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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01화 (101/250)

101화. 악령의 비밀의 방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았기에 연구소장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아, 혼내려는 건 아니야. 다른 방법이 있을 것도 같고. 그런데 이름이 뭐지?”

“마유키입니다.”

“이름이 특이하네. 춤추는 눈이라. 겨울 눈이 오는 날 태어났어?”

“네, 그래서 이름을 그리 지었다고.”

“연구원들은 심성이 어때?”

“악령 아래서 봉사해온 자들이라 좋을 리 없지요. 능력들은 있지만, 인간의 생명을 하찮게 여깁니다.”

태월은 그들을 갱생시키기로 했다.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서류를 뒤적이는데, 서류 속에 얇은 반투명 피막 같은 게 끼워져 있었다.

“이건 또 뭐야?”

“아, 나가신 후에 보니 바닥에 뭔가가 있더라고요.

처음엔 투명해서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 그렇게 변했습니다. 그 신의 가면이 그렇게 달라진 것 같습니다.”

악귀에 신경 쓰느라 급히 나간 태월이기에, 그 당시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가면도 정화되고 재배열되었나 보네.”

반투명 실리콘 같은 재질 느낌이 났다.

혹시나 하여 문신에 의지를 보내 삼키게 했다.

조금 더 변형되었다.

몇 번 더 반복하자 반투명 푸른색 실리콘 가면이 되더니, 그 이상은 변화가 없었다.

“흠, 이제 뿔도 없어졌네. 이거 그냥 써보면 되는 건가?”

태월은 가면을 얼굴에 부착해봤다.

이질감이 없이 착 달라붙는다. 그 외엔 별달리 특별한 걸 느끼지 못했다.

“에이, 뭐야? 아무것도 아니잖아?”

“어? 마스터께서 쓰시니 얼굴이 달라지는데요?”

“그래? 거울 혹시 없어?”

손거울 하나를 책상에서 꺼내는 마유키다.

태월이 받아들고 가면을 다시 붙였다.

“어? 좀 얼굴이 달라지긴 하네. 그런데 눈이 너무 작아지는데? 더 크면 좋겠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생겨서 아쉬워하는데, 거울 속 눈이 살짝 커졌다.

“오, 이거 원하는 대로 바뀌네? 코를 더 세워!”

이번엔 코가 조금 더 솟는다.

“이야, 이거 진짜 최고네! 변신 가면이라니? 얼굴만 바뀌는 게 아쉽네. 체형도 바뀌면 최고이겠는데? 키도 좀 줄이고!”

거울에서 태월의 머리가 아래로 내려왔다.

“마스터! 키가 줄었어요.”

“그, 그런가? 내 몸 자체는 변화가 없는데?”

“보는 사람에게만 키가 줄어든 걸로 보이는 게 아닐까요?”

“혹, 이거 의지로 가능하려나?”

태월은 연습 삼아 앞에 서 있는, 마유키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태월이 느낄 수 있는 건, 몸 전체로 영혼 에너지가 퍼져나간 정도다.

“마, 마스터! 저랑 비슷하게 변했어요.”

그녀의 말에 거울을 들여다보니, 그곳에 마유키 비슷한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

거울을 아래로 내리니 여자 몸처럼 비친다.

“하하, 이거 사진 같은 거 보면서 하면 더 세밀하게 되겠는데? 이런 선물까지 남겨주다니.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이름 없는 신은 죽어서 가면을 남겼다! 딱 그거네.”

“그런데 마스터! 그 칼에 영혼을 넣으신 건가요?”

“아, 너도 이제 귀안이 생겼겠네. 하하, 맞아. 이거 편리하겠더라고.”

“츠쿠모가비 형태네요. 그런 식으로도 가능했군요.”

“뭐 에고니까 비슷하긴 하지.”

그러다 문득 태월의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이 가면도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이 될 수가 있네? 그럼 귀속품이 되는데.”

태월은 죽통을 꺼내 무채색 영혼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가면 위에 올리고는 모산파의 주술을 읊었다.

가면의 영혼이 생겨났다.

“너의 이름은 변신 가면이다.”

작명 센스가 그리 좋지 않은 태월이다.

순간 빛이 가면에서 뿜어진다.

“하하하, 좋은 걸 얻었어. 귀속되었으니 분실해도 찾기는 쉽겠어.”

가면을 돌돌 말아 주머니 안쪽에 넣었다.

“이 칼의 칼집은 원래 없었나?”

“그 악령의 사무실에 아마 있을 겁니다. 따라오세요.”

복도의 끝에 있는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사무실 벽면 한 곳을 누르니, 비밀의 문처럼 벽이 열렸다.

“오, 영혼 주제에 이런 것도 만들었군.”

“저도 이곳이 있다는 거만 알 뿐, 빙의되지 않고 들어온 건 지금이 처음입니다.”

“그럼 이 속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네? 한 달에 한 번 온다던 그 작자들도?”

“네, 그들이 악령의 사무실까진 들어오지 않았어요. 필요한 경우 악령이 이 몸에 빙의해서,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거든요.”

태월이 비밀의 방을 둘러보니, 옛 물건들부터 각종 서류 그리고 채권과 귀금속들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나 부동산 등기가 많고 채권 대부분은 무기명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칼집이 3개네요.”

“흠, 전장에서 썼다더니, 칼집은 실용적이네. 오히려 단순해서 더 괜찮군.”

칼집들을 챙긴 태월은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그 악령 엄청난 부자였네? 이것들은 왜 모았을까? 영혼이 이걸 쓸 일이 어딨다고.”

“혼란을 일으켜줄 정치인들에게 쓸 자금도 있어야 했고요. 자신에게 맞는 몸을 찾은 후, 전쟁 프로젝트를 완성할 필요 자금들이죠. 그리고 성지를 건설할 자금이 포함돼 있어요.”

“언제부터 모았길래 이정도야?”

“100년 정도요.”

“헐, 그 이름 없는 신의 권속이 된 이후로군. 그런데 신도는 안 모았어?”

“신의 이름이 없다면, 그들이 기도를 올릴 대상을 정하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이름을 찾은 후에, 종교를 본격적으로 만들려고 한 것입니다.”

듣고 보니 마유키의 이야기가 맞았다.

‘부를 이름이 없는데 뭘 하겠는가.’

“그럼 외부자들은 악령을 잘 모르네?”

“네, 악령은 신의 권속으로 여긴 것이라서요. 외부적으론 이 몸이 제1 사도였고, 지시도 제가 한 것처럼 되었잖아요.”

“이제 이름 없는 신도 소멸하였는데, 너희도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네?”

“저희야 마스터를 따라가야죠.”

“따라오는 거야 괜찮은데. 외부자들이 추적하지 않을까?”

“반년 후에 중급신이 된다는 걸 다들 알고 있어요. 중급신 승격의 완벽한 준비를 위해, 신이 명한 비밀 장소로 이전했다고 하면 됩니다. 반년간 대기하라고 전하면 속을 겁니다.”

“반년 정도 잠수해버리면, 6개월 후 이상한 걸 느꼈다 해도 이미 추적하긴 늦었겠군. 마유키만 성형수술 받고 새 신분증까지 챙기면 그들과도 영영 끝이네?”

“음, 그렇게 하면 못 찾을 겁니다.”

“좋아! 너희는 동양인이니 전부 러시아로 가자. 거기 부랴트 출신으로 제2의 삶을 살면 될 거야.”

“러시아에 기반이 있으신 건가요?”

“응 러시아 이르쿠츠크에 있는 알혼섬!”

“아, 칭기즈칸의 무덤!”

“그것도 우리의 걸작이지! 하여간 그 섬은 이제 우리의 땅이야. 거기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특별히 하고픈 일이?”

“비록 빙의나 부활 연구를 많이 했지만, 이것도 하나의 생명과 영혼에 관계된 연구예요. 그러니 방향만 바꿔서 생명과학연구소를 했으면 해요. 이들이 축적한 데이터가 상당하거든요. 비록 반인륜적 방법을 동원하긴 했지만요. 이 연구소가 생긴 지 90년이 넘었어요.”

“헐, 굉장하네. 초창기 연구원들은 수명이 다해 죽었겠네?”

“네, 이들은 3기에서 4기예요.”

“이들에게도 가족들이 있을 텐데?”

“전부 독신입니다. 보안을 요하기에 권속이 그런 이들 중에서 선택한 것이죠.”

“음, 일단 연구원들부터 새 영혼으로 갱생시키자. 3층 쪽도 처리해야지.”

태월은 아루에게 텔레파시를 보내, 연구원들의 질식사부터 진행했다.

인간 본질이 오염된 자들이라, 자신들의 영혼을 위해서라도 그게 더 나은 것이다.

1시간 후 열 명의 연구원들이, 새로운 소생자가 되었다.

“너희는 새로 태어난 영혼들이다. 몸이 가지고 있는 기억의 잔재는 잘 흡수해라. 그리고 나를 부를 땐 마스터라고 칭하면 된다. 이곳의 모든 시설을 비밀리에 러시아로 옮길 것이다. 마유키는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 자료들부터 분류해서 모아놔.”

“네, 마스터!”

“시설물이나 기자재는 해체할 수 있나?”

“기자재는 저희가 가능합니다만, 시설물은 설치업자가 따로 있습니다. 그들을 아침에 불러 해체를 지시하겠습니다.”

“흠, 그럼 그렇게 하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와!”

“네, 마스터!”

용병 4명과 구출된 소생자 둘을 데리고 비밀의 방으로 갔다.

아루와 아사코도 따라왔는데, 그녀들의 등엔 납검된 칼집이 메어 있었다.

“기자재는 용역을 써서 옮기면 될 거고, 우린 여기에 집중해야 해.”

태월이 숨겨진 벽을 열며 손짓을 했다.

“우와, 대체 이게 뭐야?”

“그 악령이 나쁜 짓 하려고 100년간 모은 거라더라.”

“어머, 그래서 이렇게 엄청났구나.”

“아르세니는 8시가 되면 토리에게 연락해서, 소생자 중에 사회 복귀 안 한 숫자를 파악해. 그중 이삼십 대들을 꾸려서 보내라고 해. 보안을 요구하는 일이니 소생자가 적임이지.”

“네, 마스터!”

“그리고 소생자 중에 컨테이너 운송이나 화물 쪽이 있는지도 알아놔! 아 용역업체도 확인하고.”

“네, 알겠습니다.”

“자 이제 서류부터 확인하면서 분류를 해.

아사코는 품목별로 장부를 만들어.

장부가 만들어지면, 너희들은 계단 입구 쪽으로 옮겨놔.”

“네, 알겠어요.”

“네, 마스터!”

태월은 서류 한 묶음을 떼어내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특별한 비밀 서신이나 자료를 찾으려 해봤지만, 그런 게 보이질 않았다.

대부분이 부동산 등기권리증이었다.

악령이 빙의해서 처리했는지, 명의가 전부 마유키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마유키가 생각보단 나이가 많네? 겉으론 40 초반인 줄 알았는데, 53살이나 되었어. 마유키는 자신도 모르게 부동산 재벌이 된 걸 몰랐단 소리네? 신분 세탁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꽤 곤란한걸? 아카 말로는 일본의 의도적 엔저 작전이라는데….’

이 당시 일본은 달러당 엔저 정책을 펼쳐 내수경기 성장을 막았다. 그로 인해 오히려 수출력 강화가 되는 장점을 택했다.

달러당 80엔 정도였다. 엔화 하락으로 인해 한국은 달러당 700원대가 된 상태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며 몇 년째 하락 상태야. 다행인 건 한국인처럼 일본인의 부동산 소유욕이 강하단 건데. 부동산 가격이 낮아졌다 해도, 팔고 달러로 교환하면 되네? 오히려 괜찮겠어.’

달러는 러시아에서 여전히 강세였다.

급해진 태월은 마유키를 불러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제 명의로 해 놓은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럼 팔 수 있는 건 팔고, 당장 팔기 어려운 것은 BATR 재단에 저렴하게 매각하는 편법을 쓰면 어떨까요?”

“흠, 그것도 괜찮군. 그래도 과하게 몰리는 건 좋지 않아. 거긴 적당히 넘겨. 반년 후에 쓸데없이 추적당할 수가 있잖아. 안전한 게 좋아.”

“부동산 신탁회사를 통하는 방법도 있으니, 최대한 알아보겠습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이나 양도성 채권도 이참에 다 정리해야지. 전부 팔아서 달러로 전환해서, 바하마 제도의 은행으로 보내자고.”

바하마 제도의 은행으로 들어오면, 그걸 다시 러시아로 보낼 생각이다.

그 일은 아카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귀금속들은 어떻게 처리하죠?”

“그건 추적하기 힘들 테니, BATR 일본지사가 가져가는 걸로 해. 그들이 처분하면 되는 거지. 처분 후엔 본사에서 자금 유입이 된 걸로 기록을 만들면 되니까.”

“네, 알겠습니다.”

태월과 마유키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지하 1층에 있었던 경비원이 급하게 들어왔다.

“크, 큰일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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