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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34화 (234/314)

234화.

* * *

“흐흐흐… 마셔라! 오늘 제대로 취해보자!”

의외로 기회는 빠르게 왔다.

천웅방 내에 숨어 있어야 할 천사교의 소교주 사마염이 동정호에 배를 띄워서 술판을 벌였기 때문이다.

“너희도 마셔라!”

“소교주님… 교령님께서 아신다면…큭!”

사마염은 환요와 몇몇 고수들만 이끌고 은밀하게 천웅방을 빠져나온 상황이었다.

생각보다 길어진 회담에 지친 그가 결국 사고를 제대로 친 것이다.

천웅방은 물론 호위책임자인 환희요후까지 따돌리고 나왔다.

지금쯤 그녀와 천웅방이 발칵 뒤집어질 수 있었으나 사마염은 개의치 않았다.

이것은 일종의 그의 시위이기도 했다.

“건방진 새끼! 내가 바로 본교의 소교주야! 교주님도 아니고, 교령에게까지 명령을 받아야겠어!”

“죄, 죄송합니다. 소교주님…….”

사마염에게 정강이를 차인 천사교 고수는 정강이에서 느껴지는 고통도 무시한 채 바로 부복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부족해서 배 바닥에 강하게 머리를 찍었다.

사마염의 목소리에서 살의가 느껴졌다.

오만하고 성질 급한 소교주라면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자신의 목을 벨 수 있었다.

그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동을 취한 것이다.

부드득.

“컥!”

“죄송할 짓을 왜 해!”

사마염의 손이 부복한 사내의 목을 부러트렸다.

아무리 무공을 익혔다고 해도 목이 부러진 이상 살아 있을 수는 없었다.

사마염은 부들부들거리다가 절명한 사내를 동정호로 던졌다.

수하조차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사마염은 무척이나 괴팍해졌다.

속성으로 강해지면서 생긴 부작용이었다.

환요는 험악해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사색이 된 악사들에게 눈짓을 했다.

겁을 먹은 악사들의 손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녀가 한 곡 출 테니, 소교주님께서 화를 푸시어요.”

“으음… 네 뜻이 그렇다면…….”

그제야 악사들은 정신을 차리고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악사들의 연주에 몸을 실은 환요의 춤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환희루의 소루주답게 기예가 보통이 아니었다.

사마염은 그제야 다시 술잔을 비우며 흥겨워했다.

물속에서 접근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른 채.

한 잔 두 잔… 한 병 두 병… 사마염은 점점 취기에 빠져 들어갔다.

그때였다.

푹!

“누구냐!”

배 바닥에서 한 자루의 검날이 솟구쳤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최고의 암습이었다.

하지만 사마염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아무리 취했다고 한들 그는 아직 정신을 놓지 않았다.

그걸 증명하듯 취한 와중에도 배 바닥에서 솟구친 검날을 잡아버렸다.

사마염의 외침에 호위하고 있던 천사교 고수들은 각자 무기를 뽑았다.

그렇게 암습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마염을 노리는 자들은 평범한 살수들이 아니었다.

“어억!”

“컥!”

누군가 천사교 고수들의 발을 잡고 동정호로 끌어당기거나 사혈을 찔렀다.

그로 인해 배에 탄 천사교 고수 상당수가 당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 사마염을 향한 암습이 이어졌다.

“건방진!”

쾅!

사마염은 지체 없이 손을 움직였다. 이번 암습 역시 너무도 쉽게 막혔다.

동시에 배에 구멍이 생겨버렸다.

이대로라면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배가 침몰하게 된다.

“사, 살려… 컥!”

“시끄러워!”

배에 탑승했던 악사들은 사마염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죄로 죽임을 당했다.

수하도 죽인 그가 비천한 악사나부랭이의 목숨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짜증이 머리끝까지 오른 사마염이 외쳤다.

“이 새끼들이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거야! 물에 들어가서 죽여!”

“조, 존명!”

천사교가 위치한 절강성은 바다와 인접한 곳이었다.

천사교의 고수라면 수공(水功) 정도는 기본적으로 할 줄 알았다.

그렇게 천사교 고수들은 물속에 들어가서 정체불명의 살수들과 전투를 벌였다.

점점 가라앉는 배에는 오직 사마염과 환요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때 물속에서 복면인이 배 위로 올라왔다.

“어머!”

“환요. 내 저 천한 놈을 벨 테니, 걱정 마라.”

사마염은 놀란 환요를 자신의 뒤로 보냈다.

놀라는 환요의 모습은 누가 봐도 보호본능을 일으킨다.

허나 복면인의 마음을 흔들지는 못했다.

그녀가 연약한 척하는 것과 달리 뛰어난 고수란 사실을 알기 때문은 아니었다.

“…시간이 없으니 서둘러야겠군.”

“건방진!”

사마염의 기세가 범상치 않았다.

석가장에서 치욕을 맛본 이후 뼈를 깎는 듯한 지옥훈련을 통해서 강한 힘을 손에 넣었다.

조부인 천사교주의 도움이 컸다고 하지만 사마염이 들인 노력도 상당했다.

애초 그의 노력과 재능이 없었다면 아무리 천사교주가 도와줬다고 한들 초절정지경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초절정지경에 오른 자는 그만이 아니었다.

눈앞의 복면인, 초운비 역시 혈천신단의 약효를 이겨내서 초절정지경에 올랐다.

따라서 결코 사마염에게 밀리지 않았다.

사마염은 자신의 기세에도 당황하지 않는 살수를 보며 불쾌했다.

순간 그의 손에는 음험한 기운이 어렸다.

살수를 죽여서 불쾌감을 해소하고자 했다.

쾅! 쾅! 쾅!

사마염의 음험한 기운을 초운비는 단검을 휘둘러서 막아냈다.

일수만으로 죽이지 못하더라고 제법 피해를 줄 거라 생각했는데 복면인이 너무도 쉽게 막아내자 사마염으로서도 더 이상 방심할 수 없었다.

“오냐… 한 가닥 한단 말이지? 그렇다면 사라지존수(邪羅至尊手)의 무서움을 알려주마!”

사마염의 손에 어린 음험하고 사이한 기운이 점점 강렬해지더니 강기로 변했다.

사라지존수는 천사교주의 비전인 천사경에 수록된 절학으로, 사마염의 최강 무공이기도 하였다.

사마염이 벽을 넘은 기념으로 천사교주가 전수해준 절학이었다.

사파제일이라는 천사교주의 비전이었다.

그 위력을 의심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었다.

초운비는 사마염의 사라지존수를 보며 긴장했으나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에도 또 다른 단검을 쥐었다.

두 자루의 단검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모여들었다. 놀랍게도 강기였다.

사마염은 살짝 놀랐으나 곧 신색을 되찾았다.

자신을 상대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보통이 아니란 뜻이었다.

물론 살수 따위가 초절정지경에 오른 것은 놀랍지만, 그래봤자 승자는 자신이었다.

사마염의 사라지존수와 초운비의 쌍단검이 충돌했다.

콰쾅!!

“우웩!”

“쿨럭… 쿨럭… 우웩!”

사마염이 사라지존수까지 펼친 상황이었다.

그러니 곱게 마무리가 될 리가 없었다.

강력한 위력은 그들이 타고 있던 배를 완전히 풍비박산 냈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에게도 크나큰 부상을 입히고 말았다.

“소교주님! 이노옴! 감히 소교주님을 노리다…헉!”

“살(殺)!”

배 파편에 올라탄 환요가 내상을 입고 물에 가라앉으려는 사마염을 구하러 가려고 했다.

조모인 환희요후에게 살수들에 대해서 미리 언질을 받은 그녀였지만, 사마염의 곁에 있음에도 그를 죽게 내버려둔다면 천사교주의 손에 죽을 수도 있었다.

반대로 조모의 뜻을 지키기 위해선 살수가 죽어서도 곤란하였다.

살수가 도주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물속에서 또 다른 살수들이 나타나서 내상을 입은 사마염을 노린 것이다.

당황한 환요는 채대(彩帶)를 휘둘러 사마염을 노리는 살수들을 공격했다.

살수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다.

살수 중 한 명이 그녀의 채대를 막고, 또 다른 살수가 사마염을 향해 겸(鎌)을 휘둘렀다.

푸푹!

“미…친…….”

“크큭… 천한 것이 감히 누굴 해하려고 하더냐!”

놀랍게도 복부가 뚫리며 절명한 자는 사마염이 아니었다.

혈살객의 한 명인 당랑의 복부에 사마염의 손이 들어가서 그의 등을 뚫고 나왔다.

사마염은 내상을 입긴 했으나 의식을 잃을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다.

오히려 초운비의 방심을 유도한 것인데, 다른 살수가 걸려들고 말았다.

“환요, 그놈을 잡아!”

“예? 예!”

“젠장! 헉! 뭐야!”

또 다른 혈살객은 가느다란 실로 환요의 채대를 끊고 도주하려고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강철조차 끊는 흑주의 강사가 고작 환요의 허리끈(채대)을 끊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환요의 채대는 천잠사와 강사를 엮은 환희루의 보물 중 하나다.

흑주는 채대가 아닌 환요 본인을 노렸어야 했다.

그렇게 흑주가 당황하는 사이 사마염이 그의 목숨을 취했다.

“컥!”

“이제 네놈만… 젠장!”

순식간에 당랑과 흑주를 제거한 사마염은 또 다른 살수 초운비를 찾았으나 이미 사라진 후였다.

두 사람이 죽는 순간 사마염을 암살하는 대신 도주를 택했다.

그들의 밀화를 엿들은 초운비로서는 무리해서 사마염을 암살할 필요가 없었다.

“누가 네놈을 놓아줄 것 같아!”

‘그래 따라와라.’

초운비가 수공을 펼쳐서 도망을 치자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사마염이 따라붙었다.

혈천의 뜻대로 할 생각이 없던 초운비는 자신의 죽음을 위장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증명해줄 증인이 필요하였다.

사마염이라면 자신의 죽음을 증언해줄 최고의 증인이었다.

그렇기에 초운비는 속도를 조절하며 사마염이 뒤따를 수 있게 했다.

수공을 펼쳐서 빠르게 움직이는 초운비와 달리 사마염은 배의 파편을 밟고 일위도강(一葦渡江)을 펼쳤다.

스스로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사마염으로서는 천박하게 물속에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수공과 달리 내공소모가 큰 일위도강을 펼치자 속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소교주님! 어디에 계십니까!”

“소교주… 헉! 저기 계신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천웅방에서 사마염을 찾기 위해서 고수들을 풀었다.

그리고 일부가 그의 행적을 따라서 동정호로 온 것이다.

초운비로서는 계산 밖의 상황인 셈이었다.

“당장 저 새끼를 잡아!!”

“조, 존명!”

천웅방의 배를 발견한 사마염이 고함을 쳤다.

배를 타고 온 천웅방 고수들은 감히 사마염의 명을 거부할 수 없었다.

비록 소속은 다르지만 사마염은 천웅방주의 손님이자, 천사교의 소교주였다.

뒤에는 사마염, 앞에는 천웅방의 배.

초운비는 천웅방의 배에 구멍을 뚫는 쪽을 택했다.

한번 당했던 사마염은 초운비의 속셈을 눈치챘다.

“미, 미친! 막아! 저놈이 배에 구멍을 뚫는다!”

“헉!”

동정호는 말이 호수이지, 넓이와 깊이가 강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렇기에 자맥질을 못한다면 익사하기 딱 좋다.

천웅방 고수들은 물론 이를 본 사마염은 분통이 터졌다.

허나 하늘은 초운비의 편이 아니었다.

“네놈이 누구이기에 본방의 배를 훼손하려고 하느냐!”

사내의 호통에 초운비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의 기세는 지금껏 만났던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천웅방에서 천웅창제를 제외하고 이런 기세를 가진 자는 팔패뿐이었다.

그리고 팔패라도 모두 이 정도 수준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사내는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

이런 단서들 덕분에 초운비는 사내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천패(天覇)…구황…….”

“알았다면 이제 네놈이 죽어야 할 이유도 알겠지.”

팔패의 수좌이자 혈천의 호법.

초운비가 죽으면 차악이었지만, 잡히면 최악이었다.

아직 죽지 않은 사마염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초운비가 잡혀서 입을 잘못 놀린다면 일이 커질 수도 있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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