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탤러해시와 월트 디즈니 월드
세금에 승철과 민희는 너무 놀랐다.
“아니 어떻게 계산되기에 그렇게 돼? 그럴 거면, 세금 미리 빼고 당첨금 공표할 것이지.”
“여기 제가 적어 놓은 것이 있어요.”
플로리다 외에도 몇 개 주는 복권 수령금에서 주세를 면제시켜준다.
그러나 대다수 주는 주세를 적용하기에, 실제 받는 돈은 그보다 훨씬 줄어들게 된다는 의미다.
복권발행사에서 37.8%의 세금을 기금 혹은 수수료로 먼저 차감한다.
남은 금액에서 연방정부가 37%를 소득세로 부과한다.
그래서 두 가지를 합치면 62.3%가 된다.
여기까지가 미국서 낼 세금이고.
한국에 오면 국세청과 다퉈야 하는데, 한미조세조약에 따르게 되면.
발행국인 미국에 이미 냈으니, 낼 세금이 없는 거고.
조약이 적용 안 되면, 종합소득세가 된다.
5억을 초과하였으므로 최고 세율인 42%를 내게 되는데, 미국서 이미 37%를 냈기에 남은 5%를 추가로 내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태월의 부모가 타게 될 돈은, 당첨금 148억에서 48억이거나 55억쯤 된다.
“어휴, 그렇다는데, 뭐 어쩌겠어.
그럼? 그 주도인 탤러해시를 가려는 것도 그 복권 당첨 때문에?”
.
“거기 플로리다 복권위원회(Florida Lottery)가 있거든요.”
“아니, 그럼 그거부터 해야지! 그러다 디즈니 월드서 신나게 놀다 복권 잊어버림 어떡해? 여보, 안 그래?”
“아들? 아빠 말이 맞는 것 같다. 아침에 그럼 탤러해시부터 가자. 거기서 복권 말고 다른 거 보려는 건 없지?”
“네, 거기는 그게 볼일의 전부예요.”
“그럼 어차피 여기 올랜도에서 비행기를 타야 한국 가는 거잖아? 일정에 차질도 없으니, 그리하자.”
아침에 일어난 세 식구는 간단한 조식을 하고, 탤러해시로 가는 직행버스를 탔다.
당첨금 수령인은 조민희로 했는데, 혹여 말실수가 일어나면 안 되기에 그리 한 것이다.
통역 역할은 태월이가 하기로 했다.
탤러해시는 아파치 어로 오래된 마을 혹은 버려진 들판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에스파냐의 식민지였던 이곳은, 1821년부터 미국 영토에 편입되었다,
옛 시대의 고아한 저택이 현대적인 건축물과 조화되어 시가지의 경관이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탤러해시 승강장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택시 기사가 내려준 건물에 도착한 그들은 1층에서 목적을 말하니, 6층으로 안내해 준다.
“어서 오세요?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아, 이분들은 복권 당첨금을 받으러 한국에서 왔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제 어머니입니다.
당첨 확인을 해주시고, 빠른 처리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질문은 저를 통해서 하시면 됩니다.
어머니가 영어를 못하시거든요.”
“오! 그런데 어린 학생 같은데, 영어는 어디서 배운 거야? 아주 유창한데? 얼굴 안 보고 들으면, 미국 시민인 줄 알겠어.”
“흠흠, 한국에서 미국 사람에게 배웠습니다.”
있지도 않은 미국인을 끄집어내니, 흡족해하는 직원이었다.
“역시, 발음이 그래서 좋은 거였군. 자자 부모님 모시고 나를 따라오게.”
구매한 곳을 확인만 하고는 서류작성을 요구했을 뿐이다.
서류는 여권을 복사하는 게 전부였고, 나머진 자필로 기재하는 식이었다.
연금식과 일시불식을 택하라는 선택을 주었지만, 당연히 일시불이다.
처음엔 변호사를 사서 진행할까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에 아는 인맥도 없는데, 신뢰를 쌓지 못한 변호사는 오히려 불안하다 여겼다.
그리고 올라오기 전에 안내해 준 직원에게 물으니,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한다.
하긴 한국에서도 복권 당첨되었다고, 변호사 선임은 하지 않지 않은가?
다행히 태월의 유창한 발음 덕분에, 손해 보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발행처에 내는 기금인지 수수료인지는 삭감되어 계산되었다.
그리고 주세는 면제고, 다만 연방정부에 내는 소득세를 내년도에 내야 할 부분까지 37%를 선납하니 깔끔하게 처리된다.
통장개설 서류를 팩스로 주고받아 한국에 있는 한미은행으로 통장을 개설하였다.
한미은행은 3년 전에 세워진 곳인데.
대한상공회의소가 세운 한미금융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합작하여 만든 은행이다.
아직 한국 내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미 합작 은행에 힘을 실어주려는 담당자의 의도가 엿보였다.
개설을 팩스만으로도 가능한지는 모르지만, 편법을 쓴 것 같기도 했다.
태월은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국세청과의 마찰이 염려되었다.
그래서 고민을 하던 중이었는데.
담당자의 행동을 보니, 꼼수가 생각났다.
“한미조세조약이 지금도 지켜지나요?”
“하하, 국가 간 조약을 누가 함부로 허물겠습니까? 그런데 그 조약은 갑자기 왜?”
“저희가 이 당첨금에 대해 세금을 다 낸 것 아닙니까?”
“당연하지요. 미국에서 발행해서 소득이 생긴 것인데, 지금 처리한 것 아니겠습니까?”
“한미조세조약이 양국 간, 세금 관련 아닙니까? 그럼 저희가 한국서 따로 또 낼 이유가 있습니까?”
“원칙으로는 낼 필요가 없지요. 다만, 한국에서는 이 복권을 보는 시각이 어떠냐에 따라. 미묘하게 평가가 다를 수 있긴 합니다만.
양국 간 조약은 엄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희가 이곳에 기부를 만 달러 정도 할 생각인데, 문제는 없습니까?”
한국서 세금 안 내려고 질문을 하는 처지에 기부한다고 하니, 무슨 꿍꿍인가 싶었다.
“하하, 미국이야 기부문화가 열린 곳 아닙니까? 액수가 얼마든 환영합니다.”
“제가 아직 어려서 그런데, 그 조세협정 조약에 관해 한국 국세청에 잘 지켜달라는,”
아이의 생각이 나이답지 않다고 여겼다.
“하하하, 어린 학생이 꽤 머리가 비상하네.
그러니 결국 권고공문을 보내, 세금 더는 받지 못 하게 해달라 이거 아니야?”
“네, 그럼 국세청은 권고가 되니, 꼭 의무사항은 아니더라도 부담을 느낄 것 아닙니까?
미국서도 권고로만 보낸 것이니, 그리 문제 될 것도 없고요.”
복권위원회 사무관인 로버트가 보기에 이 어린 꼬마가,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자네, 장래 희망이 정치가야? 어려 보이는데, 비상하고 싹수가 보여. 아, 좋아. 한국 국세청 정도야, 별 부담은 안 돼! 내가 힘 좀 쓸 테니, 기부금을 올리지? 2만 달러로 하게.”
“아, 감사합니다.”
결국 황당하게도, 2만 달러짜리 권고안이 국세청으로 보내진다.
로버트 사무관은 당돌한 동양의 아이를 위해, 다른 출입문으로 해서 밖으로 나가게 해줬다.
괜히 기부권유자나 종교단체 혹은 부랑자의 눈에 띄면, 곤란을 당할까 염려해서다.
그만큼 태월이가 마음에 든 것이다.
“아들? 그 담당관이란 사람과 왜 이리 오래 대화했어? 전문 용어도 쓰는 것 같던데.”
“여기서는 곤란하고 숙소로 돌아가면 말씀드릴게요. 지금 점심시간인 거 같은데, 식사하러 가요.”
“아휴, 홀가분하네. 당신도 그렇지?”
“하하하, 뭐 후다닥 하니 끝나네.”
식사를 마친 후. 올랜도로 돌아갔다.
“아 오늘은 관광이고 뭐고 심신이 지쳤으니, 푹 쉬자. 어때, 아들?”
“네, 저도 그게 좋겠어요. 한숨 푹 잤으면 좋겠어요.”
“어머, 잘됐다. 이만 가서 씻고 일찍 자자.”
“아, 난 차에서 잘 잤더니, 잠 안 오는데?”
“어휴, 그럼 당신은 저 건너편 건물에 총을 팔더라고요. 거기서 총 한 자루 사서 우리 숙소 앞을 지키세요. 로또 맞은 걸 알고, 따라왔을 수도 있잖아요.”
“어? 알았어. 기다려! 금방 다녀올게.”
“어휴, 진짜 갈려고 했어? 우짠다냐, 저 양반을….”
“......”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자, 전날에 있었던 담당관과의 대화 내용을 알려줬다.
“와, 우리 아들 진짜 똑똑하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어?”
“다 아빠 닮아서. 그런 거지.”
“당신 닮았을 리가 없잖아? 발차기라면 모를까.”
“......”
“꼭 낼 세금은 내야 하지만, 절반 넘게 냈는데도 또 내야 한다면. 좀 그렇잖아요?
우리나라는 복권 세금이 30%도 안 된다고 해요.”
“잘되면 좋겠네, 이천만 원도 안 들여서 7억 샐 것 막는 거 아냐.”
1971년에 개장한 월트 디즈니 월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휴양지다.
올랜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32km 떨어져 있으며, 개발되지 않은 호수, 늪지대의 환경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법의 왕국은 디즈니랜드에 있는 것과 유사한 내용과 시설로 이루어졌다.
신데렐라 성(城), 메인스트리트, 모험의 나라, 개척의 나라, 자유 광장, 환상의 나라, 미래의 나라 등의 테마랜드가 있다.
실험적 미래도시인 EPCOT 센터에는 미래의 세계와 세계 11개국의 모습이 인공호 주위에 조성되어 있고.
각국의 역사·특산품·요리 등이 즉석에서 연출된다.
‘영화의 세계’라는 주제 아래 1989년 세워진, 영화 촌 디즈니-MGM 스튜디오에서는 영화 촬영 장면을 직접 보거나 체험할 수 있고.
할리우드와 뉴욕 거리를 재현한 6개 구역이 있다.
그밖에 6개의 골프장, 포트 윌더니스 캠프장, 베이레이크와 세븐 시리즈의 수상 레크리에이션 시설, 플레저 아일랜드, 동물의 왕국, 쇼핑몰, 호텔 등이 있다.
온종일 사용권을 일 인당 50불을 주고 샀다.
“이야? 진짜 넓네. 끝이 안 보여.”
“아빠, 여기가 무려 삼천만 평이래요.”
“우와 숫자만 들어도 엄청나네. 도쿄 디즈니랜드도 크다던데?”
“그래도 거기는 여기 절반밖에 안 돼요.”
“아들? 이곳에서 제일 유명하고 가고픈 곳이, 매직 킹덤이라며?”
“네! 디즈니의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니까요. 놀이기구의 발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대요.
그리고 디즈니 캐릭터들이 사인도 해주거든요.
킹덤에는 6개의 테마랜드도 있고요.”
“어, 정문까지는 저거 타야 한다고 하더라.
빨리 따라와. 고고!”
조민희가 말한 것은 모노레일이다.
가는 도중에 매직 킹덤 안에 있는 호텔과 호수들이 아래로 보였다.
물론 모노레일을 이용하지 않고, 보트로 입구까지 갈 수도 있다.
입구에 도착하자 지도를 하나씩 챙겼다.
캐릭터들이 입구에 서 있었고, 사인북도 그 자리에서 살 수 있었다.
그 사인북으로 캐릭터들에게 사인을 받았다.
메인도로에 들어오니, 여기저기 눈길이 쏠려 뭐부터 해야 할지 고민 중인 셋이다.
“아, 몰라! 저 모노레일을 타면, 매직 킹덤의 전체적인 걸 대충 볼 수 있을 거야.”
어드벤처 랜드, 프런티어 랜드 쪽을 둘러 미키랜드에 도착했다.
그 후 메인도로로 다시 나가, 신데렐라 궁전, 디즈니 동상을 돌아보았다.
“엄마? 아빠랑 저기 투모로우 랜드로 가서 스페이스 마운틴을 탈 거거든? 패스트 패스를 뽑아 올게.”
“어? 그거 재밌어?”
“응, 엄청 스릴 있고 재밌대요, 줄까지 서야 한대. 그래서 패스트 패스가 필요해.”
스페이스 마운틴을 예약하고는 시간이 남는다.
셋은 투모로우 랜드의 스피드웨이로 갔다.
2인승 자동차가 트랙을 도는 것인데, 덕분에 아빠는 혼자 탔다.
2차선 도로를 핸들을 사용하면서 도는데, 서로 부딪치지 못하도록 레일 보호판이 있다.
그 덕에 좌우로 크게 이탈하지 않는다.
진짜 엔진에 핸들 조작까지 할 수가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소리와 함께 머플러에서 내뿜는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 사람을 흥분시킨다.
드디어 기다리던 스페이스 마운틴을 탔다.
기차가 어둠을 달리며, 우주에 떠 있는 느낌이 들게 해준다. 마치 은하철도 999처럼.
엄청난 속도로 움직인다.
우주 안으로 날아가는 기차에 탑승했다.
승철의 비명이 우주로 마구마구 퍼져나갔다.
새로운 세상을 여행하고 온 판타지 월드였다.
신데렐라 성 광장에서 높이 솟구친 월트 디즈니의 동상도 봤다.
프론티어 랜드의 스플래시 마운틴도 탔다.
리버티 스퀘어의 범선 투어는, 신데렐라 궁전과 프론티어 랜드 사이에 있는 작은 호수 안에서 즐기는 것이다.
범선은 뱃고동 소리를 내며 출발했고, 정글을 지나 톰 소여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어드벤처 랜드 가까운 곳에서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스위스 패밀리 트리하우스도 올라가 봤다.
판타지 랜드와 미키랜드는 만화영화 캐릭터들이 잔뜩 포진해 있다.
사인받는 재미로 일행은 돌아다녔다.
가져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때운 후, 밤에 맞춰 하나하나 월드 속의 불빛들이 켜진다.
신데렐라성 앞 광장에서 ‘Dream along with Mickey’ 공연을 보았다.
스케일이 모든 이를 압도했다.
뮤지컬도 보고 나니, 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삼천만 평이나 되는 곳인데, 귀신이 어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