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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31화 (31/250)

31화. 천년 묵은 투명해파리

난파선 중에서 침몰선인 그 배는 해류로 인해, 섬 쪽으로 많이 이동되어 있는 상태였다.

쓸만한 물건은 잠수부들에 의해 대부분 이동했고, 잡다한 물건들만 배 안에 흩어져 있을 뿐이다.

‘배까지의 거리는 대략 10m는 되겠어.

만일 악귀라면 6m까지 접근해야 처리할 수 있는데. 거리가 애매하다.

저리로 가면 제재를 받을 텐데. 부모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과거 4m에서 늘어났기에, 그나마 6m다.

‘그런데 왜 문신이 욱신거리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일행들과 행동을 눈치껏 같이 하고 있지만, 온통 신경은 난파선에 가 있었다.

팔이 점점 욱신 조여올 무렵, 난파선에서 귀신 하나가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깜짝 놀란 태월은 자신도 모르게 한발 물러섰다.

다른 귀신과 달리 느낌도 이상했고, 뒤에 사람들이 있어 어찌해야 할지 결정을 못 했기 때문이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네. 그런데 자네는 역시나 내가 보이나 보군?’

“웁웁!”

‘물속에서 산소 호흡 중인 상태일 테니, 말하기 힘들 걸세. 그런데 그거 아나? 귀신인데 육신이 있다고 보나? 정신체인데 왜 입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여긴 거지? 정신을 집중해보게. 그리고 나에게 뜻을 전하는 의지를 보내게. 그게 바로 텔레파시네. 자네는 그럴 능력이 있어.’

귀신임에도 눈이 붉지 않았기에, 악귀는 아니다. 그리고 눈이 푸른색이다.

‘어? 가만 보니 낡긴 했지만, 사제복인가?

손에 들린 푸른빛은 묵주?’

악귀는 아니기에 일단은 그의 말대로 해보기로 한다.

그에게 뜻을 전한다. 정신에 의지를 세우고 오로지 의념으로 생각을 전했다.

‘아, 이런다고 하루아침에 될 리가….’

‘하하, 역시 뭔가 다르군. 잘 들리네.’

‘헛! 이, 이게 되네요? 다른 귀신들은 말로 해야 하던데.’

‘뭐 영혼마다 다르지 않겠나? 익숙해지면 뭐든 되네. 아, 내가 궁금하겠군.’

‘그런데 누구시죠? 악귀는 아니신데. 왜 천도는 안 하고 여기 난파선에서…. 그런데 입으신 게 사제복이 맞나요?’

‘천도? 하하 인제 보니 불교와 연관이 있나 보네. 맞네, 난 구마 사제 홀레오라고 하네.’

천주교에는 과거에 구마식을 거행하는 사제의 자격인 구마품이라는 직책이 있었으나, 1972년에 공식적으로는 폐지하였다.

그러므로 현재는 구마사제를 배출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전부터 구마품에 있었던 사람이 비공식적으로 구마사제라고 칭할 뿐이다.

‘이 침몰선에 타고 있다가, 나 또한 죽음을 맞았네. 그런데 이 침몰선이 왜 생겼는지 아는가? 지상에선 어떻게 판단했을지는 모르지만, 악령의 소행이었네.

선장과 항해사가 악령에 침범당해 미쳤지.

그리고 암초에 바로 돌진해서 배를 침몰시켜 버렸어.

그래서 내가 지금도 하늘로 못 가고 있는 것이고.’

‘네? 그게 무슨….’

‘비록 나도 혼령이 되긴 했지만, 명색이 구마사제 아닌가?

더구나 그 악령은 상상을 초월하네.

그대로 두면 이곳 카리브해가 온통 죽음의 바다가 될 거야.

더군다나 여기서 죽은 자들의 영혼을 그놈이 갈취하고, 이젠 날 노리고 있지. 그

래서 오랫동안 홀로 싸우는 중이네.’

‘저기, 언제 돌아가신 건데요?’

‘글쎄, 몇 년 된 것 같은데, 이 안에 있으니 시간은 잘 모르네.

점점 나도 영혼력이 줄어드는 걸 느끼는 중일 뿐. 이대로는 한 달 정도밖에 못 버틸 거네.’

‘왜 그 악령은 몇 년씩이나 줄기차게 신부님을 노리는 거죠? 바다에 혼령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닐 건데.’

‘최근에야 나도 그걸 알았네. 저놈이 노리는 게 내가 아니라 이 묵주네.’

‘네? 그 묵주로 뭘 하려고?’

‘내가 보기엔 저 악령은 심해에서 올라와, 수백 년 정도는 바다를 돌아다녔어.

그리고 떠도는 영혼을 먹어 치운 거 같아.

예전에, 같이 악령 퇴치를 한 적이 있는 스님이 있었지.

그때 들은 이야기론 영혼을 먹어서 축적하는 경우는, 스스로 영혼의 격을 높이려는 이유라고 들었어.

그런데 저놈은 그걸 수백 년 정도는 했잖아.

그러니 거의 반신에 버금가는 영혼력을 갖췄을 거 아닌가?’

‘헉! 수백 년이나요?’

‘그런데 몇 년간 지켜본 바로는 저놈도 미치려고 하는 거 같아.

감당 범위를 넘어선 거지. 폭주하기 전에 이 묵주를 이용해 진정시키려는 것 같았어.

사실 이 묵주가 특별한 것이네.

바티칸의 비밀 성물 중 하나였거든.’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게 강한 악령이면 신부님과 묵주를 통째로 삼키면 되지 않나요?’

질문이 이상하기는 해도 알아야 했다.

‘하하, 저놈이 악령이긴 해도 가끔 대화도 해보거든? 지금처럼 텔레파시로 말이야.’

‘아….’

‘나이는 천년은 먹었고, 말을 살짝 꼬아서 하긴 하는데.

묵주를 그대로 삼키면, 안에서 터져 자신이 죽나 보더라고.

결국 자신이 축적해놓은 영혼 에너지 정수를 밖으로 보내, 이 묵주에 정화시켜야 하나 보던데.’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시기에, 만나러 오신 거죠? 뭐를 느꼈는데요?’

‘자네 그 팔에 있는 문신과 이 묵주가 반응하더라고. 그건 불교 쪽 성물인가?’

‘아, 아니요. 저도 어떻게 생겨난 건지는, 저도 모르고 있어요.’

‘음, 그것참. 그런데 그거 악령하고 천적인 건 맞지?’

‘네, 이 문신이 악령을 쫓아가 잡아먹어 버려요. 꿀꺽 삼키더라고요. 그러고 나면 에너지가 늘어나요.’

‘아! 저 악령이 하는 방식하고 비슷하네?’

잠시 생각에 잠기는 홀레오 신부다.

그사이에 태월은 주변을 유영해 본다.

자율 연습 중이라 그나마 간섭이 없는 상태다.

‘내가 어차피 오래 못 버텨. 결국 저 악령이 원하는 대로 되고 말겠지. 그럼 이렇게 해보세. 자네 문신을 믿고 이 묵주로 유인하자고.

내가 기력이 다한 척 묵주를 떨구면, 저 악령이 에너지 정수를 묵주에 보낼 것 아닌가?

그때 통째로 삼켜 버리게,

그럼 정수가 소멸하겠지. 실패한 적 있는가?’

‘실패는 안 해 봤어요. 그런데 귀신이 심해까지 들어가기도 하나요? 거기서 나왔다길래.’

‘아! 내가 그 말을 안 했군. 그 악령 사람이 아닐세. 거대한 해파리일세.’

‘네?? 해, 해파리요?’

동물 악령을 처음 알게 된 태월이다.

더구나 반신을 꿈꾸다니….

‘대한 투명해파리일세. 한 10m는 되던데.

자신의 몸을 주로 투명하게 만들어서 다니지.

육체적으로 공격은 대단하진 않아. 문제는 정신공격에 특화되어 있어. 고래하고도 싸우는 걸 봤는데, 정신공격으로 죽이더군. 뇌파 공격 같은 거 말이야. 인간의 영혼을 축적해와서 그런지 인간보다 지능이 높은 것 같더라고.

뭐 요즘은 조금 미치는 중이라 정신이 산만하지만.’

‘수백 년간 그 짓을 했고, 더구나 반신을 꿈꿀 정도면. 대체 영혼을 얼마나 먹은 것일까요?’

‘글쎄, 수만 명은 넘지 않겠는가? 아니 더 되려나? 여기서 얼마나 시간을 낼 수 있는가?’

‘글쎄요. 한 20분까진 가능할 것 같아요. 저기 난파선에선 안 되고요. 저 바위 뒤쪽으로 유인 가능할까요? 거기가 공간도 넓고 사람들 시선도 적잖아요.’

투명하게 다니니 사람들에게 안 띈다고 해도, 여파가 생기면 안 되기에 그러는 것이다.

‘알았네. 그럼 지금 유인해 오겠네. 준비하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부모님을 찾아 수신호를 했다.

저쪽 바위 쪽으로 잠시 다녀온다는 뜻이다.

눈의 시야를 벗어나는 거리는 아닌지라, 민희와 승철은 고개를 끄덕인다.

‘헉!! 엄청나게 어마어마한 귀기가 느껴지고 있다. 허억! 저건가 보네?’

투명하긴 한데, 귀신과 투명의 중간쯤으로 보인다.

저러니 사람 눈에 안 보였으리라.

뇌파 공격이 주공격이라 하니, 혹여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귀를 에너지로 덮었다.

홀레오 신부가 거대 해파리를 상대로 장엄구마를 펼쳤다.

5분 정도를 그리하다가, 기력이 쇠진한 모습으로 털썩 주저앉으며 묵주를 떨군다.

신부에게만 신경 쓰다 보니, 주변에 강습받는 사람들에겐 그리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부작용으로 판단 능력이 흐려진 거대 해파리는, 입을 벌려 볼링공 크기의 회색 구슬을 내뱉었다,

거대구슬은 묵주로 날아가더니, 그 위에 안착했다.

바로 지금이다!

‘가랏!’

-쉬 아악!! 커? 커커컥! 끼아아아악. 끼아악.

-꾸울꺽! 꺼어어억!

잘 먹었다는 듯 트림까지 내뱉는 도깨비다.

-촤아악!

갑자기 최후의 발악인지 거센 해류가 태월의 몸을 사정없이 쳐왔다.

급히 땅을 구르며, 피하긴 했지만, 바닷속이고 장비까지 갖춘 상태라 어설펐다.

-퍼퍼퍽! 퍽!

다행히 몸 옆으로 맞아서인지, 수중 장비가 망가지진 않았다.

몸은 휘청거리고 쓰러지기 직전까지 갔다.

또 속은 울렁거리고 옆구리도 꽤나 아팠다.

‘아니! 물리적 힘은 그리 없다며!’

자신의 힘이 한 번에 전부 사라져서인지, 해파리의 뇌파 공격은 없었다.

단지 힘없는 비명만 질렀을 뿐이다.

해파리 자체는 귀신이 아니기에, 입맛에 안 맞는지 먹진 않았다.

그러나 그 구슬로 인해 해파리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에너지 원천이 사라져서다.

또한 이유는 모르지만, 해파리는 죽어도 빛을 내거나 천도하지는 않았다.

아니 했는지는 모르지만, 태월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갑자기 문신이 계속 떨기 시작한다.

그러니 태월의 팔도 떨릴 수밖에 없고.

‘뭐, 뭐야 이건 또!’

-우, 우웩!

별안간 헛구역질을 문신이 하고 있다.

문신의 입이 커다랗게 벌어지더니, 지름 20cm 크기의 푸른빛 구슬을 내뱉었다.

그러고도 문신은 계속 움찔움찔한다.

태월은 문신이 뱉어낸 그 푸른빛 구슬을,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주워들었다.

그 순간 홀레오 신부의 말이 들려온다.

‘그 구슬이 묵주까지 삼킨 자네 문신에서 나오던데, 혹시 그거 정화되어 나온 것 아닐까?

악한 느낌은 전혀 나지 않고, 오히려 성스러운 느낌이 나네.

어디에 어떤 용도일지는 나도 모르지만.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한 듯하네.

나도 이제 천주님이 계신 곳으로 가야겠네.

잘 있게.’

‘아, 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광명진언을 신부에게 하기 애매해서 생략하고 합장만 했다.

그래도 그게 성불 의미인지, 한 줄기 빛이 태월에게 왔다.

어떤 신부가 구마 의식을 행하고 있다.

눈이 붉은 남자는 침대에 묶여있었고, 그 앞에서 성수를 뿌리고 있다.

악령에게 이름을 묻고, 또 이름을 묻고.

지친 악령이 이름을 내뱉자, 그때부터 그 악령을 지옥으로 몰아넣기 시작한다.

성부, 성자, 성령에 임하게 한다.

악령을 향해 윽박지르는 그 신부의 얼굴이 태월의 얼굴로 변해갔다.

‘헉! 웬 구마 의식? 종교가 다른데? 이게 재능으로 이어진다고? 아니, 뭐 이런.’

불교는 절대 신이 없다.

거부감까진 안 들지만, 이 상황이 이상하긴 했다.

‘뭐, 어차피 귀신 내보내는 건 같으니….’

자신이 아직도 들고 있는 푸른빛 구슬을 멍하니 보는 태월이다.

도깨비는 삿되고 악한 것만, 먹이로 삼는 것 같았다.

‘이 속에 수만 명의 영혼이 정화됐단 소린가? 그럼 천도를 해야 하지 않나? 진언이라도 해봐야겠어.’

‘옴 아모카 바이로자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를타야 훔!’

광명진언을 읊조리자,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어어? 천도가 아니네? 이, 이거 왜 이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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