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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12화 (112/250)

112화. 초대형 북방 참다랑어

눈만 껌뻑껌뻑하면서, 태월 일행의 황당한 낚시법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고 있는 선장이다.

‘아니 이 사람들은 대체 뭐야? 집안 대대로 참치를 잡아 왔나? 대부분이 40kg은 넘어 보이는데, 장난하듯이 휙휙 잡네. 응? 저 여자분은 안 잡고 뭐 하지?’

그 이상한 사람들 속에 한 마리도 안 잡고, 낚싯대만 드리운 아쿠를 발견한 선장이다.

“아쿠? 아까부터 뭘 해? 낚시 별로야?”

“호호호, 아니야. 난 딱 한 마리만 잡으려고! 제일 큰 놈으로 기다리는 중이야. 잔챙이는 나 아니어도 이렇게 잡는데, 더는 필요 없잖아?”

아쿠는 물의 기운을 써서, 작은 것들이 물려고 하면 바늘을 움직여 피해버렸다.

그렇게 2시간 정도가 지나고, 일행들이 평균 20마리 정도 잡을 즈음이었다.

-피이잉!

“오! 드디어, 왔다! 히트!”

낚싯대를 잡아채며 히트를 외치는 아쿠다.

아쿠는 처음부터 초대형을 노린지라, 쓰는 낚싯줄이 12호 합사였다.

선장이 가지고 있던 것인데, 자신도 써본 적은 아직 없다고 했었다.

대부분 10호 합사만 해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쿠의 루어만 표층에 있지 않고, 잠행 상태였었다.

이때부터 그 참치와 아쿠의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풀었다 당겼다를 반복하면서 벌이는 소리 없는 총성이었다.

다른 일행도 참치 잡는 걸 멈추고, 아쿠를 응원하고 있었다.

사실 배에 이 이상 참치를 싣기가 미안해서 멈춘 이유도 있었다.

“와우, 대체 얼마나 큰 거야? 저 포말 부서지는 것 좀 봐.”

“그게 아니라 저 아가씨만 참치를 안 잡고 있었어. 저걸 기다렸던 건가? 그런데 저 연약한 몸으로 저게 가능하긴 해? 우리도 힘들 건데.”

아쿠가 참치랑 싸운 지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보통 100kg만 넘어가도, 한 시간 이상은 기본으로 드는 화이팅 시간이다.

200kg 넘어가면 그땐 시간 예측이 어렵다.

최악의 경우 6시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고.

낚시 고수의 재능에 물의 기운까지 쓸 수 있는 아쿠다.

그렇게까지 손맛을 오래 보고 싶진 않았다.

자신의 배도 아니고 손님 중 하나일 뿐인데, 너무 오래 끄는 것도 실례이다.

1시간이 넘어가면서 아쿠는 낚싯줄에 물의 기운을 흘려보냈다.

그렇게 줄이 끊어지지 않게 보강을 한 후, 적극적으로 파이팅에 임했다.

중간중간에 아쿠가 흘려보낸 물의 기운에 의해, 그 참치의 몸속은 여러 번 뒤집힌 상태였다.

90분의 사투 끝에 기력이 다한 참치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남들이 볼 때나 사투로 보이는 거고, 아쿠는 열심히 손맛만 즐겼을 뿐이다.

“우와! 저게 진짜 참치다. 북방 참다랑어네!”

“와아아! 블루 핀이야! 저거 팔아도 거의 100만 달러는 벌겠다.”

“으어어! 저거 대체 얼마만 한 거야? 혹시 400kg 넘는 거 아냐?”

참치 원양어선에 의해 400kg짜리 참치는 드물지만 있긴 했다.

자료상으로는 포획한 건 아니지만, 600kg 넘는 참치가 바닷속 영상에 등장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허가된 고기잡이배로 잡은 게 아니면, 합법적으로 판매하지는 못한다.

“선장님? 밧줄 좀 주세요.”

“바, 밧줄로 뭐 하시게요? 설마 참치를?”

선장은 아직도 어벙한 상태다. 자기가 본 참치 중에 저렇게 큰 건 처음이었다.

“이 배엔 크레인이 없잖습니까? 그러니 그렇게라도 끌어 올려야죠.”

100kg 미만에나 쓰는 대형 그물 채는 있었지만, 저걸 감당할 만한 튼튼한 도구는 없었다.

직원이 선장의 허락도 얻지 않고 밧줄을 가져왔다.

그걸 타박하지도 않는 선장이지만.

안드레이는 밧줄의 한쪽 끝을 들고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꼬리부터 묶고는, 그 후 몸통 중앙과 아가미 쪽도 묶었다.

안드레이가 신호를 보내자, 낚시꾼들도 힘을 보태며 끌어올렸다.

태월 일행에 5명 정도가 더 추가되자, 어렵지 않게 올라왔다.

한 사람당 감당할 무게가 40kg이 안 되니 그런 것이다.

꼬리 쪽을 위로해서 갑판에 매달아 놓았다.

피를 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상하지 않고 참치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선장은 그걸 자로 잰 후에 칠판을 가져와 기록지를 만들었다.

“하하하, 제 인생에서 최대어입니다. 무게만 402kg에 10피트입니다.”

10ft면 3m고, 400kg이면 어린 코끼리 두 마리 무게다.

“오늘의 대회는 미녀군단의 싹쓸이입니다. 최대어 최대수량 모든 게 완벽했습니다. 총 151마리! 뭐 오해는 있었습니다만, 축하드립니다!”

“와! 너무 멋졌습니다. 그레이트!”

-휘이익! 짝짝짝! 짝짝! 짝짝짝짝!

휘파람 소리와 박수 소리가 배의 갑판을 휘돌았다.

몇몇 사람은 참치를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워낙 한곳에 몰리는 참치 떼로 인해 자리도 좁았고, 휙휙 뒤로 참치를 던져대는 미녀들로 인해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일부는 반대쪽에서 낚시했기에 못 잡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그쪽도 참치가 없던 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물지를 않았다.

“저희가 많이 잡긴 했네요. 원하시는 분에겐 각자 한 마리씩 드릴 테니, 선장님이 잘 배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와우! 멋져요!”

가족들로 구성된 팀이 있었는지, 여자들도 두 명이 보였다.

그녀 식구들 4명이 겨우 한 마리밖에 잡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4마리가 더 생긴다고 하니,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40kg짜리 4마리면 횡재한 것이다.

선장과 직원에게 몇 마리 주었는데도, 120마리가 남았다.

다들 피를 빼느라 바빴다.

시간 여유가 되는 낚시꾼들은, 태월 일행의 참치도 피를 빼주었다.

아쿠는 잡은 참치마다 물의 기운을 넣어서, 선도를 유지하게 했다.

태월 일행은 아쿠가 낚은 대형 참치 옆에서 사진도 찍고 물러났다.

다른 낚시꾼들도 눈치를 보다가 다들 기념 촬영을 하느라 신이 났다.

꼭 자신이 잡은 것처럼 해서 포즈를 취하는 사람도 있었고.

50kg짜리 한 마리를 따로 해체하여 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대어상과 다어상은 해산물 식당의 식사권이었다. 그런데 1,000달러짜리 식사권 2장이다.

태월이 낸 뱃삯에 참가비 그리고 장비 구매 비용까지 해도 남는 액수였다.

술이 몇 잔 돌자 다들 친숙하게 굴었다.

말을 함부로 했던 낚시꾼들은 미안했는지, 술이 들어가자 용기를 내어 사과도 해왔다.

다들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고 있었다.

“아루 언니! 이것 좀 먹어봐! 살살 녹아!”

“어머, 그렇네. 역시 참치는 냉동보단 생참치가 제맛이지! 우리가 언제 또 바다 위에서 이렇게 싱싱한 참치를 먹어보겠니.”

“언니? 많거든요? 120마리!”

“호호, 그건 또 그렇네.”

일행과 동떨어져 선장 일행과 한잔 중인 태월이다.

“선장님? 통도 크네요? 이 식당은 아시는 분이 하시나요?”

“큼큼큼, 그거 선장님 사모님이 하는 곳입니다. 우리 배에서 하는 우승상품은 다 그 식당하고 연관되어 있지요.”

“하하, 그랬군요. 어쩐지.”

“야! 누가 그걸 말하래? 큼큼, 뭐 사실 맛은 보장합니다. 그러면 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요. 맛만 좋으면 되지요. 잘되었네요. 숙소랑 멀지 않으니 이용하겠습니다.”

갑자기 선장이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저 참치 말입니다. 제가 아는 일본인이 있는데 그쪽과 연결해 드릴까요? 보기 드문 블루핀이라서 가격은 후하게 쳐줄 겁니다.”

“상업용 배에서 잡은 게 아니라면, 팔지 못하잖아요.”

“하하하, 세상 이치가 뭐 꼭 정해진 대로만 가나요?”

태월을 보고 싱긋이 웃어주는 선장 마르크다.

“그럼, 그걸 잡은 사람과 제가 대화는 나눠보겠습니다. 당사자 의견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아, 물론이죠. 잘 부탁합니다. 저야 소개료는 필요 없습니다. 그 일본 분이 우리 식당 VIP분이라서, 인심을 이럴 때 써보는 거죠. 우리 매출을 많이 올려주거든요.”

사장이 가고 나자, 태월은 자리로 돌아와 아쿠에게 의견을 묻는다.

“어때? 우리야 돈이 그리 필요한 건 아니니, 가방에 넣어두고 틈틈이 먹어도 되고.”

태월의 공간 가방에선, 식자재가 부패하지 않고 넣어뒀던 그 상태로 유지된다.

현재 120마리의 참치는 냉동창고의 용량을 넘어섰기에, 절반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난 크다고 더 맛있는지는 모르겠던데? 우리는 이미 120마리의 참치가 있어. 저 참치는 우리에게 그냥 그중 덩치 큰 한 마리일 뿐이잖아.”

“맞아. 너무 커서 무섭고 징그럽더라. 맛도 다르지 않을 거고.”

4시간의 항해 끝에 태월 일행이 탄 낚싯배는 무사히 귀항했다.

몬탁의 선착장에 들어서는데. 벌써 크레인 장비가 발 빠르게 준비되어 있었다.

“이쪽은 카이토 씨입니다. 그리고 여기 숙녀분은 저 블루 핀의 주인공 알리사 양입니다.”

“반갑습니다. 알리사예요. 제가 잡은 고기에 관심이 있으시다고.”

“하하,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400kg이라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참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카이토 상회의 카이토입니다. 러시아 미인이라시길래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미인이신 줄은 몰랐네요. 영광입니다. 얼굴을 안 보고 목소리만 듣는다면 일본 현지인인 줄 알겠습니다. 일본어도 굉장한 실력이시고요.”

카이토라는 일본 남자를 만나는 사람은, 아쿠와 안드레이다.

그리고 같이 있는 사람은 선장이었다.

태월과 다른 일행은 눈에 띄기 싫었고, 참치들을 몰래 배낭에 옮기느라 이곳에 없다.

냉동창고로 이동 중에 배낭 속으로 다 옮겨 버렸고, 결국 냉동창고엔 갈 일이 없게 되었다.

“최고 품질의 북방 혼마구로인 건 확인했습니다. 정상적으로 경매가 된다면 아마 더 받으실 수 있겠지만, 저희도 몰래 하는 일이라 드릴 수 있는 금액은 140만 달러입니다. 어떻습니까?”

품질이 최상이기에 일반 참치가격의 두세 배는 기본이었다.

아쿠가 물의 기운을 주입한 덕분이기도 했다.

“160만 달러에 주세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않나요?”

“그럼 150만에 하겠습니다. 그게 서로에게 최선일 듯합니다.”

“뭐, 좋아요. 선장님이 끼어 있는 일이라 그 가격에 넘기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10분 내로 지급해드리겠습니다. 저녁 식사를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만.”

“마음만 받겠습니다. 일행들과의 관광 일정이 남아있어서요.”

“알겠습니다. 추후 좋은 인연이 또 생기면 좋겠습니다. 알리사 양에게선 바다의 소리가 들립니다.”

카이토라는 이름은 일본말로 바다의 소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쿠가 물의 정령이라서 관계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알고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미인에 약한 남자의 의례적인 칭찬일 뿐이다.

차를 다 마셔갈 시간 즈음에 아카에게서 연락이 왔다.

바하마 군도의 계좌로 150만 달러가 입금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아쿠는 중년 남자 카이토 씨가 내미는, 명함만 받아들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사람에게서 요괴의 향이 남아있었어.”

“빙의된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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