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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80화 (280/314)

280화.

세가의 비선조직인 무영대는 어떤 상황이든 냉철해야 하는 법인데,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추태를 보였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빠드득.

“무슨 일이더냐.”

“가, 가주님께서 보내는 그, 급보이옵니다!”

제갈윤호는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으나 그만한 일이 아니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뜻한 기세였다.

허나 무영대원에게 전해 받은 서신을 읽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 그의 반응에 좌중은 긴장하게 되었다.

천하의 제갈윤호의 표정을 굳어지게 만든 급보라면 보통일이 아니란 뜻이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제갈윤호가 나직하게 말했다.

“무제…께서 쓰러지셨다고 합니다.”

“……!!”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갈 대협!”

제갈윤호의 말에 되묻기는 적도진인이 했으나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백의무제가 누군가.

이선(二仙)이 등선한 지금, 일성일존(一聖一尊) 다음으로 강자가 바로 오제였다. 그런 오제의 일인인 백의무제가 쓰러졌다고 하니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무제께서 마물을 베셨는데 그 순간 동귀어진을 한 모양입니다. 진인. 현재 치료 중인데, 상당히 위독하신 듯합니다.”

“무량수불…….”

마물을 제거했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백의무제가 쓰러졌다는 말에 다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그들이 놀랄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대업의 시작

“이, 이건 꿈이야!!”

금도(金都)라고 불릴 정도로 부유한 난주. 그 난주를 지배하는 네 가문.

난주사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난주사가에 속한 모든 생명체가 사라지고 있었다.

“꿈? 아니, 현실이다.”

“컥!”

난주사가의 맏형인 탕마장주는 현실을 부정하며 절규했다. 허나 그런 절규조차 허락하지 않는 자가 있었다.

탕마장주의 목을 벤 사내는 호통을 쳤다.

“산자를 남기지 말라는 련주님의 명이시다! 죽은 놈도 다시 베어라!”

“예! 호법님!”

탕마장주의 목을 벤 자는 사해련 오대호법인 육참도부였다. 감숙은 물론 섬서까지 정벌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문파를 일일이 정리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머리만 확실하게 짓밟았다.

굴복하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듯.

그리고 감숙의 머리는 공동파와 난주사가였다.

그중 육참도부가 맡은 곳은 난주사가 중 탕마장이었다.

나머지 난주사가는 다른 두 호법과 사대봉공인 진뢰궁귀가 맡았다.

당연히 탕마장만 아니라 나머지 난주사가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서둘러라! 련주께서 공동산에서 기다리고 계시니까!”

사해련주가 친히 친정에 나섰는데, 뒷짐만 지고 있을 순 없었다. 난주사가를 그들에게 맡기고, 사해련주는 직접 공동파로 향했다.

* * *

“이노~옴! 본파가 자존심도 굽힌 채 네놈의 청도 들어주었거늘… 어찌 이런 무도한 짓을 벌일 수 있더냐!”

이미 수년 전에 세대교체를 마친 다른 구파일방과 달리 노구에도 여전히 장문직을 맡고 있는 공동의 복마검성은 노기로 인해 얼굴이 시뻘게졌다.

단 한 사람에 의해서 공동파가 농락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보며 사해련주는 히죽거렸다.

“말코야, 자존심은 강자에게만 허락된 것이다. 감히 본좌 앞에서 공동 따위가 부릴 자존심이 존재하더냐?”

“이익!!”

사해련주의 조롱에 복마검성은 수치심에 치를 떨었다.

사해련주가 자신의 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호위대를 보낼 테니 협조해달란 서신에 복마검성은 자존심이 상했으나 사문을 지키기 위해서 이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가 이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복마검성은 결국 피눈물을 흘렀다.

“오냐! 나만 죽지는 않을 것이다!”

“크크… 너 따위가 가능할까? 까불지 말고 같이 덤벼라.”

“이익!! 좋다! 이놈!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사해련주의 비아냥거림에 복마검성의 사제인 자전도성이 발끈했다.

그럼에도 사해련주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그에게 초절정고수 한 명이나 두 명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복마검성 역시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화경고수. 그것도 오제와 자신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그렇기에 현실적으로 그를 베기는커녕 치명상을 입히는 것도 힘들었다.

허나 이대로 그냥 죽을 순 없었다.

빠드득……!

‘차라리 잘됐어. 우리 공동이 수많은 외침을 당하면서도 지금까지 버텨낸 이유를 알려주마!’

순간 복마검성의 옷이 강하게 휘몰아쳤다.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는 증거였다.

허나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것만이 아니었다.

그것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복마검성은 진원진기까지 끌어올린 상황이었다. 진원진기(眞元眞氣)는 사용하게 되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생명의 근원이었다.

그렇기에 진원진기를 사용하는 것은 목숨을 소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애초 복마검성은 사해련주를 상대로 살아남을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반드시 사해련주의 사지 중 하나라도 가져갈 생각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공동파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

그런 복마검성의 마음을 아는지 자전도성 역시 그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사해련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크크크… 꿈도 야무지군. 본좌를 상대로 말이야.”

“죽어라!”

“같이 죽자!”

복마검성은 복마검법의 정수인 복마대구식을 펼쳤다.

복마대구식(伏魔大九式)은 복마검법의 정수인 동시에 공동무학의 정수였다. 공동파가 구파일방의 말석이나마 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진원진기까지 끌어올린 복마검성의 복마대구식이 사해련주를 향해 쇄도했다.

그런 그와 보조를 맞추듯 자전도성 역시 자전마도를 펼쳤다. 가공한 위력 때문에 자전마도(紫電魔刀)라고 불릴 뿐 결코 마도(魔道)의 도법은 아니었다.

허나 그 가공한 위력 때문에 마교의 자전마공으로 오인 받은 적도 있을 정도이니, 위력은 확실했다.

그럼에도 사해련주는 비웃을 뿐이었다.

서걱!

“……!!”

“컥!”

“알겠나. 그런 잔재주로는 진정한 힘 앞에 무용하다는 것을…….”

복마대구식의 무서운 점은 강력한 위력은 물론 괴이한 검초였다. 그렇기에 대처하기가 어렵다.

허나 그런 복마대구식은 사해련주의 몸에 닿지도 못했다. 언제 움직였는지 사해련주의 칼이 복마검성을 절단 내버렸다.

자전도성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사해련주는 공동을 대표하는 두 초절정고수를 일도(一刀)에 베어버렸다.

“자, 장문인의 복수를 하… 컥!”

“으아악!!”

사해련주의 절대적인 신위에 공동파 고수들은 몸이 얼어붙었다. 허나 명문은 괜히 명문이 아니었다. 그들의 사제들인 공동의 장로들이 정신을 차리고 복수를 외쳤다.

하지만 그들에겐 기회가 없었다.

누군가 그들의 목을 베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며 사해련주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련주님, 뒷정리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오냐, 너희의 실력을 보자꾸나.”

사해련주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한 청년이 서 있었다.

그는 적천우, 사해련주의 손자이자 혈룡대주인 그였다.

허나 그만이 아니었다.

“혈룡대는 공동파의 뿌리까지 뽑아라!”

“존명!”

혈천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혈룡대가 전면에 나왔다.

혈천의 대업의 시작을 알리듯이.

30대의 장한이었지만 그 실력은 결코 동배와 비교할 수 없는 자들이 바로 혈룡대였다.

공동파를 대표하는 복마검성과 자전도성이 사해련주의 칼에 목이 떨어졌고, 이미 공동의 수많은 고수가 절명한 상황이었다. 생존한 나머지 공동파 고수들은 혈룡대의 먹잇감에 불과했다.

“이것으로 감숙은 나의 손에 들어왔구나.”

감숙이 사해련주에게 넘어간 것이 알려지면서 무림맹은 혼란이 빠지게 되었다.

* * *

“사해련주, 그자가 드디어 미쳤구려!”

“공동파를 멸문시키다니!”

처음 사해련주의 출사표가 알려졌을 땐 잘못된 정보라고 생각했다.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는 동안 이미 사해련은 감숙으로 넘어가버렸다. 이에 무림맹이 당황하는 사이 감숙무림의 기둥인 공동파와 난주사가가 무너지고 말았다.

“자하검제께서만 살아계셨어도!”

“맹주님! 사천과 섬서까지 넘어가기 전에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맞습니다! 맹주님!”

감숙과 달리 사천은 아직 버티고 있었다. 허나 그것도 결국은 시간 문제였다. 이미 사해련에 의해 몇 번이나 농락당하면서 사천무림의 정기가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

특히 청성파의 봉문은 사천무림의 날개 하나를 떼어낸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사천이 사해련에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지원군을 보내야 했다.

문제는 신경 써야 할 곳이 사천만이 아니란 점이었다.

감숙을 집어삼킨 사해련주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섬서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섬서무림은 발칵 뒤집어졌다.

자하검제의 등선과 정체불명의 마물에 의한 혈겁으로 인해 섬서무림의 힘이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었다.

이대로라면 감숙과 사천만 아니라 섬서까지 그들에게 넘어갈 판이었다.

사천도 사천이었지만, 섬서는 무척 중요했다. 섬서를 빼앗기면 황도인 하북으로 이어지는 산서, 무림맹 총단이 위치한 하남, 그리고 호북까지 긴장시키게 된다.

또한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본맹의 병력을 서쪽으로 보낸다면 천웅방은 둘째고, 천사교가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휘에는 검왕께서 계시지 않소! 총군사!”

“허나 검왕께서 천사교주를…….”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에 총군사인 서문경은 뒷말을 흐렸다. 그럼에도 이를 못 알아들은 자는 없었다.

모두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 소림이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천사교주가 움직이면 분명 성승께서 막아주실 겁니다!”

“성승이시라면…….”

당황하던 무림맹 수뇌들은 성승을 떠올리며 안도했다.

성승은 살아 있는 무림의 전설이자, 명실상부 천하제일 고수였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신임 무림맹주인 십절무왕은 심기가 불편했으나 티를 낼 순 없었다.

성승은 그런 존재였다. 허나 그렇다고 한들 언제까지 성승 한 사람에게만 기댈 순 없었다.

최소한 야망이 큰 십절무왕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총군사.”

“예, 맹주님.”

“호북으로 나가 있는 백호당과 멸사대를 사천으로 보내게.”

“아, 알겠습니다. 맹주님.”

원래는 천웅방을 막기 위한 보낸 병력이었지만, 이미 천웅방은 호북정벌을 포기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백호당과 멸사대는 전력 손실 없이 건재했다.

무엇보다 호북에서 사천은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다.

이미 침공당한 사천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무림맹 수뇌들 역시 맹주가 매우 옳은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섬서로는… 본 맹주가 직접 나가겠네.”

“매, 맹주님께서 말씀이십니까!”

십절무왕의 폭탄선언에 좌중은 경악했다.

비상시라고 하지만 설마 맹주인 그가 직접 나서겠다고 말할 줄은 몰랐다.

너무도 과감한 결단이 아닐 수 없었다.

허나 그런 맹주의 결단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자들이 있는지 자신들끼리 의견을 구하고 있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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