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38화 (38/250)

38화. 크리스티 경매장의 최고액

민희와 태월 그리고 알베르토까지 다 일어선 상태다.

“750만 달러!!”

알베르토가 손을 번쩍 치켜든다!

“어머 어머! 이게 뭔 일이래니?”

알베르토와 조민희의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태월은 소리를 지르기엔 늦어 버렸다.

‘하아, 겨우 55년 지난 건데, 750이라니? 오히려 1787 금화보다 5배가 높잖아!’

보통은 최고가를 예측하는 경매 물품을 맨 마지막 순서로 맞추는데, 크리스티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크리스티에서 예상 추정가는 맥시멈으로 200만 달러였다.

벌써 경매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다음 경매품은 연달아 태월의 작품이다.

크리스티의 태월에 대한 배려였다.

“하하하! 이거 정말 믿기지 않는군.

저 작은 코인 하나가 750만이라니….”

“그, 그러게요. 전 10만 달러 정도로 기대했는데. 너무 예상을 웃도네요.”

“하하, 판타지 아티스트가 아니라, 미라클 아티스트로 바꿔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요.

그림까지는 대박으로 봤는데…. 이대로라면, 총액수로는 진짜 미라클이 되겠습니다.”

“에이 너무 띄우시면 떨어질 때 저 다칩니다.”

“어머, 그림은 나 간 떨려 못 볼 거 같네.

벌써 얼굴에 열이 나서 미치겠어.”

손부채질하는 조민희다.

첫 번째 그림은 ‘I still have to go’다.

시작가는 10만 달러였다.

급하게 오르지는 않고 있지만,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30, 35, 45, 70, 120, 220!

누가 120에서 100을 더 질러 버렸다.

“자 없습니까? 220 나왔습니다!

세 번 부르는 동안 더 나오지 않으면 이 금액으로 낙찰되겠습니다!

-220! 220!”

“320!”

“헉! 누, 누구지?”

“자! 320! 나왔습니다. 320! 320!”

“420!”

“우와와!”

“다른 분들은 조용히 해주십시오! 420! 나왔습니다. 420! 420! 없습니까?”

“420!”

“네! 420!으로 낙찰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고액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림의 효능으로 따진다면….

한국에서도 유 회장에게 판 120호 정도 크기가 7억 정도로 계산되지 않았는가?

7억이면 약 78만 달러다.

120호 크기의 그림이 200호가 돼서 5배 조금 넘는 정도가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방송으로 이슈몰이가 된 그림은 저 그림이 아니었다.

드디어 ‘Mom and I, and dream’이 나왔다.

같은 작가의 그림임에도, 시작가는 30만 달러다.

-30! 50! 100! 200! 300! 500! 700! 900!

“헉! 뭐지? 저 그림이 차이가 왜 이리 커?”

“아들! 무슨 그림 값이 저래?”

“그, 글쎄요. 너무 과한 거 같네요.”

태월은 앞의 그림 가격 정도로, 이번에도 낙찰되리라 생각했다.

물론 지금 그림에 더 많은 영기가 들어간 것은 맞지만, 남들이 알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저 그림으로 기적을 본 사람들이 많았다. 미리 자신의 아픈 몸을 알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

-1,100! 1,300! 1,500! 2.000!

“자!! 2,000 나왔습니다! 하아 이거 미라클이네요! 자 또 없습니까? 2,000! 2,000!”

“2,500!”

“아! 2,500! 나왔습니다. 없습니까? 두 번 더 부르겠습니다. 2,500! 2,500!”

“2,500!!”

“낙찰되었습니다. 2,500!! 입니다.

저희 올해 크리스티 경매 최고가입니다!”

아직 다른 경매품이 몇 개 더 남았음에도 분위기가 술렁댄다.

그리고 절반 정도가 자리를 뜨려고 한다.

“아, 아들!! 이거 대체 무슨 일이래!!”

“아! 엄마! 저도 정신이 없어요!”

“하하하! 오늘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온몸이 환희로 막, 막 떨려 오는군요. 이런 걸 카타르시스라고 하나요? 아하하하!”

당사자들보다 더 흥분한 사람은 알베르토였다.

몸이 더운지 와이셔츠 깃을 다 풀어놓고 있었다.

30분 정도가 더 지나자, 마지막 경매까지 다 끝났다.

202호 관람실의 뒷문이 열리고, 크리스티 직원 하나가 고개를 숙여 보인 후 다가온다.

“사무실로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셋이 함께 가도 되는 것이죠?”

“아, 한 분은 보호자고, 다른 분은….”

“안 된다고요?”

“아, 아닙니다. 세 분 다 따라오십시오.”

굳이 알베르토가 따라갈 이유는 없었지만, 태월이 느끼기에 알베르토의 표정은 가고 싶어 했다.

아마 이걸 무슨 역사적 순간이라 여기는지, 그걸 눈에 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직원을 따라 3층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하하! 어서 오십시오. 오늘 많이 놀라셨죠?

저희도 예상 밖의 일들이라서, 아직도 흥분되는군요. 축하드립니다.”

“아, 고맙습니다.”

“자, 이런 건 덕담 오래 한다고 좋아할 이유가 못 되겠죠? 일단 제일 중요한 정산부터 하지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뒤에 있는 직원에게 손짓하자, 서류를 가지고 온다.

“금화 A 150만 달러, 금화 B 750만 달러.

그림 A 420만 달러, 그림 B 2,500만 달러.

총합계가 3,820만 달러입니다.”

“3,820...”

“그리고 수수료는 원래는 ▲5백만 달러 이상의 경우 경매가의 2%▲3백만~5백만 달러의 경우 4%▲10만 달러까지는 10%입니다.

원래는 각각으로 적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총액으로 해서 인정해드리겠습니다.

3,820만 달러의 2%인 76.4만 달러입니다.

37,436,000달러를 받게 됩니다.”

“그럼, 여기로 해주세요.”

태월이 내민 메모지에는 한미은행의 통장번호와 은행 코드가 적혀있었다.

조민희가 복권 관련하여 한미은행 통장을 미국서 만든 이후에, 한국으로 돌아와 아들 것도 만들어준 것이다.

이 통장은 다른 나라의 화폐로도 입출금이 되는 통장이었다.

37,436,000달러는 한화를 900원으로 봤을 때, 약 337억 정도인 큰 금액이다.

고생한 알베르토를 위해 뭐라도 해주려 했으나, 사진을 같이 찍는 것과 사인 한 장만 요구할 뿐이다.

태월과 민희는 로마에서 직항로로 김포공항으로 떠났다.

20일간의 이탈리아의 외유였지만, 몇 년 만에 집에 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다사다난했다.

“아들, 엄마는 다신 외국에 안 가련다.”

“가까운 곳은? 두세 시간 거리도 있는데요?”

“그럼, 취소 정정! 8시간 넘는 데는 안 간다.”

“어, 저기, 너네, 아빠 오네.”

“여보! 보고 싶었어! 고생 많았지? 어디 아픈 데는 없고? 밥은 먹었어?”

“응….”

“헛, 질문이 몇 갠데, 딸랑 ‘응’ 하나야?”

“나 지금 피곤하거든? 빨리 짐이나 실어.”

“태월아, 고생했지? 그 짐 일루 줘.”

승철의 차에 짐을 싣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태월이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 안녕하세요? 협회장님!”

“하하, 판타지 아티스트! 태월 군 오랜만이야.

그리고 그랑프리 축하해!”

“흐흐, 고맙습니다. 덕분에 이탈리아 로마 구경은 실컷 했어요.”

“공항이 왜 이리 조용한지 알아?”

“그게 무슨?”

“세계 3대 비엔날레야! 그것도 한국인 최초로 도전한 거고. 그런데 우승인 그랑프리야! 기자들이 가만있겠어?”

“어머, 그러고 보니 아무도 없긴 하네요?”

“아, 지금이라도 부를까요?”

“호호호, 아뇨. 그냥 푹 쉬고 싶어요.”

“제가 욕 좀 먹겠지만 그게 대수겠습니까?”

“아니 왜 협회장님이 욕을 먹어요?”

욕먹는다면서도 즐거워하는, 한국 미술협회 협회장 윤지훈이다.

“왜냐면 내일 판타지 아티스트가 귀국한다, 사기 쳤거든! 으하하!”

“네에? 어쩌시려고?”

“어쩌긴, 시차 때문에 착각했다고 하면 되지!”

이탈리아가 한국보다 8시간 빠르다.

한국이 8월 1일 오전 7시이니, 이탈리아는 7월 31일 오후 11시가 된다.

“그나저나, 외신 보니 장난 아니던데?

그런데 한국은 아시안게임 때문에 태월 군의 소식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게다가 CNN에서 국적은 안 밝히고, 동양인이라고만 했으니 긴가민가한 거지.

기자들 외에는 일반인은 잘 모른다고 봐야 해. 얼굴 나온 것도 제대로 없었잖아.”

“아, 그건 오히려 좋네요. 이탈리아에서 좀 질렸거든요.”

“그런데 문교부에서는 널 찾는 것 같던데? 아마 국익을 빛냈다고, 금관 문화훈장을 줄 거 같아.”

“저, 그거 안 받으면, 안 되나요?”

대한민국 상훈법은 개정이 몇 번 이루어졌다.

1973년 1월 25일에 개정된 문화예술과 관련된 최고의 훈장인 문화훈장은 금관, 은관, 보관, 옥관, 회관으로 총 5단계다.

“번거로워서 그런가 보네? 그래도 훗날 생각하면 받아두는 게 좋아. 집안의 명예가 아닌가? 부모님에게도 한번 의견을 물어보는 게 어때?

금관 문화훈장은 최고의 예술인상이야.

올림픽 금메달만큼의 가치가 있지.”

“엄마! 나 그 훈장 받는 게 좋아?”

민희와 승철의 표정이 묘하다.

“어…. 응….”

“아빠는?”

“음음, 뭐, 준다는데 굳이 안 받을 이유가….”

“어휴, 만일 준다면 받을게요.”

“우리 협회에서도 줄 건데. 이건 꼭 받아줘.”

“네….”

슬쩍 얹어가는 협회장 윤지훈이다.

협회장에게는 며칠 내로 들르기로 하고, 집으로 출발하였다.

점심만 대충 먹고는 온종일 자는 민희와 태월이다.

다음 날 태월은 민희와 회사로 출근했다.

태월의 경매 대금을, 회사로 전액 지분투자 하기 위함이다.

자본 규모 자체가 커짐에 따라, 회사에도 법률과 세무 관련 전담 부서를 두었었다.

경매 대금 337억에 기존 자본금 50억이 더해지니, 직원들이 바빠졌다.

법인 지분도 변화가 생겨, 태월이 92%의 주식을 소유하게 되었다.

법무팀 팀장으로 변호사 출신을, 재무회계 팀 팀장으로 회계사 출신을 채용했다.

그 둘을 포함하여 부장급들이 모두 모인 것이다.

“아직은 국회 논의만 있지, 골동품 경매는 현재까지 세금이 없습니다.

비자금에 대한 말이 많을 뿐, 실제로 법으로 확립하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입니다.”

“그럼, 태월 군의 경매자금도 이참에 전액 회사로 이동시킬 수 있겠군요.”

“그런데 경매 대금이 이렇게나 많습니까?”

“크리스티 경매회사에서 넘겨받은 자료 그대로니,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죠?”

태월이야 별로 아는 게 없으니,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구경 중이지만.

조민희는 대표이기에 책임감을 느껴선지, 꽤 적극적이다.

문제점에 대해서는 두 팀장이 머리를 맞대며 이를 보완해 나갔다.

“이 자금으로 강남 쪽 땅들을 우선 매입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미분양 아파트를 시공사와 딜을 해서 일괄 매입하는 방향으로 잡아주세요.

또 임대사업을 위해 빌딩 쪽 구매를 일단 30%만 하시고, 나머진 그 계획대로 추진해주세요.”

회의는 2시간 만에 끝이 났고, 맡은 임무를 수행하러 절반 이상이 외근을 나갔다.

태월이 이곳에서 하는 일은 부동산을 구매하기 전, 그곳의 기운을 살피는 풍수에 관련된 지관 역할을 하고 있다.

노스님에게서 풍수에 관해 기초적인 것을 배우긴 했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땅의 기운을 느낄 줄 알기 때문이다.

-따르릉! 따르릉!

“TW 투자&개발입니다. 총무부 황호민 대리입니다. 네? 어디시라고요? 청, 청와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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