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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3화 (23/250)

23화. 미국 플로리다주 복권

머릿속 영상이 사라지고 정신을 차리니 눈앞에 낯선 사람이 있었다.

경찰 제복을 입은 아저씨 둘이 서 있다.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네? 무, 무슨 일로요?”

“여기 탄천에서 무당이 굿을 한다고….

그런데 무당은 어디 갔나요?”

“어? 저 혼자거든요. 그리고 무당이라뇨?”

“응? 아기 무당은 아닌 듯한데….

그럼, 여기 이것들은 뭔가요? 상이며 음식들이며…. 어쨌든, 저희야 민원 신고를 받은 것이라, 조사해야 하는데.”

“조 순경? 이거 굿이 아니잖아? 무당 옷 입은 사람이나 방울 같은 것도 없고, 굿을 본다고 하기엔 뭐가 허술하잖아?

그리고 단순히 제사상 같기도 한데?

아닌가? 작지만 기러기도 있고, 신랑 신부 인형도 있어.”

둘의 대화를 듣던 태월은, 자신이 좀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저기 이건 굿이나 그런 게 아니고요.

아는 사람이 죽어서 그 제사를 지내고 있었어요. 죽은 사람의 어머니가 중병에 걸려서 수술을 받는 중이라. 이렇게라도 보내드리려고….”

그러기엔 기러기와 신랑 신부 인형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별다른 증거도 없으니 넘어가기로 했다.

특별히 피해 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분위기가 수상해서 누군가 신고했을 뿐이다.

더구나 미성년자를 상대로 뭘 하기엔 걸리는 것이 많다.

“그럼, 사진만 한 장 찍어 갈게요.

우리가 신고받고 왔었다는 기록은 남겨야 하거든요. 그리고 사진 찍어야 하니, 저기 미니 기러기와 인형들은 치워주세요.”

저것만 없으면, 꼬마의 말대로 제사상이지 않은가? 아마, 화장해서 탄천에 뼛가루를 뿌린 것이라 여겼다.

“네, 바로 치울게요.”

사진을 두 장 정도 찍고 나더니, 김주식 경사가 태월을 쳐다본다.

“그런데 이 물건들, 다 어떻게 할 거예요?

이대로 두고 가면 안 되는 거 알죠?”

“저기, 택시 좀 불러주시면 안 될까요?

버릴 순 없으니 싣고 가려고요.”

“하하, 꼬마야, 현장 정리도 안 됐는데, 우리보고 나가서 택시나 잡아 달라고? 우리가 그렇게 한가해 보이냐? 일단, 보호자 오시라고 해. 이거 너 혼자선 못 치우니, 버리고 갈 거 같은데?”

“어이! 조 순경! 너 지금 뭘 하는 거야?”

“아니, 그렇잖아요.”

“너 박 경장한테 교육 좀 새로 받아야겠다.”

찔끔하는 조 순경을 내버려 두고, 김주식 경사는 태월을 바라봤다.

“집이 어디예요? 아니면 이걸 가져다 놔둘 곳이라든가.”

“아, 신사동 도산공원 쪽에 가져가면 되긴 하는데….”

“아, 그리 멀진 않네. 뭐. 그럼 이 차에 싣지.

어이! 조 순경 뭐 해? 저기 텐트 조립해서 담아.

난 여기 상을 정리할 테니.”

“네….”

어른 둘이 합세를 하자, 10분도 안 걸려 싹 정리가 되었다.

경찰차 트렁크에 박스 두 개가 다시 실렸고, 태월은 뒷좌석에 타게 되었다.

차는 탄천로와 대치동을 지나 도산공원으로 갔다.

도착해서 뒷문을 열려고 했더니, 안 열린다.

“하하, 황당하지요? 내가 열어줄게요.

경찰차는 뒷좌석에선 문을 못 열어요.

범인을 뒤로 태우는데, 안에서 열리게 하면 곤란하잖아요? 내리면 대문부터 열어요.”

“네, 고맙습니다.”

태월은 문이 열리자 잠긴 대문을 열었다.

그리고 재빨리 뛰어가 현관문도 개방하고.

“우와 이거, 집이 굉장하네?

그런데 집 자체에 불이 안 켜졌던 거 같은데?

여기 아무도 안 사는 거 아냐?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저쪽 압구정 xx아파트예요.”

“응? 그럼 이 집은 뭔데?”

“제 작업실 겸 놀이터요.”

“헐, 그, 그렇구나.”

김주식 경사와 조 순경의 월급으로는.

아마 40년은 벌어야 살 수 있을까? 하는 잡생각을 그들은 떠올려보고 있었다.

집 안에 있는 냉장고에서, 음료 두 개를 꺼내 두 사람에게 주었다.

그리고 고맙다고 다시 한번 배꼽 인사를 해주는 태월이다.

그렇게 인정 많은 경사 하나와 싹퉁바가지 순경 하나가, 대민업무를 마치고 잠실에 있는 자신들의 관할로 돌아갔다.

그들 덕분에 이틀은 이곳에 와서, 남은 음식들을 식사 대신 먹게 되었다.

1학기 기말고사는 굳이 준비하지도 않았고, 의도적으로 1문제를 틀린 과목 하나를 제외하곤 전부 만점이었다.

그 덕에 반 친구들과 거리는 더 멀어졌다.

열심히 공부해온 애들 입장에서는, 김빠지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태월의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전에 여주에 있던 절에서 사람이 왔었다.

총무원장이라는데, 여주에 있는 절 소유의 임야 3만 평을 태월의 이름으로 넘겨줬다.

그 덕에 조민희는 온종일 그 일만 보러 다녔지만, 그래도 기쁜지 미소가 한가득하다.

물론 태월은 가보지도 않고, 사진으로만 봤다.

작은 하천도 있고 높지 않은 야트막한 산이다.

“엄마? 제 여권 가방에 넣었어요?”

“그럼, 이미 다 챙겼지. 아들 거 만드느라 반나절 고생했잖아.”

“하하, 그거야 당신이 잘못 기재해서, 새로 하느라 그랬던 거 아냐?”

“아, 몰라요. 성인보다 미성년자 거 만드는 게, 더 복잡할 줄 내가 알았나요? 우리 아들 증권계좌 만드는 것보다 두 배는 헤맸다니까요. 담부터는 당신이 가요. 그 까다로운 신원 조회와 소양 교육받는 것도 생고생이더니만….”

태월이 증권계좌를 만든 이유는 특별한 게 없었다. 엄마가 플로리다주에 대해 알아보면서. 미국에선 부모들이 자식에게 증권계좌를 트게 해서, 용돈으로 돈 굴리는 법을 일찍부터 배우게 한다는 기사 때문이다.

경제 관념을 가르치는 선진국 방식이라고 하니, 그걸 태월에게 만들어 준 것이다.

‘플로리다에 가면 월트 디즈니 월드가 있지.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그곳. 기대 돼! 흐흐, 재미있겠다.”

세계에서 유명한 디즈니가 있는 곳은 6곳이다.

미국 플로리다의 올랜도, 캘리포니아의 애너하임, 프랑스 파리, 홍콩,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에 있다.

그중 최초의 디즈니랜드는 1955년 개장한 애너하임이고, 세계에서 제일 큰 디즈니 월드는 올랜도다.

김포공항에서 출발, 14시간이 걸려 뉴욕 JFK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1시간 정도를 더 기다려 3시간 정도를 비행한 후에야 플로리다주의 올랜도 MCO공항에 도착하는 긴 여정이었다.

아직은 플로리다로 가는 직항로가 없지만, 만일 생긴다면 그 코스가 약 12,200km란다.

멀긴 먼 나라다.

플로리다주는 면적이 151,939㎢로 한국의 99,720㎢보다 훨씬 크다.

“으아아! 아이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싶더라. 아니 이렇게 멀다니….”

“엄마, 직항로가 없어서 더 그래요.”

“아니, 그래도 아들 덕택에 비즈니스 좌석 탔으니 다행이지, 이코노미석 탔으면 아마 진짜 뛰어내렸을 거 같아. 하하하!”

“당신? 온종일 비행기에서 창피하게 코 골면서 자놓고는. 여기 3층인데 뛰어내리게 해드릴까요?”

“하, 항복! 일단 뭘 좀 먹고, 호텔 가서 푹 좀 쉬자고.

여기 올랜도는 엔터테인먼트 왕국이라 불릴 정도고, 월트 디즈니 월드가 있는 곳이라잖아. 우리 천재 아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고.”

“그럼, 내일은 월트 디즈니 좀 만끽하고, 다음 날 탤러해시에 가는 거네.”

탤러해시(Tallahassee)는 미국 플로리다주 북부에 있는 플로리다의 주도이다.

올랜도에서 탤러해시까지는 약 483km 거리다.

직행버스로는 3시간 반이 걸린다.

“오, 이거 맛있는데? 아들! 바닷가재요리 좀 먹어봐. 끝내줘! 어때? 맛있지?

속살이 버터 때문인지, 고소하고 풍미도 넘쳐.

어? 그런데 당신은 온종일 잤으면서, 활동량도 없는데 왜 그리 많이 먹어? 걸신들렸어?”

“아하하, 남들 다 듣는데, 창피하게….”

“호호, 여기 사람들 미국 사람인데, 우리 한국말을 어떻게 알아들어? LA라면 몰라도.”

“그, 그러네….”

식사한 후, 한 달 전에 행사할인으로 구매한 클라리온 호텔로 택시를 타고 갔다.

너무 비싼 호텔은 부모님이 불편해하는 기색이 컸기에, 만만한 호텔로 예약한 것이다.

“오? 여긴 부담이 없어 좋은데? 한국 관광호텔에 온 기분이야. 당신도 이런 데가 오히려 더 낫지?”

“그럼 당연하지. 아들이 선물한 여행이긴 해도, 뭐든 적당한 게 좋아. 과하면 좀 불편해.”

“저, 저기 말씀드릴 것이 있어요.

미국에 온 이유가 월트 디즈니를 보러 온 것도 이유가 되지만, 더 큰 이유가 있어요.”

“오, 그게 뭔데? 갑자기 뭔가 대단한 쇼킹이 생기는 거 아냐? 아들이 워낙 어메이징하니.”

“스님 할아버지에게 제가 기운을 읽는다는 것은 들으셨죠?”

“아, 아빠도 들었지. 그래서 그림이 특별했던 거라고.”

“신기한 꿈을 꾸었어요. 번호도 보였고요. 그런데 한국 복권이 아니더라고요.

자세히 알아보니 여기 연방복권이 아닌 플로리다주에서 자체 발행하는 복권이었고요.

그래서 아는 분에게 올 초에 부탁했는데, 그동안 잊고 맞춰보지 못했다가 얼마 전에 알았어요. 그게 1등에 당첨됐다는 것을….”

“어머 어머! 웬일이니? 진짜? 진짜? 우와 우리 아들이 어메이징하다.”

“아하하, 어릴 때 신기가 있다고 해서 좀 그러긴 했는데….”

“여보!! 지금 무슨 헛소릴 하는 거예요?”

“헉! 아, 아니야. 그, 그만큼 영특했단 이야길 하는 거잖아.”

날카롭게 쏘아보는 조민희의 눈빛에 찔끔하는 박승철이다.

그 무당에게나 써먹을 말을 아들에게 내뱉는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원망했던가.

그때를 기억하고 싶진 않았고, 그로 인해 아들하고 일 년이 넘게 따로 살지 않았던가.

지금이야 그게 좋은 쪽으로 이해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그때를 떠올리고 싶진 않았다.

저렇게 말실수하다간, 아들의 태생 비밀까지도 흘릴까 염려된 것이다.

“그, 그래서 아들? 얼마에 당첨됐길래 그래?”

“1,650만 달러요.”

“헉! 굉장하네. 1,650만 달러면, 한국 돈으로 얼마지?”

아빠 박승철의 말에 바로 대답해준다.

“한화로 대략 148억 정도가 된다고 해요.”

“우와! 한국 복권은 최고가 1억인데, 미국이라서 그런지 급이 다르구나. 급이!”

“미국은 당첨자가 안 나오면, 다음 당첨자에게 다 준대요. 그래서 몇 번 안 나오게 되면, 상상 못 할 돈이 된다고도 해요. 제 거는 그 정도까진 아니고요. 세 번 겹쳐진 거예요.”

“그럼, 뭐가 문제인데?”

“미성년자는 복권을 못 사요. 그러니 당연히 당첨금 수령이 안 돼요.”

“아하, 그러니까 우리가 그걸 타와야 한다 이거네? 뭐, 어렵지 않네? 받아오면 되지! 안 그래? 그런데 외국인도 되냐?”

“네, 세금 차이일 뿐, 주긴 줘요.

그리고 저도 이걸 확실히 모르니, 아는 분이 복권 사게 된 경로를 적어 드릴게요.

혹시 이런 것도 물어볼 수 있으니 대비해야죠.”

태월의 걱정과는 달리, 부모인 승철과 민희는 아들 말을 의심도 안 하고 믿었다.

땅을 읽는 기운도 있다 하고. 또 영기가 서려 있다는 그림도 쓱쓱 그려서 몇억씩 벌어들이는데.

꿈에서 복권을 점지받는 게, 불가능해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엔 조금 더 놀랐다는 정도다.

그만큼 자기 아들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세금은 얼마나 내야 하는 건데?”

“한국에서 남을 돈으로 계산하면, 국세청이 한미조세조약 적용 시 62.3%가 미국세금으로 빠지고요. 조세조약 미적용 시는 한국에서도 내야 하니 77%가 세금으로 나가요.”

“헉!”

“어머!! 미친 거 아냐? 그걸 세금으로?”

“그것도 플로리다주가 복권 당첨금에 주 세금 면제를 해주는 곳이라, 그나마 이거예요.”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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