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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10화 (110/250)

110화. 낚싯배에서

선원 둘 외에 다른 손님들도 있었는데, 태월 일행 쪽 시야에선 가려져 있어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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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엄청난 아가씨인데? 사람 맞아요?”

“선, 선장님! 비용은 우리가 다 낼 테니 태웁시다.”

“이 사람들이? 저기 아가씨 한 분만 있는 게 아닌 거 보면 몰라? 8명이나 되는데, 그럼 다른 손님 받기 애매해져.”

그제야 떠들던 두 사람은, 뒤이어 도착하는 태월 일행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일행들이 하나같이 호화군단이었다.

“제임스? 이 근처에 오늘 촬영 있었나?”

“짐? 제가 그걸 어찌 다 알아요? 우리 방송국 쪽은 아닐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마당발 기자께서, 그런 정보는 저보다 빠르지 않나요?”

그 둘 너머로도 사내들 몇이 더 보였다.

태월이 앞으로 나서며, 선장이라던 그 남자와 시선을 맞춘다.

“빈자리가 있으면 타겠습니다. 물론 비용은 저희 숫자만큼 대겠습니다. 아 갑자기 생긴 계획이라, 낚시할 준비는 전혀 안 되어 있는데 가능하겠습니까?”

“뭐, 종종 그런 관광객들도 계시기에, 여분의 장비는 충분히 있습니다. 8명이면 1인당 60달러인데, 400달러만 내시오!”

“지금 배엔 낚시 손님들이 몇 분 더 계신가요? 다른 곳에도 있는 거 같네요.”

“귀가 밝으신 분이군요. 맞습니다. 야식을 드시고 있죠. 현재 손님들은 15명이 타고 계십니다. 저희는 보통 30명을 태우고 떠나거든요! 오늘 한팀이 갑자기 펑크내서, 출항 시간이 좀 늦은 거고요.”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400달러를 꺼내 선장에게 넘겨줬다.

“그럼 이대로 출항하시는 거죠?”

“하하, 화끈하시네요. 맞습니다. 앤드류! 다른 손님에게도 출발한다는 거 알리고, 바로 닻 걷어!”

“네, 선장님!”

즉흥적으로 밤낚시에 참여하게 된 태월 일행이다.

안드레이가 하나씩 손을 잡아가며, 승선을 돕고 있었다.

태월은 등에 메고 있던 배낭에서, 겉옷 8개를 꺼내 일행에게 나눠줬다.

알혼섬에서 회사 직원들이 걸치던 조끼식 점퍼다.

그래서 점퍼의 등 쪽엔, BATR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수놓아져 있다.

“그런데 뭘 잡으러 가시는 건가요?”

“참다랑어를 잡으러 떠납니다. 뭐 황다랑어도 있긴 하겠지만요.”

선장은 6명의 여자를 살펴봤지만, 하나같이 연예인급이라는 거에 놀랐다.

배가 출발하였다.

손님들도 야식을 마쳤는지, 밤바다 풍경을 보러 나온다.

정원수가 40명 정도 되는 배였고, 적당한 크기의 흔히 보는 중소형 선박이었다.

배가 대형급은 아니기에 누가 승선했다는 것쯤은 그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승선자들을 접하고는, 눈이 커지고 다들 놀람에 빠졌다.

굉장한 일이 그들의 눈앞에 일어난 것이다.

“어, 웬 배우들이지? 아 모델들인가?”

“모델들은 마른 타입이지, 저런 시원한 몸매는 아니잖아. 가수나 배우들 같은데?”

“유명 여배우들보다 더 화려한데? 굉장한 루키들인가 봐!”

“같은 소속인가 봐요? BATR? 처음 들어보는 연예기획사 같은데.”

그중 용기를 낸 남자 하나가 다가와 묻는다.

“연예인은 아니고요. 그냥 패밀리라고 보시면 돼요. 휴가차 함께 뉴욕에 온 것이고요.”

안드레이가 나서서 대표로 대답을 해줬다.

“아, 네, 대답 감사합니다.”

남자가 돌아가자 주변 사람들이 더 웅성댄다.

“아니 연예인도 아닌데 저 정도라고? 저게 말이 되나? 나 혹시 꿈꾸는 중 아냐?”

“찰지게 한 대 때려줄까?”

“오! 노! 저번에 너한테 맞았다가, 이틀간 멍이 들어서 고생했어. 너의 도움은 사절이야!”

“자자, 앞으로 3시간을 더 가야 목적지에 이릅니다. 쉴 사람은 미리 쉬세요. 괜히 새로운 분들에게 불편을 주지 맙시다. 우린 낚시를 즐기러 온 거잖아요?”

괜히 분위기가 몰려, 새로 승선한 팀에 클레임이 생기지 않게 해주는 선장이다.

“선장님? 일행들하고 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합니다만?”

“네, 펑크낸 팀에게 배정되었던 곳을 쓰시면 됩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지금 이 낚싯배는 선장 외에도 보조 항해사가 하나 더 있어서, 그가 현재 운전 중이었다.

“이 황색 라인이 쓰실 내부 배정 공간입니다. 필요하시면 가림막도 있는데 쳐 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낚시를 갑자기 하게 된 거라, 의논도 해야 하고요.”

“네, 알겠습니다. 바로 처리해 드리죠.”

잠시 후 천장에 설치된 레일에 커튼 가림막이 부착되었다.

“어머, 이렇게 해 놓으니 캠핑 텐트 속 같네.”

“그럼 내가 커튼 안으로 수막을 쳐둘게. 그럼 우리의 대화가 밖으로 새어 나가진 않을 거야.”

아쿠가 양손을 교차하더니 휘두른다.

푸른 무언가가 퍼져나가며 주변을 감쌌다.

“아쿠, 땡큐! 자, 어떻게 되었든 낚시를 하게 되었으니, 재능이 필요할 거야.”

태월이 일본 고베 대지진 때 획득한 재능 중에 낚시에 관한 것도 있었다.

섬나라 일본이라서 그런지, 낚시 재능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6천 개의 영혼, 그리고 그 속에서 5천 개 정도의 재능이 들어왔다.

잡다한 것들은 빼고 정리하였지만, 그중 낚시 재능만 무려 30개가 넘는다.

‘대형 어종을 잡는 스킬이 포함된 재능이면 좋겠는데, 분류가 그냥 바다낚시로만 되어 있어 알 수가 없어. 일본에도 참치낚시가 많으니 포함되어있겠지? 아니면 한 번 더 주지 뭐.’

태월의 말에 아루가 씩 웃는다.

“낚시 재능을 주려고?”

“응, 다행히 재능 이전이 가능한 사람들만 있게 되었네. 아, 아샤는 아니네?”

“힝, 나만 또 따로국밥이야.”

아샤와는 영혼 귀속이 없어서 그게 안 되는 상황이다.

“저, 저기 태월 오빠! 제게 방법이 있어요.”

“어? 그게 가능해?”

다른 일행도 태월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본 도깨비가 이 몸을 만들 때, 몸에 깃든 영혼들이 많았잖아요.”

“응, 그거야 무려 108명의 몸에서 선별한 것이니 그렇겠지.”

“그때 사용한 방법이 영혼 전이와 공유였어요. 그걸 통해 신체가 한 몸인 것처럼 인식되게 한 것이죠.”

“허, 나하고는 다른 방식이네? 그런데 그걸 네가 어떻게 기억하지? 넌 몸만 받은 건데?”

“제가 들어갔을 때 영혼의 존재는 없긴 했어요. 다만 뇌의 저장 공간에, 그 기록이 감춰져 있었어요. 그 도깨비도 영혼만 없애면, 기록은 없다고 가벼이 생각했나 봐요.”

듣고 있던 일행 중에 아카가 한마디 거든다.

“그 일본 도깨비 오니는 술법사 계열이었나 보네. 영혼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게 아니었어. 영혼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 흔적은 몸 내부에도 곳곳에 남아. 당연히 뇌에도 기록이 남을 수 있는 거고.”

영령인 아카이기에, 영혼에 관해서는 어떤 누구보다도 진실에 가까이 다가서 있는 존재다.

“그럼 영혼 전이는 네가 사라지니 안 되는 거고, 영혼 공유를 하겠단 거네?”

“네, 아카 언니!”

“흠, 이거 장단점이 있는 일이야. 공유가 되면 자동으로 아샤의 영혼도 아진과 공유돼. 태월과 설희의 상황과 유사해져.”

아카의 말에 태월이 놀란다.

“그래서 설희에게 재능 전이가 가능했던 거네? 단순하게 유전자 배열 문제가 아니라?”

“아니, 배열 문제도 관여가 있어. 다만 비중으로 보면 영혼 공유가 더 단단해. 그리고 태월과 설희는 영혼이 공명되는 것이지, 공유되는 게 아니잖아?”

생각지 못한 아카의 논리에, 태월은 영혼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다.

“아, 공명과 공유. 생생상제(生生相濟)도 이것과 같음이야.”

태월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았다.

“어? 오, 오빠. 뭐 해?”

“쉿! 태월을 방해하지 말아. 안드레이는 커튼 밖을 지키도록 해.”

“네, 아카 님!”

“너희도 눈을 감고 마음을 정화시키고 있도록 해. 태월에게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니, 얻고 넘치는 것들은 새어 나와 흩어질 거야. 영혼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니, 그때 그걸 잘 흡수하도록 해. 그냥 두면 사라지니 아깝잖아?”

“호흡법으로 하면 되겠네요?”

“응, 그렇지 너희는 그게 더 낫겠다. 그리고 아루와 아쿠는 관조 상태이기만 하면 돼.”

다만 안드레이는 영혼 성장에 그리 관심이 없는지라, 경계 임무에만 충실했다.

1시간 정도가 지났을 즈음 태월의 몸 밖으로 기이한 열기들이 흐르고 있었다.

기이한 기운들은 공기 중에 흩어지려다 말고, 태월의 주변에 있던 이들의 몸속으로 흡수되어 버렸다.

그리고 태월은 눈을 떴다.

“아, 내가 잠깐 졸았었나 보네? 꿈에 영혼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윤회 과정을 보았어. 응? 너희는 왜 그러고 있어? 졸려?”

태월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아카가 그제야 눈을 뜨며 픽 웃는다.

“태월? 깨달음을 얻은 걸 축하해.”

“내가? 그게 깨달음이야? 잠깐이던데?”

“찰나가 억겁일 수도 있잖아. 넌 잠깐이지만 한 시간은 흘렀을 거야. 깨달음의 순간은 꼭 시간과 성과가 비례하는 건 아니야. 그리고 그 순간을 잘 보관해둬. 그 파일 목록에 지금 저장해놔 봐. 그러다 시간 날 때 종종 열어서 다시 음미해.”

“아, 알았어. 지금 해 놓을게.”

태월은 아카의 말이 황당했지만, 일단은 저장해버렸다.

‘내가 깨달음을 얻은 게 그거였다면 좋긴 한데. 깨달음의 상황을 저장한다고? 이런 건 생각도 안 해봤네. 어쨌든 저장해놓으면 나중에 알게 되겠지. 이 기능 편리하긴 편리하네.’

그 와중에 다른 이들도 다 눈을 떴다.

“너희 뭐 좀 얻었니?”

“잘 모르겠어요. 뭔가 몸에 오긴 온 거 같은데.”

“음, 난 불이 춤을 추던걸?”

라리사와 아루의 이야기였다.

다들 자기들의 느낌을 돌아가면서 이야길 했다.

태월은 눈을 뜨려다 말고 그녀들의 말을 음미했다.

‘흐, 이들의 말도 저장해놔야겠다.’

그로부터 5분 후 태월이 눈을 뜨며 아샤를 돌아본다.

“아샤는 아진의 영혼 공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아까 장단점은 다 들었지?”

“음, 저는 공유하고 싶어요. 자꾸 나만 따로 도는 것 같아, 그게 늘 속상했거든요.”

아샤의 말에 아카가 다시 나선다.

“간단히 볼 게 아니야. 영혼 공유되면 둘은 일란성 쌍둥이보다 더 밀접해져. 때론 불편할 수도 있어. 싫으나 좋으나 동반자가 돼.”

“그래도 그러고 싶어요.”

“태월? 그렇다는데? 본인 의지가 그러면 해야지 뭐.”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아진에게 시선을 줬다.

“그럼 그렇게 해볼게요.”

“그런데 어떤 식으로 하는 거야? 주술법인가?”

“아, 주술법은 저도 몰라요. 근원적인 것만 기록된 것이라서요. 오빠가 소생자를 만들 때 그들의 입에 영혼 구슬을 넣잖아요? 그 방식이면 돼요.”

“응? 그게 된다고? 셀프로?”

“그 도깨비 방식으로는 영혼 구슬이 셀프로 돼요. 그 후에 입을 통해 서로의 영혼을 교감하는 게 먼저예요. 그다음이 교환이고 마지막으로 원위치로 복귀시키는 거예요. 아샤는 그걸 못 하지만, 제가 이끌면 돼요.”

“언니?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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