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이게 가능하다고?
일본의 운전면허는 국가공안위원회와 경찰청에서 인정하는 허가이다.
그리고 그 관리는 각 도도부현의 공안위원회가 하지만, 실제의 업무는 법령위임에 의해 경시청 및 각 도부현의 경찰본부가 가지고 있다.
고베시는 효고현의 현청 소재지다.
효고현의 경찰본부가 고베시에 있는 것이다.
“사토우 순사부장님! 성형외과까지 밝혀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 거죠? 지문 조회해보세요. 그래서 재일 한국인에게 지문날인 시켰잖아요.”
“필요해서 그런 겁니다. 알려주시면 되잖아요.”
주임 직책의 사토우 순사부장이, 끈적한 눈초리로 아사코를 걸고넘어지고 있다.
일본은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 간에만 이름을 쓰고, 그 외는 성으로 상대를 부른다.
우리나라의 김 경사 같은 거다.
빠른 처리를 위해 방문한 효고의 경찰본부에서, 주임이란 직책은 거의 말단 바로 위다.
계급도 순사부장인데 한국으로 따지면 경사다.
그 아래 계급으론 순사장과 순사가 있는데, 한국의 경장과 순경이다.
그 위론 경부보(경위) 경부(경감) 경시(총경) 경시정(경무관) 경시장(치안감)이 있다.
처음에 아사코를 보았을 땐, 굉장히 호의적이었던 사람이 사토우 순사부장이었다.
그러다 재일 한국인이란 것을 알고 나서는, 저렇게 수작질하는 것이다.
“그럼, 그 의사분과 통화를 한 후에 여부를 알려드리죠. 아.무.에.게.나 알려드리면 안 되잖아요?”
“뭐, 그렇게 하시죠. 지금 지진으로 인해 저희가 비상입니다. 얼마 전까지 중견기업의 비서로 있던 분이죠? 그러니 지금 제가 대.단.히 많은 배려를 베풀고 있다는 것도 아시겠죠.”
사토우 순사부장은, 이 성형수술에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지 않나 의심을 하는 중이다.
키까지 커지는 성형수술이 있긴 해도, 저렇게 ‘완벽한 자연미인처럼 만들어주진 않는다’ 쯤은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수술 한 번으로, 28살이 20살의 외모로 바뀌는 것도 이상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약점을 잡아서, 아사코와 떨어질 수 없는 접점을 만들고 싶었다.
밖으로 나온 아사코는, 기다리고 있던 태월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다.
“흠, 의심하려 하면 할 수야 있는데, 그걸 풀려면 쉽지 않겠는데?”
“태월? 내가 가까이서 보았는데, 눈빛도 안 좋았어. 비열해 보였어. 차라리 귀속을 시키는 건 어때? 생명을 뺏는 건 아니잖아? 잠시 숨을 멈추게 한 뒤 소생시키는 것이니. 그리고 그런 비열한 놈은 그렇게 해도 된다고 봐!”
정령 본체로 있는 아루의 의견이다.
태월도 이런 곳에서 시간을 저당 잡히고 싶진 않았다.
더구나 태월이 얼핏 보았지만, 그 주임이란 작자의 영혼은 짙은 회색의 비리 경찰 감이었다.
“그 인간을 갱생시켜준다고 여김 되겠지.”
태월이 고개를 끄덕여 주며, 방법을 의논했다.
아사코는 다시 그곳을 찾아가, 사토우 순사부장과 마주하였다.
“특별한 경우 외에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던 일이거든요. 여기선 곤란하고, 식사도 할 겸 조용히 말씀드릴 곳은 없나요?”
“흠흠, 보안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하니, 저를 따라오세요.”
사토우 순사부장이 안내하는 장소를 가보니, 주메뉴가 우동과 튀김류인 식당이었다.
해물 튀김과 우동을 시켰을 때, 태월은 그 식당에 들어서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혼자 오신 건가요? 아님, 일행이 있으신가요?”
“방금 들어간 사토우 순사부장 일행입니다. 전 식사는 했으니 주문은 안 해도 되겠죠?”
“아 네, 물론입니다. 3호실입니다.”
정령 본체의 아루는 불의 기운을 이용해, 사토우의 몸속 산소만 순간적으로 태웠다.
뇌로 올라가는 산소가 없어지고, 산소의 유입도 막혀버린 것이다.
질식으로 숨이 넘어갈 때까지 기다린 아사코는 그제야 방문을 열었다.
일행인 것을 가장한 태월은, 열린 방문으로 자연스레 들어왔다.
등 뒤에 멘 죽통을 꺼내 일을 진행하였고, 또 하나의 귀속 인간을 만들어 냈다.
당연히 영혼의 정화도 겸해서 했다.
식사가 끝날 시간쯤이 되자, 사토우가 정신을 차렸다.
“정신 차렸어? 넌 사토우라는 몸에 새롭게 전이된 영혼이야. 넌 나에게 딸린 영혼이지. 그걸 느낄 수 있나?”
“아, 느, 느껴집니다. 사토우의 기억은 나지만, 영혼이 달라졌다는 걸 알겠습니다.”
“그 육신에 남아 있던 기억들이야. 앞으로 넌 그 몸으로 살아가게 될 테니, 적응을 잘하도록 해. 날 마스터라고 부르면 돼!”
“네, 마스터!”
“그리고 여기 아사코는 나의 측근이고 개인비서가 될 사람이야. 그러니 빠르게 일 처리 하도록 해.”
“네, 마스터!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개인비서를 언급하자, 아사코의 눈이 반짝 빛났다.
비로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생겼고, 익숙한 업무이기에 의욕이 생긴 것이다.
돌아간 지 30분 만에, 아사코의 운전면허증은 사진이 변경되면서 재발급되었다.
그리고 다른 기록들도 현재에 맞춰 바꿔 버렸다. 예를 들면 신장 치수 같은 거나 과거의 사진 같은 정보는 삭제되었다.
그날 이후로 사토우 순사부장의 성격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태월 일행은 나가타구의 학교 막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보름이 더 지났다.
“오늘까지의 진행 결과를 보고하겠습니다.”
“서류가 생각보단 너무 많군. 구두로 간략하게 설명부터 해.”
“네, 마스터.”
변호사인 사토 유마가 자세를 바로 하며, 보고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재단 설립건 입니다. 다국적 기업인 BATR 산하의 장학 재단으로 등재했습니다. 아직 완전히 자본 전환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부동산을 제외하고 기증된 금액은….”
천도한 사람들이 부동산을 남기진 못했다. 유언장도 없는데, 그게 가능할 리도 없는 일이고.
다만 소생한 사람들에게서, 기증받은 부동산이 있는 것이다.
“우린 다국적 기업이잖아. 그러니 달러로 계산해서 보고해.”
“네, 앞으론 그렇게 중심을 잡겠습니다. 달러로 하면 대략 1억3천만 달러가 됩니다. 고베시에 새로 건립할 계획입니다.”
6천 명의 숨겨진 재산이 그 정도란 소리였다.
1인당 평균 2만 달러는 남겼단 의미다.
숨긴 재산으로 보면 적지도 많지도 않은 것이다.
남긴 것들을 다 처분했을 때의 이야기다.
“장학 재단은 사토 유마가 일단 일본 지사장을 맡으면 될 거야.”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건은?”
“재단 산하에 BATR 보육원이 생겨나고, 학원재단도 하나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흠, 잘했어. 기업도 하나 인수한 것 같은데?”
“네, 건설 분야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대지진 피해지역의 재건에 큰 역할을 하며, 한 단계 도약할 것입니다. 소생한 사람 중에 관련된 고위공무원과 정치인도 있어서, 그들의 도움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생한 사람들의 절반 가까이가 재단에서 일하길 원하기에, 그렇게 처리했습니다.”
“그들과 잘 상의해서 잘 이끌어봐. 맡길 테니, 앞으론 중요한 일만 따로 보고해.”
“네, 마스터!”
소생한 사람들은 태월을 배신하지 못한다.
더구나 사토 유마는 사토리라는 요괴이며, 완전히 귀속된 상태다.
그래서 이렇게 모든 걸 맡겨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아, 사흘 전에 이상한 일이 좀 있었습니다.”
“응? 무슨 일이길래?”
“소생한 사람 중 둘이 사라졌습니다. 약속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기에, 연락을 취해보니 핸드폰들이 꺼져있습니다. 가족들에게 연락했지만, 그들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동시에 사라진 건, 단순한 일이 아니다.
태월에게 귀속된 그들이기에 스스로 숨을 일은 없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목격된 장소는?”
“둘이 함께 오다가 사라졌는데, 12구역 쪽입니다.”
“그건 내가 알아볼 테니, 유마는 진행 중인 일에만 신경 쓰도록 해.”
“네, 마스터!”
유마가 나가고 나자, 아사코가 테이블 위로 지도를 펼친다.
“12구역은 이쪽입니다.”
“흠, 아루랑 같이 가면 알겠지.”
“저도 같이 가고 싶습니다. 개인비서잖아요.”
“위험할지도 몰라. 그래서 그래.”
“저도 호신술 능력 하나 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응? 재능 부여를 네가 어떻게 받아? 영령이나 정령도 아니잖아.”
“아루 언니는 다르게 말하던데요? 그 문신에 의해 뱉어지면, 그게 가능할 것 같다고 했었거든요.”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루를 이리로 불러와 봐.”
아사코가 10분도 안 걸려 아루를 데리고 들어왔다.
“아사코가 하는 말이 무슨 이야기야?”
“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영령이나 정령이어서 재능 이전이 된 게 아닐 수 있겠더라고.
아카 언니나 나도 그 문신이 삼켰다가 다시 나온 거잖아. 저번에 아사코의 경험에서도 밝혀졌지만, 그 안에서 몸이 재배열되잖아. 그리고 영혼의 정화도 함께 이뤄지는 거고.”
“흠, 그런 생각은 전혀 못 해 봤네. 그럼 요괴도 된다는 거네? 만일 아사코가 되면, 유마에게도 전수가 되겠군. 재능이 너무 많이 모여서 폴더 관리가 벅찼는데, 이 가정이 사실이었으면 좋겠어.”
일본에서 6천 명이나 천도를 시켰으니, 얼마나 많은 재능이 태월에게 생겨났겠는가.
“너무 과한 육체적 단련을 요구하는 운동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고. 아, 검도? 그게 낫겠네. 일단 성공하면 다른 재능도 천천히 생각해보자. 하도 많아서 어느 게 나을지….”
태월은 아사코의 손을 잡고 머릿속 재능 폴더를 열었다.
그중에서 재일교포가 남겼을 것 같은, 본국검법을 아사코에게 이전시켰다.
본국검법은 두 개나 있었는데, 태월은 아사코에게로 이동을 지시했다.
순간 아사코의 몸에서 빛이 났다.
“와우, 이거 진짜잖아?”
“호호호, 나 너무 똑똑해진 거 아냐?”
“아, 이거 본국검법이네요? 들어본 적은 있어요. 열심히 연습할게요.”
“태월? 나도 연습할게, 검도 재능 하나 줘! 멋있잖아? 미녀 검객!”
혼자보단 연습 상대가 있는 게 나을 거 같아서, 태월은 아루에게도 본국검법을 넘겼다.
“그럼 기초적으로 한 시간 정도만 연습해서 체화시켜봐. 그 후에 12구역으로 가자. 이곳이 학교라서 검도부가 있잖아. 거기 연습용 검들도 있더라.”
“네, 어딘지 알아요. 다녀올게요.”
“태월? 미녀 검객의 출관을 기다리고 있도록 해. 악당을 물리쳐 주겠어.”
“하이고. 그러세요.”
태월은 둘을 보낸 후 사토 유마를 찾아갔다.
“유마? 이리로 앉아봐. 너에게 몇 가지 능력을 부여해줄게.”
“어? 그런 것도 가능하십니까?”
“그렇다나 봐. 음, 지도력하고 사교술과 화술? 그리고 격투술! 이거면 되겠네.”
의자에 앉은 사토 유마에게, 4번의 빛이 연속으로 뿜어졌다.
“다른 것도 체화가 필요하지만, 격투술은 틈틈이 연습해보도록 해.”
“감사합니다. 마스터! 제가 소심했는데, 이참에 확 바뀔 수 있겠네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태월은 넘치는 재능을 줄이려고 별생각 없이 사토 유마에게 준 것이지만, 이로 인해 훗날 놀라운 일이 생겨난다.
1시간 정도가 지나자, 아루와 아사코가 나타났다.
“태월? 우리 미녀 검객 복장 어때?”
“음, 나랑 떨어져 다니자!”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