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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90화 (90/250)

90화. 고베 대지진

-부우웅! 끼익!

앞에 한 놈이 내리고, 뒤에서 다른 놈이 아샤를 안고 내린다.

아샤는 마취가 되어 있는지 잠들어 있었다.

태월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아르세니! 공주님 잘 모시고 왔다. 거기 박스 좀 깔아놔!”

-피융! 피융!

“컥, 이, 이게 무슨 짓이야!”

“윽, 너, 너 지금….”

“축하해, 곧 새로 태어날 거야.”

둘 다 허벅지에 마취 탄을 맞고는 비틀댄다.

태월은 달려나가 막 쓰러지려는, 한스에게서 아샤를 빼내 안전하게 안았다.

아샤를 난로가 옆에 조심스레 눕혀두고는, 차 쪽으로 가보았다.

그런데 이미 둘 다 목이 졸려 숨이 끊어져 있었다.

“하하, 잘했어. 이제 새사람을 만들자고!”

죽통을 들어 그들의 영혼을 흡수하고, 다시 주입하는 걸 반복했다.

“그런데 한스 말고 이놈 이름은 뭐지?”

“테일러입니다.”

태월은 그 둘을 발로 차서 깨운다.

“야, 한스! 테일러! 일어나! 여기가 너희 안방이냐?”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리는 둘을 데리고, 또 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래 이제 너희는 그 몸에 새로 들어온 영혼이야. 몸 주인의 기억은 잘 나지?”

태월의 구라가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네, 마스터 아주 잘 납니다.”

“네, 저도 그렇습니다. 마스터.”

“앞으로 너희는 그 몸을 가지고 살아가야 해. 열심히 살아보자. 이제 일어나서 다음 새로운 형제들을 맞이하자! 아르세니는 방법을 둘에게 알려줘! 앞으로 네가 선임이야!”

“네, 마스터!”

한 시간 정도 후에 도착할 놈들은 모두 다섯이다.

기습이니 충분히 넷이서 해치울 수 있다.

“그런데 아샤는 뭐로 재운 거야? 언제 깨어나는데?”

“손수건에 마취액을 묻힌 거라, 곧 깨어날 것입니다. 그런데 뭐라고 호칭해야 합니까?”

“앞으로 너희는 아샤에게 아가씨라고 불러! 알겠지?”

“네, 마스터!”

-띠리링! 띠리링!

태월의 전화기가 울렸다.

“어? 라리사! 약속 있는 걸 깜빡했네. 뭐? 집? 도둑들 잡아놨다고? 하하,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여간 감시 잘하고 있어. 바로 갈게.”

라리사를 오늘 만나기로 했었는데, 선착장에 가지 못한 태월이다.

이동 중에는 마취가 되었기에 전화를 받지도 못했었고.

깨어나서도 이들을 상대하느라 나름 바빴다.

그래서 라리사는 혹시나 해서 집에 와봤던 것인데, 그곳에 도둑이 있었다는 소리였다.

‘늑대족이 전투종족이란 소리가 헛소문은 아니었군. 혼자서 전직 요원 넷을 때려잡다니….’

“작전 해제! 다들 집에서 잡혔다는군. 바로 가서 새사람을 만들자. 자, 이동해!”

태월은 아샤를 안아 들고 차를 탔다.

‘작년하곤 다르네? 꽤 무거워졌는걸.’

그들의 위장 택시는 샤후르타에 있는, 태월의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어, 라리사 수고했어. 이제 이들에게 맡기고 잠시 나와 있도록 해. 여기 아샤를 좀 돌보고 있어.”

“어? 아샤는 왜 이래요?”

“잠에 취해 자는 거야. 곧 깨어날 거라는데 아직이네.”

태월은 십 분 후쯤 방으로 들어갔다.

호흡을 멈춘 넷이 바닥에 눕혀져 있다.

결국 그들도 똑같은 전철을 밟아 새사람이 되었다.

“그러니까 이치코 무녀들이 너희에게 의뢰했단 소리지? 우리에 대해 그들이 얼마나 알고 있지?”

“오재수 경감을 통해 신상을 확인했는데, 이치코들은 그 내용까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다음 날 경찰 기록마저도 지워졌다 합니다.”

“나를 직접 아는 건 아니고, TV에 나온 내용을 보고 의뢰를 넣은 거란 소리야?”

“네. 그 성자를 알아내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책과 성자를 데려오면, 1백만 달러를 주기로 했고요.”

이들이 말한 그 책은 모산파의 주술 후반부인데, 아카가 미국으로 가지고 갔다.

태월은 이미 외웠기에 필요가 없었고, 아카는 연구를 위한 자료로 받아 간 것이다.

‘이치코 무녀들과 가루베 지온 도굴꾼이 무슨 연관이 있나 보네. 이치코는 손을 좀 봐놔야겠어. 끝없이 도발할 거 같은데, 그냥 두면 언젠가 집안에 화가 닥칠 거야.’

“이치코 무녀의 본가를 아나?”

“그들이 숨기려 했지만, 의뢰 당시 그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연락이 오면 시간이 더 걸릴 거라고 하고, 일단 안심을 시켜. 일본에 갈 일이 생기면 그때 같이 가자고!”

“네, 마스터!”

“너희는 알혼섬에서 보육원생의 무술훈련 교관으로 쓰일 것이다. 그들 중 뛰어난 자질을 가진 사람은, 알혼의 경비대와 경호대의 대원이 될 거야.”

태월은 전직 KGB 4명 CIA 4명으로 구성되었던, 임시 용병팀을 자신의 휘하에 두게 되었다.

그들을 데리고 보육원과 학교 설립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러시아 뉴스에 지진 속보가 올라왔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영상이 보이는데, 마치 도미노 판처럼 고가도로 교각이 넘어지고 있다.

-띠리링! 띠리링!

태월의 전화가 급하게 울려댄다.

“어, 아카! 나도 뉴스를 지금 보고 있어. 진도 7의 지진이 저 정도야? 나가타구 교민 밀집 지역? 여진이 계속 이어진다는 소리네?”

뉴스에서는 화염에 휩싸인, 정전상태의 도시가 화면에 송출되고 있었다.

1995년 1월 17일에 일어난, 일본 고베 대지진의 참사 현장이었다.

한신 아와지 대지진으로 불리는 고베 대지진은, 73년 이래 약 20년간 평온했던 일본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1923년 관동 대지진의 재앙이 다시 재현되는 일본 분위기다.

특히나 직하형 지진이 내륙 도심에서 일어나, 건물이 무너지거나 화재가 크게 발생하는 참변이 된 것이다.

“마스터? 일본으로 넘어가자는 말입니까?”

“한국 교민들이 밀집된 고베시 나가타구로 갈 생각이야. 그리고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간 김에 이치코 무녀를 손봐야지.”

태월은 아루와 이젠 알혼의 교관이 된 8명의 용병을 데리고, 오사카에 있는 간사이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간사이 국제공항은 오사카만에 조성된 인공섬으로, 1994년 9월 4일에 개항을 하였다.

지진이 일어난 고베시와는, 전철로 30분이면 도착하는 제일 가까운 공항이다.

“간사이 공항이 아와지시마 진원지와 불과 20km 떨어진 곳인데, 공항 자체는 피해가 없다고 합니다.”

아르세니가 일본 연락책을 통해 알아낸 정보였다.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시간이 밤 9시였다.

지진이 발생한 지 15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으로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가 1,311명이다.

그리고 행방불명 1,048명에, 부상자도 4,000여 명에 이른다는 실시간 속보가 전해졌다.

“오사카에 이치코의 본진이 있다고 하니, 굳이 멀리 갈 필요는 없겠어. 교민들을 구한 후에 바로 침투할 계획이니, 한스는 테일러와 함께 이치코의 정보에만 집중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지금 오사카는 지진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입니다. 정보를 전부 받아내지 못하는 단점도 있긴 하지만,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침투하기에는 더 좋습니다.”

한스와 테일러만 공항에 남겨 두고, 일행은 미리 대기시켜 놓은 렌트카에 올랐다.

태월 일행은 빠르게 고베시 나가타구로 출발했다.

고베시 나가타구의 주택가는 여전히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도심은 정전된 상태였다.

암흑 속의 불길만이 유일한 조명이었다.

민간인 통제가 있긴 했지만,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기에 그다지 실효는 없었다.

“아루? 불길 속에서 아직 생존한 자가 있는지 확인해봐. 그리고 외형이 멀쩡한 상태서 죽은 시신도 찾아보고!”

“응, 알았어. 내가 적임자긴 하지.”

아루가 불의 정령이라서 이런 곳은 자신의 앞마당과 같다.

승합차에서 정령 본체로 변하는 것을 보는, 6명의 용병 눈들이 빛났다.

러시아에서 설명은 들어봤기에 충격은 없었으나, 그들에겐 굉장히 신비한 일이다.

정령은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몸이 옷만 남기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신들 마스터가 이젠 신앙의 대상이 돼가고 있었다.

30분 정도가 지났을 즘 아루가 돌아왔다.

“이곳과 가까운 주택가 쪽에 2명이 살아 있고,

7명은 죽었는데 그중 2명이 질식사야.

건물이 무너지면서 갇혀 있다가 연기로 인해 그리됐을 거야.

그리고 나머지 5명은 신체 훼손이 심해서 포기해야 해. 바로 이동할까?”

“그래 앞장서 뒤따라갈게.”

3층 연립주택이었던 곳에 도착하니, 소방 구조대원 하나가 얼쩡거리고 있었다.

“소방관님? 저기 왼쪽에 창문 내려앉은 곳 보이시죠? 거기에 생존자가 있습니다.”

“네? 진짜요? 아무 소리도 안 났는데, 그걸 당신이 어찌 압니까?”

“제가 남자 무당이거든요. 저쪽에서 살아 있는 자들의 울림이 전해져 옵니다. 그쪽에 집중해주세요. 저희도 자원봉사를 나온 것이니, 우린 오른쪽을 맡겠습니다.”

일본의 무당은 대부분 무녀가 맡고 있다.

한국의 신내림 같은 무녀라기보단, 신을 모시는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일본이라도 남자 무당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소방관은 일단 생존자 확인부터 하기로 했다.

더구나 유창한 태월의 일본어 실력은, 그를 일본 무당으로 착각하게 만들어줬다.

일단 머뭇거리는 소방관에게 확신을 주어야 했다.

태월은 하얀 손수건 하나를 꺼내, 매직펜으로 글을 적었다. 살고 싶으면 소리를 크게 질러요 라고 쓴 것이다. 태월이 그 손수건을 하늘로 띄우자, 아루의 영체는 그걸 생존자들이 있는 쪽으로 유도해 나갔다.

그리고 3분 후에 무너진 잔해 속에서 2명의 남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전에도 소릴 질렀었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어 구조 기회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반쯤은 포기 하고 숨만 겨우 쉬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살 기회가 생겼으니, 남은 힘을 쥐어짜 외치는 것이다.

“살, 살려 주세요! 여기 있어요!”

“살! 살려줘!”

화들짝 놀란 소방관이 동료들을 불러오더니, 구조요청이 들어온 곳을 해체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곳에 집중하는 사이에, 태월과 용병들은 다른 주변 잔해를 들어내고 있다.

7명이 빠르게 움직였다.

30분 정도가 흘렀을 때 무너진 곳의 공간이 드러났다.

일가족의 시신이 드러났는데, 부모로 보이는 부부와 아이들이었다.

부부가 아이들을 보호하려 했었는지, 몸으로 덮고 있었다.

어른 둘은 내려앉은 벽체로 인해 신체의 훼손이 심했지만, 그 아래에 있는 아이들 신체는 멀쩡했다.

다만 연기로 인해 질식사한 상태였다.

“이제 시작할 테니 너희는 주변을 살펴라.

새로운 영혼을 아이들에게 이식시킬 거야.

방해되는 요소가 생기면 안 되겠지?”

“네, 혹여 다른 사람이 보이면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겠습니다.”

아르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어깨에 메고 있던 죽통을 꺼냈다.

영혼들을 끌어모았고, 그중 두 개만 아이들의 입에 물렸다.

6명의 용병 눈에는 영혼 구슬이 보이지도 않기에, 갸웃거리기만 할 뿐 의심을 하지 않았다.

주술까지 읊조리고 나자, 아이 둘의 옅은 호흡이 돌아왔다.

“얘들 오누이 같은데? 이 애들은 조심해서 차로 옮기고, 나머진 부모를 저쪽으로 눕혀.

그리고 주변에 신분증이 있는지도 확인해봐.”

태월이 아르세니와 함께 아이들을 안아 들고, 승합차로 이동했다.

“거기! 봉사자분들! 그 아이들 데리고 가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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