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45화 (45/250)

45화. 동굴에 청나라 금괴?

설희가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V자를 그린다.

“음, 요리, 기타, 노래, 노래.”

“응? 노래가 두 가지야?”

“하나는 발라드고 다른 건 트로트던데?”

“크크. 설희가 트로트 부르면 웃기겠다.”

“홍홍,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 경로잔치 하면, 맛깔나게 한번 불러주지 뭐. 아, 그런데 태월이가 가져갈 재능을, 내가 가져가서 어떡해? 너무 미안해지는데….”

“흐흐, 괜찮아. 난 종종 생기거든. 그런데 서울로는 언제 이사 오는 건데?”

“다음 달에 갈 거야. 올라가면 삐삐 사서 번호 알려줄게. 집 전화는 내가 알고 있으니까.”

무선호출기라고 불리는 삐삐는 1982년 12월에 처음 한국에 도입되었다.

그리고 아직은 광대역이 아니라서, 지역이 다르면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를 더 대화하다가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시간이 나기에 음양오행 이론서를 꺼내 읽고 있는데, 노스님이 들어왔다.

“공부는 할 만하더냐?”

“음, 쉽지는 않지만, 재미는 있는 것 같아요.”

“그건 그렇고 오늘 갔던 폐교 어떻더냐? 거기서 과거 살인사건까지 겹치니 동네가 흉흉하더구나. 땅을 사려는 사람은 없고, 거기 군청이나 재단에서도 골치 아파하더구나. 너야 이제 천도를 통해 귀신이 없어진 걸 알고 있으니, 여유가 되면 사는 게 어떻겠냐?”

“음, 그게 얼마에 나온 건데요? 제 개인 돈은 이제 없어서…. 회사에 다 넘겼거든요.”

“학교 자체로는 2천 평인데, 뒤 축사와 묘목장 그리고 비닐하우스 단지까지 하면, 1만 평은 된다는구나. 농업고등학교였으니 실습 장소가 많아져서겠지. 원래 시세는 평당 2만 원이었는데, 6천 달라고 하던데?”

“싸긴 싸네요. 그런데 사서 그냥 둬서도 안 될 것 아녀요. 거기에 뭐라도 해야 할 건데. 그래야 소문이 잡히지 않겠어요?”

“거기 군청 관계자 말로는 전에 그 학교를 사려고 했던 업체 중에 캠핑장과 레크레이션 업체가 있었다던데? 그런 건 어떠냐? 그 당시 그 한강과 연결된 학교 뒷산도 매입을 원했는데, 군청에서 민간에 넘길 이유가 없었지.”

“응? 그럼 지금은요?”

“변화를 위해선 뭐라도 들어와야 할 분위기지.

그래서 그 산을 불하할 생각도 가진가 보더라.

어떠냐?”

“아 거기 산이 지세로는 좋긴 하더라고요.”

“그리고 거기 산에 큰 동굴도 있을 건데.”

“네? 그게 뭐 하는 동굴인데요? 자연 동굴요?”

“일제시대에 그걸 뚫었나 보더구나. 한강까지 뚫렸던 건데, 일본이 항복하는 날 폭파했다지. 그래서 중간이 막혔어.”

“군청에서 그냥 뒀대요?”

“천도재 준비하면서, 거기 노인 한 분에게 들은 거야. 군청에서도 잘 모른다는데. 그 산은 효용 가치가 적어서 관리도 안 하는 곳이고.”

“막힌 데만 들어내면 그대로 한강이네요? 잘하면 활용이 무궁무진하겠어요. 그럼 임야 불하 가격을 좀 알아봐 주세요.”

다음 날 군청 관계자를 만나고 온 노스님은, 약 4만 평의 임야를 5천만 원에 약속받았다 한다.

태월은 조민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1억 1천만 원으로 매입 진행을 했다.

동굴을 자세히 살피고 싶었던, 태월은 서울로 가는 것을 이틀 더 미뤘다.

그래서 설희가 먼저 홍무경과 함께 돌아갔다.

동굴은 바위로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았다.

바위 뒤 수풀을 제치니, 앞에는 오래된 삭은 철문이 가로막혀 있었다.

안내자를 맡은 70대 할아버지는 의외로 정정하셨다.

“내가 20대 후반에 여기에 끌려가서 생고생했다니까. 그런데 해방 직전에 우릴 밖으로 끌고 나오더라고. 1시간 후쯤인가 콰콰쾅! 하고 폭발했지. 나중에 보니 거기 마지막에 들어갔던 인부들만 보이질 않더라고. 그놈들이 생매장했을 거야.”

“나라에 안 알렸나요?”

“하하, 그 당시에 이런 일에 신경 쓰는 나랏님들이 어디 있었겠어? 그리고 그 일본에 빌어먹던 놈들이, 버젓이 양놈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더라고. 같은 놈들인데 말해 무엇해!”

태월과 그 노인 외에 최석준이 함께했다.

동굴에 들어서니, 습하지도 않고 바람도 통하고 있었다.

“어딘가 뚫려 있나 본데요?”

“그러게? 여긴 폐쇄돼서 그동안 나도 와본 적이 없었거든. 세월이 지나 막아놓은 게, 조금 무너졌을지도 모르지.”

20분쯤이나 걸었으려나, 막혀 있는 곳이 나왔다. 그런데 남자 귀신이 하나 있었는데, 다행히 악귀는 아니었다.

“잠시 두 분은 다른 통로가 있나 좀 살펴봐 주실래요? 오다 보니 다른 통로도 하나 있었잖아요. 전 여기서 좀 쉴게요.”

“응, 알았어. 내가 아저씨를 모시고 다녀오도록 할게. 좀 쉬고 있어.”

“네. 그럼 할아버지 고생 조금만 더 해주세요. 대폿값도 추가해드릴게요.”

“하하, 나야 좋지. 다녀옴세.”

라이트를 비추면서 둘은 이동했다.

그들과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졌을 때, 태월은 그 귀신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뭐 하세요?”

“어? 내, 내가 보여?”

“네, 이렇게 대화도 가능하잖아요.”

“우와 얼마 만에 해보는 대화야? 지금 몇 년이 흐른 거지?”

“지금 1988년 1월이에요.”

“헉! 42년하고도 5개월이나 흘렀다고?

“그런데 악귀도 아닌데, 왜 천도를 안 하신 거죠? 40년이나 미련이 남은 일이 있었나요?”

“처음엔 억울해서고 또 알리고 싶었어. 그런데 세월이 점점 지나가니, 억울함도 흐려지더라고. 그래서 계속 그냥 있게 되었지.”

“뭐가 억울했는데요?”

“여기 너머에 이어진 동굴이 있거든?”

“네, 알아요. 한강까지 가는 거잖아요.”

“응 잘 아네? 그런데 그건 알려진 굴이고. 그 숨겨진 굴이 하나 더 있어. 거기에 우리가 묻혀있어. 내 유골도 있지만, 동료들 것도 양지에 묻히게 해주고 싶어.”

“일본 놈들이 왜 아저씨들을 묻었는데요?”

“우리가 옮긴 것들이 5kg짜리 금괴 800개야 즉 4t이야.”

“헉! 많네요. 그래서 비밀 지키려고?”

“그렇지. 우리 마지막 인부들만 그걸 옮겼거든. 한 상자에 8개씩 40kg 총 100상자야.

4번씩 옮기게 한 후, 우릴 벙커로 불러내더니 가스를 터트려 몰살시켰어.”

“그럼, 25분이 있으셨네요?”

“아니, 24명만 죽었지. 한 명은 그때 느낌이 이상해서 빠졌어. 그래서 복수를 했지.”

“호, 혹시 그 빠진 분이 아저씨?”

“하하하, 맞아! 아무도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했지. 그 일본 놈 5명 전부 다 죽였어.”

“아저씨 실력이, 대단하셨나 봐요?”

“내가 돌팔매질은 능하거든. 선교사에게 야구도 배웠다니까? 1938년에 조선체육회가 강제 해산되면서, 야구를 못 하게 되었지.”

“일본군 다섯이 다 총을 들었을 텐데, 와 대단하네요.”

“그들은 내가 있는 줄 몰랐거든, 실제 2명은 볼일 보는 걸 뒤에서 해치웠고.

1명은 물에 처박고 2명은 도망치는 걸 돌팔매로…. 아, 그러다 물에 있던 놈이 죽어 가면서, 날 쐈지. 뭐 어쨌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넌 여긴 왜 왔냐?”

“여기 우리 땅이 되었거든요?”

“와, 그럼 다행이네? 저거 청나라 금괴야.”

“왜 다행이에요?”

“조선에서 약탈한 금괴면 국가 소유잖아? 그러니 너한테 다행 아니야?”

“음, 그런 건 잘 모르고요. 아저씨 천도하셔야죠?”

“응, 해야지. 그런데 저 25개의 유골은 걷어주는 거지? 그 보상으로 금괴를 줄게. 좋은 곳에 묻어줘. 가족 찾기는 힘들 거야. 나도 그들의 이름은 몰라.”

“아저씨는요? 이름은요?”

“내가 여기 끌려 올 때, 말리던 가족들을 이놈들이 다 죽였어. 그러니 같이 묻어주면 돼!

고향은 마포고 이름은 최봉수야.”

“여기 막아놓은 곳이 좀 허물어졌어요?”

“응, 저기 왼쪽 끝 보이지? 저쪽이 허물어져 가고 있어. 두 사람이 한두 시간 손대면 무너져 버릴 거야. 간단하게 지도도 그려줄게.”

바닥에 앉아서 손짓으로 그리듯이 알려준다.

비밀통로로 가는 방법과 위치 그리고 자신들이 묻혀있다는 벙커. 그리고 금괴 창고까지.

“그런데? 천도를 어떻게 해? 그냥 가나?”

“아, 제 스승님이 큰스님이신데, 제가 좀 배웠거든요. 몇 분 성불시키기도 했고요.”

“오! 꼬마 대단한데? 복 받을 거야. 아 맞다.

깜빡할 뻔했네. 거기 일본군도 죽어 있는데, 안경 낀 대머리가 있을 거야. 그놈이 젤 높은 놈인데, 그놈 품속에 가죽으로 만든 지도가 있더라고. 아마 이곳 금괴 같은 걸 묻어둔 장소 같았어. 나 이제 가야겠어. 너무 이곳에 혼자서 오래 있었던 거 같네.”

“네, 그럼 극락왕생하시길 바랍니다.”

“그래 자네도 잘살게.”

“옴 아모카 바이로자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를타야 훔!

옴 아모카 바이로자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를타야 훔!

옴 아모카 바이로자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를타야 훔!”

42년을 이곳에 지낸 최봉수는, 푸른 빛으로 변하며 하늘로 솟아오른다. 그 빛 중 한줄기가 태월에게 왔다.

중앙 YMCA라고 쓰인 유니폼을 입은 투수가 마운드에 섰다.

왼발을 한 족장 정도 뒤로 뺀 후,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딘다.

키킹! 오른발을 차올리며 어깨는 지면과 수평을 이뤘다.

벨트 부분에서 양손이 분리되고, 다리를 최대한 벌려주면서 투구 동작을 하는 스트라이드.

몸의 중심을 앞쪽으로 이동시키고,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끌고 나왔다.

공을 던진 후 팔을 몸 중심 뒤까지 끌어서 마지막 힘을 싣는다. 팔로우 스로다.

포수가 엄지를 척 올리는 것을 보며, 씩 웃는 투수의 얼굴은 태월의 얼굴이었다.

‘아, 진짜 야구 선수였네? 그 시대에도 야구가 있었구나….’

허물어지고 있다는 왼쪽 끝으로 가보았다.

손을 대어보니 바람이 조금 느껴지긴 한다.

돌을 하나 빼보고 있는데, 다른 곳으로 갔던 일행이 돌아왔다.

“아니 쉬라니까? 왜 일어나 있어?”

“아, 여기서 바람이 나와요. 여기가 안쪽으로 무너진 거 같아요. 두 분 이리 와서 손을 대 보세요.”

긴가민가한 표정을 짓고 그 아저씨와 최석준이 온다.

그리고 손을 대보고는 감탄의 표정을 짓는다.

“오! 진짜 여기 바람이 느껴지네? ”

“어? 바로 여기네. 이야 여기 뚫는 거 금방이겠는데? 밖에 있는 사람 두 명이 오면 되겠어. 금방 다녀올게.”

최석준은 입구 밖에 대기하는 인부를 부르러 갔다.

“아저씨는 거기서 뭐라도 발견했나요?”

“아 작은 샘 같은 게 하나 있더라고. 여기 동굴 팔 때 식수로 썼던 것 같아.”

“아저씨는 이 동굴에서 뭘 했었는데요?”

“응? 나야 여기 횃불 달았지.”

“다른 통로에는 횃불 안다셨고요?”

“다른 통로가 있어? 난 모르는데?”

결국 비밀통로를 아는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다. 40분쯤 지나자, 최석준과 인부 둘이 작은 수레를 끌고 도착했다.

“여기 막힌 돌들을 들어내면 될 거 같아요.

한두 시간만 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아니, 안 보고 그건 또 어찌 아신데요? 하여간 하는 데까지 해보도록 하죠. 6시가 되면 안 끝나도 우린 갑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태월과 아저씨는 라이트를 비춰 준다.

작업은 시작되었고, 그들 속에 최석준도 합류했다. 속도는 빨라졌고 한 시간 반쯤 지났다.

“우와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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