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8화 (8/250)

8화. 부적으로 홍길동이나 전우치를?

노스님은 누군가 전화를 받자, 헛기침 한 번 하고는 안부 겸 용건을 말했다.

“허험, 잘 있었는가? 음, 그래. 아, 다름이 아니고. 믿지 못하겠지만, 살인사건이 있었네. 아 지금이 아니라 9년 전 사건이야. 증거도 있고 하니, 자네가 안 바쁘면 맡아 주겠나?

그, 그래 주면 고맙네. 아, 여기 위치는......”

노스님은 인맥이 참 넓다고 생각하는 태월이다. 전화 한 방에 호출을 시키다니….

한 시간도 안 돼, 자가용 한 대와 경찰차 한 대가 도착했다.

자가용에서 내린 안경 낀 40대 남자가 노스님에게 넙죽 고개 숙이며 인사를 했다.

“오랜만인데, 전보다 강건해 보이십니다. 큰스님! 황 선배는 자주 찾아뵙는다고 말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자네, 일선 검사 아직도 하나?”

“하하, 이게 더 적성에 맞는데 어쩌겠습니까?”

사실 김 검사는 현장 뛰는 직급의 검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간간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맡아 이렇게 나돌아다니기도 했다.

“자네 사이코메트리라고 아나?”

“헛, 저야 말로만 들어봤을 뿐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큰스님이 그런 걸 어찌 아십니까? 구병시식인가를 하고 다니신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 내가 한 것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말게나. 어찌 되었든 그렇게만 알고 더는 묻지 말게. 그리고 이걸 받게.”

노스님이 내민 것은 태월이가 적은 것을 다시 스님 필적으로 옮겨 적은 것이다.

사이코메트리는 물건이나 동물의 기억을 읽는 능력이고, 태월과는 관계가 없었다.

단지 그렇게라도 말해서 정보제공자를 숨기려는 것이다.

“벽, 벽 속에 사람이 생매장되어 있었다고요?

허, 게다가 죽은 사람 위 속에 범인의 깨진 손톱과 살인 도구까지….

이건 뭐, 사실이라면 바로 잡을 수 있겠는데요? 아직 공소시효도 남아 있고요.”

“김 검사가 빠르게 잘 마무리해서 해결하도록 하게. 제공자는 함묵하도록 하고.

아 그리고 범인 잡고 나서 현장 재연 때 나를 꼭 부르도록 해. 죽은 자를 위해서야.”

“네! 원래는 안 되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큰스님! 이미 수사도 결과가 난 거나 마찬가지니, 빠르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 검사는 고개를 꾸벅 인사를 하고는 돌아서서, 경찰차에서 내려 대기하던 남자에게 소리쳤다.

“박 조사관! 경찰 인력 동원해서 여기 지하 104호 내부 벽 하나를 허물어야 해!

필요한 공구 가져오게 하고 인력 차출을 시켜.

그리고 내 사무실에 전화해서, 거기 안 주임한테 오라고 해! 올 때 사건 접수서류와 절차 서류까지, 한 번에 가지고 오라고 하게.”

소리치고 있는 김 검사를 뒤로하고, 노스님과 태월은 그곳을 떠나 암자로 돌아왔다.

“전보다 항마력이 더 강해졌더구나.

특별한 일이 있었더냐?”

“아, 몇 가지 새로운 것이 생겼어요.”

“응? 새로운 것?”

“처음 그 꼬마 아이 때는 그 능력이 미약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성불을 시키면, 푸른 빛이 귀신을 감싸고 하늘로 가거든요.

그때 그곳에서 빛줄기가 쏘아져 나와 제 왼 손목에 스며들어요.”

“허어, 놀랍구나. 그리고?”

“그리고 항마력인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기운이 더 강해져요. 그 화가 아저씨 때도 그런 일이 있어, 오늘 그 악귀들을 쉽게 잡은 것 같아요.”

“성불을 시키는 것에 대한 보답인가 보구나.”

“그리고 오늘 악귀들은 눈이 빨갛고, 소멸 시 붉은빛이 쏘아져 왔어요.

그 화가 아저씨의 눈은 약간 회색, 꼬맹이 눈은 조금 푸른색이었어요.

아, 그 염주를 쓰니 악귀들이 일시적이지만 속박되어 도망치지 못하던데요?”

“흐음, 세 번의 경험으로 보면, 눈은 악귀는 빨갛고 순수한 귀신은 푸른색이란 거구나.

그리고 중도적인 귀신은 회색이고.

성불은 푸른빛, 소멸은 붉은빛….”

“네! 그런데 붉은빛이 저한테 올 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했는데,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그 붉은색도 힘을 주던?”

“네, 푸른색보다 절반 정도의 힘?”

“윤회와 업보의 이치는 오묘하구나.

공덕은 온전히 오고, 단지 물리치면 절반이라.

행한 만큼, 돌아오는….

지장경이나 불설수생경에도 나오지 않는 이야길, 너를 통해 알게 되는군.”

“저, 스님 할아버지? 독경 다 외우면, 부적을 배울 수 있게….”

“허허, 그러고 보니, 네가 그리는 것은 또 잘하니, ‘바깥’은 가능하겠구나. 아니, 사후의 기운을 다룰 줄도 아니 ‘안’도 펼 수 있군. 오히려 네가 나보다 나을 것도 같다.”

“어, 그 바깥과 안은 사숙이 말한 택견과 수박 그리고 태권도의 준비서기에도 있던데요?”

“호오, 그래 그것이 무엇인고?”

“끝과 시작에서 같은 준비서기를 취하는 것은 ‘바깥’을 바르게 함으로써, ‘안’을 곧게 하기 위함이다.

이는 무시무종의 원리이며, 시작과 끝이 같다는 윤회의 도고 내외여일이다.

준비서기를 경계로 무극과 태극이 들어있다.

자세는 태극 상태요, 마음은 무극이라.”

“허허, 네 사숙이 네게 궁극의 깨달음을 알려줬구나.

나나 네 사숙이나 그 의미는 알지만, 그걸 그 무도에 녹이진 못했다.

정진하다 보면 너는 가능할지도 모르겠구나.”

“스님 할아버지! 그래서 언제부터 부적을 배울 수 있나요?”

“허허허, 원 성질이 급하기도 하지.

좋다! 내일부터 하도록 하자. 오늘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을 터이니, 그만 쉬도록 해라.”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는 태월의 얼굴은 흥분과 기쁨으로 가득했다.

부적을 배우고 나면, 그 기운의 힘을 그림에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의 발상 때문이다.

그다음 날부터 법문 공부 시간에 부적을 배우기로 하였다.

독송은 배울 만큼 다 외웠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외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용도 알기에 그리된 것이다.

물론, 오전과 오후에 세 시간씩 하는 택견과 수박은 여전히 해야 하지만.

“부적은 글자의 뜻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 쪽과 불사의 영향을 기반으로 하는 인도 쪽이 대부분이란다.

아주 옛날엔 호족이라는 일족이 주술에 능해서 귀신까지도 부렸다고는 하는데.

현재까지 전해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호족? 호랑이요?”

“허허, 호자가 호랑이만 있느냐? 여우도 있단다. 왜 구미호 할 때도 호자를 쓰잖느냐.”

“아, 그렇네요. 둔갑술을 구미호가 잘한다고 이야기책에 나온 거는 봤어요. 그것도 주술인 거죠?”

“실제로 본 적이야 없지만, 그것이 주술의 하나라고도 할 수 있겠구나. 그래, 꼬맹이가 아는 주술 잘하는 곳은 어딘데?”

“음, 홍길동? 전우치? 무당파 도사?”

7살 아이다운 대답이었다.

“허허, 앞에 두 개는 이야기 속 도술 아니냐.

그리고 무당파라, 부적을 주로 다룬 적은 있었나 보던데, 현재는 그리 없는 거로 보인다만.”

“헤헤. 그래서 배우면 좋을 것 같아요.”

“탱화나 부처상 뒤에 광명의 빛인 오오라를 그려 넣은 것을 쉽게 볼 수 있지?

만물 모든 것에 영안으로만 볼 수 있는 영적 에너지가 있단다.”

영안으로 보는 에너지란 말에 눈을 반짝였다.

“어? 그럼 제가 보는 것은 뭔가요?”

“넌 죽은 자의 영혼 오오라가 저승과 맞닿을 때 보는 것 같더구나. 거기다가 귀신도 보는 것이니.”

“네, 산 자의 오오라는 보는 사람이 없나요?”

태월은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여겼다.

그러면 범죄자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눈으로는 아마 어려울 것 같구나.

하여간, 인간의 몸은 표피 밖 2센티 정도의 오오라에 둘러싸여 있단다.

왜 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즉 ‘물질은 에너지다’라고도 하잖니.

종교적 이론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준 성과라고 할 수가 있겠지.”

“아, 그럼, 사람들은 오오라가 같은 건가요?”

“아니란다. 이 오오라는 사람마다 지닌 진동수가 제각각이야. 영혼의 진화를 많이 이룬 사람일수록 오오라의 밝기와 파동에 큰 차이를 보인단다.

종교적 도구인 십자가나 염주나 사람들이 단지 상징적 의미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단다.”

“TV에서 악령들은 십자가를 보면, 무서워 벌벌 떨던데요?”

“퇴마술에서 악령을 물리칠 때 십자가를 사용하는 것을 자주 봤지?

그 악령들이 상징 때문에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바로 오오라의 진동 차이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야.”

“엥? 진동이 다르면 그냥 무서워지나요?

그러면 사람 간에 다르니 서로 무서워해야 하잖아요.”

“영적 기운인 오오라의 위력이 악령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악령이나 귀신이 물러가는 거란다.

이 원리의 핵심은 바로 이 우주를 이루고 있는 에너지 법칙에서 출발하지.”

자신도 진동이 높아진다면, 귀신을 쉽게 성불시킬 수 있겠다 생각이 든다.

“진동이 강력하여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타고날 때부터 다른 건가요?”

“모두가 잘 아는 염주를 가지고 쉬운 예를 들어볼까?

공장에서 제작된 두 개의 108 염주를 두 수행자에게 주어 염불 수행을 시켰어.

1년 후에 보니, 염주가 지닌 오오라의 두께와 파동에 큰 차이가 발생했단다.”

“왜요? 훼손된 건가요?”

“허허, 그 이유는 수행자 하나는 최선을 다해 정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게으름을 피운 것이란다.

수행 결과에 따라 같았던 염주가 전혀 다른 염주가 된 것이지. 이것이 수행의 원리란다.”

“아, 이해되네요. 수행이라….”

“또 하나의 예를 들어 주마.

깡패소굴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기운과 성당이나 법당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기운이 완전히 다르지?

파리 한 마리 때려죽일 것 같은 살기와 사람 때려죽일 것 같은 살기도 같은 살기여도 큰 차이가 나잖아.

기독교의 죄의 원리와 불교에서의 전생의 업장 원리가 여기에서 비롯된단다.”

파동의 갈망이 더 올라오는 태월이다.

“오오라의 파동을 높이는 방법은 수행 정진 하나뿐인가요?”

“우주는 무한대의 의식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 의식을 ‘에테르’라고도 하는데, 아직 현대과학으로는 풀지 못한 영적 세계지.

사소한 생각이나 행위 하나까지 고스란히 우주의 의식층에 기록된다는 의미야.

아름다운 말, 거룩한 말, 좋은 생각, 배려의 마음은 오오라의 파동을 높인단다.

생명이 없는 돌멩이 하나에도 사랑의 기운을 실어 보내면 파동이 공명하여 좋은 기운을 발산한다는 거지.”

“그럼, 부적도 부적의 오오라를 높여서 지닌 사람을 이롭게 하는 거가 되네요?”

“우리의 몸과 마음의 진동, 즉 오오라의 파동을 높이는 구체적인 작업이 부적 작업이라고 여기면 된다.

진동이 높아질 때, 죄악과 죄업이 녹아나는 것은 물론 영생 성불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란다.”

노스님의 부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배울 생각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귀신을 보는 상태이니, 이야기책에서 나오는 홍길동이나 전우치처럼 세상을 활보해 보고 싶어졌다.

카드처럼 만들어서 휙휙휙! 표창처럼 던지고, 악당을 물리치는 꿈도 꿔본다.

그때 무엇인가 날아와 이마를 때렸다.

-딱! 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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