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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78화 (278/314)

278화.

그중에는 화산파에 몇 없는 초절정고수인 매화검절 원극진인도 있었다.

자하검제에 이어서 매화검절의 죽음은 화산파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셈이었다.

이제 화산파에는 초절정고수가 화천기와 화옥령뿐이었다.

물론 언제 초절정지경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은 화산십이장로가 있고, 여러 관주와 전주들이 있는 이상 화산파는 언젠가 다시 성세를 회복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화산 장문인으로서 화천기가 감당할 마음의 짐이 너무도 많았다.

그나마 누이이자 사매인 화옥령의 곁에 사질인 이현영이 있다는 것이 너무도 고마웠다.

“나는 밀린 업무 때문에 돌아가 봐야 하니, 령이를 잘 부탁한다.”

“예, 장문 사백. 사부님은 걱정 마시고, 일 보세요.”

화천기는 하나밖에 없는 누이조차 돌보지 못할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그가 돌아가자, 이현영은 화옥령의 암자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상당히 초췌한 얼굴로 잠이 든 사부 화옥령이 있었다.

이현영은 조용히 그녀의 곁으로 갔다.

‘사부님… 혼자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이제부터 제가… 제가 곁에 있을게요.’

그녀에게 화옥령은 돌아가신 어머니 대신이었고, 언니였고 사부였다.

그런 사부가 이리도 힘들어하니 이현영은 가슴이 아려왔다.

그렇기에 더욱 화가 났다.

사랑하는 사부를 이렇게 아프게 만든 이들에게.

‘결코 용서치 않겠어!’

* * *

그 시각 화옥령에게 부상을 입힌 혈마신은 호북 북부를 휩쓸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곧 이곳에 도착한다고 하던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무당파 고수들은 호북성 북부를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피난을 도왔다.

입에 풀칠하기 위해서 바쁜 나날을 보내던 호북 북부의 백성들로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허나 그들 역시 섬서의 소식을 들었기에 무당파 고수들의 권고대로 피난길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평생 일군 것을 놔두고 떠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허나 목숨보다 귀하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백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알려주듯 호북 북부의 마을들은 서서히 파괴가 되었다.

정체불명의 마물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만약 백성들이 그대로 있었다면 섬서에 이어서 호북 역시 피로 물들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막아야겠지요. 무제께서 도착하실 때까지 버티지 못하면…….”

“…….”

무당 장문인 현원진인의 말에 제갈세가주 제갈인섭은 입을 다물었다.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호북 북부의 경우는 마을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대피시키는 것이 가능했으나 중부는 다르다.

마을도 많고, 마을의 규모 역시 북부보다 훨씬 컸다.

그 많은 백성들을 피신시키는 것도 불가능했고, 피신시킬 장소도 없었다.

그렇기에 무당파와 제갈세가는 호북 북부에서 옥쇄할 각오로 마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 장문 사백! 마물이 나타났습니다!”

“후… 본파의 제자들은 마물과 직접 교전을 벌이지 말고, 제갈세가의 형제들이 설치한 기문진법으로 마물을 유도하라!”

“제자 청암, 장문 사백의 명을 받드나이다!”

이미 종남과 화산의 고수들이 마물을 감당치 못하고 전멸할 뻔했다는 사실을 들었기에 그들은 마물과 직접적인 교전을 벌이는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다행히 호북성에는 제갈세가가 있었다.

제갈세가의 진법가들이 마물을 대비해서 기문진법을 설치한 상황이었다.

무당파와 제갈세가의 고수들은 기문진법을 앞세워 마물로부터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분하지만 자신들의 선에서 마물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저희도 이만 나가보지요.”

“그러시지요. 장문인.”

현원진인과 제갈인섭은 결의를 다지며 마물을 맞이하기 위해서 천막 밖으로 나갔다.

아직 육안으로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으나 무언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마물의 존재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끄응… 듣던 것 이상인 것 같습니다.”

“각오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느껴지는 살기는 점점 강해졌다.

제법 거리가 있음에도 섬뜩할 정도로 강렬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마물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할지 상상이 될 정도였다.

혈마신은 인간의 피를 통해서 힘을 회복해야 하는데, 무당파에서 호북 북부 백성들을 피난시켜서 원하는 만큼의 피를 흡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혈마신은 더욱 성이 난 상황이었다.

“헉! 무, 물러나라!”

“젠장!”

마물의 움직임은 예상보다 더 빨랐다.

덕분에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려던 무당파와 제갈세가 고수들은 당황하며 급히 물러났다.

허나 이를 놓칠 혈마신이 아니었다.

퍽!

“커억!”

“청기야!”

“젠장!!”

혈마신을 상대로 피해 없이 상대한다는 것은 애당초 꿈에 불과했다.

시작부터 피를 보기 시작했다.

사형제의 죽음에 무당파 고수들은 눈이 뻘게졌다.

“모두 정신 차려라!”

빠드득……!

“명!”

흥분한 무당파 고수들이 마물에게 달려들 것을 우려한 현원진인이 일갈해서 그들의 정신을 일깨워주었다.

정면충돌은 개죽임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무당파 고수들은 이를 갈며 물러났다.

피를 보자 더욱 흥분한 혈마신은 발광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들은 무작정 물러나는 것이 아니었다.

제갈세가 진법가들이 설치한 기문진법의 방향으로 물러나며 마물을 유도하고 있었다.

다행이 마물은 그들의 유도대로 기문진법을 향했다.

“지금이다!”

“발동!”

“발동!”

마물이 기문진법의 영향권 안에 도달하자 제갈인섭이 외쳤다.

이에 제갈세가의 진법가들이 기문진법을 발동시켰다.

순간 거대한 힘에 의해서 마물이 기문진법에 갇히게 되었다.

“후… 성공… 헉!”

“이, 이런!”

계획대로 마물을 기문진법에 가두면서 무당파와 제갈세가는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안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마물을 가둔 기문진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문진법의 파해법을 모른다면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하물며 기문진법이 발동된 상황에서 외부도 아닌 내부에서 부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갈세가의 진법가들이 이러한 사실을 더욱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문진법이 흔들리는 것을 넘어서 금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빠지직.

화경고수는 다른 이들이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인간을 뛰어넘은 초인지경의 존재들이다.

혈마신은 화경급의 마물이었다. 그런 혈마신을 기문진법으로 가둔다는 것은 무른 발상이었다.

쾅!

잠시나마 혈마신을 가두었던 기문진법이 결국 부서지고 말았다.

제갈세가와 무당파 고수들은 당황했다.

“본파의 제자들은 오행검진을 펼쳐서 마물을 상대하라!”

“본가의 제자들은 대천성검진을…….”

그들 개개인 고수라지만, 눈앞의 마물은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었다.

홀로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검진을 통해서 시간을 벌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검진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마물이 아니었다.

실제로 화산과 종남 역시 검진으로 상대했으나 불가능하지 않았던가.

쾅!

“크윽!”

“청극, 청월과 자리를 바꿔!”

거마를 상대하기 위한 검진이건만 혈마신을 상대로 큰 효용이 없었다. 그로 인해 무당과 제갈세가의 고수들은 추풍낙엽으로 쓰러졌다.

“태극혜검(太極慧劍)!”

“칠현무형검(七絃無形劍)!”

위기에 처한 무당과 제갈세가의 고수들을 구하기 위해서 현원진인과 제갈인섭이 움직였다.

태극검성의 제자이자 무당장문인답게 현원진인은 태극혜검을 펼쳤다. 태극검성에 비하면 아직 부족했으나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 그를 보좌하듯 제갈인섭 역시 제갈세가의 절기인 칠현무형검을 펼쳤다.

아직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얼마 전 제갈인섭 역시 초절정지경에 올랐다.

그런 두 사람의 검강이 혈마신에게 작렬했다.

“끄응…! 괴물…이구나.”

“도대체…….”

부수지 못할 게 없다는 강기조차 혈마신에게 이렇다 할 피해를 주지 못했다.

기문진법조차 힘으로 부수고 나온 혈마신이었다.

강기로 상대할 수 있다면 애초 이런 고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크아앙!!

성난 혈마신이 포효했다. 내공이 실렸는지 비교적 내공이 얕은 제갈세가의 고수들은 바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순간 제갈세가의 고수들은 혈마신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커억!”

“괴…물…….”

“무당의 제자들은 제갈세가의 형제들을 구하라!”

제갈세가보다 낫다고 하지만 무당파 역시 온전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누가 누굴 구할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군 한 명이 쓰러지면 그 이상 살아 있는 전우들이 감당해야 할 짐이 커진다. 그렇기에 무당파 고수들은 이를 악물고 혈마신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무용했다.

금강불괴지신으로 강기조차 감당하는 혈마신에게 타격을 줄 힘은 그들에게 없었다. 오히려 혈마신의 반격으로 무당파 고수들만 피해를 볼 뿐이었다.

‘큭! 이렇게 끝인가…….’

현원진인은 이를 악물었다.

포기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허나 죽어가는 무당의 제자들을 보며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조께서 살아계셨다면…….’

자하검제를 잃은 화산파처럼 태극검선을 잃은 무당파 역시 그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허나 무당파는 화산파보다 나았다.

전대 장문인인 적도진인이 화경에 올랐으므로.

그렇기에 현원진인은 포기하지 않고 검에 모든 기운을 쏟아 부었다.

“태극…혜검!”

혈마신을 파괴할 수 없다 해도 무당과 제갈세가의 고수들이 피할 생각을 벌어주겠다는 일념으로 현원진인은 전력을 다해서 태극혜검을 펼쳤다.

허나 혈마신은 이미 낌새를 느꼈는지 바로 반격했다.

콰쾅!!

“우웩!”

“자, 장문인을 구하라!!”

너무도 멀쩡한 혈마신과 달리 현원진인은 피를 토하며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혈마신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은 자명했다.

무당파 장로인 무당칠자는 장문인을 구하기 위해서 서둘렀으나 안타깝게도 혈마신이 더 빨랐다.

혈마신의 무지막지한 손이 허공을 가르며 현원진인의 머리를 향했다.

퍼억!

“커억!!”

“후… 늦지 않아서 다행이군.”

하늘은 아직 무당을 버리지 않았다.

백의(白衣)를 입은 노인의 등장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노인은 현원진인과 제갈인섭을 바라보고 나직하게 말했다.

“마물은 본좌가 상대할 테니, 자네들은 어서 물러나게.”

“배, 백의무제 님의 명을 받듭니다!”

제갈인섭은 노인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차렸다.

백의무제(白衣武帝) 백무강.

전(前) 무림맹주이자 오제의 일인.

제갈인섭의 외침에 무당과 제갈세가의 고수들은 깜짝 놀라는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라면 마물이 아무리 대단해도 능히 제거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후… 마물이여. 여기까지다!”

쾅! 콰쾅! 쾅! 쾅!

혈마신과 백의무제의 격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했다. 그들의 격돌로 수십 장 거리까지 물러난 무당과 제갈세가 고수들이 움찔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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