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11화 (111/250)

111화. 무슨 이따위 낚시가 다 있어?

“자신의 영혼에게 마음속으로 말하듯이 주지시켜놔. 둘은 영혼의 동반자라고. 같은 길을 가는 영혼이라고 여기도록, 최대한 거부감을 제거해. 다 허락해. 서로 입을 붙이면, 그게 영혼의 통로가 될 거야. 끝날 때까지 떼어선 안 돼. 그러면 서로 위험해. 꼭 명심해.”

“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요. 그럼 이제 해요.”

아샤가 입을 내밀자, 아진이 입을 맞춘다.

‘어? 꼭 둘이 키스하는 거 같네.’

아샤가 처음엔 움찔하더니, 아진의 경고가 떠올라 적극적으로 나섰다.

혹여나 거리가 멀어져 입이 떨어질까 봐, 아진을 두 팔로 안았다.

10분 정도를 그렇게 열렬히 교류할 때, 둘의 몸에서 잠깐이지만 빛이 아른대다 사라졌다.

그리고 아진이 먼저 입을 뗀다.

“휴, 이제 되었어요.”

그런데 아샤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다.

“아샤야, 왜 조용해?”

“으앙! 나 아진 언니에게 첫 순결을 뺏겼어! 나 어떡해!”

“헐.”

“......”

다들 아샤의 엉뚱한 말에 황당해졌다.

“영혼 공유는 잘된 거야? 어떤 식이지?”

태월이 아진을 쳐다보며 묻는다.

“음, 공유가 지속되는 건 아니었네요. 연결되는 순간만 공유되는 식인가 봐요. 그래도 서로 간의 영혼 통로는 열어놨어요.”

태월도 해봐야 제대로 알듯 싶어서 고개만 끄덕였다.

“안드레이도 이제 들어와! 자 이제 다들 가까이 붙어. 재능을 넘겨줄게. 눈을 감고 팔만 내밀어.”

“호호, 나 이제 피싱 퀸?”

안드레이가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태월은 바다낚시 목록에서, 재능 하나씩을 꺼내 일행들에게 주입하였다.

10분간에 걸쳐 7번의 빛이 커튼 안에서 반짝였다.

“받은 재능부터 확인해봐. 아샤도 재능은 넘어온 거지?”

“오예! 넘어왔어요.”

“대형 어종의 낚시 스킬이 없는 사람은 손을 들도록 해!”

재능들을 확인하던 중에 아샤가 손을 든다.

“왜? 대형 어종이 없어?”

“아, 아니요. 아주 큰 대형 있어요.”

“그럼 왜 들었어? 손 내려!”

“아, 대포를 쏘는데, 낚시 재능이 맞아요?”

“풉! 아샤? 지금 뭔 뜬금없는 농담을 해!”

“진짜예요. 고래 잡는 기술인가 봐요. 대포로 작살을 날리는데요?”

포경선에서 일한 사람의 재능이란 소리였다.

다들 낄낄대고 웃고 난리다.

“푸흡, 고래잡이래!”

“어머, 너무 웃기다. 크큭.”

“헐, 아샤만 다시 넘겨줄게. 뭐 그런 게 다 걸리지.”

결국, 아샤에게만 낚시 재능을 하나 더 보태주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들락대는 사람은 없었어?”

태월이 안드레이에게 그전 상황을 물었다.

“몇 사람 있었는데, 일행이 쉬는 중이니 방해하지 말라 했지요. 그래도 안 가는 사람은, 인상을 써서 보냈습니다. 선장도 찾아왔는데, 장비를 보러 오라고 했습니다.”

“그럼 선장에게 가볼까?”

찾아간 선장실에는 8개의 참치 전용 낚싯대가 놓여있었는데,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아, 어서 오시게.”

“선장님? 이게 전부인가요? 거의 초보들이나 쓰는 장식용이네요.”

“관광객분들은 거의 이걸로 합니다만. 그런데 참치낚시를 해본 적이 있나요?”

“손맛만 보다 가란 의미네요? 아마 다들 오랜만이라, 한두 번만 하고 나면 전문가 정도는 될 겁니다.”

선장은 태월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쩌면, 남자 둘은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미인대회에 나가야 할 여자들이, 참치낚시를 꾼만큼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여겼다.

“하하, 그럼 낚시대회에 참가해보시죠? 상품도 꽤 좋습니다. 물론 참가비가 있긴 하지만요.”

“낚싯대가 이 모양들인데 턱도 없지요. 따로 가지고 있는 게 있으면 차라리 샀으면 합니다만? 튼튼하기만 하면, 어부들 것도 좋고요.”

“흠, 대회 참가 조건으로 팔 순 있습니다. 다음 대회 때 상품으로 쓰려던 건데, 새것은 3세트가 있습니다. 중고도 5개는 맞출 수 있겠네요. 뭐 손님이니 원가만 받겠습니다.”

“최고로 튼튼한 것만 주세요. 나머진 저희가 알아서 하죠. 루어는 플로팅으로 주시고. 트롤링으로 잡을 건 아니시죠? 참치 떼가 있는 곳에만 세워주시면 됩니다. 기름값은 저희가 보태도록 하죠.”

“하하, 자신만만하시군요. 뭐 원하는 대로 해드리죠. 다른 낚시꾼들에게도 알려야겠네요. 트롤링이 아닌 걸로 한다고. 아마 미녀분들이 제의한 거라 하면 다들 응할 겁니다. 대신 한 시간은 더 가야 합니다.”

선장실 근처에 낚시꾼 둘이 있었는데, 그들이 소문을 쫙 퍼트렸다.

미녀들도 대회에 참가하는데, 참치낚시를 별거 아닌 것처럼 여기고 있다고.

“하하, 뭐 민물에서 붕어 좀 낚아봤는가 보네?”

“이야, 붕어 정도면 다행이지. 깡통 같은 걸 많이 낚았을 거야. 꼴에 남자들이라고 미인들 앞에서 무게 좀 잡고 싶었나 보지.”

“하하, 우리가 잡으면 한두 마리씩 적선해주자고! 400불은 벌어야 할 거 아냐!”

“크크크, 뭐 그 정도는 해줘야지!”

야유 비슷한 응원을 마음껏 받은 태월과 안드레이다.

태월과 안드레이는 선장에게 사 온 낚시 장비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선장하고 낚시꾼들이 우릴 호구로 알더라. 참치 잡는 거에 대한 환상을 깨주도록 하자! 내가 가진 참치낚시 재능에 이상한 영상이 있었어. 낚아서 뒤로 휙휙? 꼭 어부들 조업하듯이 하는 거야. 고기랑 씨름할 것도 없이 그냥 낚아서 뒤로 휙!”

“호호호, 그거 재미있겠다. 잔뜩 잡아서 피만 빼고 그 가방에 넣어두면 되겠네.”

“그건 나중에 할 일이고, 일단은 많이 잡아서 상을 다 휩쓸어버리자고! 우린 릴 안 쓰고 낚을 거야!”

“오케이!”

“그런데 그런 식으로 잡아버리면 낚시꾼들 허망하겠다. 참치낚시의 로망도 있는데, 참 어이없을 거야.”

“다들 좀 쉬도록 해. 3시간은 더 가야 할 테니.”

잠깐 눈 붙였다고 여겼는데, 선장이 벌써 도착했다는 방송을 해준다.

밖으로 나와보니 동이 트기 직전의 시간이었다.

“이제 바다를 잘 살펴야 합니다. 참치가 점프하면 바로 그곳으로 갈 것입니다. 어군 탐지기 잡히는 곳으로 뱃머리를 돌려놨습니다. 12시 방향 쪽으로 튈 겁니다.”

선장이 메가폰으로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아쿠는 뭐가 느껴져?”

“음, 선장의 말대로 앞쪽으로 큰 고기들이 느껴지긴 해. 그리고 3시 방향에 작은 물고기 떼들이 몰려있어. 꽁치 느낌이야.”

아쿠가 물의 요정인지라, 물이 그녀에게 알려주는 정보가 있었다.

태월은 아쿠의 말을 믿기에 선장에게 갔다.

“3시 방향에 참치 먹이 떼들이 대거 이동해 있습니다. 12시가 아니라 3시로 가시죠.”

“어군 탐지기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야죠. 그리고 먹이 떼들이 있는 건 어떻게 아시는데요?”

“그냥 감입니다.”

“하하하, 감이시란다! 너희도 들었지? 어이 선장 뭐 하시나? VIP께서 원하시면 들어 들어야지. 12시는 금방 사라질 거 같지 않으니 상관없잖아. 3시로 돌아 12시 쪽으로 가.”

다른 낚시꾼 팀을 이끄는 사람 하나가, 인심 쓰는 척하면서 비웃고 있다.

태월은 어깨를 으쓱여주고는, 다른 요구를 하였다.

“꽁치 같은데 그물이 필요합니다. 그물만 주시면 저희가 알아서 하죠. 애매하시면 파셔도 되고요.”

“뭐 여분의 그물이야 항시 있긴 하지요. 그럼 파는 걸로 하겠습니다.”

보통 꽁치잡이는 봉수망 어선을 이용해 잡는다.

꽁치는 표층을 유영하기에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고, 바닷새가 많이 모여드는 곳에 흔히 있다.

꽁치 어군을 찾아내면, 그물을 내릴 쪽의 반대쪽에 있는 전등을 환하게 켠다.

꽁치는 불빛을 보고 몰려드는 주광성을 가진 생선이다.

그렇게 꽁치들이 불빛에 정신이 팔릴 동안, 반대편으로 그물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처음 불을 켰던 곳을 끄면서, 그물 내린 곳 쪽의 등을 환하게 켜는 것이다.

그러면 꽁치들은 그 빛을 따라 이동하고, 그때 그물을 들어 올리면 되는 일이다.

꽁치 떼는 몇십 마리가 아니라 몇천 마리 단위로 다니기에, 피쉬 펌프가 있어야만 한다.

그걸로 빨아당겨 어창으로 보내는 것이다.

이 낚싯배에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다.

낚싯배가 3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그제야 어군 탐지기에 소형물고기 떼가 잡혔다.

“어? 황당하네. 진짜 저 사람 말대로 먹이 떼들이 있어. 바닷새도 안 보였는데 이걸 어찌 찾았지?”

조금 더 전진하자, 태월이 선장에게 신호한다. 배가 멈추자. 태월의 일행은 손에 들고 있던 그물을 내렸다.

집어등을 켜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내린 것이다.

조류의 흐름을 보고 아쿠가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돋움줄을 2m만 당긴 후 난간에 고정해!”

“오케이! 다들 들었지!”

“선장님! 이 상태로 그물을 끌고, 12시 방향으로 달립니다. 그리고 제가 신호하면 다시 멈춰주세요.”

12시 방향으로 가다 보니, 참치 한 마리가 멀리서 점프하고 있었다.

“저기에 있네요. 1.5km만 가주세요.”

실시간 아쿠의 텔레파시를 받으며, 태월은 그 정보를 선장에게 전하는 중이다.

태월이 말한 지점에 다다른 선장이 고개를 내젓고 있다.

“여기보다 더 위로 가야 참치가 뛰던 지점입니다만? 시력인지 능력은 제가 더 나은 것 같군요.”

“선장님 말이 맞습니다만, 잡아야 할 위치는 이곳이어야 합니다. 세워주세요.”

선장이 눈가를 찡그렸지만, 태월은 무시했다.

태월이 말한 1.5km 지점에 배가 멈춰 섰다.

“그물을 풀어! 이제 시작이다!”

원래 점프했던 곳은 더 가야 하지만, 꽁치 떼로 유인할 목적이라 이곳이 적당했다.

태월의 일행은 배 옆에 묶어둔 밧줄을 풀어냈다.

꽁치 떼가 그물에서 해방이 되면서 바다가 반짝거렸다.

“자 30m 전방에 다랑어가 몰려오고 있다. 피딩 타임이다! 낚싯대를 던져! 폴링!”

태월 일행의 루어들은 물에 뜨는 플로팅 루어를 쓰고 있다.

스키핑과 호핑을 쓰기도 하고, 훅셋으로 낚싯바늘이 고기에 꽂히게 하기도 했다.

참치 떼들이 몰려오는 것을 본 다른 낚시꾼들도 채비를 마쳤다.

표층 타입인 셀로우타입 펜슬을 사용하고, 그 후 싱킹타입 펜슬로 잠영 깊이를 주고 있다.

그런데 태월 일행 8명이 하는 낚시가 너무 이상했다.

꽁치 떼들을 먹으러 덤벼드는 그 참치들 사이로, 낚싯대만 집어넣었다 빼면 참치가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 잡힌 상태로 힘겨루기도 없이, 힘으로 그냥 잡아당겨 뒤로 휙휙 던진다.

그러면 그 충격으로 바늘이 빠져나왔다.

“아니? 저 사람들 뭐야? 무슨 낚시가 저래?”

“헐, 어판장에 고기 던지듯이 해버리네? 낚시를 저렇게 하는 게 가능한가?”

“저, 저 여자들 힘이 저 정도라고? 우와.”

여자들 여섯 명의 힘도 일반인보다 센 것이 맞긴 하지만, 지금 그들이 하는 건 일종의 반동을 이용한 요령이다.

호흡법과 영력을 다룰 줄 알게 되었기에, 그녀들에겐 어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신이 나 있었다.

“호호호, 이거 부산 앞바다에서 고등어 낚는 걸 TV에서 봤는데, 그거랑 비슷하네?”

“언니! 나 벌써 12마리째야!”

“난 13마리째거든?”

“앗! 질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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