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밀교의 주술 주박법을 배우자
태월은 가방에서 신문 스크랩해 놓은 것을 꺼냈다.
“여기 제가 본 미술대회 공모거든요.”
협회장과 전은서 그리고 홍재준이 그 신문 내용을 본다.
“어? 이거 우리 공고이기는 한데.
일부 누락된 부분이 있네요.
첫 번째는 자격요건에 나이가 빠졌어요.
두 번째, 작품규격에 대한 내용도 없네요.
세 번째, 수상작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은 귀속된다고 써야 하는데, 그것도 없고요.”
그리고는 협회의 팸플릿을 테이블에 올렸다.
다른 건 잘 귀에 안 들어오는데, 세 번째가 귀에 들어왔다.
“저, 저기 대상이 천만 원이고 최우수상은 더 적은데…. 그게 되면, 이 그림을 제가 줘야 한다고요?”
“네, 그게 지금까지 그리했어요.”
태월의 옆에 있던, 조민희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저, 저기 뭘 잘못 아시는 것 같은데요?
누가 겨우 천만 원에 이 그림을 넘겨요?
우리 애가 이거 절반도 안 되는 그림도 6억에 팔았거든요?”
“네??”
전은서가 놀라 톤이 올라갔다.
협회장과 홍 심사관 또한 눈이 커졌다.
한국 최고 작가도 그런 가격을 받는 게, 아주 드물다.
조민희가 핸드백에서 사진 같은 걸 꺼내 들고는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이거 우리 애가 그린, 세 장의 그림을 제가 사진으로 찍어놨던 거예요.”
셋은 고개를 서로 가까이하고, 그림을 훑어본다. 진짜 기가 막힌 그림이고, 신비스러운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이 정도면 세기의 천재 꼬마네요.”
“호호, 그거 한성 유 회장님이 우리 아이한테 하는 호칭인데….
여기 팸플릿 보니, 우수상이 100만 원이네요?
우리 아이 그 작품 액자값이 100만 원이에요. 벼락 맞은 대추나무를 통째로 해서 만든 거거든요.”
협회장 윤지훈의 칭찬에 조민희가 답한다.
한성 유 회장이란 이야기도 나오자, 윤지훈의 얼굴이 좀 굳는다.
가볍게 해결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하, 대회 상금이 좀 적긴 하죠.
저희 예산이….”
“어차피 이 팸플릿 보니, 대한일보가 엉터리로 올린 거긴 하네요. 협회 잘못은 없어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리 이해해주셔서.
사실 우리 직원도 과실이 있지요. 신문에 나가는 공고는 미리 확인했어야, 하거든요.
저 그래서 말입니다만, 이 그림 해외 미술 대전에 출품하는 게 어떨까요?
다행히, 저희에겐 참가 자체가 안 된 것으로 기록되니 문제가 없습니다.”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대화 분위기다.
홍 심사관과 전은서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전은서 씨!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참가하는 건 아시죠?”
“네, 거기 고 작가님과 하 작가님이 참석하기로 했잖아요.”
전은서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여 주고, 태월에게 눈을 맞추는 협회장이다.
“박태월 군! 베니스 비엔날레는 세계 3대 미술 대전 중 하나일세.
1865년에 시작되었으며, 모든 비엔날레를 대표하는 대회일세.
비엔날레들의 어머니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 최고 미술대회로 이름을 날리고 있네.
이번에 한국이 처음 작가를 내보내는데, 이왕이면 자네 작품도 같이 했으면 하네.
그 정도로 자네 작품은 충분한 가치가 있네.”
세계미술대회 출품이라니, 조민희는 아들보다도 더 들떴다.
옆에 있는 아들의 다리를 톡톡 친다.
어머니의 반응에 태월도 마음이 동했다.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그러면 저도 베네치아로 가야 하나요?”
“일단 출품은 먼저하고, 대회 일정에 맞춰 가면 적당할 걸세.”
“거긴 나이 제한이 없나요?”
“없는 걸로 아는데, 그거보단 과거에 8살이 참가한 적도 있다고 기록에 나오네.
그만큼 열려있는 대회지.
다른 나라는 국가전이라고, 자기 나라의 전시관을 그곳에 배치하여 벌인다네.
아쉽게도, 한국의 국가전은 아직 없네.
그 대회의 최고의 명예는 그랑프리상이네.
개인 참가로 회화 1명 그리고 조각 1명에게 주는 그랑프리상이네.
다음은 국가전에서 주는 황금사자상, 젊은 작가에게 주는 은사자상, 특별상이 있네.”
“네, 잘 알겠습니다.”
“아, 그런데 그림이 좀 특이하던데.
소 색깔이 보는 사람마다 다른 거 알아요?”
“네??”
“우리 직원 61명이 해봤는데, 검은 소 29명, 황소 29명, 하얀 소 3명이 나왔어요.
그리고 그 안의 인물들이, 또 보는 사람에 따라 손발 위치가 달라요. 의도한 건가요?”
“아, 아니에요. 음, 그러고 보니, 엄마가 검은 소라고 해서 이상하긴 했어요. 저는 황소로 보이거든요.”
“아! 협회장님! 제가 그래서 따로 더 알아봤거든요? 검은 소라고 한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많거나 어디가 아프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황소는 그냥 건강한 사람이고.
하얀 소는 아직 뭐라 말하긴 뭐해요.
검은 소 하고 황소만 알 수가 있었거든요.”
협회장 윤지훈은 새삼스레, 전은서의 추진력에 놀라워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추리 분석까지 하지 않았는가.
협회장의 표정을 보고, 홍재준 심사관이 전은서를 추켜 세워준다.
“전은서 씨가 엉뚱하고 실수도 하지만, 이런 면이 있어서 전 협회장님도 인정하셨어요.”
태월은 협회장과 악수한 뒤, 화기애애하게 미술협회를 나섰다.
작품은 협회가 책임지고 안전하게, 베니스 비엔날레로 보내주기로 했다.
더불어 서류 관련 일체까지.
떠나는 태월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는 윤지훈이다.
협회장 윤지훈은 태월의 그림이, 한국을 빛내고 세계를 놀라게 해주길 원했다.
한국의 위치는 세계에서 볼 때, 미술의 불모지쯤으로 여긴다는 게 늘 안타까웠다.
“엄마? 집으로 가기 전에, 바로 병원부터 가보죠?”
“엉? 내가 왜 병원을 가니?”
“아까 그 여직원분 말 들었죠?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아픈 사람이라고.”
“아니, 그거야 피곤해서잖아. 그래 스트레스!”
“혹시 모르잖아요! 어디 안 좋을 수도….
일단 가요. 말 나온 김에 해야, 저도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안 그럼 잠도 못 잘 거 같다고요.”
아들의 과한 걱정에 괜히 조민희도 불안해졌다. 더구나 아들이 자신 때문에 잠도 못 자면 그거대로 마음에 걸리고.
“아, 알았어! 그런데 원래 검사는 빈속에 가야 한다던데?”
“그럼, 일단 가서 예약부터 하면 되잖아요.”
“아휴, 알았어. 아들 덕에 참 별걸 다 하네.”
Y 대학 병원에 들러, 조민희의 정밀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태월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왜? 보는 사람에 따라 그림이 달라질까?
다른 사람 그림과 다른 것은….
영혼의 에너지, 부적 방식의 주술과 법문.
그것 때문인 거 같은데….’
설혹 그렇다고 해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태월이다.
***
노스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내려오라고 한다.
베니스 비엔날레 일도 있고 해서, 알려도 드릴 겸 내려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갈까 했는데, 아버지 박승철이 데려다준다길래 편하게 가게 되었다.
“네 엄마는 오늘 일찍 병원 가던데, 별일은 없겠지?”
“그냥 정기검진 같은 건데요. 뭐.
아빠는 검진 안 받아요?”
“하하하! 너 내 체력을 봐라. 어디 아플 만한 구석이 나오겠냐?”
“그럼 운동선수는 병에 걸리진 않겠네요?”
“흠흠, 뭐 걸리기도 하지….
이야, 그래도 내가 어디 아프다는 게, 가당키나 하겠어?”
“그래도 매년, 한 번은 받는 거로 하죠.”
“야, 그래도 내가 너 그림 보고 황소라고 했잖아! 그럼 다 된 거지. 뭘.”
“아빠? 그림 사진을 보면 다 황소로 보인다고 해요. 그림을 실제로 봐야, 그게 달라 보이는 거죠.”
“에잇, 알았어. 올해 가기 전에 받을게.
너 그런데, 그 이탈리아는 언제 가기로 했냐?”
“베네치아는 8월 초에 가기로 했어요.”
“응? 베니스 가는 거 아녔어?”
“아, 원래는 이탈리아어로 베네치아인데, 영어 이름으로는 베니스가 된대요.
그래서 거기 영화제 이름을 베니스 영화제라고 부르잖아요.”
“그럼 베니스라고 통일해야지, 듣는 사람 헷갈리게….”
“크크, 알았어요, 아빠!”
건곤암에 도착한 후, 박승철은 노스님에게 인사만 하고 바로 떠났다.
그런데 노스님 옆에 있는 낯선 사람이 보였다.
특이한 기운이 감도는 인도 쪽 스님이었다.
“인사하거라. 밀교의 법사시다. 대승 불교 쪽이라고, 이해하면 될법하다.”
“안녕하세요. 박태월입니다.”
“......”
태월의 인사에 두 손만 모아 합장만 하는 그다.
법사가 일행이 있는 곳으로 잠시 가자, 노스님은 그들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인도에서 불교를 높은 지혜를 가진 이들이 주로 숭배하다 보니, 민중으로 파고드는 게 어렵기도 했었어.
그 당시 토착 종교는 힌두교였거든.
그러다 중동 쪽의 힘에 눌러 상인들이 몰락하자, 몰락한 그 세력들이 불교의 주축이었거든.
결국 민초들의 힘을 얻지 못한, 인도 불교가 몰락했지.
사실 밀교란 게 대승 불교와 힌두교의 융합이라고 보면 간단해.”
“아하, 전 인도도 불교인 줄 알았네요.”
“허허, 원래 초창기 불교는 소승 불교였고, 부처님은 주술이나 미신 따위를 믿지 않으셨네.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라 본 거지.
흔히, 탱화에 보이는 만다라도, 허상이라 보신 분이시니.
힌두교도 부족한 부분을 불교에서 빌려 쓰긴 했어.”
“탱화 공부를 하다 알게 되었는데, 탄드라? 남녀 화합을 사원의 벽화로 많이 썼다더라고요.”
“흠, 사실 밀교는 두 갈래야.
하나는 진언승인데 지혜와 방편 자체가 중심 교의고, 금강승은 남녀교합으로 지혜와 방편이 조화된다고 본 거지.
그래서 진언승을 우도밀교라고 하고, 금강승을 좌도밀교 혹은 탄트라 밀교라고 부르지.
저기 저 법사는 우도밀교 쪽이야.
그리고 네가 독송으로 쓰는 천수경과 반야심경 그리고 진언들은, 밀교 쪽에서 흘러온 것이야.”
“아! 그게 시작은 불교가 아니었군요.”
“다른 일로 법사가 한국에 온 것인데, 네 생각나서 초대했어.
귀신을 성불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지.
너는 굳이 밀교의 수련법은 배울 필요가 없어.
자체로도 영혼 에너지를 모을 수 있으니.
단지 밀교 주술 중 주박법만 배우도록 해.”
“주박법이 뭐죠?”
“주문을 외워 속박시키는 주술이야.”
“어? 저 염주 알로 되잖아요.”
“염주 알이 없을 수도 있는 거고, 그거보다 그 주박법 안에는 몇 가지 강력한 공격법이 있어.
내가 가르친 것은 설득법 쪽인 거고, 강한 악령을 만나면 한계가 보이지 않겠니?”
“네, 알겠습니다.”
노스님의 통역 역할로, 밀교 주박법을 배우게 되었다.
7가지라는데, 그중 하나는 겹치는 거라며 6가지를 전수해 주었다.
1.내박인[內縛印](영(靈)들이 속박된다)
주문: 나먁삼만다 파즈라 단샌 다마카라샤 다스와트야 훔 트라타 캄 맘
2.도인[刀印](영(靈)으로 푸른 칼을 만들어 휘두른다)
주문 : 암 크링크링
3.전법륜인[轉法輪印](내박인으로 속박된, 악령을 무력화시킨다)
주문 : 나먁삼만다 파즈라 단샌 다마카라샤 다스와트야 훔 트라타 캄 맘
4.외오고인[外五枯印]:(천신들의 힘으로, 악령에 대한 포위망을 단단하게 한다)
주문 : 나먁 사라바타 갸테이약 사라바 보테이뱍 사라바 타타라셍타 마카로샤텐 갸키사라바 타타라셍타 갸키 사라바 비키남 훔 트라타 캄 맘
5.제천구칙인[諸天救勅印](천신들의 힘을 빌려, 악령을 겁박한다)
주문 : 암 크리 훔 캭 훔
6.외박인[外縛印](악령을 완전히 잡아두어, 바른길로 인도하게 된다)
주문 : 나먁삼만다 파즈라 단샌 다마카라샤 다스와트야 훔 트라타 캄 맘
태월은 6가지를 다 배운 후, 그 자리서 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