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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80화 (80/250)

80화. 아샤의 변신과 환 바이칼 관광열차

비명은 숙소에서 들렸다.

숙소와는 거리가 30m 정도라서 가깝다.

바람같이 달려서 숙소에 도착하니, 아샤가 있던 방에서 부산스러움이 느껴졌다.

태월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샤가 화들짝 놀란다.

“껍, 껍질이….”

아샤가 울먹이고 있다.

“무슨 일이야?”

“온, 온몸에 껍질이 생겼어요.”

얼굴부터 해서 전신에 껍질들이 허물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아루가 뒤따라 들어오니, 아샤가 아루에게 안겨서 운다.

라리사가 무슨 내용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아샤? 나 때보단 더 심한 상태긴 한데, 그거 부작용이 아니야. 새 피부가 생겨났기에, 원래 있던 피부가 떨어져 나가는 거야. 내가 씻겨줄 테니, 욕실로 들어가자.”

라리사가 아샤를 다독이며 욕실로 들어갔다.

아샤가 껍질 때문에 신경 쓰느라 몰랐지만, 방 안의 냄새가 지독했다.

태월이 방문과 창문을 전부 열고 환기를 시키고, 아루는 침대보를 둘둘 말았다.

“침대보는 이거 세탁기에 돌려도 분비물이 안 빠지겠는데?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어.”

“그냥 저쪽에 소각장에 넣어서 태워버려. 침대보 여분이 아마 있을 거야. 그리고 이불도 같이 태워. 냄새가 스며들어 장난이 아니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욕실의 문이 반쯤 열리며 라리사가 얼굴을 내민다.

“아루 언니? 아샤가 입을 옷 좀 줄래요?”

아루가 아샤의 개어져 있던 옷을 들다 말고, 다시 내려놓는다.

“뭐 묻지는 않았지만, 이 옷도 냄새가 심해서 당장은 못 입혀. 아샤 옷 여분은 없는데….”

“안드레이 오빠? 내 짐에서 박스 원피스 하나 가져와 줘요.”

“알았어. 일단 두 가지를 가져다줄 테니 골라서 입혀.”

아샤는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그런데 머리 길이가 조금 더 길어졌다.

그리고 백인 피부의 단점인, 주근깨나 기미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다.

게다가 피부에 윤기가 반짝반짝 나고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그리고 얼굴의 부위별 균형이 조화로웠다.

원래부터 눈은 깊고 맑았었는데, 한층 더 깊어져 푸른빛 보석처럼 보인다.

“어? 뭔가 많이 변한 거 같은데? 특히 그 머리! 에메랄드?”

“태월? 저건 에메랄드가 아니라 아쿠아마린 쪽인데? 밝은 하늘빛이잖아.”

에메랄드와 아쿠아마린은, 한 몸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보석이다.

청록색 에메랄드에서 녹색을 빼버리면, 아쿠아마린이 되는 것이다.

“자연적으로는 저런 색 머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데 이상하네. 성령초인가가 조화를 부렸나? 응? 라리사는 검은 머리잖아? 그건 아니네.”

라리사는 아샤의 머리를 만져본다.

원래 아사의 머리 색은 갈색이었다.

“전 먹기 전에도 검은색이었어요. 성령초가 그 복용자의 몸에 맞춰, 최상의 조화를 부렸을 거예요. 아샤는 이 색이 잘 맞잖아요. 그리고 눈동자 색도 바뀌었어요. 밝고 푸른빛으로.”

아루가 아샤의 옆으로 가더니, 머리를 쿡 찍고 눈을 가리킨다.

“에메랄드에 사파이어! 우리 아샤는 이제 보석으로 변했구나.”

그리고는 엉덩이를 쓱 하고 쓰다듬는다.

“엉덩이도 더 토실해졌어.”

아샤는 자신의 변한 모습이 적응되지 않아 잠시 멍해 있었다.

-꼬르륵!

“하하, 아샤가 배가 고픈가 보다. 아까 그곳으로 다시 가야겠네.”

“아샤? 언니를 따라오렴? 먹을 만하더라.

우리도 먹다가 온 것이라. 배가 안 찼어.”

몸의 변화가 많다 보니 에너지 소비가 많았었다. 아샤의 뱃속을 위해 다들 따라나섰다.

“다시 왔어요. 보르쉬 1인분부터 주세요.

그리고 블리니 2인분하고, 양고기 샤슬릭 5인분 주세요.”

블리니는 메밀전병하고 비슷한 요리다.

“아저씨! 뻴메니 2인분도 함께 주세요. 아샤 덕분에 아침 겸 점심이 되었네.”

아루가 시킨 뻴메니는 만두피가 두꺼운, 물만두 같은 요리다.

“안드레이! 실제로 그쪽에 박물관을 두 개 세워야 하니, 두 달간 근처 터를 닦아놔! 마을 건설인척하다가, 그때쯤 발견하는 걸로 시점을 잡자고.

그 정도면 내가 한국 갔다가 다시 왔을 때니, 시기도 적절하잖아.”

“네, 그리 맞추겠습니다.”

“아루? 미하엘 그 도박꾼 저택을 손을 좀 봐야 해. 지금 아파트는 좀 작은 듯하니, 이참에 넓혀야지. 식구도 둘이 더 늘었잖아.”

미하일이 살던 곳은 샤후르타 선착장이 훤히 보이는 곳이다.

대지 1천 평에 건평이 80평 연면적이 200평인 3층 저택이다.

정원에는 수영장과 연못도 있는, 유럽식 고급저택이었다.

“나 그런 거 잘 못 하는데?”

아루가 머뭇거리자 라리사가 나섰다.

“그건 제가 할게요. 저만 시간이 젤 한가하잖아요. 이쁘게 만들어 볼게요.”

“오케이, 그럼 그렇게 하자고. 아쿠가 한 시간 정도 후에, 사휴르타 선착장에서 기다릴 거야. 그때 더 의논하자고.”

“응, 알았어.”

“아샤도 학교까지 거리는 차이 없잖아?”

“응, 비슷해요. 저 5월 20일쯤 방학하는데, 한국 같이 가도 돼요?”

그쯤이면 태월이 한국 들어갈 예상일보다 며칠 늦긴 하다.

“꽤 고생될 건데? 너희 집이 있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곳까지 오는 시간만큼 걸리거든?”

“같은 러시아 거리보다 안 머네요? 괜찮아요.”

“뭐, 아루랑 같이 들어가는 것이니 문제는 없긴 하지만…. 흠, 그래 그러자.”

“이야호!”

꽤 신나 하는 아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여기 이르쿠츠크 공항도 국제공항 아냐? 아직 김포공항과는 노선이 없지만, 특별기는 뜰 수 있잖아! 이르쿠츠크 주지사에게 연락해야겠네. 이곳 투자에 필요한 긴급업무 관련이라고 뻥 좀 치자고!”

“비행기 임대료만 내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식사도 끝났고 배를 탈 시간도 되었다.

사휴르타로 건너가니 아쿠가 손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태월의 뒤를 따라오는, 낯선 남녀를 보고는 다가온다.

“태월에게 이야긴 들었어. 반가워!”

“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쿠 언니시죠? 만나서 반가워요. 당분간 신세 좀 질게요.”

“호호, 신세라니? 이제 같은 식구인데. 맘 편히 생각해. 우린 격식 같은 거 안 좋아해.”

태어난 순서로 보면 엉망인 위계질서지만, 요괴들은 그리 생각하진 않는다.

격 자체가 다르면 계급도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닭에게 막 태어난 호랑이 새끼가 굽신거리지 않듯이.

“아샤? 너 무슨 일 있었어? 우리 정령만큼 피부가 좋은데? 더구나 머리 색과 눈동자 색도 달라졌고. 신의 축복이라도 받았어?”

“하하, 아샤가 울었던 이야긴 집에 가서 알려줄게. 자자, 다들 차에 타자고.”

아샤가 창피한지 태월의 옆구리를 꼬집는다.

“아야! 너 손가락 힘도 세졌네? 이야, 러시아 소녀 장사 탄생했군. 한국 가면 씨름도 하자.”

아샤가 씨름이 뭔지를 몰랐기에, 더 꼬집히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 알혼섬에서 있었던 일들을 아쿠에게 꺼내놓았다.

“그럼 그 무덤 안에 있는 부장품들이 진짜가 아니네? 뭐 그걸 알고 있을 고고학자나 역사가는 없으니 상관없겠지. 호호, 그런데 아샤가 횡재를 했네? 미스 유니버스에 나가야 하는 거 아냐? 작년엔 미스 프랑스가 우승했던데.”

“땡! 아직 찌찌가 작아 실격이야!”

“언니! 언니도 만만치 않거든? 나는 성장기야 이제 크는 중이라고.”

“킥, 나도 크는 중이거든! 우리 열심히 키워보자!”

아루는 아샤를 놀리는 게 재미있는지, 킥킥대고 있다.

“중장비를 보유한 토목회사가 필요하겠네. 그건 내일 알아보지 뭐. 그리고 집은 그렇게 이사하는 걸로 해. 회사와의 거리도 겨우 10분 더 멀어지는 정도니, 난 크게 상관없고.”

“이르쿠츠크 주지사에게 말해서, 회사의 투자 관련 업무라 하고 특별기 이야기를 해봐.

임대료야 우리가 주면 되는 거고. 항공사와 공항에 압박을 좀 넣어줄 사람이 필요해.”

“김포공항도 열어줘야 하니, 외교부 쪽에도 알아볼게.”

이르쿠츠크에선 ‘BATR’ 기업이 유명세를 가지기 시작했다.

알혼섬을 인수하고 부랴트 공화국과 공동개발을 하는 기업.

다국적 기업으로서 이르쿠츠크 청년들이 취직하고 싶어 하는, 1순위 기업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만큼 러시아에서 이르쿠츠크는, 아직까지는 변방에 속한다.

아파트에서의 방 배정은 태월과 안드레이가 같이 쓰고, 제일 작은 방은 라리사가 썼다.

안방이야 늘 그대로 셋이 잔다.

***

TW건설의 최성국 사장은 실무진만 남겨 두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인력 수급을 위해서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교량 건설을 위해 TW를 대신해서 바트르가 나섰다.

노동자를 위한 모집이었는데도, 사흘 만에 빠르게 마감되었다.

기업 이미지도 좋았고 다른 곳보다 임금도 후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재 매입 가능한 토목회사들입니다.

그중에 노후 건설 장비를 보유한 곳을 빼면, 이렇게 3개의 기업이 나옵니다.”

경비관리팀장을 맡고 있다가, 알혼섬 개발에 맞춰 알혼섬 개발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마카르다.

원래 자신의 개발업무가 아니지만, 연관되기에 이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규모나 보유 장비 대수가 비슷하네요?”

“알혼섬만을 위한 거라면, 이 정도가 적당하기에 추린 것입니다.”

“소유부동산들도 있고.”

“아, 포르트 바이칼 역 땅과 리스트비얀카 선착장 땅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있네요?”

“어디서 많이 듣던 역인데?”

“환 바이칼 관광열차 종착역입니다. 리스트비얀카와 여객선으로 연결되지요.”

“이상하네? 토목회사가 왜 그 땅을 샀을까요? 오늘 한번 알아보세요.”

점심을 먹고 나니 마카르가 이사실로 들어왔다.

현재 BATR 기업의 대외적인 일인, 부랴트 공화국 공동 개발사업은 아쿠가 전담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 국내 업무인 알혼섬 개발은, 이사인 태월이 맡고 있고.

바이칼 개발사업부의 수장이 태월이다.

그 아래에서 알혼섬 개발팀장인 마카르가, 대부분의 일을 실질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새로 들어온 사람 중 일부는, 아직도 태월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좀 된다.

“예닌토건에 있는 그 땅은, 최근에 산 것이 아니라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1956년부터 폐쇄된 바이칼 남쪽 선로를, 1970년에 복구할 정부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때 미래가치로 보고 투자했었답니다.

그리고 단선만 보수했고, 그 단선 보수에 이 회사가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주일에 2회만 왕복 운행하니, 땅값 가치가 그리 오르지 못한 것이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진행하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는 난공사 지역을 맞이하게 된다.

그 구간이 바이칼 역과 쿨툭 역까지의 86km 구간이다.

그래서 유럽의 전문가들을 초빙하였고, 6년에 걸쳐서야 비로소 완성한다.

터널 39개, 회랑 16개 그리고 다리 등 인공시설물만 470개가 되었다.

“흠, 명색이 바이칼 개발 부서인데, 제대로 일을 해야지 않겠습니까?”

“네? 무슨 말씀인지….”

“환 바이칼 관광열차와 리스트비얀카 유람선을, 우리 회사에서 확장합시다. 이렇게 해서 알혼섬과 연관하면,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겁니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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