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25화 (125/250)

125화. 설희의 부산 공연

홍설희의 1월 중순 2차 신곡 발표 후, 매스컴은 난리가 났다.

얼굴 공개가 있었는데 한 달 정도 지나자, 신드롬이 대한민국을 삼켰다.

연속 8주 1위 기록을 세운 상태서, 전국 순회공연이 잡혔다.

그리고 부산이 마지막 공연이었고, 그곳으로 향하던 중에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설희가 많이 다쳤대?”

“다행히 목과 허리 쪽 큰 부상은 면했나 봐. 염좌나 타박상 정도라곤 하는데, 후유증을 생

각하면 물리치료는 해야 할 거고.”

“어머 그럼 최소 한 달은 쉬어야 하네?”

“설희도 몸 자체가 일반인과 다르니 그 정도는 안 걸릴 거야. 그리고 많이 다친 건 매니저라던데, 음주 운전자의 후방추돌 때문이야.”

“오빠! 이제 들어가야 해요.”

“벌써 시간이 이리됐네. 자 한국으로 가볼까나.”

태월 일행의 짐은 간단한 가방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등에 멘 배낭 속에 모든 게 들어있었고, 심지어 아리랑도 그 안에 있다.

산소공급 장치가 부착된 주문 제작 이동장인데, 중형견 하나가 들어갈 만한 공간으로 고양이에겐 아늑했다.

비행기는 이르쿠츠크 공항을 떠나 김포공항으로 날았다.

내년 정도면 샤후르타 선착장 인근에 공항이 1차로 완성될 예정이라, 앞으로는 헛된 시간 낭비를 줄이게 될 것이다.

“어? 석준이 형?”

“하하, 놀랐지? 회장님이 오늘 바쁘셔서 내가 대신 나왔어. 와, 여기 계신 미인분들은 처음 보네.”

최석준은 아루를 본 적이 있긴 했지만, 그 당시는 아루가 설희의 이모로 변신상태였다.

그리고 최석준은 지금 TW 회장의 경호팀장으로 있다.

“다들 인사해. 엄마의 경호팀장 겸 전부터 알던 형이야!”

“안녕하세요! 아루랍니다.”

“저는 아진이에요.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전 아나스타샤라고 해요. 이야긴 전에 종종 들었어요. 아샤라고 부르면 돼요.”

“하하, 네, 다들 반갑습니다. 설희 아가씨와 견주는 분들은 처음 보네요.”

“오오! 그럼 나도 설희랑 동급?”

석준의 칭찬에 아루가 제일 기뻐한다.

사실 아루도 정령 출신이라 미모가 꽤 빼어났으나, 아직은 외모상 성장 중이다.

그리고 아샤와 아진이 워낙 특이한 경우라 밀린 것이다.

“설희가 입원한 곳으로 가도록 해요.”

“하하,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이틀은 입원해 있다가 어제부터 집에서 요양 중이야.”

“그 정도면 후유증도 크지 않단 소리겠네요? 정말 다행이네. 그럼 홍대 집으로 가죠. 여기 있으니 또 사람이 몰리네요.”

최석준이 운전하는 차량은 홍대에 도착했다.

태월은 배낭에서 아리랑을 꺼냈다.

잠이 들었다가 깨어난 것인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흰 고양이다.

“오, 그거 러시아산 고양이?”

“하하, 그건 아니고요. 좀 특이한 고양이인 건 맞아요. 삽살개들이랑 잘 지내려나 모르겠네요.”

“에이 삽사리들이 얼마나 순한데, 고양이를 괴롭히진 않을 거야.”

단순한 고양이로 오해하고 있는 최석준이다.

아리랑을 바닥으로 내려놓고 대문을 열자, 마당에서 뛰놀던 삽사리들이 아루를 보고 달려온다.

그러다가 아리랑을 보자 발을 멈췄다.

신수인 아리랑이 삽살개들에게 다가가더니, 눈을 맞추고는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줬다.

그제야 아루에게 다가와 머리를 비벼대는 삽살개들이다.

“어라? 이 고양이가 서열이 더 높네? 개와 고양이는 앙숙 아닌가?”

“그게 뭐 중요한가요? 그런데 삽사리가 새끼를 2마리 낳았나 봐요? 꽤 귀엽네요.”

“하하, 아니야. 4마리 낳았는데, 압구정 회장님댁에 두 마리가 갔어.”

그때 현관문이 열리고 설희가 나왔다.

“오빠 왔어? 아루! 아샤! 아진! 어서 와.”

“어? 너 이렇게 다녀도 돼?”

“목하고 어깨가 뻐근한 거 말고는 별문제 없어. 그래도 당분간 쉬어야 한다기에 억지로 이러고 있는 거야. 나 나이롱환자나 같거든? 삽사리랑은 나중에 놀고 안으로 들어와.”

“그럼 나는 이대로 회사로 돌아갈게. 아직 난 근무시간이거든.”

“아, 네. 형 잘 들어가세요. 조만간 봬요.”

“응, 알았어. 다들 재밌는 시간 보내요!”

“안녕히 가세요!”

석진은 차로 돌아갔고, 일행은 집안으로 들어섰다.

웬일인지 삽살개들도 따라서 들어온다.

설희가 개들의 발을 물수건으로 일일이 닦아 주다가, 아루의 품을 보게 되었다.

“어머? 아루? 그거 웬 고양이야? 선물이야?”

“호호, 너 이제 봤구나? 그리고 선물은 아니거든! 얘는 우리 러시아 식구라서 누굴 줄 수가 없어. 그리고 너도 얘 정체를 알면 깜짝 놀랄 거다.”

다들 소파에 앉자, 설희가 음료를 내어온다.

그리고는 아리랑을 힐끗거리며 쳐다봤다.

태월이 아리랑을 들어 설희에게 건네줬다.

“안고 있어 봐, 너라면 뭔가 느껴질 거야.”

오빠의 말에 설희는 아리랑을 품 안에 안고는 쓰다듬으며 말한다.

“특별한 태생의 고양이라도 되나? 음, 뭐가 있는 거 같긴 한데.”

“눈을 감고 그 고양이와 소통한다고 생각해봐. 사실 러시아 식구들은 다 가능한데, 넌 다른 경우라서 어떨지 모르겠네.”

태월의 말대로, 문신을 통해 영혼이 귀속된 이들끼리는 텔레파시가 통했다.

그래서 러시아 식구들은 아리랑과 소통이 되는 것이다.

다만 일반인과 다른 설희다.

귀신이나 영혼을 느끼고 볼 수 있어서 혹시나 해 시도하는 것이다.

5분 정도를 시도하던 설희가 깜짝 놀란다.

“어머! 얘가 말을 해!”

“하하, 그거 텔레파시야. 너도 가능하네.”

“그리고 자신은 고양이가 아니라는데? 특이한 고양이인 건 알겠는데, 딱 봐도 고양인데 뭘 또 아니래?”

설희의 말에 아리랑이 품에서 빠져나오며 거실 중앙에 섰다.

그리고 한 바퀴 공중제비를 넘고서 백호로 돌아왔다.

-커헝! 쿠당탕!

설희도 놀랐지만, 삽살개들은 의자에 올라와 있다가 놀라서 바닥으로 자빠졌다.

아직 대형호랑이로는 바뀌지는 못했는데, 문신에 의해 어려져서다.

그래도 신장이 족히 1.8m는 되었다.

“호, 호랑이였어? 백호?”

“하하, 맞아! 얘는 신수라서 변신술이 가능해.”

아리랑이 백호로 변신하자, 아루가 뛰어와서 올라탔다.

“호호, 나 얘랑 러시아에서 말타기 몇 번 해봤는데. 어때? 타고 다녀도 되겠지? 이랴!”

아리랑도 아루와 친해졌는지, 그녀를 태우고 거실 한 바퀴를 돌아줬다.

아루가 내리면서 설희에게 손짓을 했다.

의미를 알아들었고, 호기심이 든 설희도 올라타 봤다.

잠시 타고 내리자, 아리랑은 다시 고양이로 돌아왔다.

설희는 아리랑을 놓칠세라 꼭 껴안고는 소파로 돌아왔다.

“우와, 요괴나 변신 가능한 줄 알았더니, 또 이런 경우도 있었네. 콘서트 때 백호 타고 등장하면 멋지겠다.”

“하하, 관객들이 기겁하지 않을까?”

“깜짝쇼라고 여기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리고 오빠는 모르겠지만, 6월 25일에 마이클 잭슨이 한국공연을 해. 나 거기에 초대되어 노래도 해야 하거든!”

마이클 잭슨이 ‘마이클과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자선공연을 한국서 갖는 것이다.

“응? 찬조 출연? 그걸 마이클이 허락했다고?”

“호호호, 아카가 다리를 놔줬어. 개인적으로 좀 알고 있나 보더라. 아카가 그에게 음반을 보내줬는데, 그도 내 노래를 듣더니 손뼉 치며 오케이 했어. 기대된다고 흥분도 했다던데?”

“오, 설희 언니! 이러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는 거 아니야?”

“그러잖아도, 작은 엄마가 내 노래를 전부 영어로 준비해놨어.”

“설희도 언어 재능은 태월에게 받아서 어렵진 않았겠네?”

“아루, 맞아. 덕분에 내가 영어학원 엄청나게 오래 다닌 줄로 알더라. 원어민 발음이래. 그리고 영어 예명도 생겼어. 스노우! 이번 부산 공연 때도 쓰라고 하던데.”

설희의 설 자가 눈이란 의미기에 그녀와 어울려 보였다.

“흠, 마이클 잭슨과의 공연인데, 그에 걸맞게 백호 타고 등장해도 되긴 하겠다. 마이클 공연은 워낙 센세이션을 많이 일으키잖아.”

태월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자 설희의 표정이 환해졌다.

동생의 세계적 데뷔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태월이기도 했다.

“출연진들은 놀라선 안 되니 그들에게는 미리 알려야겠네.”

“그래야지. 안 그랬다간 밴드가 놀라 연주에 실수할걸?”

“그럼 부산 공연은 완전히 안 하는 거야?”

“아니야. 일주일 후에 재개할 거야. 순회공연 마지막은 장식해야지. 그게 기다리던 팬들에 대한 예의잖아.”

“오오, 그럼 우리도 공연 볼 수 있게 되네!”

아루가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아진과 아샤의 입가에도 웃음이 그려졌다.

“가족들을 위한 초대권이 있으니, 그걸로 입장하면 돼. 음, 그런데 아샤도 노래 좀 하지 않나? 괜찮으면 카메오 출연해볼래? 추억도 되고 좋잖아!”

추억이라는 말에 아샤는 슬그머니 태월의 눈치를 본다.

‘좋은 추억이 생기면 좋긴 하겠네. 그런데 재능을 아진에게 줘도 될 거 같은데? 아루는 어떠려나?’

“좋은 생각이긴 하네. 아진하고 아루는 어때? 내가 재능을 전이시킴 되잖아. 아직 노래 관련은 몇 개 남았어.”

아루가 손을 번쩍 들더니 좌우로 젓는다.

“아진이만 해줘. 난 공연장에서 관객들처럼 몸 흔들고 환호해보고 싶어. 그게 더 좋아. 아진! 넌 아샤랑 같이 카메오 해!”

“아진 언니! 언니만이라도 해줘요. 나 혼자서는 떨려서 못하겠어.”

아루에 이어 아샤까지 나서자, 결국 아진도 승낙하게 되었다.

“하하, 그래 셋이 함께하면 멋지겠다. 차라리 이렇게 하는 게 어때? 공연에서 아진과 아샤가 퍼스트 기타와 세컨드 기타를 맡는 거야. 거기에 대한 재능도 같이 줄게.”

“어! 진짜 괜찮겠는데? 오빠? 생각도 못 했는데 땡큐! 기존 밴드 멤버들에겐 내가 양해 부탁해놓을게. 일회성 이벤트라 거절하진 않을 거야.”

결국 아진과 아샤는 놀러 다니는 걸 포기하고, 일주일간 기타 연습에 매진하며 합주도 맞춰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루는 웬일인지 자기가 태어났던 관악산을 다녀오겠다며, 아리랑을 데리고 그곳으로 갔다.

거기엔 태월의 가족 휴양지가 있기에 거기서 머무를 것이다.

시간 여유가 생긴 태월은 압구정과 홍대를 오가며, 일주일간 아들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었다.

***

“자! 많이들 기다리셨죠? 스노우! 설희 양의 부산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스노우라고 하니 생소하죠? 앞으로 외국 활동 때 쓸 예명입니다. 어때요, 여러분? 어울리나요?”

“네, 너무 어울려요! 스노우! 스노우!”

“그리고 이번 밴드 기타로는 두 분이 따로 섭외되었습니다. 특별 카메오로 출연하시는 분들이고, 개인적으로 설희 양과는 가족과 같은 분들입니다. 자, 이제 볼까요? 퍼스트 기타에 아진! 그리고 세컨드 기타에 아나스타샤! 여러분! 박수로 환영해주세요!”

사회자의 소개에 무대 한쪽이 밝아지며, 기타를 손에 잡은 아진과 아샤가 등장했다.

-짝짝짝! 짝짝!

-우 와아아! 삐이익! 삑!

박수에 이어 주변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설희와 더불어 하얀색의 나풀거리는 짧은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것이다.

“헉! 너, 너무 아름답다. 사랑해요!”

“우와! 저분들이 기타리스트라고? 영화배우들 아니야?”

“헐! 미모와 몸매가 장난이 아니잖아! 설희 언니만 해도 엄청난데, 저 둘까지 합친다고?”

-지이이이잉!

그녀들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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