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9화 (29/250)

29화. 난파선의 금화 7개

물 깊이는 성인 허리 높이 정도였다.

그러기에 저 자리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게,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되는지라 관망하는 상황이었다.

단지, 태월만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고.

물귀신 하나가 물속에서 잡아당기고 있기에 저런 사태가 온 거다.

‘아 이런 깊이에도 물귀신이 다 있네.

이대로 가면 저 아줌마가 위험해.’

그 여자의 행동에 호기심이 충만한 아이처럼 근처까지 갔다.

그리고 왼팔을 내밀었다.

“가랏!”

-쉬 아악! 커커컥 컥!

한 방에 저항도 제대로 못 한 물귀신은 소멸하였다.

“아주머니? 발에 쥐 났어요?”

“어? 어어…. 잘 몰라 누가 막 잡아당기더라고.”

“몸이 피곤하셔서 그러신 거 같은데, 오늘은 들어가 쉬시는 게 어때요?”

“아유, 그래도 관심 가져주는 건, 꼬마 신사밖에 없구나. 네 말대로 좀 쉬어야겠어.

이상하게 소름도 돋고, 다리에 힘도 빠졌어.

고마워! 꼬마 신사!”

남자 하나가 대형 금고 앞에 서 있다.

옆에 선 일행 하나가 뭐라고 떠드는데, 신경도 안 쓰고 있다.

청진기 같은 것을 금고에 대고 돌리면서, 작은 핀들을 꺼내 조작을 하고 있다.

30분 정도가 흐르자, 문이 열린다.

그는 더는 그곳에 있지 않고 바로 나온다.

늦은 밤 그는 또 움직였다.

빈집만 골라 잠금장치를 열고, 무언가를 가지고 나온다.

낮엔 열쇠공이고 밤엔 털이범이었다.

‘헐! 하다 하다 털이범 재능까지 오나?

집 열쇠 잃어버렸을 때, 쓰면 되긴 하지만.’

“아들? 안 오고 뭐 해? 수상택시 오잖아.”

“아, 알았어.”

케이맨 제도는 독립된 3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랜드케이맨과 리틀케이멘, 케이멘브랙이다.

그랜드케이맨에는 국제공항이 있고, 나머지 두 개의 섬에는 소규모 공항들이 자리한다.

각 섬 간에는 수상택시로 이동을 하는 것이고.

그랜드케이맨과는 동서로 160km 떨어진 두 섬이지만, 그 두 섬 간의 거리는 불과 8km로 가깝다.

수상택시는 바다를 날다시피 달리다 보니, 중간에 신호등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상당히 빨랐다.

제일 작은 섬인 리클케이멘이 좀 더 낭만적이고, 케이맨브랙에는 난파선들이 종종 보였다.

“에이, 여기 그랜드케이맨과 크게 다를 바가 없잖아. 놀기는 그랜드케이맨이 더 나은 것 같네. 다 둘러본 것 같으니까. 다시 돌아가야지.”

“호호호, 진작 알았으면 오지 않을 걸 그랬어.

시간 소모가 너무 커. 아들은 뭐 더 있고 싶어?

아까부터 난파선에 기웃대더니만, 난파선엔 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대로 돌아가죠. 그래도 바다를 시원하게 달리니 속이 뚫리긴 해요.”

사실 태월은 거기서, 두 명의 귀신을 처리하고 온 것이다.

‘난파선의 유령이랄까? 눈 빨간 것들이 좋은 의도로 있을 리 없잖아.’

둘의 직업이었으리라 짐작되는 능력이 태월에게 왔었다.

‘잠수부와 항해사라. 난파선의 운명과 같이했으려나. 눈은 왜 빨개진 건지 모르겠네.’

“그런데 아들 손에 있는 그건 뭐야?”

“하하, 옛날 동전 화폐인 거 같아요.”

태월은 항해사를 소멸시킨 후, 도망가는 잠수부를 쫓았을 때.

그가 숨어 있던 장소에서 찾아낸 것이다.

색으로 봐서는 혹시나 금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7개나 되었다.

아직은 지저분해서 확실하지 않았다.

주변을 샅샅이 더 뒤졌으나, 그게 전부였다.

“오? 그럼 진짜 보물선이었어?”

“호호호, 그거 색이 누런 게 혹시? 금화일까? 아님, 구리 돈?”

“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확인해봐야 할 거 같은데.”

“어머, 그거 진짜 금이면, 오히려 조심해야 해. 더구나 골동품이면….

남들에게 함부로 보이진 말아야지.

일단 가방에다 넣어놔!”

“네, 그리할게요.”

백팩으로 메고 있던 가방을 열어 7개를 집어넣었다.

“우리 아들은 진짜 행운의 사나이라니까.

빙고도 맞추고, 더구나 난파선에서….”

기특한지, 엉덩이를 두드려주는 민희다.

“아들? 네 아빠에게 한 개라도 주진 말아.

저 양반이 술 한 잔 들어가면, 지인들에게 자랑한다고 보일 수도 있어.

청계천 난전에서 옛날 훈장 하나 비싸게 사와 놓고는, 그걸 지인들에게 뻥 치고 다녔다니까. 호호호, 그런데 그거 모조품으로 들통났다는 거 아니냐.”

“흠흠, 아니 뭐 다 지난 일을 가지고, 새삼스레 애 앞에서 꺼내고 그래.”

애 앞에서 신랑 흉보는 건 안 하는 게, 교육상 좋다는 것은 알고 있는 민희다.

그런데 그게 반복되니, 정신 차리라고 의도적으로 지금 이러는 것이다.

“뭐가, 지난 일이에요? 요번에도 마패 산 거 모를 줄 알아요? 그거 예전에 교육용으로 문교부에서 만든 게, 꽤 시중에 풀렸다던데.

당신 또 그 모조품 산 거 아녀요?”

“어? 그. 그래?”

“쯔쯔쯔…. 니, 아빠 어쩌면 좋니. 아마 한 달 치 용돈 다 주고 샀을 거다.”

“뭐, 그! 그 정도는 안 주고 샀다.”

“어머, 그럼, 보름치는 줬나 보네?”

“어? 어, 어떻게 알았어?”

태월에겐 엉덩이를 두드려주더니, 승철에겐 등을 두드려줬다. 스매싱으로 강도가 달랐지만.

조지타운은 케이맨 제도의 수도이다.

인구의 절반이 이곳에 살고 있으며, 그랜드케이맨에서 제일 큰 도시다.

조지타운은 은행만 600여 개로, 케이맨 제도의 금융산업을 대표하는 곳이다.

조지 타운은 관광이 발달해 있고, 유람선 외에도 리조트, 호텔, 세금이 없는 은행(해외 은행) 등이 많이 모여 있다.

이 마을에서 5층보다 높은 빌딩의 건설은 법률로 금지되어 있다.

“요기 국립박물관이 한때, 감옥과 법정으로도 쓰이고 예배당과 댄스홀로도 쓰였다고 하네.”

“그럼, 오래된 귀한 골동품은 별로 없겠구먼.”

“어머, 골동품 사랑은 여전하시네요?”

민희의 한마디에 괜히 찔끔하는 승철이다.

해안가에 자리를 잡은 박물관은 공예품, 예술품 및 기념품을 보관하고 있었다.

승철의 말대로 역사적인 유물은 그리 없었다.

섬의 역사와 무역산업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게, 방문 성과라고 할 수 있으니.

그곳의 컬렉션은 14피트의 전통적인 수제 캣보드, 가정 및 선박용품, 예술품, 자연사 표본을 포함한 8,000여 개 정도였다.

바다가 있는 해안을 따라 5분 정도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공예품을 파는 난전들이 즐비하였다. 주변에 있는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상설 시장으로 있긴 해도, 유람선이 오면 대대적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보이는 게 전부 포장마차다.

관광객을 상대로 그들이 먹고산다는 의미였다.

“어머, 이 목각인형 귀엽다. 이거 한 쌍 사야겠다. 그런데 당신은 뭐 고르는 중이야?”

“어? 이곳 초창기 원주민이 쓰던 램프라길래, 기념 삼아 사려고.”

“응? 당신 영어 못 알아듣는데, 그 정보는 어디서 들은 건데?”

“무, 무슨 소리야? 나도 알아는 듣는다고.”

“아들? 이거 통역해서 정확한 걸 물어봐.”

태월은 그 난전 주인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아빠? 그냥 기념으로 사시면 되겠어요.

진짜 그 당시 램프는 아니고요. 그 램프 디자인으로 만든 관광상품이라네요.”

“헛! 난 그럼 안 살래.”

가이드를 따라가니, 케이맨의 역사를 알려주는 다채로운 벽화가 보인다.

그걸 지나가면 케이맨 제도 개선에 기여한, 500명의 케이맨인이 나열된 영웅의 광장과 명예의 탑을 볼 수 있었다.

조지 5세를 기리기 위한 시계탑도 있었고.

“아들? 식물원은 패스해야겠다.

노스사이드에 있어서 차로 45분 걸린다던데, 왕복만 해도 시간이 늦겠어.

이곳의 차량은 40킬로 이상은 못 달리게 한단다. 이제 1시간 정도밖에 안 남았거든.”

환경보호를 위해 자동차의 속도 제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일정을 조율해서 뒤로 미뤄놨던 식물원 관람인데,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럼 이참에 우리 태월이 수영을 배우도록 할까? 스노클링은 시간이 애매하잖아.”

“흐, 좋아요.”

“어머, 그럼 나도 해야겠다. 난 수영장에서만 해봐서, 바다 수영은 좀 다를 것 아냐.”

“하하, 수영하면 이 아빠지! 내가 과거에 군에 있을 때, 5킬로 왕복으로 일등 해서, 포상 휴가까지 나왔다니까.”

“여보? 당신 육군 나와서 매일 철책에서 경계근무나 섰다는 걸 내가 다 알고, 주변 사람들도 다 아는데. 또 무슨 뻥이래?”

“그, 그만큼 수영을 잘했다. 이거지. 아 날씨가 덥네.”

민망한지 손부채질을 몇 번 하는 박승철이다.

“어? 아들? 수영을 언제 따로 배웠었어?”

“아, 하다 보니 쉽네요.”

“어머, 아들 진짜 신기하다. 뭐든 다 잘하네.”

난파선에서 만난 그 잠수부 귀신의 능력으로 수영이 쉬운 것이다.

처음에만 조금 어색하다가 지금은 자연스럽다.

“그, 그런데 당신 비키니는 왜 입은 거야?”

“왜라뇨? 저기 관광객들 다 봐요. 나이 많은 아줌마 빼곤 다 비키니지.”

“아니, 저 사람들이야, 거의 20대 30 초반들 아냐. 한창나이니까 그런 거잖아.”

“어라? 그 말은 내가 지금 팍삭 늙어서 이런 거 입으면 흉하다 이거?”

“아, 아니. 그 말이 아니라, 너, 너무 노출이 심해서 그런 거야. 다, 다른 뜻은 없어.”

뒷걸음치는 승철을 향해, 한쪽 오리발을 벗어들고 겨냥하고 있는 민희다.

민희가 실제론 애를 낳은 적이 없었고, 몸매 관리도 잘하는지라.

40대 초반으론 보이지 않는 체형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대단한 미인은 아니지만,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이쁜 아줌마 소리는 들을 정도는 된다.

그렇게 두 번째 기항지인 그랜드케이맨섬의 일정이 끝나, 태월 가족은 크루즈로 돌아갔다.

식사 후 피아노 연주를 마치고 돌아온 태월은, 가방에 넣어둔 동전 화폐를 꺼냈다.

흙과 잡다한 이물질이 묻어 있는 것들이라, 칫솔로 살살 문지르고 천으로 닦았다.

동전은 두 종류였다.

1787이라고 제작연도로 보이는 숫자가 있고, 독수리 문양이 새겨져 있다. 뒷면은 산 위로 태양이 뜨는 문양이었다. 그게 4개다.

‘EB? EBORACA, COLUMBIA, EXCELSIOR?

콜롬비아? 콜롬비아 건가?’

그리고 다른 하나는 1933 숫자가 있고, 앞면은 자유의 여신상이 뒷면은 양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독수리가 있었다.

이 금화가 3개였다.

‘UNITED STATES OF AMERICA,

TWENTY DOLLARS

이건 1933년 미국 금화네, 나라 이름까지 찍혀 있는 거 보면. 음, 20달러짜리 금화라. 이거 아주 오래된 금화는 아니네? 53년 전이니.

흠, 그런데 둘 다 금화가 맞나? 이걸 누구에게 물어보지? 세계 주화 도감 같은 책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 금값이 얼마더라….’

난파선의 보물을 건진,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 태월이다.

보물섬이니 해적 선장이니 하는 동화책이 많지 않은가.

다음 날 저녁쯤이 되자, 마지막 기항지인 멕시코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코즈멜에 도착을 하였다.

‘어? 여긴 귀기가 여러 군데서 느껴지네?

최근에 침몰 사고라도 생겼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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