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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62화 (262/314)

262화.

다만 악화된 혈살단금술을 보강할 경우 당장은 병세가 호전될 것이지만, 일정 주기 안에 해약을 복용하지 못한다면 혈살단금술이 악화되면서 다시 몸에 무리가 가게 된다. 즉,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그럼 그렇게 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니까.”

“예, 명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혈마신의 상태는 어때?”

백인혜의 물음에 백우종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그의 표정을 봐선 결코 나쁜 결과는 아닌 듯싶었다.

“간혹 거부반응을 보이긴 했으나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닙니다. 요후님.”

“좋군. 좋아! 이대로라면 나만의 비밀병기가 탄생하게 되겠어. 호호호!”

혈마신(血魔神).

전설의 천마강시와 비견되는 마물 중의 마물이었다. 워낙 제련이 어렵기에 이론상으로만 가능하다 전해졌다.

몇 번 세상에 나와서 무림을 시산혈해로 만든 적이 있었으나 그때조차 혈마신은 완벽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결국 자멸해서 사라졌다.

허나 그러한 혈마신이 완벽하게 제련된다면?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어진다.

그렇기에 그녀는 대호법의 손자를 혈마신으로 만드는 도박을 한 것이다. 실패한다면 흔적을 지우고, 성공한다면 대호법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녀는 찬란한 미래를 꿈꾸느라 백우종의 차가운 눈빛을 보지 못했다.

‘…미친년, 너무 좋아하지 마라. 혈마신이 완성되는 순간 네년을 가장 먼저 죽여 버릴 테니까.’

* * *

“천웅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허…! 검선께서 계실 때는 감히 움직일 생각도 못 했던 것들이!”

백의무제와 신산이 무림맹을 떠난 이후 무림맹은 자중지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구세력과 신세력 간의 보이지 않은 기 싸움이 벌어졌다.

그러한 상황이었지만 이 순간만큼 달랐다.

천웅방이라는 공공의 적 때문이다.

서로 물어뜯더라도 공공의 적이 나타나면 언제든 뭉치는 무림맹답게 지금은 파벌과 상관없이 의견을 모으고 있었다.

“상대가 천웅방이라면 호북무림만으로는 버겁소!”

“누가 모릅니까? 문제는 어떡해야 하느냐지요.”

과거의 무당파조차 단독으로 천웅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다만 제갈세가 등 호북무림의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견제는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했다.

태극검선의 등선으로 천웅방의 수장인 천웅창제를 감당할 고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웅창제가 아니더라도 천웅방은 강했다.

하나 같이 사파무림의 거두인 팔패는 물론 절정고수만 일백이 넘으며, 일류고수는 수천이나 몸을 담고 있는 곳이 사파사세의 천웅방이었다.

게다가 천웅방의 명령이라면 금방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호남성의 문파가 수십이었다.

호북무림 역시 강하였지만, 결코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맹주님께서 취임하시기 전에 움직이다니!”

“신임 맹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방관할 수만은 없소이다!”

“누가 그걸 모릅니까! 다만 맹주님도 계시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끼리 결정했을 때, 책임은 어찌하란 말입니까!”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가 지어야 한다. 정도무림연합인 무림맹의 맹주란 자리는 그러한 책임을 져줄 존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맹주는 막강한 권한 역시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책임을 논할 때요!”

“그럼, 문주께서 책임을 지시든지?”

“그, 그야…….”

호북의 명문인 의검문주는 짜증이 났다.

천웅방에 사문이 짓밟힐 상황에서 책임이나 논하며 원점에서 벗어나는 말만하기 때문이다. 허나 자신에게 책임을 지라는 말에 의검문주는 입을 다물었다.

의검문이 호북의 명문이자 대문파라지만 홀로 책임을 감당하는 건 무리였다.

결국 이럴 때는 무림맹의 머리인 총군사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총군사께선 혹시 좋은 생각이 없으시오?”

“맞소. 총군사. 시원하게 말해보시구려!”

신임 맹주와 달리 신임 총군사인 서문경은 현재 무림맹에 있었다.

의견을 구하는 동시에 책임까지 넘기려는 그들의 모습에 서문경은 쓴웃음이 나왔다. 신산 제갈윤호가 총군사였던 시절에는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허나 그와 서문경은 여러모로 입장이 다르다.

제갈윤호는 강호칠기의 한 명인 초절정고수이자, 제갈세가의 태상가주라는 배경까지 있었다.

그에 반해 서문경의 서문세가는 명문세가였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 중 그보다 못한 배경이나 신분을 가진 자는 없었다. 게다가 서문경 개인의 무력도 많이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장로, 호법들의 태도가 제갈윤호 때와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사신당과 별동삼대 하나씩을 파견해서 본맹이 수수방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것으로 되겠소?”

“사신당과 별동삼대라면 분명 대단한 전력이지만, 상대가 천웅방인데?”

기대하고 있던 좌중은 서문경의 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신당의 일개 당과 별동삼대의 일개 대라고 해봤자 칠백명에 불과했다.

말이 칠백이지 결코 적은 수는 아니었다.

게다가 사신당과 별동삼대는 전원이 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칠백의 고수는 분명 대단한 전력이었다.

허나 사파사세인 천웅방의 공세에 대한 지원 치고는 생각을 낼 수 있는 전력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좌중의 반응이 호의적일 수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총군사께선 ‘우선’이라고 하셨소. 그러니 조금 더 들어봅시다.”

“아, 그렇지요.”

“총군사, 말씀해보십시오.”

누군가의 말에 분위기는 다시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오대세가와 비견된다는 다섯 가문을 합쳐서 십대세가라고 부른다. 다섯 가문은 오대세가를 의식해서 오대가문이라 부르고 있었다.

오대가문은 오대세가에게 밀리는 상황이었다.

허나 오대가문의 하나인 모용세가에서 맹주를 배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러한 오대가문 중 진주언가주가 서문경의 말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니 회의장 분위기 역시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서문경은 눈으로 진주언가주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진주언가주인 언중경의 입장에선 약간의 선심으로 총군사가 된 서문경에게 호의를 샀으니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사신당과 별동삼대의 파견은 사실상 그분의 호위라고 보면 됩니다.”

“누굴 보내기 위해 무려 사신당과 별동삼대를 호위로 보내는 거요?”

“맞소? 도대체 누굴… 서, 설마!”

“왜 그러시오? 누군지 아시오?”

대부분 서문경의 말에 의문을 제기했다.

회의적인 반응을 보냈으나 사신당의 하나와 별동삼대의 하나를 보내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고수들을 누군가의 호위로 삼다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총군사, 본인이 생각하는 그분이 맞소?”

“…맞으실 겁니다.”

“허나 그분은…….”

“누군데 그러시오! 우리도 좀 압시다!”

주변의 성화에 태산파의 장문인이 입을 열었다.

“백의무제… 백무강 대협을 말하는 것 같구려.”

“……!!”

“허나 그분은… 총군사, 맞소?”

태산파 장문인의 말에 좌중은 소란스러워졌다.

설마 맹주직에서 물러난 백의무제를 거론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임 맹주의 취임 전에 전임 맹주가 나서는 것은 그리 모양새가 좋지 못했다.

권력이 오대세가에서 오대가문으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는 더욱 그러했다.

“맞습니다. 그분이…….”

“……!!”

서문경의 대답에 모두 오대가문 대표들의 눈치를 살폈다. 오대세가가 지는 해라면 오대가문은 뜨는 해였다.

그렇기에 오대가문을 필두로 공훈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지금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에 호의적인 전임 맹주가 주목받게 되는 상황을 오대가문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눈치를 보았다.

“허나…….”

“…좋은 생각 같소.”

예상치 못하니 일이 벌어졌다.

오대가문에서 총군사가 된 서문경의 의견에 누군가가 찬성을 했다.

“예? 저,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신창 님?”

“비록 책임을 느끼고 맹을 떠나셨으나 천하를 위한 일이오. 그분께서도 거절하지는 못하실 거외다.”

오대가문의 하나인 신창양가 신창의 발언권은 무척 강력했다.

같은 오대가문인 진주언가 역시 찬성하는 듯싶었다.

다만 오대가문이지만, 황보세가에 빚이 있는 산동악가는 그 어떤 반응도 내보일 수 없었다. 그렇게 무림맹은 사신당의 백호당과 별동삼대의 멸사대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백의무제를 설득하기 위해서 명숙들을 파견했다.

* * *

“무제 님,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백의무제와 신산은 이가장의 환대를 받고 있었다.

장주 부인인 제갈현지의 조부인 신산 제갈윤호와 백의무제 백무강이었다.

그러므로 환대는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들의 부탁을 받고 운남성으로 간 이현성은 만날 수 없었기에 당분간 이가장에 신세를 질 예정이었다.

백무강의 경우는 은거를 시작하면 다시 무림에 나올 생각이 없었기에 마지막으로 그를 만날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천웅방에서 호북정벌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과 무림맹에서 천웅방주를 그가 막아줬으면 한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아직 무림맹에서 파견된 명숙들이 도착하기 전이었다. 아무리 총군사직을 내려놨다고 해도 신산 제갈윤호였다.

그들이 오기 전에 이미 그의 귀에 소식이 들어왔다.

“허허…! 모른 척할 순 없지 않은가.”

“괜찮으시겠습니까?”

성승이 함부로 움직일 수 없고, 이선은 등선을 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팔왕만으로 오제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오제의 한 사람이 나서야 한다. 사해련주를 생각하면 자하검제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남은 사람은 자신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사임을 했다고 하지만 얼마 전까지 무림맹주였다. 때문에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괜찮지 않을 게 뭐가 있겠는가.”

“결과가 좋지 않다면 모든 비난은 무제께서 받으실 겁니다. 결과가 좋으면 생색은 무림맹이 다 낼 테고 말입니다.”

백의무제의 입장에선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무림맹의 청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무림맹주였던 자신의 마지막 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은거할 생각일세. …천하를 위한 나의 마지막 선물일세.”

“그러시다면 제가 모시겠습니다.”

“허허 그럴 필요는 없는데… 고맙네.”

백의무제를 무림맹에 끌어들였던 제갈윤호는 양심 때문이라도 그만 보낼 수 없었다. 게다가 호북성에는 그의 가문인 제갈세가 역시 있었다. 그렇기에 제갈윤호는 백의무제의 곁에서 그를 보필할 생각이었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어르신, 맹에서 어르신을 뵙고 싶다고 사람이 왔습니다.”

“허허 알겠네. 들이게나.”

때마침 무림맹에서 출발했다는 명숙들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이미 그들의 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백의무제는 그들의 방문에 거부감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몇몇 사내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하나 같이 눈에 익은 자들이었다.

“후배, 황보관영이 백의무제 님을 뵙습니다.”

“후배, 남궁영준이…….”

“후학, 현광이…….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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