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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35화 (235/314)

235화.

도주시킬 수 없다면 죽여서 입을 막아야 한다.

천패의 주먹에 무시무시한 권강이 어렸다.

―멍청한 놈아! 내 권강의 반탄력을 이용해서 도주해라!

흠칫!

예상치 못한 천패의 전음에 초운비는 당황했다.

그의 권강을 피하려던 초운비는 천패의 전음에 피할 기회를 놓쳤다.

대신 그 순간 천패가 자신을 도와주려는 이유를 깨달았다.

‘그가… 혈천의 사람이었군.’

초운비는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그의 지시와 다르게 권강을 이용하자고.

콰우쾅!!

팔패의 수좌답게 그의 권강은 거대한 물결을 일으킬 정도로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미친!”

“왜, 왜 그러십니까. 천패님.”

“아, 아니다.”

권강의 반탄력을 이용해서 도주해야 할 초운비가 자신의 지시와 달리 그대로 맞아버렸다. 정통으로 맞았다면 결코 무사할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그걸 알기에 천패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한 말이 입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젠장, 내 생각보다 체력이 없단 말인가. 쓸모없는 놈!’

이대로 죽는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시체만 발견되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도주한 것으로 위장할 수 있었다.

두둥~ 두둥~

그런 천패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육편(肉片)이 물 위로 떠올랐다. 이 정도 육편이라면 살아서 도주했다고 우길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 누군가 배 위로 올라탔다.

“누군가 했더니 천패 님이셨군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교주님께서 무사하셔서 다행이외다.”

오만한 사마염이지만 도움을 받고 까칠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조금 더 도움을 받아야 하는 만큼 나름 정중하게 말했다.

“제 수하들이 물속에서 살수놈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잡을 수 있게 도와주시겠습니까?”

“…물론이오.”

사마염의 말에 천패는 마음이 급해졌다. 만에 하나 한 놈이라도 잡히면 곤란하였다.

모조리 입을 막아야 한다.

사마염의 요청 때문에 천패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삼광의 하나인 초운비가 이렇게 죽을 놈이 아니라는 사실을.

* * *

쾅!

“도대체 누구 감히 본좌의 권역 안에서 개수작을 부렸단 말인가!”

천웅방주 담중의 무시무시한 기운이 대전 전체를 장악했다. 그의 무형지기에 팔패를 위시한 천웅방의 중추들은 감히 숨소리도 낼 수 없었다.

천패 구황조차 힘들어할 정도이니 나머지는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천웅방주는 무형지기를 거두며 나직하게 말했다.

“천리풍패, 자네가 책임지고 이 일의 배후를 찾아내라! 필요하다면 그 어떤 지원도 해주마!”

“신, 천리풍패. 방주님의 명을 받드나이다.

천웅방주의 눈과 귀라고 불리는 천리풍패에게 담중은 전권을 주며 배후를 찾아내라고 명령을 내렸다.

천웅방의 전권이라는 전가보도를 쥐게 된 천리풍패였다. 분명 그 어떤 단서라도 찾아낼 것이 분명하였다.

천리풍패로 향했던 천웅방주의 눈빛이 천패에게 향했다.

“천패, 본좌를 대신해서 사마 소교주에게 사죄의 말을 전하고, 동시에 마음대로 본방 밖으로 나간 것에 대한 경고 역시 같이 전하게.”

“…신, 천패. 방주님의 명을 이행하겠습니다.”

천웅방주의 명을 받은 천패는 부복했기에 표정을 숨길 수 있었으나 당혹감이 들었다.

방주의 첫째 제자인 오철극이 아닌 자신에게 명을 내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단순히 천웅방의 이인자인 자신이 직접 움직이는 것으로 최대한 형식을 갖추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전자라면 다행이지만, 후자라면 위험하였다.

“이 일로 사파사세의 회담이 외부에 알려지면 곤란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겠지. 입단속을 철저히 시켜야 할 것이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해당자는 물론 그 상관들까지 대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태양마종의 일로 사파사세의 회담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천사교의 소교주인 사마염이 천웅방의 권역인 동정호에서 암습을 받았다는 것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숨겼던 회담이 알려지게 된다.

허나 불가능한 명령이었다. 천웅방 내부에서 벌어진 일도 아니고 동정호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아무리 호남성이 천웅방의 권역이라도 사실상 불가능한 명령이었다. 천웅방주의 경고에 좌중은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으나 감히 반박할 수는 없었다.

방주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천패는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났다.

‘설마 무슨 냄새라도 맡은 것은 아니겠지?’

* * *

“본방을 대신해서 사죄를 드리겠소. 기필코 배후를 찾아내서… 처벌하겠소. 허나 소교주께서 무단으로 외유를 나가신 것 역시 잘못임을 아셔야 하오.”

“너무 따분한데 어쩝니까? 그리고 천패께서 놈을 죽이지만 않았다면 배후를 빨리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천패의 도움을 받은 주제에 사마염은 평소의 오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가 아무리 천사교의 소교주라도, 천패 구황은 오대교령에 비견되는 팔패였다.

그리고 혈천의 호법이자 건천각주이기도 하였다.

사마염의 이런 태도는 천패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소교주… 지금 본인이 일부러 죽였다는 뜻이오?”

“그런 말은 아니지만…….”

발끈하는 천패를 보며 사마염은 말끝을 흐렸다.

이런 행동이 천패의 심기를 더욱 건드렸다.

기껏해야 자식뻘인 사마염이었다. 아무리 천사교주의 힘이 필요하다지만 사마염의 태도는 너무 오만방자했다.

자칫 사달이 날 것 같았는지 환희요후가 끼어들었다.

―천패, 미안해요. 부디 참으셔야 해요.

―으음… 물론이오. 환희요후.

환희요후의 전음에 천패는 간신히 화를 억눌렀다.

천패는 대충 형식만 갖춘 후 돌아갔다.

더 이상 이곳에 있었다가는 사마염을 제 손으로 죽여 버릴 것 같았다.

천패가 나간 후 환희요후가 말했다.

“소교주님 너무 심하셨습니다.”

“알고 있소, 요후. 허나 한번 눌러줄 필요가 있지 않겠소?”

제왕의 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단 말인가?

평소 오만하고 호색하기만 한 사마염이었지만, 이 순간은 제왕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천사교주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보다… 요후께서 너무 늦으셨습니다? 아무리 본 소교주가 몰래 나갔다고 해도 금방 오실 줄 알았는데…….”

“그, 그게… 운기행공 중이어서 소교주께서 외유 나가신 것을 늦게 알았습니다.”

“아, 그렇구려. 아쉽소. 천패 그 작자가 아니라 요후이셨다면 그놈은 내 손에 죽었을 텐데 말이오.”

“그러게 말입니다. 소교주님.”

환희요후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사마염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나 환희요후는 왠지 그 말 속에 뼈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허나 내심 자신의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 정도로 예리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희요후는 계속 있다가는 책잡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화제를 바꾸었다.

“소교주님, 내상부터 치료하시지요. 회령환(回靈丸)이라면 차도가 있으실 겁니다.”

“쳇. 늙은이가 고작 영단 하나로 입을 닦으려고 하다니…….”

사마염의 중얼거림에 환희요후는 쓴웃음을 지었다.

천패는 사죄의 말과 함께 하나의 단약을 전했다. 성수의가의 영약인 회령환이었다.

회혼환과 달리 회령환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영약이 아니었다. 사마염의 무단 외유가 사달의 시초이건만, 천웅방의 체면 때문에 이 귀한 회영환을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오히려 천웅방주를 욕했다. 그의 철없는 말에 환희요후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조금 전 자신이 느꼈던 것 역시 착각이라 생각했다.

‘그럼 그렇지, 저놈이 뭘 눈치챘겠어?’

환희요후와 환요는 사마염이 운기행공을 할 수 있게 자리를 비워주었다.

홀로 남은 사마염은 평소와 달리 차가운 눈빛으로 문을 노려봤다. 그는 외부에서 평가하는 것만큼 사리분별이 떨어지는 자가 아니었다.

‘분명 뭐가 있어. …날 쉽게 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주마.’

고조되는 무림

“빌어먹을 사파놈들!”

“천사교 소교주가 천웅방에 갔다는 것을 왜 아무도 모른단 말이오!”

정파무림은 물론 무림맹 역시 발칵 뒤집어졌다.

천사교의 소교주가 암살당할 뻔한 일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무림맹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천사교의 소교주가 암살당할 뻔한 일로 무림맹이 발칵 뒤집어질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환영할 일이었다.

허나 천사교의 소교주가 암습당할 뻔한 장소가 천웅방의 권역이 동정호라면 말이 다르다.

절강에 있어야 할 소교주가 외유를 동정호로 갔을 리가 없었다.

즉, 천웅방에 갔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무림맹에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태양마종의 일로 사파사세의 회담이 중단된 것으로 생각했던 무림맹은 그야말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었다.

“아무래도 태양마종의 일은 본맹의 눈을 돌리기 위한 수작인 게 분명합니다!”

“이것들이 본맹과 우리 정파를 뭐로 보고!”

무림맹 수뇌부. 특히 무림세가와 대문파의 대표들은 무척이나 흥분했다.

사파사세의 위세에 큰 영향력을 받는 것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보다 그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사교만 아니라 지옥성과 사해련의 대표들 역시 천웅방에 있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들로서는 초비상사태나 마찬가지였다.

“태양마종의 일로 사해련 무리가 사천성을 통해 넘어왔을 리 없으니 분명 감숙성과 섬서성을 지났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를 몰랐다니… 본파를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빈도 역시… 사과드리겠습니다.”

운남의 지옥성과 절강의 천사교는 몰라도 청해의 사해련은 정파의 영역을 지나지 않고는 호남의 천웅방에 갈 수 없었다.

그렇기에 사파사세의 회담이 무산된 것으로 착각한 것이기도 하다.

사해련의 대표가 그들의 영역을 지나갔음에도 이를 몰랐다면 분명 화산과 종남의 실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화산과 종남의 원로가 사과를 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면박을 줄 자는 없었다.

덕분에 회의에 참석한 각파의 수장들은 당황했다.

그들에게 사과를 듣기 위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이 자리에 있는 인물들 중 배분이 높은 편에 속했다.

“아, 아닙니다. 어찌 진인들께서 사과를 하십니까?”

“마, 맞습니다. 두 분의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까.”

두 원로의 행동 덕분에 흥분했던 각파의 수장들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을 향해 제갈윤호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상황을 진정시키는데 또 심력을 소비했어야 했을 테니까.

좌중이 진정된 듯싶자 제갈윤호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꾸었다.

“그보다… 당장 걱정인 것은 암군(暗君)입니다. 만에 하나 복수를 하겠다고 되돌아가는 사해련의 대표를 죽이기라도 한다면…….”

제갈윤호의 말에 좌중의 얼굴이 굳어졌다.

사천당가의 신임 가주인 암군 당자성은 사해련에게 복수를 천명한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문제는 천웅방에 가 있는 사해련 대표가 사망도제의 손자라는 점이었다.

손자의 죽음을 좌시할 사망도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사천당가 아니, 사천무림과 사해련의 전면전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싸움은 누가 이기든 정사대전의 시발점이 될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러니 모두가 우려하는 것도 당연하였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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