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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92화 (92/250)

92화. 사토리

태월은 처음 당해보는 공격에 당황스러웠다.

늘 공격하는 입장만 있었지, 이런 공세는 처음 겪는 것이다.

그것도 물리적 공격도 포함된, 원념이 뭉쳐진 대포알 공격이라니….

-펑펑! 퍼퍼펑! 큭!

3m 크기의 합체 쿠비카지리는, 입도 아주 컸으며 그 입이 대포 역할을 했다.

시커먼 영혼 구슬들이 그 입에서 발사되고 있었다.

너무 빠른 공격이라 신체가 반응하기도 전에 몸을 때렸다.

그나마 머리는 보호하느라, 팔을 열십자로 교차하여 막긴 했지만.

“크읍, 불, 불을 지워!”

정신없는 가운데에 아루에게 지원요청을 했다.

태월이 느끼기에도 음양사의 공격기술은, 저 도깨비불을 에너지로 삼는 듯했다.

20여 발을 쏘고 나자, 다른 도깨비불이 음양사의 몸에 흡수된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공격에, 잠시의 시간도 낼 수 없었다.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을 할까도 했다.

그러나 저 음양사의 공격이,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줄지 예측되지 않아 망설였다.

웅크리고 막던 중에 음양사의 당황한 소리가 들려왔다.

“엇! 조, 조력자가 있었나?”

요괴는 음양사든 일반인이든 모두에게 보이지만, 귀신이나 영체는 오직 영안이나 귀안을 가진 자에게만 보인다.

그래서 음양사도 아루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한가한 상태고 집중했다면, 기운을 느꼈을 수도 있었겠지만.

-쉭! 쉬이익!

음양사가 눈치챘을 때는, 이미 도깨비불이 아루의 먹이로 전락한 상태였다.

원혼 대포의 공격 빈도가 줄어들자, 태월은 몸을 옆으로 구르며 왼손을 치켜들었다.

“삼켜버렷!”

-슈아악! 꿀꺽! 컥! 끄어억!

젤 위험한 합체 쿠비카지리가 도깨비에게 삼켜졌다.

-퍽! 퍼퍽! 쉬악! 컥!

쿠비카지리에 신경 쓰느라 방심하는 동안, 뒤에 있던 가사도쿠로와 부적 무사들이 태월의 등짝을 공격한 것이다.

태월은 무의식적으로 상급 요괴인 쿠비카지리의 공격만 피했고, 부적 무사들 공격은 몸으로 때웠다.

그사이 주박술도 풀렸기에 무사들이 움직인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안일한 판단이었다.

‘큭, 부적 무사들 칼질 공격이 이 정도라고?’

몸에 영혼 에너지를 둘렀음에도, 그걸 뚫고 상처를 냈다.

비록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살이 베이며 출혈이 생겼다.

이런 파상적 공격을 당해본 적이 없었기에, 너무 방심했던 탓도 있었다.

아니면 수련을 너무 등한시했거나….

“나먁삼만다 파즈라 단샌 다마카라샤 다스와트야 훔 트라타 캄 맘!”

해골 요괴를 내박인으로 잠시 묶고는, 무사들에게 왼손을 내밀었다.

“치워버려!”

-슈아악! 슈악! 꿀꺽! 꿀꺽! 큭! 컥! 끄르륵!

한 명을 삼킨 후 휘돌며, 다른 무사들을 무차별하게 잡아 삼켰다.

그 사이에도 아루는 음양사를 정신없게 만들었다. 불 공격으로 몸 여기저기에 화상을 입히는 중이다.

부적을 써서 무사들을 끄집어내려 할 때마다, 부적 자체를 태워버렸다.

“너도 가버렷!”

내박인을 풀려고 애쓰던, 해골 요괴 가사도쿠로를 곧바로 공격했다.

-슈아악! 꿀꺽! 터컥 턱!

해골이라서 성대가 없어서인지. 비명 대신 뼈가 틀어지는 소리만 들렸다.

태월이 고개를 돌려 음양사 쪽을 쳐다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3도 화상 정도는 되어 보일 법한 상처들이, 전신을 뒤덮고 있었다.

저 정도면 소생을 시킨다고 해도, 금방 다시 죽을 것이다.

영혼의 색도 시커멓고 악귀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살리기엔 늦었고, 고통이라도 없애주마!’

“아루? 이제 마무리해!”

“어, 알았어!”

아루가 그 남자의 콧속으로 연기를 가득 밀어 넣어, 질식사로 마감을 시켜버렸다.

시커먼 영혼 구슬이 떠오르자, 태월이 왼손을 내밀었다.

“가랏!”

-슈아악! 꿀꺽! 끄억!

오래된 서가에 잠입한 복면인이 있었다.

벽면을 두어 번 치더니 그곳의 벽을 단검을 세워 가른다. 다른 곳과 달리 종이로 만든 벽이었는지, 쉽게 갈라지며 작은 공간이 드러났다.

그 속으로 손을 넣으니, 고서 두 권이 잡혀 이끌려 나온다.

제목의 글씨도 빛이 바래, 다섯 글자 중 앞 두 글자만 보였다.

-음양….

그 책 두 권을 가지고 어떤 노인에게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노인은 그 책의 내용을 전수하며, 수련을 10년간 시켰다.

그리고 10년 후, 완성되었다며 축하해주는 노인의 등을 꿰뚫는 비수가 있었다.

“배, 배은망덕한 놈! 친자식처럼 여겼건만.”

“시끄럽소! 그동안 날 부려 먹은 주제에 배은망덕이라고? 이제 이 술법의 전승자는 나 외엔 없어야 해! 하하하! 내가 제2의 아베노 세이메이다. 이제 내 이름은 아베노 다이키다!”

“미, 미친놈이…. 꾸르륵!”

그 사내는 노인에게 박힌 비수를, 더 깊이 박아 버렸다.

쓰러진 노인을 보며 씩 웃는 모습이 태월을 닮아갔다.

태월의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몇 분이 지나자 머리를 흔들며 눈을 뜨는 태월이다.

“윽, 이런 놈이었군. 기분 더러운 기억이네.”

태월은 이제 음양사의 실전된 비기를 익히게 된 것이다.

아직 몸으로 다시 체화하는 수련이 필요하겠지만.

“이제 아르세니에게 돌아가자!”

“태월? 그 복장으로 가면 다들 깜짝 놀랄걸? 그리고 상처도 응급처치해야 해!”

“상처는 치명적이지 않아. 몇 시간 지나면 사라질 거야. 옷이라도 바꿔입어야겠네.”

태월은 아베노 다이키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가, 그의 롱코트를 벗겨 걸쳤다.

“응? 이놈 부적이 아직도 남았네?”

롱코트 안주머니에서 부적 5장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왜 굳이 이놈을 소생 불가할 정도로 만들었어? 식신들이 소멸하면 이놈 자체는 그리 힘이 없는데, 그냥 질식만 시키지.”

“태월을 피 흘리게 했잖아! 그냥 참을 수 없었어! 더 구워주려다가 그나마 봐준 거야.”

영령인 아카 같으면 이성적이었을 거다.

정령이 영령보단 감정을 깊게 가지는 편이기도 하지만, 불의 정령이니 더 급한 면이 있다.

“이제 요괴가 더는 없지?”

“아, 한 마리가 있는데, 그놈 이상해! 음양사 식신인데도 숨어있어.”

“뭐? 또 있어? 어디에?”

“원숭이 닮았던데? 이름이 사토리?”

“헉, 마음을 읽는다는 그 요괴잖아. 죽을까 봐 여기에 안 온 거 같은데?”

“일본 혼슈 기후현에 산다는 요괴가, 여기까지 오다니! 그럼 잡으러 가야지.”

“오, 그럼 나의 첫 식신을 만들러 갈까? 음양사의 첫 출발이다.”

“태월에게 식신의 의미가 있나? 어차피 삼켜지고 나면 다 귀속되는데?”

“음, 그것도 그렇네. 그럼 삼키러 가야겠군.”

“겁쟁이가 숨은 곳으로 안내할게.”

아루를 따라가니 반쯤 무너진 지하 계단이 나왔다.

태월의 계단 내려가는 소리를 들었는지, 뭔가 놀라서 도망가는 소리가 났다.

“어머 재는 바본가? 저리로 도망가면 막다른 벽인데?”

“그러게. 지상에 있었으면 잡기도 어려울 건데, 지하엔 왜 숨은 거야. 시간이 없으니 우리도 서두르자.”

아루는 사토리가 숨은 벽체로 날아가, 불을 쏴댄다.

불덩이가 날아오자, 기겁한 사토리는 왔던 길로 되돌아 달린다.

그런데 그 앞에 씩 웃는 태월이 등장했다.

“얘는 진짜 겁쟁이네? 네가 강아지냐?”

왼손을 들어 사토리를 가리킨다.

“가랏!”

-슈아악! 꿀꺽! 크헝!

“얘는 반항도 제대로 못 하네? 진짜 무슨 문제 있나? 다리도 약간 절던데?”

“응, 어디 아픈 거 같더라.”

5분 정도가 지났을 때, 도깨비 문신이 토악질한다.

-우에엑! 웩! 털썩!

하얀 새끼 원숭이가 튀어나왔다.

“응? 늑대 족도 그러더니, 문신이 삼키면 다들 새끼로 나오네?”

“새끼 때가 젤 순수하고 정화된 상태라서, 그런 거 아닐까?”

아루의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어머, 얘 너무 귀엽다. 호호호.”

“사토리! 넌 이제 나에게 귀속이 되었어. 그런데 이름은 없냐?”

“어, 없습니다.”

아직도 어리둥절해 있는 사토리 요괴였다.

잡아먹혀서 죽을 줄 알았는데, 살아 있으니 신기한 것이다.

더구나 모습도 바뀌었다.

“그럼 토리라고 부르마. 이제 네 이름은 토리다.”

순간 토리의 몸에서 빛이 일더니, 곧 사그라졌다. 아카식 레코드에 변경 등록된 것이다.

“얘 이젠 완전히 원숭이처럼 돼 버렸네? 너도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지? 요괴는 다 된다던데? 같이 다녀야 하니 변신해봐.”

“100년 전쯤에 해본 적은 있습니다.”

공중에서 한 바퀴 돌더니, 이십 대 후반의 동양인 남자로 바뀌었다.

“아, 알몸이네? 기다려봐.”

태월은 위층으로 올라가, 무너져 버린 집에서 입을 만한 옷을 뒤졌다.

토리에게 적당한 건, 청바지 하나와 운동화 그리고 스웨터와 코트였다.

집주인이 급하게 피신했는지, 옷은 많았다.

태월도 피가 묻은 옷을 전부 버리고, 새로 갈아입었다.

“자 이걸 입도록 해.”

“너 아까 어디 아파 보이던데? 지금은 괜찮아?”

“아, 몸이 새로 되면서 아픈 게 나은 것 같습니다.”

“요괴도 병이 생겨?”

“병이 아니라 전 주인에게 구타당한 겁니다.

나쁜 짓을 시키기에 거부했더니, 매타작하더라고요.”

‘나름 착한 심성의 요괴였나 보네.’

태월은 토리를 데리고 일행들에게 돌아갔다.

“많이들 해놨네? 여기는 새로운 동료 토리야. 그렇게들 알고 이제 시작하자.”

7구의 온전한 시신 앞에서 죽통을 열었다.

다행히 이번엔 영혼들이 전부 근처에 있었다.

“성인 남자 3명과 성인 여자 2명 그리고 10대의 남녀 아이 둘이네. 일단 옮기자. 저위에 빈 버스가 있던데 거기로 데려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기에, 그들을 버스 안으로 데려다 놨다.

“혹시, 몸이 완전히 훼손된 시신을 봤어?”

“네 저쪽에 식당 건물이 불타 있는데,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타죽었습니다. 시신 훼손이 심해서 알아보질 못합니다.”

“아르세니가 이들을 보호하고 있도록 해. 깨어나면 전후 설명을 하고. 토리는 나를 따라오도록 하고.”

“네, 마스터!”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호칭은 통일되게 마스터라고 불러!”

“네, 마스터!”

“토리? 너 신분증은 없지?”

“네, 백 년 전에는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그럼 잠시 따라와. 몸을 잃어버린 영혼을 챙겨 그걸 주마.”

건물 한 곳이 불에 타 완전히 허물어져 있었다.

지진으로 인해 무너지면서, 가스통이 터진 듯하다.

시신 중에 그나마 젊은 남자 몸이 보였다.

상체는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얼굴 자체는 녹아 있다.

다행히 손과 발은 그나마 멀쩡했다.

영혼들 몇 개를 바로 수습하니, 영혼 중 하나가 그 시체 쪽에 서성인다.

그 영혼 구슬을 손에 들어 토리의 입에 넣어줬다.

“삼켜! 그리고 기억을 떠올려봐.”

-꿀꺽!

5분 정도가 다시 흐르자, 토리가 눈을 뜬다.

“기억나는 것을 말해봐.”

“이름은 사토 유마 29세 변호사 시험에 합격, 작은 개인 변호사 사무실 운영 중입니다.

유일한 가족은 87세 할머니고, 지금 치매로 병원에 있습니다.

새벽에 해장국을 먹으려고 이곳에 들렀다가, 지진과 화재 사고를 당했습니다. 가스통이 터진 것이네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럼 이 시신의 손가락 지문을 네 손에 복사해. 그리고 기억에 남았을 얼굴로 하고.”

“네, 마스터! 그런데 여자친구가 사고 당시, 이 식당 화장실을 갔네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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