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금괴 수송 작전
빛이 들어오며,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와 정말 작은 사장 말대로네? 끝이 보여.
자자, 마지막 힘을 내보자고.”
10분 정도를 더 소모하자, 드디어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생겨났다.
순서대로 그곳으로 들어가자, 반대쪽 통로가 훤히 보인다.
“자자, 이제 온 김에 저기 끝에 가봅시다.”
최석준이 인부들을 독려하며 앞장을 섰다.
30분쯤을 가자, 드디어 밖이 나왔다.
“와! 여긴 한강이네요? 이 동굴은 지금 보니 완전한 인공이 아니네요. 천연 동굴을 넓힌 거로 보입니다. 천장을 보면 천연 동굴이잖아요.”
그 인부의 말대로 천연 동굴의 옆면만 넓힌 느낌이다.
“이거 자동차는 어렵겠지만, 오토바이는 충분히 다니겠어요.”
“사륜오토바이도 여긴 들어올 수 있겠어.
자동차는 삼륜 자동차?”
“바닥 면도 잘 고르면, 도보로 30분이면 통과되겠던데요?”
태월은 비밀통로도 확인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있는 관계로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인부들과 함께 돌아오는 길에 뚫린 곳을 더 뚫기로 하고, 그들에게 하루 일당의 두 배를 약속했다.
돈은 사람도 부리고 귀신도 부린다는데.
오후 6시쯤이 되자, 막았던 곳은 완전히 해체되어 한쪽 벽으로 쌓이게 되었다.
“석준이 형? 여기 통로를 지날 수 있는 차량이, 그 인부들이 말한 삼륜차나 사륜오토바이밖에 없나요? 짐 실을 수 있는 픽업 종류는요?”
“포니2 픽업이 요즘 많이 다니잖아. 그게 가능할걸? 내가 알기론 차량 폭이 1.5m 정도라서, 여긴 충분할 듯한데.”
현대자동차에서 1982년부터 생산된 포니2 픽업은, 전폭이 1,558로 포니2 자동차 1,566보다 좁다.
“그럼 그거 한 대 사러 가요. 전에 듣기로는 대형까지 운전 가능하다면서요?”
“응, 운전 정도야 뭐. 그런데 그 차는 갑자기 왜? 화물 승용차가 필요할 일이 있나?”
“그 차 적재 중량은 어느 정도예요?”
“내가 알기론 400kg일걸?”
4t을 나르자면 상자 무게까지 조금 오버해도, 최소 10번은 왕복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이곳에 마냥 놔둘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 일이란 게 몰라서 비밀통로가 드러날 수도 있는 일이고.
또 25명을 양지바른 곳에 묻으려면, 개방해야 하는 곳이기도 했다.
이런 일은 빠를수록 좋지 않겠는가?
더구나 최석준의 영혼 색을 보면, 조금 흐리긴 해도 맑은 쪽에 가까웠다.
“형은 내가 귀신을 부릴 줄 아는 거 아시죠?”
“그, 그럼. 큰스님에게도 이야길 들었어. 네가 천도재를 거의 혼자서도 행할 수 있고, 퇴마도 가능하다고 하더라.”
“4t의 물건이 있어요. 귀신에게서 선물 받은 것인데, 그걸 서울로 날라야 해요. 방법은요?”
“그게 어디에 있는데? 부피는?”
“4.5t 차량이면 충분할 거예요. 그리고 그 물건은 이 동굴의 비밀 공간에 있어요.
비밀은 무덤까지 가져가야 하고요. 안 그럼 귀신이 악령으로 나타날 거예요. 대신 이 일을 완수하시면 제가 아파트를 하나 사드릴게요.”
“헉! 저, 정말? 아파트를 사준다고? 강남 쪽도 돼?”
“당연하지요. 신사동 쪽에 사놓은 게 좀 있는데, 27평이면 어떨까요?”
“무, 무슨 소리야? 난 혼자라서 13평도 충분해. 27평은 너무 과한 거 아니냐?”
“결혼도 생각하셔야죠.”
“하하, 마, 맞네. 나도 귀신에게 당하고 싶진 않다고. 잘해보자고, 작은 사장!”
“회사에서 사놓은 압구정동 햔양 아파트 27평이 있는데, 빌라보단 아파트가 좋겠죠?”
“그, 그래, 당연하지!”
1988년은 올림픽을 전후해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게 되는 시점이다.
아직은 1월이라 서서히 오르려는 조짐만 보이는 상황이다.
압구정 한양아파트 27평은 1984년에 준공된 것으로, 작년에 6,000만 원에 매입한 것 중 하나다.
10년 전인 1977년만 해도 압구정 현대 아파트 30평형 분양가가 865만 원이고, 60평형은 1,770만 원에 분양되었다.
“방법은 현대 포니2 픽업으로 여기를 10번 입구까지 10회 나른다. 입구에서 기아의 복사 4.5t 화물차를 준비한다. 그 후 다 싣고 압구정으로 간다! 어때?”
“좋아요. 그럼 낼 아침에 차를 사러 가지요? 신차는 오래 걸리니 중고차로 해요.”
“오케이! 그런데 급한 일이면, 차라리 친구에게 부탁해 볼게!
렌터카로도 가능하지만, 친구가 장사하려고 그 포니2 픽업을 가지고 있거든.
요즘 보따리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그 차를 산다니까. 렌트비 식으로 주면 될 거 같은데.”
“그래 주세요. 오 분만 내려가면 공중전화가 있으니 연락해보세요. 복사 4.5t 화물차는 내일 아침에 미리 대기해놔야 할 거 같은데.”
“흐음, 그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할게. 흐흐흐, 강남의 아파트라니….”
둘은 가져온 차를 타고 공중전화 부스로 향했다. 최석준은 친구와 통화가 되었는지, 밝은 표정이다.
“친구보고 바로 오라고 했어.”
“바로요? 그럼 밤에 짐을 나르자고요?”
“중요한 것이니 급히 서두르는 거 아냐? 그리고 내일 아침에 한다고 해도, 보안상 다른 인부는 못 부를 거 같은데? 그럴 바엔 힘들더라도 오늘 늦게까지 다 해 놓는 게 속 편하지.
그리고 복사 화물차는 늦게라도 이동시킬 수 있다더라. 콜비 좀 주면 된다던데.”
태월 자신도 거들어야 한다.
‘영혼 에너지가 신체도 강하게 해놨으니, 40킬로는 들지 않을까? 일단 해봐야 알겠네.’
태월은 그동안 키도 커져서, 지금은 162가 되었다.
1시간 반 정도쯤 지나자, 포니2 픽업이 도착했다.
최석준에게 열쇠를 던지더니, 차를 바꿔 타고 가버렸다.
최석준이 모는 자가용을 대신 끌고 간 것이다.
“친구분하고 안 친하신 거 아녀요? 인사도 없이 휙 가시네.”
“하하, 저 친구가 원래 저렇게 무뚝뚝하지. 그렇지만 마음만은 진국이라고. 자, 이제 들어가 볼까?”
픽업을 타고 동굴로 다시 향했다.
“조금 있으면 어차피 알게 되겠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금괴 4t입니다. 즉 40킬로짜리로 100박스예요.”
“우와 금괴라니? 대충, 짐작하긴 했어. 4t 무게로 말할 만한 게, 금밖에 없을 거라고.
골동품을 무게로 말하진 않잖아.
제대로 밤새야겠네. 뭐 군대에 있을 때, 노가다는 신물 나게 해봐서 괜찮을 것 같은데.”
막혔던 곳을 지나 20m쯤에서 차를 세웠다.
태월이 앞장을 서서 걷는다.
가로 2m 세로 2m 정도 되는, 표지 안내판이 있었다.
홈이 있는 곳을 찾아 옆으로 미니, 뻑뻑하지만 조금씩 밀렸다.
최석준이 하단의 홈을 장갑 낀 손으로 훑어 내니, 문 여는 게 수월해졌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 먼지와 흙들이 레일을 막고 있었네. 자자 떠나볼까요? 보물섬으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일 줄 알았는데, 다행히 옆으로 가는 통로였다.
“여기도 천연 동굴의 일부였네. 측면으로만 손을 댔어. 하하 안으로 더 들어가서 상황부터 봐야겠어. 차도 들어올 수 있겠는데.”
손 라이트를 두 개에 헤드라이트까지 켜서 이동하는지라, 넘어지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20여 미터를 더 가니, 그제야 아래로 내려가는 인공 계단이 나온다.
그 아래 한쪽으로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
한강으로 향하는 물로 보인다.
“여기도 부분마다 손을 대긴 했네.”
“저쪽으로 가죠. 저기에 벙커가 있는데, 유골들이 있어요.”
“헉! 여기서 누가 죽었어?”
“일제 치하 때 인부로 끌려온 사람들이 갇힌 채, 독가스에 죽었다고 해요.
그리고 일본군 다섯의 유골도 있을 거예요.
살아남은 일꾼에게 다 죽은 거예요.”
“아 그놈들 짓이란 소리네? 개XX 놈들 잘 죽었군. 그걸 귀신이 말해준 거란 거지?”
“네, 그분들은 신분이 증명 안 되니, 제가 양지바른 곳에 알아서 묻어주기로 했어요.”
“그건 잘 생각했어.”
벙커 왼쪽으로 돌아가니, 귀신이 말해준 외진 공간이 나왔다. 호리병 모양으로 생긴 움푹 들어간 곳인데, 사방 5m는 넘어 보였다.
그곳엔 철판으로 만든 상자들이 2층으로 쌓여 있었다.
태월이 상자 하나를 들어보니, 들 만했다.
“우 와, 이거 적어도 40킬로는 넘을 건데, 그걸 번쩍 드네? 소년 장사야?”
최석준도 하나를 들어 보이며, 무게를 가늠하고 있었다.
상자 자체는 크지 않다. 다만 무거울 뿐.
상자의 걸쇠를 풀고 열어보니, 헤드라이트에서 나온 빛에 의해 누런색이 반짝인다.
[光緖 十七年과 장수를 뜻하는 壽가 적혀있고, 壹百參拾參兩이 박혀져 있다.]
광서 십칠 년에 제작된 일백삼십삼 냥짜리 금괴다.
133냥은 4,987.5kg으로 약 5킬로에 해당하는 것이다.
광서는 청나라 11대 덕종 광서제를 일컫는다.
서태후의 지원으로 황제가 되었고, 황자가 아닌 신분이었기에 섭정은 서태후였다.
1894년 청일전쟁 패배를 당하기 2년 전에 제작된 금괴란 뜻이다.
태월은 고개를 들어 최석준을 다시 살폈다.
금괴를 보고 흥분은 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영혼의 색은 변하진 않고 있었다.
설혹 문제가 되었더라도,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기도 했고.
귀신의 재능으로 운전도 할 줄 아는 태월이다.
더구나 이곳 동굴에 둘이 같이 간 걸 아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열 상자씩 옮기면 되는 거지?”
“네, 같이 빠르게 옮기죠.”
“내가 차를 요 위에까지 끌고 올게.”
“네, 그러세요.”
10상자면 두 사람이 5번씩은 옮겨야 한다.
25분 정도가 지나니 10상자를 실을 수 있었다.
차는 입구 쪽으로 이동하였고, 입구에서 3m 안쪽으로 쌓았다.
잠깐의 휴식 시간을 포함하여, 무려 9시간 반 만에 100상자를 겨우 이동시켰다.
마지막으로 나올 땐, 그 안경 낀 일본군에게서 가죽 지도를 당연히 회수했고.
“우와, 좀 쉬자. 이거 군대 노가다보다 더 힘든데? 아이고 허리야. 그런데 넌 왜 그리 쌩쌩해? 아무리 소년 장사라고 해도 그렇지.”
“제가 어릴 때부터 지구를 지키는 우주 연맹 소속이었거든요.”
“헐! 내가 땅을 팔 때, 넌 하늘을 날았구나.”
“네, 위에서 봤어요. 삽질하고 계시더라고요.”
“캑!”
땀을 식히고 나자, 최석준이 일어선다.
“일산 읍내에 지금쯤 도착해 쉬고 있을 거야.
차를 이리로 가져오게 할게.”
“네, 공중전화 있는 데서 인수하세요.”
“그럼 그럼, 경계 보안, 이상 무!”
최석준은 포니2 픽업을 타고, 공중전화 부스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화물차와 바꿔 타게 될 것이다.
내일은 최석준이 혼자서 차량을 교환하러 다녀야 한다.
화물차에 100상자를 다 싣고 나니, 동이 트고 있었다.
“우와, 이제 다 끝나가네. 자 이제 마지막 방점을 찍으러 가자고. 압구정으로 출발!”
가는 길 중간에 잠시 차를 세우고, 어묵과 김밥을 사서 차 안에서 먹었다.
최석준은 졸린 눈을 비비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6시 반이 넘어서야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박승철이 손을 흔들어 댔다.
“이야, 아들 보름 만이네? 그런데 짐 좀 날라야 한다 해서 기다리고 있긴 했는데, 무슨 트럭으로 올 정도야?”
“아빠? 요즘 허리 쓸 일 없었죠?
그동안 안 쓴 거 오늘 제대로 해봐요!”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