 간의 계약이 새로 만들어졌다.

“오, 아루도 이번에 한몫했어.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한 거야?”

“아니, 나 혼자 있긴 심심하잖아? 나도 뭐라도 해볼까 한 거지.”

“이야, 그래도 피닉스라니?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야. 너무 멋졌어.”

“호호, 내가 인간의 몸으론 아직 미완성이긴 해도, 본체로는 이 정도란 말씀! 오호호!”

태월, 아루, 아진, 아샤 그리고 설희.

이렇게 5명이 나누는 대화였다.

조민희에게 아직 정령이니 신수니 하는 것은, 이해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해외판 뮤직비디오는 영화처럼 만들어 버렸는데, 1집과 2집 앨범 중에서 추려 12편을 만드는 기염을 토해냈다.

연기 재능까지 부여해주면서 얻은 성과다.

오늘은 이틀 후에 있을 공연을 위해, 마이클 잭슨이 내한하는 날이다.

“언니! 빨리 나와요!”

“아 잠깐만, 내 가방 어디 갔어!”

“그거 어젯밤 옷장에 넣었잖아요.”

“앗! 맞다!”

조민희는 아루가 아리랑의 조련사 임무를 하는 줄 알고 있다.

그래서 고생한다며 가방을 하나 사준 것이다.

유럽 브랜드인 명품 가방인데, 그로 인해 아루의 취미가 하나 더 늘 것 같은 분위기였다.

설희는 하얀색 원피스를 아진은 붉은 정장 치마 투피스 그리고 아샤는 하늘색 정장 투피스.

그리고 아루는 특이하게도 노랑 원피스를 입었다.

“그런데 너희 셋은 신호등이냐? 왜 빨강 파랑 노랑이래?”

“아 나도 빨강 하려다가 색이 겹쳐서 노랑 한 거야. 그리고 불꽃색이 노랑도 있거든?”

“늦겠다. 어서 가자!”

“아니, 공식 인터뷰하는데 우리가 꼭 가야 해? 나중에 따로 만나면 되잖아!”

아루가 구시렁거리고 있었다.

“아루는 그 일 외에도 따로 할 일이 있어! 그런데 아루는 정장할 이유도 없는데 대체 왜 한 거야?”

“몰라서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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