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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36화 (236/314)

236화.

“그보다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저질러 버렸을까요?”

“천웅방의 코앞에서 암살이라니…….”

“우리가 사파사세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은 아닐지…….”

계획과 달리 혈천의 호법들은 암월의 소행으로 위장할 수 없었다.

천패의 권강에 의해 초운비가 죽는 것을 직접 목도했기 때문이다.

죽은 암월이 버젓이 살아 있었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위장을 했다는 것만 들통 나게 된다.

그걸 알기에 천웅방 내에 있는 혈천의 호법들은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 상황에서 소문만 퍼지게 되었다.

허나 완전한 실패는 아니었다.

사파사세의 대표들이 천웅방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무림맹에 의심의 불씨를 던져주었다.

의심은 불안으로 바뀌고, 불안은 결국 정사대전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

결국 혈천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천하가 시끄러운 가운데 이현성은 호북을 지나서 귀주에 당도했다.

* * *

“젠장… 이러다가 전쟁이라도 나는 거 아니야?”

“겁쟁이 자식, 사세와 함께라면 해볼 만하잖아?”

천웅방의 일은 빠르게 퍼졌다.

워낙 대단한 일이기 때문에 소문이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덕분에 어딜 가든 천웅방의 일이 거론되었다.

이현성이 들어온 귀주의 어느 객잔이라고 해서 딱히 다르지 않았다.

‘독왕을 어떻게 만나야 할까 고민했는데… 잘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겠는데?’

독왕을 만나서 무림맹주의 협정서를 전해야 한다.

허나 지옥성에 있는 독왕과 은밀하게 접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막상 운남성에 간다고 해도 독왕과 어떻게 접촉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

천웅방에서 사파사세의 대표들이 모였다는 소문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옥성의 대표로 소성주들이 모두 참가했다고 한다.

소성주들 중 한 명이 바로 독왕의 수양딸이었다.

지옥성으로 돌아갈 그녀와 접촉할 수 있다면 독왕과의 만남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이곳에서 기다려야 하나…….’

호남에서 운남으로 가기 위해선 이곳 귀주나 광서를 지날 수밖에 없었다.

천웅방의 권역인 호남이나 지옥성의 힘이 강성한 운남에 도착하기 전에 독왕의 수양딸과 접촉하는 것이 안전하였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해도 운남성으로 가야 한다.

‘점창파가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리 독왕이 협정을 찬성한다고 해도 무의미하니…….’

지옥성과 함께 운남성을 양분한 세력이 바로 점창파였다.

그런 그들이 인정하지 않으면 협정은 애초 무의미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우선은 점창파의 동의가 먼저다.

게다가 소성주 일행이 귀주와 광서 중 어느 쪽으로 올지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사세는 개뿔! 우리가 참전한다고 그들이 알아주기나 할 것 같아?”

“혹시 아냐? 활약을 하면 한 자리 내어줄지?”

“퍽이나 네가 활약을 하겠다. 그 실력으로…….”

“이 자식이! 내 실력이 어때서!”

귀주는 사파사세의 권역은 아니었지만, 지옥성의 운남과 천웅방의 호남 사이에 위치한 지역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파무림의 성향이 더 강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귀주무림은 4할 이상이 사파무림인이고, 정사지간에 속하는 자들 역시 친(親) 사파성향을 보일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정사대전이 발발하게 된다면 귀주무림은 사파사세와 함께 정파무림을 공격할 공세가 컸다.

“…솔직히 좀 불안하다. 동정호에서 천사교 소교주가 암살당할 뻔했다며? 사세 놈들을 믿을 수 있겠어?”

“쩝. 나도 사파이지만, 믿을 만한 놈들은 아니지…….”

의외로 사파사세의 자작극이라는 소문까지 돌면서 상황은 좀처럼 정리가 되지 않았다.

같은 사파이면서도 불리하다 싶으면 언제든 등을 돌릴 자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작극이라는 헛소문조차 쉽게 부정하기 어려웠다.

무림맹의 입장에서는 다행히 아닐 수 없었다.

‘정사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독왕을 설득해야 해.’

정파무림만 아니라 사파무림 역시 힘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힘이 깎일수록 혈천만 득을 보게 된다.

독왕만 설득할 수 있다면 지옥성의 전력은 급감하게 되고, 사파사세의 전력 역시 그만큼 줄게 된다.

잘만하면 사파사세의 도발을 멈출 수도 있었다.

설사 정사대전이 발발한다고 해도 정파무림의 피해가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적당한 선에서 중단될 가능성도 높았다.

최대한 전력을 보전할 수 있어야 혈천을 막아낼 수 있었다.

‘혈천! 결코 너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놔두지 않겠다!’

허나 시간은 생각보다 넉넉하지 않았다.

* * *

“아직 회담이 끝나지도 않았거늘…! 돌아가겠다니! 그게 제정신이오!”

천패는 불같이 화를 냈다.

아직 사파사세의 회담이 끝나지 않았는데, 천사교 소교주인 사마염이 돌아가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그에게 감정이 좋지 않은 천패였다.

사마염의 이런 제멋대로인 행동에 결국은 폭발하고 말았다.

“말이 좀 심하십니다? 본 소교주가 본교로 돌아가겠다는데, 천패께서 무슨 자격으로 막는단 말입니까?”

“…아직, 회담이 끝나지 않았소. 교주께서도 소교주의 이런 행동을 반기지 않으실 거외다.”

사마염의 말에 천패는 화를 최대한 억누르며 그를 설득했다.

천사교주를 들먹이는 천패의 말에도 사마염은 심드렁했다.

그런 그의 반응에 천패는 이상함을 느꼈다.

오만방자한 사마염도 그의 조부이자 천사교주에게만큼은 순한 양이 되었다.

천사교주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조심하던 사마염답지 않았다.

“교주님께서도 맹주 자리가 아니라면 원치 않으실 겁니다. 그런데 그게 싫다는데 본 소교주가 이곳에 남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

사마염의 말에 천패는 순간 말을 잃었다.

천사교주의 오만함은 워낙 유명하니 잘 알고 있었다.

허나 소교주까지 주제 모르고 이렇게까지 날뛸 줄은 몰랐다.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섰는지 천패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지금 힘으로 본 소교주를 감금이라도 하겠단 거요?”

사마염의 비아냥거림에 결국 천패가 폭발했다. 정확히는 폭발하려고 했다.

―천패! 안 됩니다! 아직 그를 죽여선 안 됩니다!

―요후, 그렇다고 놈을 보내줄 수는 없지 않소!

전음만으로도 충분히 천패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만 맡겨서는 일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낀 환희요후가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 역시 회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마염이 되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소교주님… 저들에게도 마지막으로 선택할 기회를 주시지요. 이번에도 저들이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그때 본교로 돌아가도 늦지 않습니다.”

“…천패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나을 것 같소이다.”

천패는 간신히 이성을 붙잡으며 대답했다.

살짝만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사마염도 더 이상 선을 넘지 않았다.

정말 천패가 눈이 뒤집어지면 위험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마염의 복귀는 잠시 연기되었다.

씩씩거리는 천패와 사과하는 환희요후를 보며 사마염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방주님 말씀대로군.’

* * *

“흡흡… 하… 하… 흡흡…….”

사마염이 천사교로 복귀 선언을 하기 이전인 지난밤이었다.

회령환을 복용했다고 하지만 내상이 단번에 낫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성수의가의 자랑인 회령환답게 사마염의 내상은 빠르게 회복되어 갔다.

운기행공을 마친 사마염이 눈을 떴을 때, 그의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끝난 겐가?”

흠칫!

사마염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자신의 침소는 물론 전각 내외로 천사교 고수들은 물론 천웅방 고수들이 철두철미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의 무단 외유 이후 천웅방에서 경비를 더욱 강화했다.

그런 자신의 침소에 누군가 침입을 했다는 것은 기겁할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 자신은 운기행공 중이었기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침입자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했을지도 모른다.

“……!!”

고개를 돌려서 목소리의 진원지를 확인한 사마염의 눈이 커졌다.

그는 이곳에 있어선 안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천사교의 소교주 사마염이… 천웅방주님을 뵙습니다.”

“많이 당황스럽나보군. 이해하네.”

“…사람을 보내셨다면 제가 찾아뵀을 텐데… 어찌 직접 행차하셨는지요.”

제법 예를 차렸으나 그의 심장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눈앞의 천웅방주는 천패와는 격이 다른 존재였다.

그를 천패처럼 대할 순 없었다.

자신의 조부처럼 사파사세의 주인 중 한명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허나 동시에 의아했다.

도대체 무슨 용무이기에 천하의 천웅방주가 이렇게 직접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천웅방주의 입술이 움직였다.

“…내가 자네를 만난 것도, 그리고 지금 내가 할 말도 다른 사람이 알아선 안 되기 때문이네.”

“…….”

천웅방주의 말에 사마염의 눈빛이 바뀌었다.

천하의 천웅방주가 은밀하게 자신을 만나러 왔다는 것 자체가 가볍게 여길 사항이 아니었다.

그의 눈빛을 본 천웅방주가 나직하게 말했다.

“본방의 천패와 귀교의 요후가 잦은 만남을 갖고 있는 것을 아는가?”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요후께서 자주 자리를 비운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설마 두 사람이…….”

사마염의 말에 천웅방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마염이 자신의 말을 다른 의미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만이 아닐세. 사해련의 음풍귀조, 지옥성의 독군 역시 비슷한 시각에 자리를 비웠다네…….”

“그 말씀은…….”

“그들에겐 또 다른 신분이 있는 듯싶네. 물론 이를 증명할 물증은 없네. 허나 그들의 은밀한 모임은 여러 번 확인했네.”

“……!!”

천웅방주의 말에 사마염은 눈이 커졌다.

자신이 계속 갖고 있던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사마염의 얼굴이 불쾌감이 엿보였다.

“그 말씀은 요후가 딴마음을 먹고 본교에 입교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까? 방주님?”

“…사마 교주께서도 이미 알고 계실 걸세.”

“…!! 교주님께서도 아…신단 말씀이십니까?”

놀라는 사마염을 보며 천웅방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자네는 사세의 주인인 우리가 힘만으로 이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는가?”

“무,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방주님.”

물론 화경이라는 초월적인 경지에 오른 덕분에 사파사세의 지존들이 된 것은 맞았다.

허나 단순히 무위 덕이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제왕(帝王)이란 단순히 힘만으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부정한다면 사마염은 천웅방주는 물론 천사교주까지 힘만 강한 멍청이가 된다.

사마염은 그 오만한 성격 때문에 박한 평가를 받고 있으나 명색이 천사교주의 혈육이자 소교주였다.

세간에서 평가하는 것처럼 결코 덜떨어진 자가 아니었다.

“이번만은 사마 교주의 체면을 생각해서 넘어가주마.”

“감사합니다. 방주님.”

천웅방주는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았다.

가벼운 일은 아니지만, 이어질 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들의 목적은 아무래도 정사대전인 것 같네. 정확히는 중원무림의 힘을 깎으려는 거겠지.”

“그래서 집요하게 회담을……!”

“자네의 암살시도도 저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네.”

“……!!”

사마염 역시 내심 같은 추측을 하고 있었기에 부정할 수 없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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