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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1화 (11/250)

11화. 이 땅을 사러 왔소이다

조석호는 지적도에서 사려는 땅을 살짝 지나가는, 도로로 지목된 곳을 보게 되었다.

다른 필지고, 소유주 확인은 조금 해야 할듯싶었다.

1m도 안 되는 폭에 길에 이어진, 30m가 넘는 길이다.

대략 7평쯤은 잡아야 할 듯했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어디론가 통화를 한다.

“하하, 고맙네, 그래, 그래.

담에 내가 한잔 대접하지.”

좀전의 굳은 표정은 어디로 가고 밝은 얼굴이 되어 있었다.

“구청에 있는 지인에게 물으니, 옆에 도로 필지가 같은 소유주라는군.

그런데 땅이 팔만한 크기가 아니라서, 이 후배가 제대로 살피지 못했겠지.

이걸 빠트리고 샀으면, 골치 아플뻔했어.

후배가 오면 물어봐야겠네.”

조석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태월이다.

“하하, 그래 사겠다니, 잘 생각했다. 그런데 더 자세히 검토해야지, 이렇게 덜컥 정한다고?

며칠은 여유 있으니, 더 살펴봐.”

“호호, 그냥 하세요.

오빠는 못 믿겠지만, 큰스님 이야기론 우리 아들이 기운을 잘 읽는다고 해요.

그래서 그림도 선물로 받은 거라던데요?”

“허어, 그런 일이 있었구나.

어쨌든, 모자가 다 찬성한다고 하니, 외삼촌이 진행 시키마. 뭐, 이까지 온 김에 그 후배도 오라고 하지.”

조석호는 사촌 여동생이 하는 이야기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직 미취학 아동인 자신의 조카가 어찌 땅의 기운을 본단 말인가?

큰무당이 이걸 제대로 봤다면, 돈다발 들고 찾아오지 않았겠는가?

한전이 터를 닦으면서, 비슷한 이야기는 듣긴 했다.

그러나 그걸로 인해 주변 땅값이 오르진 않았었다.

법적 보호자까지 이 땅 매입에 찬성하니, 굳이 말리진 않았다.

더구나 자신도 이 땅에 대해 최고 점수를 주고 있었고.

“어? 준현아! 어? 어디긴. 너네 땅 보러 온 거지. 지금 올 수 있겠어? 아, 30분?

그래. 그럼, 전에 같이 갔던 그 식당 알지? 어, 어. 그리로 와.”

전화를 끊고는 돌아서서 빙긋 웃는다.

“아, 용케 지방엘 가지 않았네.

이놈이 은근히 바쁘거든! 일단 저기 가서 점심부터 먹자. 후배도 그리로 올 거거든.”

민희와 태월은 조석호의 뒤를 따라갔다.

“배고프면 지금 시킬까?”

“아들? 30분 정도는 괜찮지?”

“그럼요, 그리 고프진 않았어요.”

의젓해 보이는 꼬마 조카를 보고 흐뭇해하는 외삼촌이다.

“지금 오는 후배에게 토지소유주가 당숙이야.

옛날부터 이곳에서 농사를 지었다고 해.

사실 이곳이 오 년 전까지도 대부분 논과 밭이었거든.

땅 일부를 팔아서 아들 내외가 미국 LA에 가서 살고 있거든.

당숙도 나이가 드니 외로운지 정리하고 그리로 가려나 보더라.

더구나 그쪽은 한인타운이 커서 영어 못해도 크게 문제없잖아.”

“다른 아들은 없나 봐요?”

“응, 삼대독자라고 해. 딸은 어릴 때 병으로 죽었으니, 자식이라곤 달랑 하나지.

호철이가 그래도 아들이나 진배없지.

아들과는 사촌 간이 되긴 해도, 거의 형제처럼 컸으니.

아들이 미국 갈 때, 평당 땅을 10만 원에 팔았던 시기였거든.”

“그 땅이 이 땅보단 좋았나 보네요?”

민희의 물음에 고개를 내젓는 조석호다.

“그럴 리가 있나? 원래 이 땅은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한 거라, 위치와 쓸모가 더 좋지.”

식당의 문이 열리고 청바지에 진한 밤색 코트를 걸친 40대의 남자가, 조석호에게 고개 인사를 한다.

“선배님! 제가 조금 늦었네요. 생각보다 차가 좀 막혀서….”

“하하, 아니야. 5분이면 늦었다고 하기 뭐하지. 일단 이리로 앉아서 이야기하지.”

후배란 사람이 자리에 앉자, 조석호가 양쪽을 인사시킨다.

“아, 이쪽은 내 사촌 동생인 조민희, 그리고 이쪽은 민희의 아들인 박태월. 그리고 이 후배는 황준현이야.”

“오시느라 수고하셨네요. 조민희입니다.”

“박태월입니다.”

“하하, 가족들이셨군요. 황준현입니다.

꼬마가 똘똘하게 생겼네요. 국민학생인가요?”

“올해 학교를 들어가네. 애가 훤칠한데다, 꽤 똑똑하다네.”

조석호가 박태월을 칭찬하면서 흐뭇해한다.

“선배님은 가족들하고 왔으면 진작 말씀하셨어야죠. 근처에 이런 식당 말고 맛집 많거든요. 여긴 우리 아저씨들이나 오는, 올드한 집 아닙니까?”

황준현의 말대로 이 집은 식사하면서 반주를 걸치기 딱 좋은 그런 분위기의 집이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여자 손님은 보이지도 않는, 조기 축구회에 열혈 회원일 것 같은 아저씨들뿐이다.

“그런데 준현아! 너 이 물건 팔려고 하면서, 큰 실수 할뻔한 건 알고 있냐?”

“네? 실수라뇨? 그냥 땅을 있는 그대로 파는 건데요?”

“그게 아니라. 도로로 돼 있는 필지는 왜 빠뜨렸냐? 그거 빼먹고 이 땅 샀다간, 개발에 문제가 생기게 돼!”

“아? 그러고 보니 조그만 게, 하나 있긴 했어요. 도로로 돼 있고 크기도 작아 사용료도 못 받는 애매한지라, 그냥 무심코 넘기긴 했어요. 누가 7평도 안 되는 작은 땅을 거래하겠어요.

그런데 그게 지금 팔려는 땅과 겹치는 부위가 생기나 보죠?”

“그래, 그게 확보가 돼야 그 땅이 쓸모가 커져. 안 그럼 개발에 지장이 오지.”

“7평도 안 되는 땅이라…. 그럼 그 도로는 큰 땅을 사는 분에게 제가 선물로 드림 되겠네요.

당숙님도 도로로 된 작은 건 필요 없는지라, 그 땅은 그냥 시에 기증해도 된다고 했으니.”

“뭐 그럼 선물로 감사하지.”

“그런데 누가 그 땅을 통으로 산다고 하긴 하던가요?”

“하하, 자네 눈앞에 있잖은가? 동생네 집에서, 사려고 하네.”

“와우, 작은 덩치가 아닌데, 여유가 많으셨나 보다. 잘되었네요. 당숙도 하루빨리 정리하라고 성화시니.”

급하게 팔려고 하는 느낌을 주는 발언에 조석호는 머리를 굴렸다.

“우리 사이에 더구나 내 가족들인데, 솔직히 말해봐! 그 땅 얼마가 미니멈이야?

내가 한턱 제대로 쏠 테니, 우리 속 시원히 가자. 우리가 어디 남이가!”

“사실 이게 애매한데요. 당숙님은 지금 주변 시세가 어느 정도 올랐는지, 잘 모르시거든요.

단지, 저번 달에 어떤 부동산업자가 지나가는 말로 잘 받으면 30쯤 하지 않겠냐고 했다기에.”

“음, 그 이야긴 틀린 말이 아닐 수는 있어. 그런데 현재는 코엑스나 한국전력 쪽 방향이 사람이 더 다니고 있잖아. 그쪽 방향이라면, 말이 된다고 생각해.”

사실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쪽이 향후 사람이 더 붐빌 장소다.

코엑스나 한전은 대규모 단지라서 일반인들이 먹고 놀기엔 마땅치 않은 곳이다.

지금 당장은 조석호의 말이 맞기에, 후배인 황준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이쪽 땅들이 훗날 많이 오를 것이야 알고 있지요. 그런데 강남에 그런 땅들이 한두 곳인가요? 그렇게 당숙에게도 말을 해놓긴 했습니다.”

“에헤, 당연한 말은 그만하고. 그래서 미니멈이 얼마야?”

“아이참, 이거 당숙님이 거간 잘 받아서, 차라도 한 대 사라고 한 거거든요?”

거간은 쌍방을 소개해서 흥정을 붙이고, 소개료 받아먹던 옛날 시대 용어였다.

“그래, 그거까지 해서 얼마면 되는데? 우리 가족에게까지 간 보면 안 되잖아.”

“음, 23요, 그 이하는 죽어도 안 됩니다.”

“하하, 준현아, 결국 전에 팔았던 가격의 두 배를 당숙이 요구한 거네. 20이었단 소리고, 네가 3 먹는 거잖아!”

“아니, 가족분들 있는 데서, 그걸 까발리면 어째요? 아 민망해지네.”

“너 그러지 말고, 2만 먹어! 그것만 해도 5,400만 원이야. 그 정도면 거간으로 충분한 거 아냐?”

“에휴, 괜히 선배에게 연락해서….

하여간 알았어요. 대신 일시불 가능할까요?

찔끔찔끔 받는 건, 여건상 어렵잖아요.

당장 당숙이 내일이라도 미국 가시고 싶어 하는데. 선배님도 아시겠지만, 이거 분명히 점점 오르거든요.

대출만 어느 정도 받쳐줬다면, 제가 샀을 거예요.”

“아, 그렇긴 하지. 가지고 버티고 있으면, 꽤 괜찮은 곳이야. 그래서 내가 가족에게 말한 거 아니겠냐? 좋아 22로 하고 일시불. 거기다가! 그 도로는 선물옵션!!”

“아, 선배! 혹시 작은 땅도 하나 사실래요?

당숙 땅하고 붙은 땅 중에 80평 정도 되는 땅이 하나 있어요. 그것도 당숙 소유인데, 친구분에게 주려고 한 건데, 친구분이 골골하세요.

그래서 그 아들이 전라도 어디에 산다던데.

차라리 요양비에 보태라고, 팔아서 돈으로 줄까 하더라고요.”

“그럼 그 땅은 얼마?”

“이건 제 거간과 관계없으니, 20 주셔야 해요. 오히려 전면 도로변이라 쓸모가 더 있거든요.”

“1천 6백에 5억9천4백이면 6억1천만 원이네? 어때 민희야? 태월아?”

민희도 태월을 쳐다보자.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들이다.

“우리 가족도 오케이 했어. 계약은 언제 할까? 바로 전액 지불도 가능하네.”

“오우! 화끈하시네요. 그럼 제가 당숙께 바로 전화 드려 볼게요. 친구분에게 안 가셨으면, 서울에 계실 거예요.”

전화를 하러 밖으로 나가는 황준현이다.

“오빠? 이렇게 후다닥 계약하는 게 맞는 거긴 해? 우리 아파트 살 때도 며칠은 걸렸는데.”

“그거야 팔고 사는 사람이 서로 급하면, 그리되기도 하지. 그래도 가격은 잘 뺀 것 같아 기분은 좋네.”

“외삼촌, 고맙습니다.”

“하하, 녀석! 이럴 때 보면 애늙은이 같기도 하고. 어떨 때 보면 애 같긴 하지만.”

“오빠! 우리 아들에게 애늙은이가 뭐예요!”

“아이고, 네네, 조민희 여사님! 돌쇠가 마님에게 입을 잘못 털었네요.”

“호호, 앞으로 잘해보아라. 돌쇠야~”

사촌 간에 싱거운 농이나 하고 있을 때, 나갔던 황준현이 들어왔다.

“한 시간 정도면 오실 수 있다고 하네요.

급하신지 오는 길에 집에 들렀다가 온답니다.

인감하고 땅문서 챙기시려나 봅니다.”

“그럼, 그동안 우리는 식사부터 하자고.

다들 안 먹고 기다리고 있었으니.”

민희와 태월은 생선구이 정식을 시켰고, 조석호와 황준현은 소 내장탕을 시켰다.

황준현은 반주 생각이 났지만, 조석호는 계약이 다 끝나고 바로 등기 완료까지 할 생각이다. 그래서 참으라고 한다.

대신 밤에 다시 만나서 둘이 한잔하자며 눈을 찡긋거렸다.

지적도를 꺼낸 조석호에게, 80평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호오, 이게 진짜 알짜배기네? 여기다 가게 하나 하면, 제대로겠는데?”

“그러니까요. 저도 그걸 사려고 했지만, 전 이 동네보단 강남역 쪽을 사고 싶어요. 여긴 아무래도 개발이 그쪽보단 더딜 거 아녀요?

거간으로 받을 돈에 좀 모아 놓은 거 보태면 1억 정도 되는데. 강남역 쪽으로 땅 좀 알아봐 주세요.”

“거긴 지금 시세가 이곳과 비교 불가야. 다들 눈이 벌게져서 강남역을 노리고 있다니까?”

“굳이 땅이 크지 않아도 되니, 목 좋은 곳이면 만족합니다. 거기다가 큰 술집을 하고 싶거든요. 크, 선배도 한잔 생각나면, 자주 오실 거고. 좋잖아요?”

“하하, 하는 짓을 보면 꼭 한량인데, 미국 유학 물 먹은 게 아깝다.”

“아, 그거야 제가 가고 싶어서 갔나요? 떠밀려 간 거죠.”

“헐, 혹시, 그때 그 여자? 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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