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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99화 (99/250)

99화. 수상한 연구소

태월의 급작스러운 경고에 둘은 멈추었다.

“아니, 왜? 이거 정화됐을 거 아냐!”

“일반적 경우와 다를 거 같아. 그 칼은 1만 명의 영혼을 먹었어. 정화되어 악성이 사라졌다고 해도,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몰라. 아루야 상관없겠지만, 아사코는 다르잖아.”

“그 영혼들도 문제겠네? 그러고 보니 악령들의 영혼도 칼에 들어가 버렸었지.”

아루의 말에 태월은 고개를 끄덕인다.

“악령도 그 칼에 먹혔던 것일 수 있어. 선해졌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란 뜻이지. 아사코 영혼이 칼에 들어간다면 문제가 커져. 물론 추측일 뿐이야.”

“그럼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 아카 언니가 했던 방식!”

“응? 아카가 뭘 했는데?”

“에고 컴퓨터! 그 칼에 귀속이 된 영혼이 깃들게 하는 거야.”

아루의 말에 이제야 이해가 된 태월이다.

“아, 유사한 게 있긴 있어요. 일본의 기록에 ‘츠쿠모가비’란 게 있어요. 오랜 세월 거치면서, 물건이나 자연물에 신이나 영혼이 깃든 것을 말해요.”

아사코가 해주는 말이다.

태월은 죽통에서 무채색에 가까운 3개의 영혼

구슬을 골라냈다.

그리고 칼 위에 구슬을 올린 후, 모산파의 영혼 전이 주술을 읊었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시도해보는 것이다.

“어? 칼이 내뱉네? 입맛에 안 맞나?”

“호호, 소스라도 뿌려야 하는 거 아냐?”

“누가 이기나 해볼까?”

태월은 문신에 의지를 전달해서 다시 삼키게 했다.

과거엔 의지 전달이 약했지만, 진화된 이후엔 어렵지 않았다.

-슈아악! 꿀꺽!

이런 식으로 몇 번을 반복하자, 재배열에 지쳐 결국 칼이 항복을 했다.

“호호, 쪼끄만 게 까불고 있어!”

90cm 정도 되는 칼을 만지며 신난 아루다.

머릿속에 재연되었던 영상에서, 저 칼은 직도에 가까운 특별한 카타나였다.

백제의 칼과 흡사했고, 단순한 예술적 명품이 아니라 전쟁에서 사용되는 살상용이었다.

같은 크기의 칼은 아사코가 가져갔고, 1m 길이의 칼은 태월이 쓰기로 했다.

“음, 우리 칼들의 에고는 거의 아기네요?”

“호호, 그래! 이왕 낳은 거 잘 키워보자.”

아사코의 말에 엉뚱한 소릴 하는 아루다.

“칼들도 이름을 지어줘야겠어. 뭐가 좋을까?”

“어묵, 우묵, 도루묵?”

묵색이 나는 칼이라서 묵자 돌림을 꺼내 보는 아루다.

“엇? 언니, 너무해! 묵색 검이긴 해도 자루 색이 다 다르잖아. 그래서 늑대 랑 자를 붙이면 어때요? 고독한 전장의 낭인 느낌?”

“어? 그럼, 태월 것은 흑랑이고 난 청랑 그리고 아사코는 혈랑이네?”

“흠, 뭐 나쁘지 않네. 그럼 흑랑, 청랑, 혈랑으로 정함.”

그 순간 세 자루의 칼에 빛이 확 뿜어졌다 사라진다.

“헐? 이것도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되네?”

“어머머, 이 속에 영혼이 있어서 정식으로 각인된 건가 봐.”

“칼집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이놈들 소굴에 가면 이 칼집이 있을지도. 그리고 소생자도 찾아봐야지.”

“소굴을 알아?”

“하하, 진법 배운 놈의 능력 전이 때, 소굴 위치가 보이더라. 고베 외곽이었어.”

고베에서 한 달 가까이 지내다 보니, 주변의 지형이 눈에 익었던 거다.

태월은 차를 몰아 외곽으로 향했다.

과거의 지형들이라 많이 변하긴 했지만, 산을 기준으로 훑으니 유추가 되긴 했다.

“이 주변 같은데 아루가 수고를 해줘.”

“응, 알았어. 이상한 것들이 있나 볼게.”

30분 정도 지나자 아루가 상기되어 돌아왔다.

“악귀들이 10여 명 모인 곳을 찾았어! 산기슭에 있는 별장이야. 그리고 사람들도 좀 있어.”

아루가 지도에 표시해주자 그곳으로 향했다.

도착한 산기슭엔 아루의 말대로 집이 한 채 덩그러니 있었다. 1층엔 인기척이 없었다.

하다못해 그 흔한 개도 한 마리 눈에 띄지 않았다.

“지하에 그들이 있었는데, 더 깊이는 들킬까 봐 못 들어갔어. 감지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았거든.”

“소생자를 안전하게 확보하려면 인원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시간은 벌써 자정을 넘어서고 있었다.

태월은 아르세니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려주고 4명의 용병을 호출했다.

40분 정도가 지나자 그들이 도착했다.

“아르세니! 1층엔 사람이 없긴 하지만, 경보장치가 있을 순 있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찾아서 안전을 확보해.”

“네, 마스터!”

“아 깜빡하고 묻지 않았는데, 너희도 귀신이 보이나?”

“네, 소생 후부턴 보였습니다.”

“왜 말을 하지 않았어?”

“다들 보시는데, 그래서 저희가 특별하진 않다고 여겼습니다. 영혼이 새로 들어가면 누구나 그런 줄 알았습니다.”

“흠, 그렇구나. 이제 시작해.”

“네, 마스터!”

아르세니를 따라 3명의 용병은 능숙하게 별장을 침투했다.

시가전 경험도 많았기에, 이런 한적한 곳의 장소는 그들에겐 어렵지 않았다.

몇 번의 수신호가 이어지자, 별장의 현관문까지 신속하게 당도하는 그들이다.

태월과 아사코는 발소리를 죽여가며, 그들이 확보한 장소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계단 내려가는 위치엔 감지 센서가 있었는지, 용병 하나가 그걸 해체하고 있었다.

5분 후 센서를 제거했다는 수신호에 따라, 그들을 아래로 진입을 시작했다.

센서가 사라지자, 아루가 제일 앞에 섰다.

지하 문이 있었지만 잠겨져 있진 않았다.

다만 문 안쪽을 지키는 사람 하나만 있었는데, TV를 보면서 연신 하품 중이었다.

“야식을 먹고 나왔더니 너무 졸리네. 으하함.”

기지개를 켜며 입을 벌렸다.

아루는 그 사람이 하품을 다시 하는 순간, 입속에 불의 기운을 넣어 질식사를 유도했다.

쓰러지는 그를 용병 하나가 받쳐 든다.

태월은 죽통을 꺼내 그의 영혼을 회수하고, 귀속 후 다시 넣었다.

“이 주변엔 이놈만 있네. 10분 정도면 정신 차릴 테니 일단 대기한다.”

눈을 껌뻑이는 신규 소생자에게 태월은 다가갔다.

“넌 새로운 몸을 찾은 영혼이다. 그 몸에 깃든 기억은 너 자신은 아니지만, 앞으론 그 기억을 너의 것으로 만들어라. 내가 누군지 감지가 되지? 마스터라고 부르면 돼.”

“네, 마스터!”

“그 몸은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지? 그리고 지하 상황에 대해 보고해봐.”

“여긴 실험을 겸한 연구실입니다. 연구소장이 있으며, 그녀는 연구원 5명과 함께 지하 2층에서 실험하고 있을 겁니다.”

“그녀? 연구소장이 여자야? 어떤 사람인데? 그리고 무슨 연구를 하는 거지?”

“자세한 건 모르지만, 무녀라고 알고 있습니다. 빙의를 연구한다고 들었습니다.”

“빙의? 귀신들이야 그냥 적합자 찾아서 들어가는 거 아닌가?”

“아 용어는 제가 잘 모릅니다만, 빙의 그리고 부활 어쩌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소생자는 단순한 경비 업무만 맡은 걸로 여겨졌다.

“여기 며칠 전에 두 명이 잡혀 왔지?”

“네, 그들을 실험체로 데려왔다고만 들었습니다. 지하 2층에 눕혀져 있습니다.”

“너와 같은 경비는 몇 명이야? 그리고 그들하고 무슨 관계지?”

“생명연구소라고 소개받았고, 보수도 좋았기에 계약직으로 입사했습니다. 저 외에 두 명이 더 있습니다. 8시간 3교대입니다.”

“다음 교대자는 몇 시에 오지?”

“아침 7시 교대며 10분 전에 들어옵니다.”

다행히 태월 일행에게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원래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연구원들이 일하나? 잠은 안 자나?”

“실험체들이 들어오면서 2교대가 되었습니다. 교대할 연구원 5명은 아침 7시에 바뀌며, 여기 3층에서 자고 있습니다.”

“지하 3층? 지하가 그리 깊어?”

“아, 아닙니다. 여긴 지하가 2층까지며, 연구원 숙소는 지상 3층입니다.”

“어? 3층엔 생기가 별달리 안 느껴졌는데?”

태월과 아루는 지상 1층 외엔 세세하게 살피진 않았었다. 다른 층은 별다른 기운이 없었기에, 아무도 없다고 여겼었고.

“아, 그들은 캡슐에서 잡니다. 깊은 숙면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아침 6시가 되면 자동으로 캡슐이 열립니다.”

“그럼, 여기가 어떤 기업이나 단체의 소속이란 소리야?”

“네, 매달 초에 관계자들이 방문합니다. 납치해 오는 것도 그들이 합니다.”

“그 회사 이름이?”

“그걸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드러나는 걸 싫어하는 듯했습니다.”

지금이 중순이니 그들과 마주칠 일은 없었다.

납치까지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연구가 아니란 소리였다.

“며칠 전에 잡아 온 건 그들이 한 일인가? 시간이 안 맞는데?”

“연구소장의 지시에 의해 특별히 움직였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고요.”

“그 연구소장부터 개조해야겠군. 연구소장은 어디에 있지? 잠도 안 자나?”

“음, 지금 시간이면 연구 소장실에 있는 캡슐 속에 있을 겁니다. 하루에 4시간은 거기서 자는 것 같습니다.”

“다른 연구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우리를 그리로 안내해.”

“네, 마스터!”

1층엔 보급물자와 생필품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아마 눈속임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범했다.

경비원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니, 시설이 전혀 달라졌는데 200평 정도는 되어 보였다.

현대의 연구소와 같이, 각종 기기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시설이 가득했다.

작은 연구실 몇 개를 지나자, 연구소장이라고 적힌 방문이 보였다.

연구원들은 각자 맡은 연구실에서 나오지 않았기에, 별문제 없이 도착한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수면 캡슐이라고 불리는 관처럼 생긴 것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외엔 책상 하나와 캐비닛이 전부였다.

경비원이 알려주는 산소 공급장치를 차단해버렸다. 당장 질식하지는 않겠지만, 시간을 줄이려는 의도다.

공급장치가 차단되자 캡슐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사용자의 생명 안전을 위해 작동된 것이다.

아르세니가 다가가, 마취액이 묻은 수건을 그녀 얼굴에 덮는다.

아루는 바로 호흡을 차단하고, 뇌로 올라가는 산소를 없애 질식사를 시켰다.

“어때?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지? 소생시킬 건데, 흠집 나게 하진 말아야지. 그런데 생각보단 젊네? 한 30대 중반?”

“뭐, 연구소장이라고 백발만 있겠어?”

태월은 죽통을 꺼내 그녀의 영혼을 담는데, 약간의 저항이 느껴졌다.

영혼 에너지를 더 강하게 해서 당기니, 그제야 빨려 들어왔다.

“흠, 저항이라니? 좀 특이하긴 하네. 영혼이 저당 잡혔었나? 주변에 뭔가가 작용한 거 같은데….”

“어머, 이 여자 영혼 색이 까만 줄 알았는데 빨간색이네?”

“이상한 쪽으로 열정이 넘쳤나 보지. 아니면 광신도거나.”

태월은 죽통에서 다시 꺼낸 그녀의 영혼 색이 껄끄러웠다.

그래서 문신을 이용해 몇 번 더 삼키게 했다.

“호호, 빨간색이 옅어지더니 이젠 분홍색이잖아. 그런데 더는 안 밝아지네? 하얀색보단 보기 좋은데? 하얀색은 백치거나 아기잖아!”

그 이상은 어쩔 수 없기에, 입에 영혼 구슬을 물렸다.

눈꺼풀이 떨려 오고 있다.

그런데 뭔가 다른 일이 생겨났다.

“태월? 저기 캐비닛에 뭐가 있나 봐! 떨림이 느껴지는데?”

“흠, 이 여자 영혼이 빨려올 때부터이긴 한데….”

태월은 캐비닛에 다가가 문을 천천히 열었다.

“어?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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