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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67화 (267/314)

267화.

콰쾅!!

광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충격이 주변에 퍼졌다.

그 충격에 휘말린 자들이 속출했으나 다행히 다친 자는 없었다.

충격을 일으킨 것은 천웅창제의 창이 아니었다.

충격의 진원지에는 한 자루의 검이 박혀 있었다.

이를 보며 천웅창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흥, 이제야 나타나다니… 건방진 놈.”

“위험하니! 모두 물러나십시오!”

“아! 검신께서 오셨다!”

“우와아!!”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직후 한 사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천웅창제만 아니라 호북무림인들 역시 사내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호북무림인들은 그의 외침대로 서둘러 물러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님을 모를 리 없었기에 그냥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사내는 땅에 박힌 자신의 검을 뽑았다.

“벌써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선배님.”

“후배님의 선물을 받았기에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네.”

오가는 대화는 온화했으나 그들 사이에 흐르는 기운은 결코 온화하지 않았다.

파지직! 파지직!

그들의 무형지기가 충돌한 것만으로도 대기가 흔들리고 불똥이 튀었다.

‘허…! 과연 검신이란 말이지. 지옥대제의 일이 거짓은 아니었군.’

내심 과장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천웅창제는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무형지기라면 지옥대제와도 충분히 일전을 치를 능력이 될 테니까.

허나 지옥대제와 자신은 다르다. 지옥대제도 강하지만 자신은 그보다 더 강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천패, 도패… 누구도 방해하지 못 하게 하게.”

“방주님의 명을 받듭니다.”

“존명!”

천패와 사자도패는 물러났다. 그들이라도 화경고수들의 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허나 천웅창제의 명령처럼 누구도 그들의 격돌을 방해할 수 없게 주변을 경계했다. 이현성은 그들이 아닌 어딘가를 향해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암월 호법, ‘그’가 방해하지 못하게 경계해주게.”

“존명!”

이현성의 시선이 닿은 곳에 누군가 은신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천웅팔패 중 천웅창제의 그림자인 암패였다.

대단한 은신술이었으나 이현성의 기감을 속일 수는 없었다.

찬웅창제는 암월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내겐 그렇게 뻣뻣하게 굴더니, 후배님에게는 아주 충견이 따로 없군.”

“사람을 개로 대할 때와 가족으로 대할 때가 어찌 같겠습니까? 선배님.”

이현성의 말에 천웅창제 담중은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이었다. 비록 암월을 충견이라고 표현했으나 그건 개라는 뜻은 아니었다.

담중은 고작 말장난에 불과하지만, 자신이 한 방 먹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그렇게 되나? …장난은 여기까지일세. 날 방해하고, 내 수하들을 죽인 대가를 치러야 할 게다.”

“절 탓하지 마십시오. 애초 방주께서 그들을 보내서 호북무림은 물론 민초들을 해치지 않았다면 제가 그들을 벨 이유가 없었습니다.”

“놈! 끝까지 제 놈만 잘났다고 말하는구나!!”

이현성의 손에 천웅팔패 중 셋이 죽고, 일천이 넘는 수하들이 죽었다. 그리고 수백이 도망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말하는 그를 보니 담중도 더 이상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기죽을 이현성은 아니었다.

비록 제 손에 많은 피를 묻혔으나 그건 대의를 위함이고, 약자를 지키기 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무림은 강자존 약자멸! 나의 창으로 네놈의 잘못을 증명해주마!”

쾅! 콰쾅!

신과 마귀의 싸움이 이럴까 싶을 정도로 화경고수의 격돌은 가공했다.

‘끄응… 정말 괴물이구나.’

‘무량수불…….’

그들의 격돌을 지켜보는 천패는 물론 무당삼검성 등 초절정고수들은 간담이 써늘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수들의 눈에는 그냥 막연히 무시무시한 광경이었지만, 초절정고수들에게는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섬뜩하게 보였다.

혈천의 호법이자 천웅방주 자리를 노리는 천패는 천웅창제의 신위(神威)에 다시 한번 회의감이 들었다. 자신이 쓰러트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님을 절실하게 느꼈다.

무당삼검성을 위시한 호북무림의 초절정고수들 역시 검신이 없었다면 자신들이 천웅창제를 상대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허나 자신들 전원이 달려든들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그만큼 천웅창제는 절대적인 신위를 보여주었다.

그런 그를 상대로 결코 밀리지 않는 신위를 보여주는 검신이 더욱 크게만 보였다. 하물며 직접 상대하는 천웅창제의 기분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어린놈이 이렇게 강했다니… 오늘 놈을 죽이지 못하면 평생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이립도 되지 않은 나이에 자신에 버금가는 신위를 보이고 있었다. 십 년 후에는 자신을 뛰어넘고 천하제일인이 되어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독왕과 지옥대제가 느낀 것처럼 그 역시 이현성의 불가해(不可解)적인 재능에 혀를 내둘렀다.

그렇기에 더더욱 오늘 그 싹을 지울 생각이었다.

그 역시 사파제일. 더 나아가서 천하제일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네 실력은 인정하지만, 아직… 본좌의 위는 아니다!”

강환을 실은 그의 창은 보는 것만으로도 살갗이 따끔따끔 거리고 털이 쭈뼛쭈뼛 서게 만들었다. 그런 그를 보며 이현성 역시 강환을 발현해서 대적했다.

화경고수라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허나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천웅창제는 예상보다 더 강한 존재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그의 창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천강쇄혼(天强碎魂)!”

혼을 부순다는 초식명처럼 창에 빠른 회전을 통해서 파괴력을 증폭시킨 창술이었다.

강환을 발현시킨 창으로 천강쇄혼을 펼치니 그 위력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순간 이현성의 검은 물론 강환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강을 강으로 맞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지.”

천웅창제의 창은 분명 강했다. 그걸 알면서도 강으로 맞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었다.

이현성은 자신의 검을 믿었다.

비록 혼원과 하나가 되면서 변화를 이루었으나 분명 무당의 태극의 정수가 담겨 있었다.

태극이야말로 유능제강(柔能制剛)의 근본. 강력한 천웅창제의 창도 능히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콰쾅!

“큭!”

“후… 날 너무 가볍게 보는군!”

폭음과 달리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태극의 정수가 담긴 이현성의 검이 제몫을 했기 때문이다.

허나 천웅창제의 창을 제압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증거로 이현성은 입에서 신음소리와 함께 두 걸음이나 밀려났다.

천웅창제의 창은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천강멸백(天强滅魄)!”

천웅창제는 혼(魂)을 부순다는 천강쇄혼에 이어서 백(魄)을 멸한다는 천강멸백을 펼쳤다.

천강멸백은 천강쇄혼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창에 의해서 대기가 흔들릴 정도였으니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호북무림인들이 기겁하며 물러났다.

이현성은 이를 악물고 검을 쥐었다. 암천검에서 빛나던 황금빛이 그의 전신에서 은은하게 풍기기 시작했다.

쾅!

“으윽!”

“컥! 젠장!!”

그들의 충돌로 허공이 일그러지는 듯한 환영을 보여주었다. 허나 거대한 폭음과 달리 주변에는 큰 여파를 주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이현성만 아니라 천웅창제의 입에서도 신음과 욕설이 튀어나왔다. 조금 전에는 이현성만 손해를 봤으나 이번에는 그 역시 충격을 입었다는 증거였다.

두 사람 모두 뒤로 밀려났다.

그들 사이에 열 걸음(十步) 정도의 거리가 생겨났다. 덕분에 천웅창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지 눈이 붉어졌다.

“오냐! 이번에도 막아낸다면 나의 패배로 해주마!”

“…….”

너무도 광오한 말이었으나 이현성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수십 합을 교환할 때만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던 그다.

허나 이어진 단 일 합만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가 왜 천웅방주이고, 오제인 천웅창제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천웅창제가 마지막 자존심까지 걸려고 한다.

이현성으로서는 대답할 여유마저 없었다. 순간 천웅창제를 중심으로 폭풍이 일어나서 그를 감쌌다.

그건 기의 폭풍이었다. 천웅창제를 감싸던 기의 폭풍이 점점 사그라지더니 그의 육신이 부풀어 올랐다.

우우~웅! 우~웅!

부풀어 오른 천웅창제의 육신이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이번에는 그의 창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천강…무적(天强無敵)!!”

“파천…….”

지옥겁화지멸이 불태워서 멸하는 지옥대제의 정수라면, 천강무적은 모든 것을 부수는 파천의 무학이었다.

지옥겁화지멸과 천강무적은 감히 우열을 논할 수 없는 절대무학들이었지만, 이현성과 상성은 천강무적이 더 좋지 못했다.

‘역시 검선 어른처럼은 되지 않는구나.’

태극검선이었다면 태극의 정수가 담긴 검으로 충분히 천웅창제의 창을 무력화시켰을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태극의 정수를 물려받았지만, 이현성은 분명 태극검선이 아니었다. 그가 추구하고 있는 암천살무와 태극검선의 태극은 분명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혼원과 합일한 태극의 정수에 의지했으니 한계가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결국 이현성은 혼원과 합일한 태극의 정수가 아닌 암천살무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전음입밀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혜광심어의 수법이었다.

―한 가지 제안을 하지. 이번 일격으로 천패 놈을 죽여주게. 그럼… 호북정벌은 없던 일로 해줌세.

―……!!

놀랍게도 이 긴박한 순간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온 사람은 바로 천웅창제 담중이었다.

목숨을 걸고 이현성에게 창을 겨누고 있는 그가.

이현성은 순간적으로 귀를 의심했다.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천패라고 하면 천웅팔패의 수좌로서 천웅창제를 제외하고 천웅방 최고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물며 자신에 의해서 천웅팔패 중 셋이나 죽은 상황이었다. 천패까지 죽는다면 천웅방으로서는 막대한 타격을 입는 셈이었다.

그런데 천패의 목숨을 걸고 이러한 제안을 하니 이현성이 당황하는 것은 당연했다.

―자세한 설명을 할 시간은 없다. 가부만 선택해! 아니면…….

―좋습니다. 선배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부디… 거짓이 아니길 바랍니다.

―나… 천웅창제일세.

그 한마디면 족했다.

천웅창제 담중.

사파사세인 천웅방의 수장이자 칠사의 창사(槍邪).

비록 사파를 폄하하지만, 그는 결코 입에 허언을 담을 자가 아니었다.

그런 그의 이해하기 어려운 제안이었지만, 분명 손해가 될 제안은 아니었다.

“…황!”

천웅창제의 천강무적을 향해 이현성은 암천살무의 절초인 파천황을 펼쳤다.

천황(天荒)이란 천지개벽 이전 혼돈의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즉, 파천황은 혼돈의 상태를 깨트릴 정도로 절대적인 검학이었다.

쾅! 콰쾅! 콰콰쾅! 쾅쾅!

“헉!”

“무, 물러나! 죽고 싶지 않으면!!”

이미 삼십 장이나 물러나 있던 호북무림인들은 천지가 흔들리는 이상 현상을 보고 기겁하며 더욱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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