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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98화 (298/314)

298화.

“놈! 교주님을 믿고 까부나 본데…….”

“루주께선 혈천(血天)을 잘 아시오?”

“…….”

당장이라도 사마염을 찢어 죽이려던 환희요후가 움찔했다.

아직 허울뿐인 소교주가 혈천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사마염은 확신이 섰다.

“혈천의 쥐새끼가 본교에 기생해서 본교를 좀먹고 있다고 하더이다. 루주께선 아시오?”

“…그런 일이 있었소? …그것과 소교주가 본루에서 소란을 피우는 게 무슨 상관이 있소?”

환희요후는 의연하게 대처했다.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마염으로서는 환희요후의 말이 가증스럽게만 들렸다.

“그 쥐새끼가 늙고 추잡한 계집이기 때문이오. …안 그렇소? 쥐새끼.”

“…젖비린내 나는 애송아, 저놈들을 믿는 것은 아닐 테고… 백면과 혈타라도 숨어 있나?”

백면살귀(白面殺鬼)와 혈타(血駝)

생긴 것은 백면서생처럼 닭 모가지도 못 비틀게 생겼으나 마을 몇 개를 세상에서 지운 살인귀인 백면살귀.

등이 굽은 꼽추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주변의 멸시를 받으며 세상에 증오를 키워온 또 다른 살인마 혈타.

환희요후처럼 천사교 오대교령들이었다.

교주 이하 최고의 직위가 교령이었기에 그들 셋 모두 오대교령의 위를 받았지만, 그들의 무위까지 동급은 아니었다.

같은 오대교령이라도 백면살귀나 혈타가 단독으로 감당하기에 환희요후는 너무 강했다.

그렇기에 그녀를 제거하려면 백면살귀와 혈타 모두를 대동해야 가능했다.

그건 환희요후만이 아니라 사마염 역시 잘 알고 있는 바였다.

허나 그녀의 기감에는 그들의 기척이 감지되지 않았다.

“두 분께선 이곳에 오지 않았다. 늙은 쥐새끼 년아.”

“그럼 뭘 믿고 핏덩이 애송이 놈이 본후에게 까부는 거냐?”

일개 기녀처럼 오만 더러운 꼴을 보며 살아오진 않았으나 명색이 환희교주였다.

사마염의 도발에 쉽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가 뭘 믿고 이렇게 자신을 도발하는지가 더욱 궁금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사마염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마음 같아서는 본 소교주가 네년을 직접 찢어죽이고 싶지만… 인정하지. 아직은 네년이 더 강하다는 것을… 본 소교주 대신 저년을 찢어 죽여주시오.”

“…명대로 하지.”

호교사자 중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사도와 괴검에게도 하대를 하던 사마염의 입에서 반 존대가 나왔다.

그러자 사마염의 뒤에 시립하고 있던 누군가가 대답했다.

그는 사도와 괴검과 달리 사마염에게 하대를 했다.

사마염은 마음에 들지 않은 눈치였으나 이를 지적하지는 않았다.

“설마 저 덩치를 믿고 까분 것은 아니겠지?”

“큭큭. 덩치라…….”

검은 천으로 얼굴부터 전신 모두를 가리고 있었기에 그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허나 그의 거구는 숨길 수 없었다.

그는 위협적인 체구와 달리 기세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불쾌한 느낌을 주는 자였다.

“덩치부터 죽인 후에 다시… 큭!”

“…과연 날 꺼내줄 만하군.”

환희요후는 정체불명의 괴한부터 죽인 후 사마염을 제압할 생각이었다.

사마염의 독단이라면 상관없으나 교주까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면 골치가 아파진다.

만약 들통이 났다면 사마염을 인질로 삼을 생각이었다.

허나 천사교주는 나중 문제였다.

정체불명의 괴한은 그녀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권격에 환희요후는 세 걸음이나 물러났다.

그 와중에도 괴한의 권격을 막아낸 것이다.

“네놈… 누구냐?”

“내가 누구인지 알면 뭐가 달라지지? 그만 죽어라.”

예상과 달리 괴한이 보통이 아님을 깨달은 환희요후는 허리에 두르고 있던 하얀 채대를 쥐었다.

환희교의 보물인 백린(白鱗)이었다.

백린을 쥔 환희요후는 무서울 게 없었다.

천잠사와 한철의 실을 엮어서 만든 백린은 그 어떤 보검보다 뛰어난 무기였다.

“건방진 놈… 죽어라!”

“…….”

채찍보다 기묘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연검보다 날카로운 백린이 괴한을 노렸다.

먹잇감을 노리는 독사처럼 괴한의 전신으로 쇄도했다.

푹! 서걱!

백린은 괴한을 찌르고 베었다.

예상한 대로의 결과인지 환희요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별거 아니… 헉!”

“제법 따끔하군.”

괴한이 두르고 있던 검은 천이 찢겨지면서 그 속에 가려졌던 그의 모습이 드러났다.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흉측한 모습이었다.

그의 모습에 환희요후는 순간적으로 움찔할 정도였다.

“서, 설마… 아니, 그가 이곳에 있을 리가…….”

“이제 그만 죽어라.”

환희요후는 괴한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허나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이곳에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라면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챙! 채챙!!

괴한의 주먹이 묵직한 파공음을 내며 환희요후에게 쇄도했다.

그녀는 백린을 휘둘러서 괴한의 권격을 막아냈다.

허나 환희요후는 그 충격으로 휘청거렸다.

“젠장! 흉마(凶魔)! 정말 흉마가 맞단 말인가!”

천사교주의 아들을 죽인 죄로 오래 전에 갇힌 흉마였지만, 그 악명은 아직까지도 전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환희요후는 흉마를 만난 적이 없으나 그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흉명대로라면 환희요후도 자신할 수 없었다.

사마염이 건방을 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오냐! 네놈이 흉마라도, 본후는 환희요후다!”

당하고만 있을 환희요후가 아니었다.

그녀는 환희루의 비전인 극락환희무(極樂歡喜舞)를 펼쳤다.

극락환희무는 맨손으로도 펼칠 수 있으나 채대를 쥔다면 그 위력이 배가 된다.

하물며 환희루의 보물인 백린으로 펼치는 극락환희무는 상대가 흉마라도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아끼는 아들을 죽인 흉마를 천사교주가 괜히 살려둔 것이 아니었다.

“크크크… 말로만 듣던 극락환희무인가?”

흉마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바뀌었다.

잔잔하고 묵직했던 기운이 흉폭하게 변하면서 말투까지 변했다.

흡사 사람이 바뀐 것처럼.

쾅! 콰쾅!!

“미, 미친! 뭐야!”

“사, 사람 살려!”

환희요후와 흉마가 본격적으로 충돌하자 환희루가 휘청거렸다.

풍류를 즐기려다가 골로 가게 생겼으니 부호와 고관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그런 그들을 무시하듯 두 사람의 격전은 점점 더 가열되었다.

아직은 팽팽하지만 작은 변수만으로도 생사가 갈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보다 못한 음양쌍파가 움직였다.

“루주! 우리가 돕겠소!”

“사도, 괴검. 쌍파가 방해하지 못하게 막아!”

환희루의 장로인 음양쌍파도 대단한 고수였지만, 사도와 괴검도 그에 못지않았다.

사마염의 명령에 사도와 괴검이 환희요후를 도우려는 음양쌍파의 앞을 막았다.

음양쌍파는 그들을 보며 노기를 드러냈다.

“싸가지 없는 새끼들! 감히 뉘 앞을 막는 거냐!”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들이 그렇게 명을 재촉하느냐!”

산전수전 다 겪은 음양쌍파의 입심은 보통이 아니었다.

허나 사도와 괴검도 사파 출신인 만큼 입이 무척이나 거칠었다.

―이년들아, 보고만 있지 말고 당장 움직여!

음양쌍파도 사도와 괴검이 보통이 아님을 알고 있는지 겉으로는 윽박지르고 있었으나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주변에 대기 중인 환희팔선자에게 기습을 명령했다.

환희팔선자 전원이 모이지는 못했으나 절반인 넷이 대기 중이었다.

수년 전, 이가장을 습격했다가 환희팔선자 중 넷이 죽었다.

그 이후 새로운 인물로 환희팔선자가 채워졌다.

이 자리에 있는 넷 중 셋은 새롭게 채워진 인물이지만, 새롭게 이선자가 된 그녀는 오래전부터 선자의 직위를 가진 여인이었다.

게다가 죽은 이선자보다 더 강해졌기에 충분히 제몫을 할 수 있었다.

쾅!

“꺄!”

“개수작은 안 부리는 것이 좋을 거야. 저 늙은이들과 같이 뒤지고 싶지 않으면…….”

음양쌍파의 명을 받은 이선자가 움직이려는 순간, 그녀들은 곧바로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진즉에 눈치 챈 사마염이 선수를 친 것이다.

사마염의 사라지존수(邪羅至尊手)는 환희팔선자 따위가 감당할 수 없는 절세수공이었다.

새롭게 환희팔선자 된 세 선자는 감히 움직일 생각도 못했다.

천사교 입장에서도 배신자인 환희요후와 음양쌍파는 제거해야 했으나 환희루 전체를 지울 필요는 없었다.

살려둔다면 천사교의 좋은 자금줄이 되어줄 테니까.

“빨리 끝내라고…!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 * *

“염병할! 더럽게 강하네!”

안 그래도 얼굴이 하얀 백면살귀는 평소보다 더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꼽추가 고함을 쳤다.

“지랄 그만하고! 빨리 도와줘!”

“썩을……!”

백면살귀와 혈타의 얼굴에도 짜증이 어려 있었다.

명색이 오대교령인 자신들 둘이 힘을 합쳤어도 한 놈에게 밀리니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대교령의 수좌인 요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간이 없으니… 그만 죽어라!”

무사 수행을 위해 중원에 왔다가 천사교주에게 패배해서 그를 섬기고 있는 요도(妖刀)였다.

그러나 그건 겉으로 드러난 명분일 뿐이었다.

동영의 실력자인 그는 천사교의 위세를 이용해서 동영제패를 꿈꾸고 있었다.

허나 그는 천사교만이 아니라 혈천에도 양다리를 걸친 상황이었다.

소교주가 환희루를 공격했다는 시노비의 보고를 받은 요도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도 예상치 못한 방해를 받게 되었다.

비록 오대교령 중 처지는 측에 속하지만, 명색이 초절정고수인 백면살귀와 혈타가 길을 막았다.

천사교주가 직접 나서는 최악은 면했으나 백면살귀와 혈타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후훅! 서걱!

“망할! 놈의 칼은 익숙해지지를 않네!”

중원의 도법과 동영의 도법은 전혀 다르다.

특히 요도의 비천류는 동영에서도 손꼽히는 도법이었다.

중원도객을 상대하는 방식으론 막아설 수가 없었다.

덕분에 백면살귀와 혈타는 두 사람임에도 요도에게 밀리고 있었다.

“컥!!”

“젠장! 혈타!”

혈타가 나가떨어지면서 간신히 유지되었던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백면살귀는 대단한 고수였지만, 홀로 요도를 감당하는 것은 어렵다.

실제로 혈타가 나가떨어진 직후 백면살귀 역시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젠장!”

“큭!”

요도의 칼이 백면살귀의 목을 노렸다.

그러나 백면살귀의 목은 무사했다.

대신 요도가 뒤로 밀려났다.

“병신 같은 것들, 비켜라! 놈은 내가 죽일 테니까.”

“뭐! 벼, 병신!”

움찔!

백면살귀는 모욕을 당해서 발끈했으나 끝까지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가 너무도 흉폭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놈은… 흉마?”

“너는 날 실망시키지 말았으면 좋겠군.”

환희루를 습격했던 흉마가 돌아왔다.

당연히 빈손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는 환희루를 완벽하게 천사교에 귀속시켜서 돌아왔다.

허나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환희요후를 놓쳤기 때문이다.

흉마에게 팔이 찢겨진 순간 그녀는 도주를 선택했다.

무지막지한 무위에 비해 경공은 뛰어나지 못한 흉마는 결국 환희요후를 놓치고 말았다.

대신 음양쌍파가 그의 손에 찢겨 죽임을 당했다.

그렇게 환희루는 천사교에 귀속되었고, 사도와 괴검이 도주한 환희요후를 쫓고 있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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