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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46화 (246/314)

246화.

삼천 명의 고수들이 감숙성에서 빠져나간 상황이었지만, 아직 많은 고수들이 사천성에 남아 있었다.

게다가 수만의 무림인들 역시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수개월 전 가족과 친우를 잃고 눈이 뒤집힌 사천무림인들이었다.

“빌어먹을…! 같잖은 것들이!”

“그만! 공자님과 봉공님의 안위가 먼저다!”

사천당가 출신으로 추정되는 암기술의 노고수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라 해도 초절정고수 두명을 상대하는 것은 버거웠다.

허나 그냥 죽지는 않았다. 적천우와 음풍귀조에게 치명상을 입혔던 것이다. 실력 좋은 명의에게 치료를 받고 정양을 한다면 좋겠지만, 적지와 마찬가지인 이곳에서 그런 팔자 좋은 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을 마차에 태운 후 무작정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사천만 벗어난다면 바로 사해련의 권역이니까 그곳에 도착하면 된다.

“사천만 벗어나면 된다! 모두 그때까지만 버텨라!”

“예!”

적천우와 음풍귀조가 쓰러진 지금 문인주희가 임시 대표가 되어서 모두를 이끌었다. 사해련 고수들은 그녀의 진정한 신분을 모르나 자신들보다 고수임을 알기에 두말없이 따랐다. 그녀의 지휘능력이 뛰어나기에 지금까지는 잘 버텨내고 있었으나, 사방에서 물밀 듯이 밀려드는 사천무림인들을 상대로 십여 명만으로 싸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덕분에 점점 버거워지고 있었다.

체력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가까워졌다.

초절정고수인 적천우와 음풍귀조라도 멀쩡하다면 어떻게 되었겠지만, 오히려 그들을 보호하며 싸워야 하는 상황이 그들에겐 너무도 가혹했다.

“놈들이 여깃…컥!”

“젠장!”

흔적을 지우며 도주를 했으나 결국 또다시 노출되고 말았다. 주변을 수색하던 사천무림인들은 그 소리를 듣고 벌떼처럼 모여들기 시작했다.

“컥!”

“크윽!”

머릿수는 제법 되었으나 고수라 불릴 만한 자는 몇 없었기에 전멸시킬 수 있었다. 지쳤다고 해도 혈룡대의 조장들과 사해련의 정예고수들이었다. 그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시 떠날 준비를 했다.

“이제 다시… 누구냐!”

챙!

누군가 그들의 발을 붙잡았다.

그들은 처음으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검을 통해서 전해지는 충격이 만만한 자들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악종들… 너희의 악행은 여기까지다!”

“끄응… 청성이라니…….”

단연코 최악이었다.

하필이면 새롭게 나타난 무리가 바로 청성파의 고수들이었다. 체력이라도 회복된 상황이라면 어찌 해보겠으나, 이미 며칠째 잠도 못잔 상태로 쓰러진 두 사람을 호위하며 도주 중이었다. 청성파 고수들을 상대할 체력이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한들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미 사천무림과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넌 사이였다.

이제 와서 항복하더라도 자신들의 목숨은커녕 적천우와 음풍귀조의 목숨조차 보장받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꽉 쥐었다.

허나 이미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청성파 고수들에게는 그 모습이 가소롭게만 보였다.

“청성의 제자들이여! 악종들을 멸하라!”

“명!”

청성파 고수들은 명문정파의 제자들답지 않게 살기등등한 모습이었다. 수많은 동문 선후배를 잃은 그들의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를 알려주는 듯했다.

허나 독기로는 혈천과 사해련이 뒤질 리가 없었다.

체력적 한계에 다다른 것이 문제였지만, 부족한 것은 독기로 채울 생각이었다.

챙! 챙! 채챙!

도검이 충돌하면서 사방에서 불꽃이 튀겼다.

그만큼 격렬한 격돌이었다. 연신 밀리는 쪽은 사해련이었다. 개개인의 역량만 본다면 사해련 쪽이 우위를 차지하였지만, 체력과 머릿수는 청성파가 월등했다.

이 정도로 버티는 것이 용할 정도였다.

허나 결국은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큭!”

“방옥! 이놈들!!”

“죽어라!!”

사해련 고수들 한명 두명이 쓰러지면서 전세는 급격히 기울게 되었다. 그럴수록 청성파는 사기가 높아졌고, 사해련은 절망감만 커졌다.

“저 망종들을 모두 죽여라! 한놈도 살려두지… 컥!”

“감히 본련의 형제를 죽이는 자가 누구더냐!”

제자들을 독려하던 청성파 중년 고수가 예상치 못한 기습을 막지 못한 채 절명하고 말았다. 놀랍게도 그를 죽인 자는 거의 빈사상태였던 음풍귀조였다.

초절정고수인 그가 깨어난 것만으로도 사해련 고수들은 절망을 딛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만큼 초절정고수의 존재는 전세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허나 그건 과한 희망이었다.

“쿨럭… 쿨럭…….”

“두려워하지 마라! 저 악종도 멀쩡하지 않다!!”

의식을 되찾았으나 치명상을 입은 음풍귀조였다. 몸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피가 섞인 기침을 하는 그를 보며 긴장했던 청성파 고수들의 굳어진 얼굴이 펴졌다.

해볼만 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악종아 죽어…컥!”

“주제도 모르는 놈.”

호랑이는 이빨이 빠져도 호랑이였다.

개에게 물린다면 어찌 호랑이의 이름값을 하겠는가.

음풍귀조는 초절정고수였다. 빈사상태에서 막 깨어났으나 쉽게 당할 자가 아니었다. 허나 내색하지 않을 뿐, 그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웬만한 자들이라면 몰라도 진짜 고수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진짜 고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물러나라.”

“헉! 제자들이 사숙님을 뵙습니다.”

청성파의 고수들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 자리에 노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존재였다.

음풍귀조는 노진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건곤신군…….”

“도우가 사해련의 음풍귀조이시구려.”

노진인은 대라신군의 사제이자 청성파에 잔류한 원로인 건곤신군이었다. 일전에 벽력마군에게 당한 내상이 완치되지 못해서 감숙성에는 함께 가지 못한 그였다.

허나 그가 입은 내상은 서너 달 이전이었기에 어느 정도 회복을 한 상태였다. 빈사상태에서 막 깨어난 음풍귀조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음풍귀조에게 벽력마군처럼 진천뢰라는 비장의 패가 있는 것도 아니라면 더욱 그랬다.

“도우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아나, 이대로 놔둘 수 없음을 이해해주시구려.”

“…고양이 쥐 생각하는군.”

건곤신군의 말에 음풍귀조는 날을 세우긴 했으나 무척 난감한 상황이었다. 허세가 통할 자가 아님을 잘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벽력마군에게 당한 기억 때문에 방심할 것 같지도 않았다.

음풍귀조로서는 최악의 상대인 셈이었다.

‘적 공자만은 어떻게든 살려야 하는데…….’

사해련주에 대한 그의 충성이 대단해서가 아니었다.

혈육인 그를 잃고 돌아갔을 때, 과연 사해련주가 자신을 가만두겠는가. 태양마종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자신의 목숨만 아니라 자신의 혈육들까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알았다. 그걸 알기에 음풍귀조는 목숨을 걸고 적천우만은 반드시 살릴 생각이었다.

“감히!”

“되었다. 물러나거라.”

“허나! …예 사숙님.”

음풍귀조의 말에 청성파 제자들은 발끈했다.

허나 건곤신군은 흔들리지 않은 채 오히려 제자들을 만류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음풍귀조는 예상대로 도발이 통하지 않는 상대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푹! 푸푹! 푹! 푹!

그때였다.

음풍귀조가 자신의 혈들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건곤신군은 검을 겨누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건곤신군의 경계는 옳은 판단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안정해 보였던 음풍귀조의 기세가 갑자기 맹렬하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과연…! 빈도를 상대하기 위해서 마지막을 불태우시겠단 말이구려. 좋소. 받아들이리다.”

“…내게 역혈대법을 펼치게 만든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주마!”

음풍귀조가 목숨을 걸고 펼친 대법은 바로 역혈대법(逆血大法)이었다. 피를 역행시켜서 일시적으로 내공을 증폭시키는 비술이자 금술이었다.

몸 상태가 만전이라도 역혈대법의 후유증이 막심한데, 지금 그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목숨을 건 거라고 할 수 있다. 그 대신 효과는 확실했다.

빈사의 상태에 빠지기 전보다 더 맹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목숨을 건 음풍귀조와 건곤신군의 혈전이 시작되었다.

콰쾅!!

“큭!”

과연 초절정고수였다.

음풍귀조의 조강과 건곤신군의 검강이 충돌할 때마다 막대한 여파가 주변에 영향을 주었다.

그런 그들의 격돌은 상당히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역혈대법을 펼친 음풍귀조가 건곤신군을 몰아세웠다.

한 사람은 방어를 포기하고 오로지 공격만 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방어에만 몰두하니 그들의 싸움이 일방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역혈대법을 펼친 음풍귀조에게는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젠장, 드디어 한계인가.’

역혈대법을 펼친 후유증으로 서서히 기혈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음풍귀조의 움직임이 눈에 띌 정도로 둔해지고 빈틈을 드러내고 말았다.

묵묵히 방어로 일관하던 건곤신군은 그런 음풍귀조의 변화를 의심했다. 함정을 파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허나 그 의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음풍귀조의 일그러진 얼굴 때문이다. 그때부터 건곤신군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쾅! 콰쾅!!

“큭! 젠장!”

“건곤천하(乾坤天下)!”

한번 밀리기 시작하니 음풍귀조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건곤신군이 청성의 절학들을 쏟아내자 더 이상 버티는 것이 어려워졌다. 전세는 역전된 것을 넘어서 누가 봐도 승패가 결정되었다. 그만큼 음풍귀조의 목숨은 풍전등화였다.

그러나 이미 목숨을 걸었던 음풍귀조였다.

혼자 죽을 순 없었다.

푸욱!

“커억!”

“그만 편안해지시구려.”

결국 건곤신군의 검이 음풍귀조의 가슴을 관통했다.

허나 그 순간 음풍귀조의 입 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리고는 오히려 건곤신군을 끌어안았다.

“크윽! 놔, 놔라!”

“혼자 죽을 순… 없지…….”

건곤신군이 발버둥 쳤으나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음풍귀조가 건곤신군의 등에 자신의 손가락을 박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음풍귀조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서, 설마……!!”

“키키… 지옥에서 보자…고……!”

콰콰쾅!!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흡사 벽력탄을 넘어 진천뢰가 터진 것 같은 거대한 폭발이었다. 그러나 진짜 진천뢰는 아니었다. 음풍귀조가 폭혈공을 펼쳐서 건곤신군과 동귀어진한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펼친 폭혈공의 위력은 강력했다.

하물며 초절정고수가 펼친 폭혈공이었다.

그 위력은 가공하다 할 수 있었다.

당연히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건곤신군이 무사할 리가 없었다.

“사, 사숙님! 건곤신군 사숙님!!”

“아, 안 돼!!”

음풍귀조보다 훨씬 나았으나 건곤신군 역시 내상을 완쾌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 와중에 음풍귀조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받아내고, 마지막에는 동귀어진까지 당했다.

따라서 건곤신군이 살아 있을 리가 없었다.

음풍귀조는 죽음으로 최소한 자신의 몫을 해내고 말았다. 그로 인해 청성파 고수들은 더욱 눈이 뒤집어졌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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