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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300화 (300/314)

300화.

오대단의 하나인 광풍살인단은 사천무림과의 싸움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어 이제 겨우 대(隊)급의 힘밖에 남지 않았다.

그로 인해 광풍살인단주의 위세는 다른 단주보다 낮을 수밖에 없었다.

탈혼단주는 오대단주 중에서도 적천우의 련주 추대를 가장 반대하고 있었다.

“그 애송이가 련주가 된다면 나는 사해련을 탈퇴하겠소!”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겠소? 귀면단주 그대는 어쩔 생각이오?”

“본인 역시 다르지 않소.”

오대단주 중 둘은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적천우의 신임 련주 취임을 옹호하진 않았으나 반대도 하지 않았다.

살인단주만 긍정적인 태도였고, 탈혼단주와 귀면단주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급기야 사해련 탈퇴까지 언급하고 있었다.

“사해련을 떠나서 어쩔 생각이오?”

“본단의 힘이라면 사해련이 아니라 해도 어려울 거라 생각하지 않소. 안 그렇소? 귀면단주.”

“그대들 설마…….”

탈혼단주와 귀면단주는 그들만이 아니라 휘하 단까지 이끌고 사해련을 나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사해련의 힘은 그만큼 축소될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탈혼단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고 우리와 함께한다면 그대 역시 우리와 동등한 자격을 주겠소. 어떻소?”

“허…! 그대들, 진심이구려.”

비록 대급의 힘밖에 남지 않았으나 광풍살인단은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살인단주는 고수였다.

함께한다면 그들로서는 큰 힘이 된다.

사해련과 등을 돌린 이상 자신들도 힘을 키워야 했다.

“어떻소?”

“…거절하겠소. 미안하오.”

“거절했을 때의 결과는 생각해보았소? 우리로서는 아직은 비밀을 지켜야 하오. 살인단주.”

탈혼단주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살인멸구를 하겠다는 의지를 은연중에 알렸다.

아무리 흔들린다고 해도 사해련이었다.

자신들이 떠나기 전에 알려져서 좋을게 없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살인단주는 한숨을 쉬었다.

“후… 미안하오.”

“그대의 뜻이 그렇다면 더 이상 설득하지 않소. 그만 죽… 큭!”

“헉! 뭐야!”

탈혼단주는 살인단주의 입을 막기 위해서 검을 들었다.

허나 그는 검을 휘두르지 못했다.

검을 쥔 팔이 베였기 때문이다.

탈혼단주의 팔을 벤 자는 살인단주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당황한 귀면단주가 자신의 애병인 대겸(大鎌)을 쥐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살인단주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러게 내가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소?”

“살인단주는 나가봐도 좋네.”

“예. 련주님.”

문이 열리며 칼을 쥔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런 그를 보며 살인단주는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탈혼단주와 귀면단주는 아니었다.

“너, 너는… 컥!”

“버러지 같은 것들…….”

사내의 얼굴을 본 탈혼단주는 기겁했으나 그땐 이미 하나 밖에 남지 않은 팔까지 베인 후였다.

대겸을 쥐고 있는 귀면단주는 망연자실했다.

순식간에 탈혼단주가 당한 이상 자신 혼자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허나 양팔을 잃고 미래가 사라진 탈혼단주는 달랐다.

“개자식! 내 수하들이 가만히 있지… 컥!”

“등신. 본 련주가 이곳에 나타났을 때 이미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어야지.”

사내의 정체는 혈천 혈룡대주이자, 사망도제의 손자이며, 사해련의 신임 련주로 추대된 적천우였다.

사망도제의 죽음과 신임했던 수하들의 배신으로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적천우의 말에 탈혼단주와 귀면단주는 눈이 커졌다.

“다, 다 죽였단 말이더냐!”

“내 수하들이거늘, 왜 죽인단 말인가? 버러지 같은 네놈들만 죽이면 될 것을…….”

“나, 날… 배신할 리가… 없…….”

부정하던 탈혼단주의 목이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 그를 보며 적천우가 나직하게 말했다.

“배신? 그들은 애초 본련의 수하들이었다. 배신은 너희가 한 것이지.”

“…그댈 련주로 인정하겠소. 그러니… 큭!”

“늦었다. 그리고 네놈이 인정하지 않아도 련주는 나야.”

귀면단주는 적천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허나 그땐 이미 적천우의 칼이 움직인 후였다.

적천우는 배신자를 다시 받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저항을 했다면 조금은 재미있었을 텐데…….”

탈혼단주와 귀면단주는 분명 강했다.

허나 초절정지경에 오른 적천우가 그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불운이었다.

적천우는 이처럼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자들을 과감하게 처리함으로서 신임 련주 자리를 공고히 했다.

과거 사망도제가 청해무림을 평정하고 사해련을 세웠듯이.

적천우를 반대하는 대표격인 탈혼단주와 귀면단주를 제거함으로써 잡음은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혈룡대의 절반이 혁련휘에게 넘어갔으나 여전히 대주는 적천우였다.

게다가 사해련 육대고수 중에는 그를 반대하는 자가 없었기에 가능했다.

‘신마, 환마… 날 우습게 본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그 역시 알고 있었다.

혈천 대장로와 대호법이 자신이 사해련주가 되는 것을 찬성하긴 했으나 뒤로는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허나 그건 적천우를, 죽은 사망도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오만함이 결국은 그들의 뒤통수를 치게 되었다.

* * *

“혈천? 그런 집단이 정말 있단 말인가요, 마옹 님.”

“나는 물론이고 진뢰궁귀 역시 혈천에 속하네. 아, 우리가 배신자란 뜻은 아닐세. 돌아가신 사망도제께서도 본천의 부천주셨으니 말일세.”

“그, 그게 정말인가요!”

흑천마옹의 말에 중년 미부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혈천이란 집단에 대해서 몰랐다.

그런데 자신이 속한 사해련과 이런 밀접한 관계에 있단 사실은 그녀를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흑천마옹은 중년 미부를 향해 말했다.

“지금쯤 진뢰궁귀가 벽력마군과 음양색불을 설득하고 있을 것일세. 그대 역시 이참에 본천과 함께 하세. 그럼 자네 뒤는 내가 받쳐주겠네.”

“으음… 거절할 수 없겠군요.”

“하하하! 잘 생각했네. 다정마녀.”

중년 미부는 바로 다정마녀(多情魔女).

한천마녀(恨天魔女)와 함께 이대 마녀라고 불리는 여고수였다.

평소에는 다정한 성격이었지만, 한번 피를 보면 그야말로 마녀로 바뀌는 무서운 여인이었다.

사해련 육대고수이자, 사대호법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해둘 말이 있네.”

“말씀하십시오.”

“사망도제께서 예상치 못하게 돌아가신 후 본천은 대장로님과 대호법이 이끌고 계시네. 나는 대호법님을 지지하고 있지. 기왕이면 그대 역시 대호법의 사람이 되는 것이 어떻겠는가?”

“진뢰궁귀께서는… 대장로라는 분의 곁에 서셨나보군요.”

다정마녀는 총명한지 혈천의 파벌에 대해서 빠르게 파악했다.

흑천마옹이 벽력마군과 음양색불이 아닌 그녀를 선택한 이유였다.

멍청하고 신의를 모르는 그들보다 총명하고 무위도 뛰어난 다정마녀를 끌어들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어떤가?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걸세.”

“그렇군요. …저도 한 가지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제안? 말해보게.”

예상치 못한 다정마녀의 말에 흑천마옹은 의아하면서도 호기심이 들었다.

총명한 그녀가 어떤 제안을 할지 궁금했다.

“마옹께서 저희와 함께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저…희?”

“그렇소. 마옹.”

“그대가… 왜 이곳에…….”

갑자기 문이 열리며 거구의 중년 사내가 들어왔다.

그를 본 순간 흑천마옹은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그의 정체가 육참도부였기 때문이다.

무위가 흑천마옹의 아래가 아님에도 그 직위가 사해련의 호법이었다.

그건 그가 권력보다는 칼에 미쳐서였다.

그런 육참도부의 등장은 흑천마옹에게 혼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시 묻겠어요. 저희와 함께 하시는 것이 어떠세요?”

“자네들… 허…! 대단하군. 지금까지 그런 흉심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본천은 자네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네. 그리고 대호법님은 화경고수이시네. 자네들만으로 어찌할 수 없어.”

흑천마옹의 말에도 두 사람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때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인정합니다. 허나 본가와 본련은 대호법이라도 무시할 수 없지요.”

“려, 련주께서 여긴 어떻게…….”

흑천마옹의 눈이 커졌다.

이 자리에 육참도부가 있는 것도 놀라운데, 그에 이어서 적천우가 나타났다.

안으로 들어온 그는 육참도부와 다정마녀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와 동시에 적천우의 입에서 나온 말에 흑천마옹은 경악하고 말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숙부님. 고모님.”

“아닙니다. 가주님. 당연한 일입니다.”

“본가를 위한 일이거늘… 수고랄 게 있겠습니까. 가주님.”

독불장군으로 알려진 육참도부와 다정마녀에게 숨겨진 또 다른 신분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더욱 그 신분이 적천우와 관련된 사실은 흑천마옹을 또 한번 기겁하게 만들었다.

“…마옹, 조부님께서 북천적가의 후예임을 모르셨소?”

“허, 허나 북천적가는 멸문했기에 후예가 없다고…….”

“조부님께서 계셨고, 본인이 있거늘 어찌 후예가 없겠소? 이 두 분께서는 저의 숙부님과 고모님이시오. 그 외에도 많지는 않으나 가신들 역시 있소.”

“……!!”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 흑천마옹은 당황스러웠다.

동시에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커다란 비밀을 그냥 알려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무언의 강요를 하고 있었다.

“제가 련주님을 따른다면 얻는 게 무엇이오?”

“대호법께서 제시한 건천각은 그대가 그대로 가져도 좋소.”

적천우를 대하는 그의 태도가 바뀌었다.

이는 이 상황을 수긍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건 련주님께서 주시는 것이 아니지 않소? 대호법님께서…….”

“…죽으면 아무것도 가질 수 없지 않소?”

적천우의 차가운 목소리에 흑천마옹은 간담이 서늘했다.

그는 깨달았다.

적천우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무서운 인물이란 사실을.

적천우는 채찍만 가하지는 않았다.

“대장로와 대호법의 곁에는 이미 사람이 많소. 이제 와서 붙어봤자 대호법의 명을 받는 건천각의 수장일 뿐이오. 허나 본 련주를 도와준다면 온전한 건천각은 물론,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오.”

“…….”

적천우의 말에 흑천마옹은 할 말을 잃었다.

그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잠시 고민에 빠졌던 흑천마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대호법님과 연을 끊고…….”

“아니, 그게 아니오. 대외적으로 여전히 대호법의 사람이 되어주셔야 하오.”

“련주… 그대는 정말… 무서운 분입니다.”

적천우는 흑천마옹에게 이중간자가 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물론 흑천마옹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거절은 곧 죽음이니까.

육참도부만 해도 버거운데, 다정마녀와 적천우까지 있는 이상 흑천마옹에게 승산은 없었다.

“수락한 것으로 알아도 되겠소?”

“…어차피 선택권이 없지 않습니까?”

어깨가 축 처진 흑천마옹을 보며 적천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무언가를 건넸다.

“그럼… 이걸 복용해주시오. 그댈 못 믿는 것이 아니오. 그저 믿음을 더 확실하게 하자는 것이오.”

“…후… 알겠습니다.”

적천우가 건넨 단약을 복용한다면 절대 배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흑천마옹은 입에 넣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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