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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14화 (114/250)

114화. 몬탁 해변 실종자 2명

서핑 강습 시간이 다 되어 확인 연락이 온 것이다.

“늦겠다. 이 건은 다음에 다시 논하기로 하고 바로 출발하자.”

-키링! 부웅! 부 우웅!

“파도 속으로 고고!”

“크, 파도는 고사하고, 적어도 한 시간은 모래밭에서 연습해야 할걸?”

“어머, 왜 이러세요? 전 재능이 준비된 프로라니까요.”

아샤와 아루의 만담을 들으며, 일행은 강습장에 늦지 않게 도착하였다.

“환영합니다. 자 이리로 들어….”

“어? 형? 이분들 영화배우인가 봐.”

“이쪽 분이 매니저신가 보네요?”

형이라는 사람이 태월에게 하는 말이다.

“하하, 배우는 아니고요. 그냥 가족들입니다.”

“다국적 집안이시군요. 뭐 요즘 흔한 일이죠. 다니엘입니다.”

그들이 보기엔 그리 보일법했다.

백인이 아카와 아쿠, 아샤 그리고 나머진 동양인으로 보일 테니.

강사는 이남 일녀 셋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제임스라고 합니다.”

“환영합니다. 제가 막내 아멜라예요. 그런데 다들 너무 이쁘시다. 배우가 아니면 모델?”

“그냥 일반인입니다.”

“에이, 설마요! 밝히기 싫어하시니, 그렇다고 믿어 드릴게요. 여기 큰언니분이? 이분 같으신데 맞지요? 잘 부탁드려요.”

아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변신을 풀지 않았다면, 알리사인 아쿠가 젤 큰언니로 보였을 것이다.

아카의 정신적 성장이 젤 빠르기에, 20대 중후반은 되어 보인다.

그게 아카의 최전성기라서, 저 모습 그대로 백 년 이상은 이어질 것이다.

젤 어려 보이는 모습은, 10대 후반의 아샤와 아루 그리고 아진이다.

아샤는 실제 나이보단 몇 살 더 되어 보인다.

노안이 아니라, 성령초와 월기공으로 그만큼 몸이 완벽하게 변해서다.

그래서 아루가 젤 막내처럼 보이는 중이다.

아쿠와 라리사는 20대 초중반의 여자 모습이고.

“남자 두 분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리고 저기 젤 어려 보이시는 세 분은 아멜라가 맡도록 하죠. 나머지 분은 제임스가.”

“일정은 어떻게 되죠?”

“원래 야간 강습은 그리 안 하는데, 바쁘신 분들을 위해 이렇게 특별 타임을 가지긴 합니다. 입문 강습은 1시간 반, 이론교육, 지상교육, 라이딩까지 합니다. 입문 강습이 완료되면 내일 낮엔 레벨업 강습을 시작하고요. 시간은 기본 2시간입니다.”

그래서 기본 이론 수업부터 진행이 되었다.

보드의 명칭, 패들링 하는 법, 푸쉬 하는 법을 배우니 15분이 후딱 지나갔다.

지상 수업은 라이트가 환하게 비친 바다에서 이뤄졌는데, 제일 강조하는 건 안전! 그리고 머리 보호였다.

물에서 나올 땐, 항상 머리를 보호하며 일어나는 게 가장 중요함을 강조시켰다.

흥이 넘치는 아루와 아샤가 제일 지적을 많이 받았고.

“서핑의 룰은 꼭 지키셔야 합니다. 파도의 우선권은 중요하고요. 그게 어겨지면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준비운동으로 스트레칭과 워밍업을 시켰고, 패들링의 목적 및 시범 교육까지도 보았다.

패들링과 푸쉬 자세 수정에서는 여전히 아루가 제일 지적을 많이 받는다.

불의 정령이라서 그런지, 물하고는 그리 친하지 못했다.

여기까지가 입수 전 실습이었다.

입수 후 실습은 보드 위에 올라가서 보드 돌리는 법과 엎드린 상태에서의 파도타기를 배운다.

그 후 일어서기를 연습하면서, 중심 잡기와 시선 그리고 올바른 자세를 견학했다.

다 끝난 후 20분간 자유 서핑을 즐겼다.

“그런데 세 분은 굉장한데요? 진짜 처음이신 거 맞나요? 그리고 한 분 빼곤, 나머지 분들 운동신경도 대단하군요.”

“큰오빠? 이분들 황당해. 왜 이리 잘 타지? 내일 강습받고 나면, 이 해변을 휩쓸고 다닐 거 같아.”

“하루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대로라면 3일 차 강습은 빼도록 하죠. 낼 하루면 충분하리라 봅니다. 아, 한 분은 3일 채우셔야겠군요. 사실 저분이 일반적인 거거든요.”

아루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특이한 건 서핑을 제일 신나게 한다는 것이다.

같이 수업받는 아진과 아샤에게 물장난치는 게 대부분이지만.

30 중반은 되어 보이는 다니엘은 그나마 덤덤한데, 20 후반의 제임스는 강습생들과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패드를 일절 하지 않은 탓에, 그녀들의 물에 젖은 모습이 너무 노골적이어서다.

“제임스 오빠? 물속에서 왜 안 나오고 그래? 어디 아파?”

“윽, 몰라도 돼!”

너무 건강한 제임스의 늦은 밤 해프닝이었다.

***

“으아,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

“아루 언니? 언니만 하루 더 강습받아야 할 거라 하던데?”

“으엑, 누가 그딴 소릴 해? 나만큼 오늘 열정적으로 한 사람이 어딨다고!”

“풉, 너무 열정적이어서, 언니 반바지가 힙에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더라.”

“그건 너도 만만찮았거든?”

“악! 그건 언니가 잡아당겨서 그리된 거지!”

“둘이 그만 떠들고 씻고 나와! 다 씻었는데 둘만 아직 그대로네? 오늘은 이대로 자서 오전 11시에 기상하는 걸로.”

“아유, 거기서도 씻었는데 뭘 또 씻어!”

“거기선 소금기 묻은 옷과 함께 씻은 거잖아. 너 이대로 자면 고등어자반 된다.”

아루도 오늘은 피곤했는지, 뭉그적대며 씻으러 간다.

“아루! 너 들어가서 벗음 되지, 왜 맨날 벗고 들어가냐? 그러니 아샤가 따라 하지!”

“아, 몰라.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뭘 신경 써.”

오늘도 태월은 보모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다.

집에 돌아온 시간이 새벽 2시였다.

오늘은 낮 2시부터 2회차 강습이 시작된다.

그렇게 그날 밤은 새벽에 다들 잠이 들었다.

10시부터 아쿠와 아진은 일어나서 점심을 준비했다.

오늘의 식사 당번이기에,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일어난 것이다.

아쿠 외에도 요리 재능은 생길 때마다 나눠줬기에, 다들 음식 실력만큼은 일류 요리사였다.

불고기를 주요리로 했고, 갈치 조림과 김치찌개 그리고 두부 요리였다.

밑반찬은 태월의 공간 배낭 안에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었기에, 밥상은 늘 풍성했다.

“잘 먹겠습니다.”

“아샤는 그 멘트가 자동이네?”

“히히, 할머니랑 살 때 입에 배었어요.”

“뭐, 보기 좋은데. 이 김치찌개는 아진의 작품? 한국 맛인데?”

“네, 요리 재능도 도움 되었지만, 종종 먹어본 거라 하긴 쉬웠어요.”

“요리 재능이 있어도 추억의 맛을 살리는 건 별개더라. 난 다른 요리는 다 되는데, 저 김치찌개가 젤 어려워.”

“그거야 뭐 그렇겠지. 대신, 아쿠는 유럽 요리를 잘하잖아!”

“자주 접해본 걸 더 잘하는 거 같아. 머릿속에 맛을 그릴 수 있어서일 거야. 아루 언니도 불로 하는 요리는 우리 중에서 제일 낫잖아.”

“맞아. 아루 언니가 보기보단 굽는 걸 잘해. 육즙이 살아 있다니깐.”

“뭐? 보기보단? 내가 보기엔 어떤데?”

“밥상 테이블에 앉아서 엄마에게 밥투정하는 사춘기 소녀?”

“너 까불면 오늘 서핑할 때 바지를 휙!”

“물속에 있는데 뭐 보이나요?”

“서핑을 보드 위에서 하는 거지, 누가 물속에서 한데?”

“헐, 언니의 서핑 속도가 나보다 느린데, 날 어떻게 따라와요?”

“익, 어떻게든 하고 말 거야!”

“어휴, 아루는 점점 애가 돼가는 거 같네. 아카가 쟤 좀 말려봐.”

“내버려 둬. 사춘기인가 보지.”

“으악! 아카 언니까지 왜 이래? 언니도 벗겨 버린다!”

“그러든가 말든가. 아샤는 몰라도 우리가 그런 거 신경이나 쓰냐?”

“에이, 듣고 보니 맞네.”

태월은 아루를 가만히 살펴본다.

‘정령도 사춘기가 있나?’

최근 들어 심통 부리는 걸 보면, 아루는 꼭 사춘기 소녀 같았다.

“시간 딱 맞춰 다들 오셨네요. 오늘 받을 이론교육은 파도 선별 방법과 라인업에서의 행동 요령입니다. 서핑 중에 일어날 위험 요소에 대한 것도 배웁니다. 그리고 실습은 면 파도와 거품 파도의 밀어 타기 교육이 있을 거고요. 보드 통제요령을 마지막으로 배우실 겁니다.”

“보드 통제요령이란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거죠? 보드를 잘 붙들고 있는?”

“하하, 다른 건 몰라도, 아루 양의 열정은 알아줘야겠네요. 보드 위에 올라가기와 보드 뒤집기. 수면 위에서 하는 패들링과 엎드린 상태에서 보드 돌리기. 그리고 앉은 상태에서 보드 돌리기입니다. 아 참고로 파도가 크면 이런 건 안 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나 정도면 괜찮겠죠?”

“......”

“풉, 언니가 제일 위험해.”

“얘, 그건 네가 아마추어라서 그리 생각하는 거고, 강사님은 프로라서 생각이 다를걸?”

아루가 다니엘을 빤히 쳐다보며, 어서 말해주라는 눈빛을 보냈다.

“휴, 오늘부터 저는 아마추어 강사 하렵니다.”

“아샤? 들었지? 그만큼 내 실력을 거의 준프로라고 여기신단 소리잖아.”

“......”

20분 정도의 이론 수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실습이 시작되었다.

강사가 밀어주는 원포인트를 반복해서 하고 난 후, 테이크 오프(이륙) 후 파도타기를 시작했다.

강사가 옆에서 도와주며 전날 부족했던 부분을 가르치는 중이다.

물론 아루 혼자서 배우는 중이다.

다른 일행은 보드 통제를 연습하는 수업을 하고 있었고.

“호호호! 아샤, 봤지? 강사님이 바로 알아보잖아. 날 유망주로 보고 있는 게 분명해. 딱 나만 가르치잖니.”

“언니야, 언니를 어떡하면 좋냐?”

“......”

아루와 아샤가 그러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 다니엘에게로 뛰어왔다.

“영화 촬영 중에 일이 터졌어요!”

“무슨 일?”

“여주인공이 물에 빠졌고, 그걸 구하러 스턴트 감독이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둘 다 사라져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헐, 둘 다 행방불명 되었단 소리야? 얼마나 지났는데?”

“한 시간이 넘었답니다.”

그 정도면 찾는다고 해도 늦었단 소리다.

다니엘이 몬탁 해변 인명구조요원 협회장이다.

그래서 요원 하나가 급히 찾아온 것이다.

“잠시 수업을 중지하겠습니다. 제가 급히 가봐야 하거든요.”

“아, 저희도 따라갈게요.”

“왜 따라오시는지는 몰라도, 제가 말릴 시간은 없네요. 일단 저는 가겠습니다.”

다니엘의 차를 태월 일행이 따라붙었다.

커크 파크 비치라고 적혀있는 곳에 차가 정차하였다.

이곳에도 서퍼들이 있었고, 태월 일행이 있던 곳보다 파도가 거셌다.

중간쯤의 해변에 영화 촬영 세트가 보였다.

사고 소식 때문인지 많은 사람이 모여 웅성대고 있었다.

911차량도 보였지만, 대원들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수색에 나선 거 같았다.

“아쿠? 정신 집중해서 익사자 둘을 찾아봐!”

“알았어. 몸이 물에 닿은 상태서 해야 해.”

태월은 아쿠를 데리고 허벅지 깊이 정도의 수심까지 뛰어갔다.

현재 그 이상의 수심은 경찰이 통제 중이었다.

아쿠는 물과 접해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하나씩 지워나갔다.

수십 명이 지워지고 수백 명이 또 지워졌다.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아쿠가 눈을 뜬다.

“찾았어! 여기서 11시 방향으로 7km야.”

“다른 이들보다 먼저 찾아야 구할 수 있어!”

이미 죽은 지 한 시간이 지난 시신을, 경찰들이 보는 데서 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태월은 해변 끝쪽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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